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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말

5월호

주철환의 더다이즘, 여덟 번째 사랑과 우정 사이
“사람들은 참 이중적입니다. 사이를 이어주는 천사와 사이를 갈라놓는 독사가 마음속에 동거합니다. 사람들은 때로 속에 웅크린 천사를 꺼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독사를 꺼내기도 하죠. 그러니까 링 위에 올라갈 때는 그런 사람들에게 놀아나지 말자고 강하게 주문을 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환한 웃음으로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을 아시나요? 수능답안지처럼 5개의 보기를 드리겠습니다. 1. 냉정과 열정 사이 2. 무릎과 무릎 사이 3. 밤과 음악 사이 4. 이상과 현실 사이 5. 사랑과 우정 사이. 가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것도 문제냐’며 언짢아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습니다. 피노키오가 처음 불렀던 <사랑과 우정 사이>입니다. 가사는 이렇게 연결되죠. “어디서부턴지 무엇 때문인지 작은 너의 손을 잡기도 난 두려워.” 처음에는 좋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둘 사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틀어졌을까요?
이 노래가 불현듯 떠오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아사다 마오의 은퇴 뉴스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사다 마오를 인터넷에서 찾으면 반드시 연관검색어로 뜨는 사람이 있죠. 우리가 잘 아는 피겨 여왕 김연아입니다. 김연아를 검색해도 아사다 마오가 뜹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사이일까요? 사랑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우정을 나누는 사이도 아닌 걸로 보입니다.
알려진 대로 둘은 1990년생 동갑내기입니다. “왜 하필 저 아이가 나랑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 김연아가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지목했던 그 아이가 바로 아사다 마오였습니다. 아사다 마오도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를 언급했죠. “우리는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았던 존재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사람끼리는 자극을 줄 뿐 왜 친구가 되지 못할까요? 승부욕이 우정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일까요? 드라마 제목처럼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걸까요? 라이벌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연아는 “아사다를 이기려고 피겨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종합성적에서 김연아는 이겼고 아사다는 졌습니다. 팬들은 결국 둘이 다정하게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이를 갈라놓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이좋게 지내라고? 당사자들은 이런 볼멘소리를 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참 이중적입니다. 사이를 이어주는 천사와 사이를 갈라놓는 독사가 마음속에 동거합니다. 사람들은 때로 속에 웅크린 천사를 꺼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독사를 꺼내기도 하죠. 그러니까 링 위에 올라갈 때는 그런 사람들에게 놀아나지 말자고 강하게 주문을 외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환한 웃음으로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스타의 길입니다. 저는 스타 지망생들에게 말합니다. “이기려고 하면 승자가 될 뿐이다. 그러나 진 자에게 다가가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성자가 된다.”



발행인의 말 관련 이미지

사실 처음에 우리는 다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어쩌다가 아는 사이가 되고 다시 그들 중 일부는 가까운 사이가 되죠. 가까운 사이가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각별한 사이가 되고 또 일부는 열렬한 사이가 됩니다. 그래서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기도 합 니다. 하지만 끝까지 좋은 사이를 유지하기란 참 어려워 보입니다. 심지어 피를 나눈 사이인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도 어떤 지점에서 갈라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니까요.
사이가 퍽 다정해 보이는 직장 동료가 눈에 띄어서 친하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뜻밖입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사 이예요.” 물론 상대방이 자리를 비우거나 떠난 후의 답변입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아는 사이의 대부분은 그렇고 그런 사 이입니다. 간혹 좋았다가 안 좋은 사이가 되기도 하는데 나빠진 사이를 좋은 사이로 회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당사자가 하면 가장 좋겠지만 하기 어려울 때는 제3자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기쁜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2017 임직원이 뽑은 일하기 좋은 기업’(2017 Best Companies to Work)에서 서울 문화재단이 공기업, 비영리기업 미디어디자인 부문에서 최우수기업으로 뽑힌 겁니다. 선정 이유 중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배울 점도 많고, 순환근무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볼 수 있다. 연차, 휴가 눈치 볼 필요도 없다”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사이좋은 사람들끼리 눈치 안 보고 즐겁게 일하는 회사가 목표인 저는 속으로 안도했습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즐거운 매개자가 되어야겠다고 웃으며 다짐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서울문화재단 주철환
주철환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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