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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1월호

베르디와 바그너의 베이스 오페라 아리아 추운 겨울을 푸근하게 감싸는 베이스 음성
2017년 겨울, 두 명의 걸출한 베이스가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다. 베이스 연광철은 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두 사람의 공통분모인 독일 음악, 그중에서도 독일 가곡으로 진중한 음악 세계를 선보였으며, 르네 파페는 베르디와 바그너라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굵직한 작곡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 깊이의 곡들만을 골라 콘서트를 펼쳤다. 그동안 테너와 소프라노 중심으로 유명하고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즐겨 감상했다면, 이 겨울에는 푸근하고 자연스러우며 깊이 있는 베이스 음성으로 오페라의 또 다른 면을 즐겨보면 어떨까. 르네 파페의 공연 레퍼토리를 추천곡으로 소개한다.

장일범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각광받고 있는 베이스 성악가들

지난 2017년 12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베이스 르네 파페의 독창회가 열렸다. 나는 이 공연에 해설로 참여했는데,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성악가의 공연에서 해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뉴욕 메트, 밀라노 라 스칼라부터 여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오페라 극장에서 대활약 중인 르네 파페는 1부는 베르디로, 2부는 바그너의 진중한 레퍼토리로 채우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콘서트를 만들었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대중적이지 않은 레퍼토리로만 독창회를 꾸미는 성악가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르네 파페는 1813년 동갑내기로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와 바그너의 레퍼토리로 음악회를 연 것이다.
남성 음역 중 가장 낮은 베이스는 테너에 비해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다.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모인 3 테너는 유명하지만 이후 핀란드 출신의 베이스들로 구성되었던 3 베이스 콘서트는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물다. 역사적으로도 테너는 다른 성부에 비해 스타덤에 오른 이들이 많다. 남성 성역 중에서 매우 높은 하이 C(높은 도)까지 내는 테너는 보통 남성들이 내기 힘든 화려한 고음 때문에 소프라노와 함께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선택된다. 그런데 베이스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들다.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같은 베이스가 주인공인 오페라를 제외하고서는 그 분량이 테너나 바리톤보다 상당히 적다. 때문에 베이스 중 글로벌 스타가 탄생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탈리아 출신의 에치오 핀자와 페루치오 푸를라네토, 불가리아 출신의 니콜라이 갸우로프, 보리스 크리스토프 등이 큰 인기를 누렸고 요즘은 한국의 연광철과 독일의 르네 파페 등이 세계 최고의 오페라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르네 파페의 내한공연 레퍼토리

르네 파페가 내한공연에서 노래한 곡들은 작곡가가 30대, 40대, 50대에 각각 작곡한 작품들로 채워져 시대적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는 베르디가 40대에 쓴 작품으로,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나부코>, <아이다>처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대단한 음악적 깊이가 있는 대작이다. 그중 베이스 배역은 딸 마리아를 잃은 야코포 피에스코가 보카네그라를 원망하면서 부르는 아리아 <애처로운 마음이여>다. 읊조리는 듯한 저음의 탄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베르디가 30대에 쓴 <맥베드> 가운데 방코의 아리아는 맥베드와 함께 마녀들의 예언을 들었던 방코가 으슥한 밤길을 가면서 부르는 <하늘에서 그림자가 떨어져서>로 베이스의 매력을 명쾌하게 들려준다. <돈 카를로>는 베르디의 오페라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스페인의 황금시대인 무적함대 시절의 왕 펠리페 2세(오페라에서의 이탈리아 이름은 필립포)가 젊은 왕비에게 한 번도 사랑받은 적이 없다면서 세계 통치자의 인간적인 고뇌를 첼로 독주와 함께 부르는 비탄의 아리아 <그녀는 날 사랑한 적 없네>는 베르디 베이스 오페라 아리아 중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르네 파페가 2부에서 부른 두 곡의 바그너 베이스 아리아도 바그너 레퍼토리를 대표하는 곡들이다. 바그너의 유일한 희가극(comic opera)인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중 <라일락 향기는 강렬하게>는 바그너가 독일 정신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장인이자 교양인인 노총각 한스 작스의 아리아다. 젊은 아가씨 에바를 좋아하지만 젊은 청년 발터의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며 에바와 발터를 연결시켜주겠다는 작스의 노래는 바그너 음악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이다. 르네 파페가 마지막으로 부른 4부작 <니벨룽의 반지>의 <발퀴레> 중 보탄의 아리아 <작별이구나, 용감하고 훌륭한 아가야>는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신의 계율을 깨뜨린 딸을 인간으로 지상에 내려 보내며 영원히 작별하는 내용이다. 신 보탄의 딸에 대한 사랑이 담긴 곡으로 장대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라 이 겨울에 듣기에도 좋다.

글 장일범_ 음악평론가,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KBS 클래식 FM <장일범의 가정음악>과 MBC <TV예술무대>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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