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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출범 우리는 예술하는 노동자다
지난 3월 27일, 서울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는 한국 공연예술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인상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출범식이었다. 일개 노동조합 출범식을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과한 평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공연예술의 현실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3월 27일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출범식이 열렸다.

공연예술, 노동, 그리고 인간다운 삶

출범식 당시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종승 배우가 낭독한 창립선언문 첫머리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우리는 예술하는 노동자임을 선포한다.”
혹자는 ‘예술과 노동’, 이 두 단어를 함께 거론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예술’이 어떻게 ‘노동’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직종이나 노동 형태를 불문하고 모두 노동자다.
‘임금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엄연히 ‘생존’과 관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연극인들이 1년간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평균 수입은 1,285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인기 배우를 포함한 평균일 뿐이다. 대다수는 최저소득 이하의 수입을 유지해, 별도의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출범식 때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공연예술인 900여 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 61.3%가 50만 원 미만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 80.5%는 예술활동 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연예술활동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인들을 위한 예술인복지법이나 공연예술활동을 위한 지원제도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진원 인디 음악가, 최고은 작가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히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은, 사회 여론을 우려한 정치인들이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지기는 했어도 현실과 동떨어진 관료 중심 행정이라는 게 현장의 공통적인 평가이다.
공연예술활동을 위한 지원제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 자체가 갈지자로 흔들렸다. 이로 인해 예술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익도 보호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훼손당하는 ‘검열’을 감수해야 했고, 이러한 일련의 길들이기 과정이 쌓여 탄생한 것이 바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였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2 초대 노조위원장인 이종승 배우가 창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3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3월 1일부터 약 한 달간 900여 공연예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1.3%가 월 50만 원 미만의 수입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제공)

뭉쳐야 산다

정부 기관의 권위적인 지원책과 현실과 동떨어진 예술행정은 견제하고 개선해야 한다. 또 예술노동자가 공연예술활동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보장 등 필요한 제반 정책을 실현해야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개인의 힘으로는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예술인들에게는 서로 연대하고, 자신들을 대변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필요했다. 협회와 같은 모임도 이미 있지만, 이는 사회적 의미의 사교적 성격이 강하고, 노동조합과 같이 예술가의 활동 보장과 생존을 위한 연대와는 엄연히 다르다.
유네스코는 1980년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를 채택하고, 회원국에 예술인 노동조합을 장려하고 그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독일, 프랑스, 미국과 같은 서구사회에서는 예술인 중심의 노동조합이 오래전부터 발전했고, 노동조합의 힘이 커질수록 예술인들의 권익 역시 커졌다. 이것이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출범을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라 평하고,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초대 위원장인 이종승 배우는 “정부 정책에만 기대지 않고 예술인 스스로 복지를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고 예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겠다”면서 예술인 최저 임금제도 실시 운동, 기본 소득법 실시 운동, 기초 공연예술 진흥법 입법 운동을 노조의 ‘3대 과제’로 꼽았다.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공연예술인노동조합에게 걸고 있다. 공연예술 노동자들이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과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앞장서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힘을 얻고, 정부 기관의 카운터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공연예술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의 수이기 때문이다. 모인 만큼 힘은 커지고, 그 힘의 크기만큼 조합원들의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

글 유연석_ CBS노컷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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