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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7월호

책 <82년생 김지영>과 <오직 두 사람> 소설, 시대의 뉴스
“시대의 고민과 괴로움이 문학에 담기지 않으면 문학일 수 없다.” 6월 9일 열린 ‘고려대 노사정포럼-작가 강연’에서 소설가 조정래는 앞으로도 소설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 일본 위안부 소녀상 논란 등 사회 정치적 이슈를 담을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학은 당대의 뉴스 기능을 한다.” 지난 5월 서울국제문학포럼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평론가 김우창 또한 이런 말로 우크라니아 출신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기조 강연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작가는 다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의 형식으로 담은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로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87년 민주화 이후 “사회에서 개인으로 선회가 이루어지고 개인 중심 문학이 득세”(2016년 10월 28일 북DB 작가 인터뷰 ‘정과리 “한국문학 여전히 변방… 베트남보다 인지도 낮다”’)하게 된 한국 출판계는 “그걸 25년간”했고, 다분히 내면에 침잠하는 내용이 문학의 주를 이뤘다.
변화의 기류가 나타난 건 장강명을 필두로 정세랑, 정아은, 임성순, 이혁진 같은 신진 작가들이 출현하면서부터다. 탄탄한 취재, 흡입력 높은 문장으로 독자가 ‘월급 받아 먹고사는 우리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생각할 만한 작품을 쓰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른바 “월급사실주의”(2017년 5월 4일자 한국일보 인터뷰 ‘장강명 “난 공지영 닮은 꼴… 롤 모델은 조지 오웰”’)의 출연은 우리 소설이 다시금 ‘뉴스의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다.
2017년 상반기 한국문학사에 기록될 소설 2권을 소개한다. 작가의 이력도, 집필 스타일도, 작품의 결도 다르지만 두 책은 당대 한국 사회를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헬조선.

소설은 어떻게 뉴스가 되는가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월급사실주의 문학’의 상징격인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작년 10월 출간됐다.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연말부터 판매 부수가 수직상승해 얼마 전 10만부를 찍었다. 소설은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난 가장 평범한 여성, 김지영의 생애주기를 통해 한국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부당함을 조명한다. 딸 둘, 아들 하나의 둘째 딸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우여곡절 끝에 홍보대행사에 취직한 ‘지영 씨’는 정대현을 만나 결혼하고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둔다.
작가가 MBC 구성작가 출신의 이력을 십분 활용, 그 시기 각종 통계와 자료로 재구성한 사회는 ‘지영 씨’의 삶에 사사건건 걸림돌을 놓는다. 딸이란 이유로 태어나기 전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치마, 스타킹, 구두만 허용된다.(남학생에게는 면 티셔츠, 운동화가 허용된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유로 취업 추천에서는 남학생만 선발되고, 아버지로부터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듣는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는 “여자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회식 자리에 끝까지 남고, 야근과 출장을 늘 자원한다. 살림과 육아는 당연히 그녀의 몫. 아이를 데리고 싸구려 커피를 마시면서 쉬다 ‘맘충’이라는 말을 들은 그녀는 어느 날 주변인으로 빙의되는 증상을 보이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소설의 가장 큰 힘은 공감 능력이다. “주인공 인생의 변곡점마다 ‘나도 이때 이랬는데’ ‘앞으로 내 모습도 이렇겠네’ 싶었다”(2017년 5월 22일자 한국일보 ‘김지영은 세상의 공감을 어떻게 얻었나’)는 후배의 말처럼, 소설을 읽으며 20~30대 여성 독자는 주인공 김지영에게 빙의된다. 한국사회의 각종 젠더 아젠다가 집약된 소설은 2시간 만에 읽고 2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게 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작가는 무엇으로 변하는가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오직 두 사람>을 다 읽고 난 첫 소감은 ‘이렇게 빨리 읽히면서도 찜찜한 소설은 문학을 담당한 이래 처음’이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쓴 <옥수수와 나>가 작가의 특장(요약하면 ‘이해타산적인 인물들의 얍삽한 선택이 빚은 아이러니’)을 잘 보여준다면, 그 이후에 쓴 <슈트>와 <최은지와 박인수>로 갈수록 이야기는 점점 더 암울해진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쓴 7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은 세월호 참사 반년 후 완성한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확연히 ‘답이 없어진다’. 윤석과 미라는 대형마트에서 세 돌이 갓 지난 성민을 잃어버린 후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도 줄인다. 미라는 정신분열증까지 앓는다. 아들만 찾으면 모든 게 되돌아올 거란 윤석의 믿음을 배신하고, 11년 만에 아이를 찾은 이들의 현실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방을 탈출하라는 미션을 받고 진짜 갇혀버리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신의 장난>에 다다르면 절망은 영원에 접어든다. 넷은 온갖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죽은 척하기로 한다. 누군가 보고 있다면 치우러 들어올 거란 기대로. 죽은 연기 도중 넷은 잠이 들고, 깨어나 “그들의 일상이 다시 시작”된다.
작가는 말한다. “블랙유머를 쓰려면 사회가 굉장히 잘 돌아가야 된다.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하고 바르게 살면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광대처럼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은 말도 하고. 이제 워낙 선량한 대통령이 있으니 매일 올바른 말만 10년쯤 듣고 살면 저 같은 사람이 또 쓸 수 있을 거다.”

글 이윤주_ 한국일보 기자
사진 제공 민음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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