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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픽

5월호

글로벌 화랑의 국내 진출, 국내 미술시장의 현재 국내 미술시장의 지각변동
한국 미술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틈을 타, 글로벌 화랑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미술시장에서 해외 작품에 관심 있는 국내 컬렉터들을 직접 공략하려는 의도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미술시장이 외국 자본에 지배당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2017 화랑미술제 현장. ⓒ 한국화랑협회

미술시장의 새로운 흐름

미술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미술품 향유자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했다면, 요즘은 미술품 투자자들이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미술작품을 소유하던 시대에서 뭉칫돈을 약속어음 같은 미술작품에 묻어두는 수요층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미술시장도 글로벌화됐다.
자연스레 이미 세계 미술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한국 미술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미술시장이 미술품 향유자에 의존해 연명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음에도 많은 영세 갤러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서울오픈아트페어, G서울,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개최가 보류되는 등 국내 아트페어 시장의 퇴조도 이런 흐름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요즘의 한국 미술시장은 지하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작품은 뭉칫돈을 담아두기에 효율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 급격히 부를 축적한 중국 미술시장이 그랬다. 최근 글로벌 화랑들의 국내 진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요즘 화랑가에서 고객들이 외국 유명작가를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것도 고가의 작품들이다. 비쌀수록 선호도가 높아 구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대개 이런 거래들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기에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미술 쪽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진작이 확실한 작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비자금 조성 등 ‘가짜시장’이 퇴조하면서 시장이 정상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작이 보증되는 작품들은 최근 들어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고미술시장의 새로운 판도 변화가 예고될 정도다. 통상적으로 고미술시장의 활성화는 현대미술시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나마 고무적이다. 어쨌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이 넘쳐나면서 물건만 좋다면 얼마든지 소화해낼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2 이태원에 자리한 페이스 갤러리.
3 2015년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 포스터.

한국 미술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글로벌 화랑들

겉으로 보는 한국 미술시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단색화가 겨우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학적 기반이 약해 벌써부터 뒷심이 달리는 조짐을 보인다. 가격대가 글로벌 기준과는 여전히 멀기 때문이다. 미학적 담론의 글로벌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시쳇말로 5만 원권 현금 다발을 집에 쌓아놓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가의 미술작품이 유용한 수단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미술은 여전히 부동자금을 소화할 수 있는 대체재로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이 틈새를 글로벌 화랑들이 놓칠 리 만무하다. 글로벌 화랑들의 국내 진출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페로탱 갤러리가 서울 팔판동에 문을 열었고, 지난 3월에는 미국 뉴욕의 메이저 화랑인 페이스 갤러리가 서울 이태원에 둥지를 틀었다. 미국과 유럽 미술품을 사들이는 국내 컬렉터들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금들이 검증이 끝난 외국 유명작가 작품으로 몰려들고 있다. 딜러에게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해달라는 수요가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자금 규모가 1조 원에 가까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년 내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국내 경제 규모에 비춰본다면 이상할 것도 없다. 오히려 보수적인 진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계적 화랑들이 국내 컬렉터들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자신들의 전속작가 작품을 마케팅하는 배경이다. 외국 대가의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천명할 정도다. 규모도 작고, 외형적으로 보기엔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며 애써 무시하는 이들도 있다. 먼저 진출한 글로벌 P 화랑의 운영이 어렵다는 풍문까지 나돌고 있지만 그들의 ‘작전’은 은밀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동차 수만 대를 팔아 버는 돈을 작품 하나의 거래로 회수할 수도 있다. 국내 미술시장이 유동자금을 담지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할 경우 천문학적인 자본 유출이 염려되는 이유다. 한국미술의 다양한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미술계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술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

한국미술이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의 여력은 충분하다. 10배 이상의 가격 상승 가능성도 크다. 외국작품에 비해 안전한 투자처란 분석이다. 한국 고미술시장도 진위 감정의 신뢰도에 따라 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컬렉터와 기획자, 딜러들이 가치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치 지향의 기획전시를 중심으로 ‘미술 소사이어티’가 형성돼야 한다. 미술정책을 놓고 담당자들과 미술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위기는 기회라는 점에서 한국미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술시장은 더 이상 ‘문화향유’ 시장이 아니다. 취미, 취향의 꽃놀이패로 봐서도 안 된다. 엄연한 한 국가의 경제축이 되고 있다. 문화산업시장의 핵심은 미술시장이다.

글 편완식_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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