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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5월호

해외의 예술치유 사례들 예술로 하나되는 세계
사회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예술의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예술을 통한 치유의 대상이 되는 문제에는 사회적 고립과 정신 건강도 있고, 테러나 지진과 같은 재난 위기 상황도 있다. 예술치유 활동의 방법 또한 다양하다. 심리학 기반의 예술치료사들이 전문 의료인과 협력하여 환자의 회복을 돕는 방식이 확장된 경우도 있고, 사회적 비극을 창의적인 예술활동 속에서 여러 방법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예술치유를 이야기할 때는 예술의 본원적인 속성인 치유의 기능을 활용하는 다양한 경우들을 모두 포괄한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1 유엔난민기구는 ‘자타리 프로젝트’를 통해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공공 벽화와 예술 교육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출처_ https://joelartista.com ⓒaptART

영국, 정부 차원의 예술치유 지원

세계적으로 정신 건강 문제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많은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를 중요한 정책 의제로 삼고 있다. 정신 건강의 문제는 사회 부적응이나 고립을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신 건강을 위한 예술치유 활동의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지원의 사례로서 영국의 ‘예술, 건강, 웰빙을 위한 전국 연합’(National Alliance for Arts, Health and Wellbeing)을 들 수 있다. 이 운동은 의료 서비스의 효과 증대에 예술이 기여할 뿐만 아니라 건강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에 창의적 예술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다. 이를 위해 보건부와 예술위원회의 연대를 바탕으로 보건 정책과 문화예술 정책 사이에서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정파를 초월하여 지원그룹을 형성했으며, 다수의 지방정부들이 참여했다. 재정은 자선단체, 복권기금, 지자체 예산 등을 통해 충당한다.
예술치유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확산하고 강화하는 노력을 진행한 결과 2012년에는 ‘예술, 건강, 웰빙을 위한 헌장’까지 만들게 되었다. 특히 이 운동은 건강 증진의 맥락에서 수행하는 예술치료 활동 이외에 정신 건강 문제와 사회적 고립을 겪는 사람들 또한 예술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청소년을 위한 예술에서는 학교 부적응이나 사회적 고립의 결과로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의예술활동 프로그램들이 제시되어 있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2 영국의 ‘예술, 건강, 웰빙을 위한 전국 연합’ 관련 런던 조직인 ‘London Arts in Health Forum(LAHF)’ 홈페이지 화면.
출처_ www.lahf.org.uk

테러 피해자들을 예술로 치유하는 미국의 사례

예술을 통한 사회치유의 필요성은 테러와 같은 폭력 사태로 인한 대량 사상자가 동시 발생할 경우에 두드러진다. 미국에서는 1995년 오클라호마시 폭탄 테러 사고 이후, 테러 사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1) 테러의 피해자들은 근무지 상실, 동료·친구·가족의 죽음이나 부상, 생존자로서의 죄책감, 인간관계 유지의 어려움, 매스컴의 집중 보도, 희생자 발견의 지연, 거듭되는 장례식 등으로 인해 통상적인 트라우마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러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자들에게 예술치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이 검증되었다. 그 결과 2001년 9.11 테러 발생 당시, 직접 피해자, 목격자, 구조 활동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다수의 예술치유 활동을 수행했다. 지역의 문화시설과 대학의 전문 인력이 예술치유를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뉴욕대에서는 세계무역센터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후, 대학의 아동연구센터나 예술치유 전공 인력들이 지역 주민과 아동을 위한 예술치료 활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지역의 박물관에서는 아동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작품을 전시하거나, 부모들을 초청하여 그림을 그리면서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아동 대상의 예술치유 활동이 특히 주목받았는데, 아동은 성인에 비해 부정적 체험의 경험이 적고, 자신의 체험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두드러진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1 ‘페스티벌 후쿠시마!@이케부쿠로 니시구치공원’ 포스터. 출처_ www.festival-tokyo.jp
2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후쿠시마!’가 시작됐다. ‘프로젝트 후쿠시마!’ 홈페이지 화면.
출처_ www.pj-fukushima.jp
3 카워고스크 난민 캠프에서 아이들에게 사진 교육을 진행한 ‘Exile Voices 프로젝트’.
출처_ https://maptia.com/reza/stories/exile-voices ©Reza Visual Academy
4 자타리 난민 캠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출처_ https://joelartista.com

동일본 대지진의 고통을 예술로 달래는 일본

재난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은 자연 재해이며, 이에 따른 피해는 광범위하다. 해당 지역의 공동체는 근본적인 존재의 위기를 겪고 사회적 연대는 심각하게 훼손된다. 일본에서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그로인한 원전사고 이후 여러 형태의 예술활동과 치유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였다. 일본 예술가들의 활발한 참여 이면에는 1995년 한신대지진에 대한 자성이 자리 잡고 있다.2) 당시 계획했던 많은 예술행사들이 비극적 사건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예술활동이 평화롭고 안정된 시기에만 가능한 것인지, 인간의 근본적인 요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면서 사회 통합에 대한 예술가들의 관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성찰의 영향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변화된 태도로 나타났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예술가들은 적극적으로 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고 사고 지역으로 달려 갔으며, 과거와 달리 계획했던 예술활동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아트 성격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시도했다. 그중 매년 8월 15일 개최되는 ‘페스티벌 후쿠시마!’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방사능 노출로 접근을 꺼리는 지역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지역의 단절을 해결하고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예상을 깨고 많은 연주자와 관객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보내 온 보자기들을 잇는 퍼포먼스를 수행하고, 페스티벌 실황을 전 세계로 공유함으로써 원전 피해 지역의 단절과 고립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기여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는 피해 주민들을 위한 보다 직접적인 치유활동으로는 ‘Yangdaora 프로젝트’를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Today is The Day’ 재단과 싱가포르의 ‘The Red Pencil’ 재단 사이의 협력으로 2014년 이후 3년 동안 지속되면서, 매년 사업의 규모를 확대해왔다. 2016년에는 후쿠시마 지진을 겪은 20명의 어린이들을 싱가포르로 초대해 일본어를 하는 예술치료사들과 함께 2주 동안 예술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고, 싱가포르의 여러 문화예술 기관을 방문하도록 했다. 이 사업의 의의는 예술치료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본과 달리 예술치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널리 활용하는 싱가포르에서 피해 어린이들이 예술치료의 혜택을 보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원전 피해 지역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가족과 주위 동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어린이들이 좀 더 쉽게 자신을 열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제적 연대를 통한 예술치유

싱가포르와의 국제적 유대를 통한 일본의 예술치유 프로그램에서 보듯 예술치유 활동은 한 사회 안에서의 균열을 봉합하는 것을 넘어 인류애의 사명을 구현하는 것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유엔난민기구(UNHCR)가 수행한 예술치유 프로젝트들을 꼽을 수 있다.3) 시리아 사태로 발생한 난민들을 수용한 캠프에서 벽화와 예술교육 워크숍을 열어 난민을 치유하거나 거주하는 천막을 예술작업으로 변화시키고, 직접적으로 예술치료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이를 통해 난민화 과정에서 겪은 충격, 공포, 불안, 상실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중 Exile Voices 프로젝트가 주목할 만하다. 사진작가 레자(Reza)는 시리아 난민 캠프를 찾아가 10대 초반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워크숍을 개최하고, 카메라를 제공하여 어린이들이 자신의 체험과 환경을 표현하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이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복합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Dreams of Humanity>라는 제목으로 작가와 어린이들이 찍은 사진들을 파리의 센 강변에서 전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술치유를 위한 창조활동의 결과가 소통의 도구로 활용된 것이다. 한정된 기간에만 전시되어 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예술 창조활동을 통해 재난의 상처를 치유하고 전 지구적 차원의 분열을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1) Jones, J.G. (1997). Art therapy with a community of survivors. Art Therapy: Journal of the American Art Therapy Association, 14(2), 89-94.
2) Tokyo Art Research Lab. (2015). An overview of Art Projects in Japan. Tokyo Arts Council.
3) www.unhcr.org/innovation/7-art-initiatives-that-are-transforming-the-lives-of-refugees

글 서우석_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겸 도시과학대학원 문화예술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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