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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채식주의자> 오역 논란의 마무리 창작과 오역 사이
지난 1월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오역 논란이 국내외에서 다시 불거졌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원작자와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후 시작된 해묵은 논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국내외 문학평론가 및 연구자들이 문제점을 제기한 반면 이번에는 스미스 자신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 논의를 주도한 점이 달랐다. 또 영어권 언론들이 ‘효과’나 ‘액티비스트’ 같은 다양한 용어를 쓰면서 스미스의 과감한 번역에 대한 두둔에 나선 것도 특기할 만했다.

관련이미지1.기자회견에서 소설 <채식주의자>와 <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 한강.
2.<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3.<뉴요커>에 실린 ‘한강과 번역의 복합성’ 기사 갈무리.

모든 번역은 창조적이다?

스미스는 미국 <LA 리뷰 오브 북스> 1월 11일자에 번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우리가 번역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또 때마침 1월 19일부터 1월 22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계기 국제인문포럼’에서도 이를 토대로 입장을 밝혔다.
스미스가 밝힌 번역에 대한 견해는 요약하면 “모든 번역은 ‘창조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어떤 두 언어에서도 문법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으며, 단어 역시 각기 다르고, 심지어 구두점조차도 서로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또 “언어는 서로 다르게 기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번역은 서로 다른 수단에 의해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일에 관한 것이다. 그러한 차이, 변화, 해석은 비단 완벽하게 정상적”이라고 자신의 번역을 옹호했다하지만 이는 번역에 대한 일반론일 뿐이며 그간 지적받아온 문제점에 대한 답변으로는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외 문학연구자들은 스미스가 한국어 단어를 잘못 이해한 것, 한국어 대화나 설명에서 생략된 주어를 엉뚱하게 붙인 것 등 번역 대상인 언어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오역이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더 나아가 “톤(tone, 전체적인 분위기)과 목소리의 변화가 너무 커서 원본과 다른 작품이 되었다”고까지 했다. 스미스는 “모든 번역가들은 정확성에 깊은 주의를 기울인다. 동시에 모든 번역가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하기도 한다. (중략) 내가 부주의와 오만함으로 한강의 작품을 배신했다는 게 사실일까? 물론 나는 한강을 숭배할 정도로 사랑하고 그녀의 작품을 아주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아직 마스터하지 못한 언어를 겁 없이 번역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렇게 된 것일까?”라고 쓰면서 기술적인 오역들에 대한 확답을 유보하거나 혹은 기술적인 오역 없는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하기를 피했다.
톤에 대해서는 “나는 당연히 과도하게 수사적인 영어 문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으며, 무의식적으로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강은 번역가들이 편집자와 작가 둘 모두와 계속 상의해야 한다는 점, 그녀가 내 번역을 읽었으며 내 번역이 그녀의 글쓰기가 가진 고유의 톤을 포착하고 있음을 좋아한다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해왔다”며 톤의 변화가 있었다 해도 작가와 합의된 것임을 강조했다.

논란의 마무리는 원작자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스미스에 대한 해외 언론의 옹호가 이어졌다. <뉴요커>는 1월 15일자의 ‘한강과 번역의 복합성’ 기사에서 스미스의 번역은 “서구 독자들을 위해 변형을 가한 것이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작가의 톤을 잘 반영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디언>은 ‘번역(오역)에서 길을 잃다? 한국 소설의 영어 해석이 평론가들을 들고 일어나게 했다’라는 기사에서 번역가의 유형을 ‘오리지널리스트’(원본 주의자)와 ‘액티비스트’(과감한 변형자)로 구분하면서 한국 번역가들은 전자가 주류지만 모든 번역가는 두 가지 면모를 다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을 가라앉힌 것은 원작자인 한강이었다.1월 30일 스미스는 오역 논란을 빚은 60여 개 문장에 대한 수정 목록을 해외 출판사 측에 전달했는데 이에 대해 한강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실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수들이 이 소설을 전달하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 되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별개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글 권영미 뉴스1 기자
사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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