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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영화 <패터슨>과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일상은 예술이 되고, 예술은 일상이 된다
12월 21일 국내 개봉한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사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의 삶은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수많은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범한 패터슨의 일상에서 조금 남다른 점은 그가 시를 쓴다는 것이다. 도시 패터슨을 순환하는 23번 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은 늘 가지고 다니는 노트에 시를 쓴다. 집에서 자주 쓰는 성냥,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감정, 버스에서 엿들은 승객들의 대화, 그가 몸담고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은 패터슨이라는 필터를 거쳐 새로운 언어로 재구성된다.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

영화의 틈 관련 이미지1, 2 영화 <패터슨>의 한 장면.
3 <패터슨> 포스터.

예술과 일상은 맞닿아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일터에 간다. 업무를 마친 뒤에는 반려동물을 산책시키고 단골 바에 들러 사람들을 만난다. 집에 돌아온 다음에는 하루의 일과에 대해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잠이 들면, 또 다른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시각효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한 요즘,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고 평온한 영화다. 드라마틱한 사연이나 극단적인 사건은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패터슨이라는 남자의 일상이 펼쳐질 뿐이다. 지금, 여기에서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를 꿈꾸며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극장에서까지 봐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장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예술과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이 사실은 맞닿아 있다고 이야기하는 데 <패터슨>의 비범함이 있다. 별다를 것 없다고 생각되는 누군가의 일상은 사실 수많은 차이로 구성되어 있다. 늦게 일어나고 싶은 날도 있고, 버스가 고장 나 일정이 변경되는 날도 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끊임없는 반복 속의 적지 않은 변주. 이 일상의 리듬감이 곧 시의 운율과 다르지 않다고 영화는 말한다. 인간의 일주일이 7연으로 쓰인 시(詩)이며 매 순간이 연을 이루는 행과도 같다면,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일상을 질료로 삼는 예술가들이다. 시를 쓰며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패터슨도, 컵케이크를 굽고 기타를 치는 그의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도, 패터슨의 단골 바에서 매일 밤 도시의 역사를 들려주는 주인장도, 이 영화를 보는 우리도, 누구와도 같지 않은 일상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중인 것이다.

일상의 사건을 소재로 시를 쓰다

영화 <패터슨>을 보면 궁금해지는 이름이 있다. 시인을 꿈꾸는 패터슨의 영웅,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다. 이름만 들어도 시인의 운명을 타고 났으리라 짐작되는 윌리엄스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을 기반으로 활동한 시인이다. 과장된 상징주의를 배제하고 순간의 포착과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객관주의’ 시로 이름을 알린 그는 시집 <브뢰헬의 그림, 기타>로 196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짐 자무쉬 감독은 그를 존경하는 마음에 20여 년 전 시인이 살았던 도시 패터슨을 당일치기로 찾았고, 도시의 명소인 ‘그레이트 폴스’(영화 속 패터슨은 도시락을 먹으며 주로 이곳에서 시를 쓴다.)에 앉아 시를 쓰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 패터슨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일생은 닮은 점이 많다. 버스 운전기사라는 직업과 시작(詩作)을 병행하는 패터슨과 마찬가지로 윌리엄스에게도 평생 소아과 의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시인으로서의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에게 영감을 주었던 존재는 현대 도시에 살고 있는 노동자와 아이들, 그리고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들이었다. 완벽한 예술품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종종 간과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윌리엄스의 대표작 중에는 짐 자무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5권짜리 서정시집 <패터슨>(1946~1958)이 있다. 윌리엄스의 자전적 경험을 반영한 가상의 인물, 패터슨 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시집은 패터슨이라는 도시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윌리엄스는 패터슨을 다룬 신문기사,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편지, 산문, 역사적 사실 등을 시의 소재로 활용한다. (윌리엄스를 닮은) 패터슨 박사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 패터슨은 생명력이 넘치며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함을 띤 도시다. 그건 이 도시를 대하는 윌리엄스 그 자신의 태도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한 주의 끝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패터슨은 전날 밤 일어났던 사건으로 상심한 채 폭포를 찾는다. 그런 그에게 일본에서 왔다는 시인(나가세 마사토시)이 다가와 묻는다. “선생님도 패터슨 출신의 시인인가요?” 시인이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라고 답한 패터슨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시적이에요. 이건 윌리엄스의 시가 될 수 있겠어요.” 일상은 그렇게 예술이 되고, 예술은 그렇게 일상이 된다.

글 장영엽_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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