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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연희문학창작촌, 문학웹진 <비유> 창간 <비유>를 ‘비유’로 소개합니다
지난 12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문학웹진 <비유>를 창간했다. 신인작가를 발굴하거나 기성작가의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기존 문학잡지의 틀에서 벗어나,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함께 문학의 과정을 고민하는 문학웹진을 표방한다. <비유>의 편집위원인 장은정 문학평론가가 문학을 접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할 웹진 <비유>의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늘어났다 줄어드는 아코디언 같은 ‘비유’

웹진의 이름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회의를 거듭하던 날들이었어요. 팀원들 각자 웹진 이름을 5개씩 생각해 오기로 했고, 그렇게 30개가 넘는 단어들이 화이트보드에 차례로 적혔죠. 예쁘고 멋진 단어들이었고 저마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넌지시 물었어요. “‘비상시 유리 깨는 방법’의 약어로, ‘비유’ 어때요?” 누군가 그 말을 듣고는 대답했습니다. “약어의 뜻을 알려주지 않고 단어만 듣는다면 ‘비밀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풀 수도 있겠네요.” 웹진의 이름을 무엇으로 결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던 회의는 돌연 ‘비’와 ‘유’ 사이에 숨어 있는 말들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비유’라는 단어는 아코디언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를 반복했습니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 단어의 쓰임에 먼저 매료되었으므로, 우리가 매료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매력적일 수 없다고 믿으므로,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던 30개의 후보들을 지우고 웹진의 이름은 <비유>가 되었습니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2 웹진 <비유> 로고와 웹페이지 시안.
3 ‘…(쓰다)’ 포스터.
4 웹진 기획회의 모습.

씨앗과 열매를 올린 양팔 저울에 ‘비유’하기

이름을 정하는 과정 자체가 문학웹진 <비유>를 비유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비’와 ‘유’ 사이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온갖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단어의 의미를 먼저 규정해서 내세우기보다, 손으로 만지며 마음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점토처럼 재밌게 가지고 놀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자들로 여겨지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을 시나 소설, 동시와 동화, 희곡과 같은 특정한 장르로 분류되는 작품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문학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문학은 작품을 쓰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특정한 무엇으로 좁혀지기 때문입니다. 멋진 문학작품을 흠결 없이 잘 익은 열매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 열매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저 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가지와 줄기, 뿌리로 이어져 있고 그 뿌리 또한 수많은 미생물들이 생동하는 흙으로 이어져 있기에 가능하겠지요.
물론 그 열매들을 따로 모아 소개하는 것은 문학잡지가 오랫동안 해온 중요한 일입니다. 웹진 <비유>에도 멋진 작품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쓰다)’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새롭게 창간되는 문학잡지라면,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팔 저울에 비유한다면, 저울의 한쪽에 멋지게 익은 열매를 올려놓고 다른 한쪽에는 어떤 열매를 내어놓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여러 씨앗들을 올려놓아 수평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마련한 것이 ‘!(하다)’ 코너입니다. 기획자의 자리를 열어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운영되는 이 코너에서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 이외의 방식으로 문학적 실험을 하고자 하는 여러 팀의 글들이 연재됩니다. 시와 소설이라는 장르에 한정된 문학이 아니라 단 하나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들고 펼쳐볼 수 있는 코너입니다. 아마도 그런 과정 속에서 어쩌면 <비유>만의 고유한 단어 사전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묻다)’ 코너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의 의견들이 서로 갈등하거나 충돌하면서 줄기와 가지처럼 끝없이 뻗어갑니다. 당신이 일상적으로 쓰던 단어에 이토록 다양한 대화가 숨어 있었다는 것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비유’

<비유>가 문학잡지인 만큼 글자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낮인사’라는 이름의 디자이너팀이 <비유>를 책장으로 디자인해주었습니다. ‘!(하다)’, ‘…(쓰다)’, ‘?(묻다)’ 세 코너는 세 칸의 책장이 되었고, 각 글들은 저마다 한 권의 책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웹진 <비유>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서재인 셈이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그동안 문학이 무엇이었을지 추측해봅니다. 문학을 즐겨 읽어온 독자라면 삶의 든든한 버팀목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학창시절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했던 과목으로만 문학을 경험했다면 지루하고 어렵거나 고리타분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요. 그동안 당신이 문학을 어떻게 이해해왔든 웹진 <비유>에 실린 글들을 읽는 동안 당신의 삶 면면을 상세히 들춰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비유>를 읽는 시간이 오롯이 당신을 위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글을 읽는 동안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한 번 운영해보고 싶다거나 직접 연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웹진 <비유>는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고,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이 되는, 의자 바꾸기 놀이가 매일같이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놀러 오세요. 분명히 재밌을 거예요.

글 장은정_ 문학평론가. <비유> 편집위원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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