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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3월호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더 포스트> 과거, 현재를 소환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 축제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 4일 열린다. 수상자를 호명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LA 돌비극장에서는 감동과 놀라움의 순간들이 펼쳐지곤 한다. 올해의 아카데미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많은 영화 중 두 편의 추천작을 소개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이다. 로맨틱한 판타지 영화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라는 점에서 두 작품은 판이하게 달라 보이지만, 이들 영화는 특정한 과거의 시공간을 통해 2018년의 시대정신을 은유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다름의 아름다움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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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2년의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했던 1960년대의 미국이었지만, 형편이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비중이 높았던 볼티모어의 시간은 다소 느리게 흘렀다.<셰이프 오브 워터>는 그런 볼티모어에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주인공은 들을 수 있지만 말할 수 없는 언어장애 여성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오래된 극장 위 다락방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미국 항공우주연구센터의 청소부다.센터의 비밀 실험실을 청소하던 어느 날, 엘라이자는 온몸이 비늘로 뒤덮인 괴생명체(더그 존스)를 발견한다. 그와 교감할수록 엘라이자의 호기심은 애정으로 변해가고, 그녀는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로 인해 고통받는 아가미 인간(편의상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을 실험실로부터 탈출시킬 계획을 세운다.동료 청소부 젤다(옥타비아 스펜서), 그리고 엘라이자의 이웃 자일스(리처드 젠킨스)가 이 비밀스러운 작전에 합류한다.
농아(엘라이자), 흑인 여성(젤다), 게이 예술가(자일스), 러시아 스파이.(그의 정체는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20세기 미국이 간과한 존재들이, 그들보다 더 낯설고도 이질적인 존재인 괴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공들여 묘사한다. 엘라이자 일행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탈출 계획은 의외로 수월하게 성공하는데, 그건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씁쓸한 진실 때문이다. 하지만 무관심과 편견, 주변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엘라이자는 친구들의 도움에 힘입어 결국 사랑이라는 기적을 이뤄낸다.인종과 성별, 심지어 종족을 초월하는 그녀의 사랑은 로맨틱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되는데, 엘라이자의 상상 속에서 흑백 영화의 주인공이 된 엘라이 자와 아가미 인간이 우아하게 춤을 추는 장면은 <미녀와 야수>의 또 다른 실사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야수가 되어버린 왕자의 저주를 푸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영화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인종, 섹슈얼리티, 젠더의 다름에 가해지는 차별과 불관용을 넘어서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결국 모든 것을 뛰어넘어 사랑이 승리할 것이다. 그 사랑에는 규정된 형태가 없다.<셰이프 오브 워터>는 판타지가 가미된 1960년대 미국의 풍경과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로맨틱한 해법을 제시한다.

언론 vs 권력, 남성 vs 여성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

관련이미지1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 <더 포스트>

이번에는 1970년대 미국으로 넘어갈 차례다. 미국의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더 포스트>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 닉슨 행정부 시절의 미국을 조명한다.보수주의자인 닉슨이 정권을 잡으며 1960년대 미국 사회가 앞세웠던 저항과 해방, 이상주의의 기치가 흐려지고 있던 찰나, <뉴욕 타임스>의 1971년 특종 보도가 미국 전역을 뒤흔든다. 그들이 입수한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에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짓말이 기록되어 있다.닉슨 정부는 펜타곤 페이퍼에 관한 모든 보도를 금지하고, <뉴욕 타임스>의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메릴 스트립)은 편집기자 벤(톰 행크스)의 도움으로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한다. 진실을 밝혀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할 것인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진실을 덮고 훗날을 기약할 것인가.<더 포스트>는 일생일대의 기로에 선 캐서린의 선택을 좇는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유형의 거대한 싸움이 존재한다. 진실을 둘러싼 언론과 권력의 싸움, 그리고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자신의 설 자리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여성의 투쟁이 그것이다.첫 번째 유형의 싸움은 특히 최근 몇 년간 정치적 격변을 경험한 한국의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기시감을 선사할 것이다. 이 영화를 ‘정치 스릴러’라 명명하는 스필버그의 표현대로, 권력자들의 위협에 맞서 진실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언론인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개개인의 작은 용기와 노력이 모여 보이지 않던 진실의 밑그림을 완성한다는 점에 있어서 <더 포스트>의 이야기는 뭉클하고 감동적이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용기의 무게감에 대한 언급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것. 자기 인생과 자신이 평생 몸담아온 회사를 건다는 것. 그거야말로 그분의 용기라고 생각해.” 영화 속 한 등장인물의 대사는 캐서린 그레이엄이 홀로 짊어져야 했던 마음의 무게와 그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캐서린 그레이엄은 <워싱턴 포스트> 최초의 여성 발행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필버그의 신작은 닉슨 정부 이전에 캐서린이 맞닥뜨려야 했던 내부의 적들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묘사한다.‘맨스플레인’(mansplain)을 일삼는 지식인 남성들 사이에서 그녀가 “허락이 아니라 조언을 구하는 거예요”라고 맞서는 모습은 우리 시대의 직업여성들이 곳곳에서 마주해야 하는 풍경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미국을 만든 사건이자 올해의 미국이 만든” 영화. <더 포스트>에 대한 스필버그의 이 설명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촌철살인 같은 답변일 것이다.

글 장영엽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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