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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7월호

현대미술가 이완 시대와 세상에 대한 고찰
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세계인의 미술 축제 베니스 비엔날레가 지난 5월 13일 막이 올랐다. 수많은 비엔날레 중 유일하게 국가관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미술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해 한국관은 커미셔너로 이대형, 작가로 코디최와 이완을 ‘대표선수’로 선출했다. 활동 영역이 다른 세 사람, 누가 봐도 낯선 조합이었기에 말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수상 이후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 선출까지, 고공 행보를 이어가는 젊은 작가 이완에겐 시샘 반 기대 반의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뚜껑을 연 한국관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전시를 열고 귀국한 이완을 문래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전모와 작가의 근황에 관해 물었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

‘생뚱맞은 조합’이란 것이 세 사람에 대한 미술계 중론이었던 것으로 안다. 어떻게 이 조합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의 에피소드를 자세히 들려달라.

2016년 5월 인도네시아에서 <메이드인>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는 중이었다. 당시 작업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가려는 참이었는데 이대형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자신이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최종후보에 올랐는데 이번 한국관 대표작가로 나를 선정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이후 서울에서 이대형 감독과 만났다. 이 감독은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이 내건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 예술 만세)라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방법론을 사용하면서 다른 국가관들과 차별화되는 전시를 만들지 연구했다. 한국을 통해 아시아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세계로 확장해가는 내용의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 2차 심사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합숙하다시피 하며 밤새 작업과 공간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대형 감독은 거대한 담론을 하나의 전시로 만들기 위해 세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시인, 소설가, 원로미술가 등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기획에 필요한 세대의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내가 7년간 수집하던 물건 중에서 한 인물의 자료가 떠올랐고 이대형 감독에게 보여주었다. 그 인물은 2012년 황학동의 거리에서 수집한 1,400여 장의 사진의 주인공인 ‘Mr. K’다. (Mr. K라는 이름은 이대형 감독이 이번 전시에 붙인 이름이다. 본래의 이름은 ‘김기문’이다.) 그렇게 할아버지 세대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손자 세대인 나와 할아버지 세대인 Mr. K를 연결할 아버지 세대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코디최 작가는 이대형 감독과 함께 아버지 세대를 리서치하던 중, 기획에 가장 잘 맞는 작가라고 생각해서 섭외하게 됐다. 그렇게 베니스 비엔날레 팀이 꾸려졌다. ‘생뚱맞은 조합’이라는 말은 돌려 말하면 ‘창의적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이런 단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1 황학동에서 수집한 사진들을 활용한 작품 <Mr. K>.
2 전 세계 1,200명을 인터뷰하고 제작한 신작 <고유시>.

‘카운터밸런스’(균형추)라는 한국관 주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주제가 나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이대형 감독은 ‘세상의 불균형’이라는 거대 담론을 한국에서부터 출발시켰다. 한 사람의 불균형→한 국가의 불균형→아시아의 불균형→세계의 불균형, 이런 구조로 확장하는 순환구조를 기획의 뼈대로 잡고 여기에 맞추어 한국인 3세대의 경험과 관점을 집어넣은 것이다. 불균형을 맞추기 위한 ‘카운터밸런스’라는 주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번 한국관은 간단히 말해 ‘세대차’가 큰 골격처럼 보인다. 이완의 시점에서 Mr. K라는 가상의 인물은 할아버지 세대, 코디최는 아버지 세대일 텐데, 전시에서 주목한 각 세대의 특징은 무엇이고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가?

‘돌과 산’처럼 ‘한국과 세계’,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3대의 시선은 아주 탁월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근대화는 3대의 경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개발 독재 시대, 민주화 시절과 지금의 글로벌 시대까지… 서구모던을 경험한 적 없이 동경만 하며 국가를 건설했던 할아버지 세대에서부터 실제로 서구모던을 처음으로 경험하며 겪는 문화적 충돌의 소화불량을 이야기하는 코디최 작가의 세대, 그리고 자유롭게 원하는 문화를 선택하며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지금의 세대까지. 이번 전시는 각 세대의 경험과 삶을 관통하며 드러나는 문제의식을 모두 담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이대형 감독이 이완 작가는 ‘횡축’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를 순회하며 진행하고 있는 온고잉 프로젝트 <메이드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영상작품인 <메이드인> 시리즈는 198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바꾸어놓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 끼의 아침식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시도는 5년 전 미국식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 표기명을 들여다보면서 시작되었다. 단돈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제품에 여러 국가에서 생산된 원재료들이 한데 모여 식탁에 올라온다. 사실 한 끼 식사에 10개 국 이상에서 온 재료들이 올라오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러한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는 전 세계의 정치적 안정화(비교적)를 바탕으로 운송과 정보전달 속도의 발전, 생산 속도 향상과 분업화의 극대화가 저렴한 가격과 빠른 유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가져다준 축복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 아래의 다양한 문제들에 주목한다. 가격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일어나는 노동 문제, 인권 문제, 환경 문제, 문화적인 갈등 등이다. 게다가 금융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양극화 문제와 가치의 변화도 <메이드인>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미얀마에서 금은 전통적으로 불교의 정신적 상징물이었지만 지금은 부의 상징, 세속적 상징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중국의 수백 년 된 사원은 일회용 소비재처럼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상황 아래서 개인에게 가해지는 삶의 불가항력에 대한 이야기다.

신작 <고유시>는 전 지구적 개인의 노동 시간을 시각 데이터로 간명하게 보여줬다. 상당히 기계적으로 접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부제로 김수영의 시 <봄밤>에서 따온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라는 문구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Mr. K>가 한국이라면 <메이드인> 시리즈는 아시아이고 <고유시>는 세계이다. 전 세계 1,200명을 인터뷰하고 제작한, 속도가 모두 다른 시계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속도를 상징한다. 김수영의 시 <봄밤>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가 꿈꾸는 이상과 꿈이 현실이 되지 못하고 마치 달이 지구를 공전하듯 지루하게 주위를 맴돌며 아무런 진전이 없더라도 우린 그 안에서 각자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상대적 기준들로 가득한 시계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기 삶의 기준이 서로의 빠름과 느림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제를 붙였다.

사람과 사람 관련 이미지3 아시아 국가를 순회하며 진행하고 있는 <메이드인> 시리즈 중 하나인 <메이드인 미얀마>.

전시는 일면 자본주의의 전 지구화 흐름으로 인해 수난을 겪은 소위 제3세계 국가의 역사적 상흔을 다시 들춰내어 비판의 무기로 삼는다. 비판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 의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시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서구 사회의 비판적 지식인이 유행처럼 소비했던 탈식민주의적 접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먹기 좋게’ 조리된 제시 방식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메이드인> 시리즈의 경우 현재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인과에 관심을 두고 작업했다. 보는 이의 관심에 따라 작업은 다양하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과거의 역사를 비판하거나 내 이념대로 인위적 해석을 하지 않았다. 비판적이 된다면 역사 자체가 비판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집중하는 것은 지금의 국제화와 금융자본주의가 바꾸어놓고 있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전시가 호황이었다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어떤 점에서 주효했다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변화를 느끼나?

이번 한국관 전시는 거의 모든 국가의 매스컴과 비평가들이 호평을 해주었다. 이례적이라고 한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구속되는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치료였지만…) 특공대가 파견되었는데 본부가 폭격을 맞은 격이었다. 문화 외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게다가 괴상한 구설에도 휘말려 후원 등에도 차질을 빚었다. 지금 와서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전시를 준비하면서는 정말 힘들었다. 마치 뗏목을 타고 풍랑을 헤쳐 나왔는데 폭풍이 다시 휘몰아치고 폭풍을 이겨냈더니 다시 태풍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대형 감독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초인에 가까울 만큼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김도형 실장이 이끄는 디자인팀은 몇 달 동안 5종이 넘는 출판물을 제작하느라 고생했고 조수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와 새로 부임한 한소영 한국관 매니저는 수호신 같았다. 이렇게 어려운 위기 속에서 모두들 양보하고 서로를 위해주며 아름다운 항해를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짧게 말해달라.

결혼을 한다.

글 안대웅_ 큐레이터
사진 오계옥
사진 제공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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