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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8월호

작가의 방
서울문화재단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합니다. ‘작가의 방’에서는 지원작가들 가운데 눈에 띄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정희우 작가간판·공장 기계 탁본해 성수동 거리 기록

정희우 작가

‘젠트리피케이션과 탁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지만, ‘도시를 기록하는 작가’로 알려진 정희우는 7월 5일~8월 31일 성수동 레이블갤러리에서 <성수동 일요일>이라는 전시를 열고 서로를 명징하게 밝혔다. 작가는 이 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성수동 거리 간판과 공장 내부의 탁본으로 표현했다. 탁본으로 독특한 질감을 얻은 한지들은 저마다 ‘한진기계’, ‘세화정밀’, ‘대성식품’ 등 한때 성수동을 상징하던 섬유·가죽·신발업체의 이름을 담고 전시실을 빼곡히 채운다. 그는 이런 이미지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몰린 성수동을 ‘셔터가 내려진 일요일’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왜 탁본일까?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점차 희미해지는 전통기법으로 현대 도시를 재현하는 작업이 지닌 의미를 떠올렸다고 한다. 사실 탁본도 새로운 표현기법에 둥지 내몰림을 당한 전통기법이다.
정 작가는 미술기법이건 도시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묵묵히 차량과 인파가 북적거리는 강남대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번화한 거리에서도 사라짐은 존재한다. 오래된 건물이 헐리고 더 높은 새 건물이 들어서는 일은 날마다 반복된다.
그래서일까.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작업 노트 첫머리에 “우리가 변화의 증인이 되어야 하며, 그 증인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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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우는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캘리포니아 예술대에서 석사를,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강남대로를 기록한 <시간을 담은 지도>(2011)를 비롯해 거리의 표시를 탁본한 <필링 더 시티>(2012) 등 다양한 전시를 이어왔다.

밝넝쿨 현대무용가삶과 춤을 하나로 통일, 타인과 소통하는 춤

밝넝쿨 현대무용가

‘춤은 치유다.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밝넝쿨이 추구하는 ‘커뮤니티 댄스’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커뮤니티 댄스의 이런 원리를 6월 29일~7월 1일 성수아트홀에서 진행한 공연 <댄스를 부탁해5>(이하 <댄스를…>)에서 보여줬다.
커뮤니티 댄스는 춤으로 내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서로 공감하며 치유하는 춤을 가리킨다. 그래서 꼭 둘 이상이 함께 춘다. 커뮤니티 댄스를 ‘춤으로 하는 대화’라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치유를 위한 춤은 틀 속에 갇히지 않는다. 이는 <댄스를…>의 부제가 ‘춤과 춤이 아닌 것의 대대’라는 데서도 확인된다. ‘대대’(待對)란 동양학에서 쓰는 용어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동시에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뜻이다. <댄스를…>에는 ‘춤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춤’을 도와 ‘춤을 더욱 춤답게’ 만든다. 실제로 커뮤니티 댄스는 춤을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그저 몸짓으로 표현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소통하고 치유한다.
밝 안무가의 커뮤니티 댄스는 ‘무대에서 보여주는 춤이 진정한 완성작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 영감을 “5개국의 시골 마을로 찾아가 마을사람들에게 맨발로 춤을 선물했던 프로젝트에서 얻었다”고 한다. 좋아서 추는 춤, 치료를 위해 추는 춤이라면 다른 사람이 정한 무용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믿음은 그가 대표로 있는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의 운영 모토인 ‘삶과 춤이 결국 하나로 통한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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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넝쿨(본명 박넝쿨)은 전북대 무용과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5년 ‘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를 창단해 2012년 <댄스를 부탁해>를 초연했다. 이 작품은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베스트 작품으로 선정됐다. 올해에는 성수아트홀과 함께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댄스를 부탁해5>로 관객들을 찾아 나섰다.

정형일 발레 연출가블랙 스완은 사악한가? 선입견을 넘는 무용

정형일 발레 연출가

‘흑조는 과연 사악한 존재인가?’

주목받는 발레 연출가 정형일은 지난 7월 7~8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투 피더스>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상식에 반하는 질문’이라 여길 것이다. 1877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블랙 스완) 오딜은 ‘사악한 존재’였다. 마법에 걸린 백조 오데트를 사랑하는 왕자 지크프리트를 속여 사랑을 빼앗는다. 흑조 오딜의 이런 사악함은 백조 오데트의 순수함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그러나 정 연출가는 “그건 선입견일 수 있다”고 한다. 흑조 오딜이 왕자의 사랑을 얻으려 하는 데는 나름의 애틋한 사연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조에도 악함이 있고, 흑조에도 선함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흑조에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백조의 호수> 중 <왈츠>에 맞춰 춤출 기회를 준다. 그는 그렇게 우리의 상식을 파괴하면서 백조와 흑조를 그저 ‘2개의 깃털’로 그린다.
그의 이런 주장은 세계적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의 책 <평화 저널리즘>의 주제와 묘하게 겹친다. 갈퉁은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사악한 존재’들은 국가·민족 간의 단절과 몰이해가 과장해낸 허상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단절을 소통으로 바꿀 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가둔 옛 틀은 무너지고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갖는다.
정 연출가도 마찬가지다. 국립발레단 등 주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내 발레계의 환경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체를 1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그 원동력도 ‘상식을 깨는 열린 상상력’이다.
“외국에서 성공한 오래된 레퍼토리는 흥행 보증수표죠.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창작품이 중요해요. 남들이 걷지 않는 길, 바로 제가 가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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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일은 한양대 무용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미국 유진 발레 컴퍼니의 주역 무용수,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의 무용수,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에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다.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 7(2013, 2015), 춤평론가협회 춤 연기상(2012), 서울무용제 최우수단체상(2011)을 받았다.

권용주 작가도심 속 폐기물로 석고 작품, 작가의 노동 경험 투영

권용주 작가

“예전에는 별 볼 일 없는 예술작업 뒤로 부끄러운 생존을 숨기려 했습니다.”

예술과 노동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던 조형작가 권용주는 자신의 초기 작업을 이렇게 기억한다. 본업인 ‘예술’은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부업인 ‘노동’은 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재개발이 한창인 빈민촌의 노동자였던 그는 밥벌이를 위해 하는 인테리어와 목수·미장을 예술 뒤로 감추려 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오는 8월 11일까지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계속되는 석고전시 <캐스팅>(Casting)을 통해 노동과 예술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를 보여준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석고작품들은 도심 속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기물로 제작됐다. 샌드위치 패널, 양철판, 플라스틱 의자, 구겨진 비닐 등 막노동 현장에서나 볼 법한 재료들이다.
그는 ‘폐기물’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흔적을 발견한다. “동네 전봇대에 못 쓰는 의자를 버리면, 누군가 깨진 액자와 부러진 우산 등을 그 위에 쌓습니다.” 폐기물에서 삶을 보듯,이제 일상의 노동에서 예술을 본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노동은 조연이 아니라 예술 앞에 서야 할 주연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노동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의 소재는 ‘폐기물처럼 보이는’, 노동과 밀접한 것들이다. 단지 이번 전시에서는 ‘석고로 조형을 뜨는’ 등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었을 뿐이다.
“일상 속에 존재하는 노동과 예술은 서로를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려 하는 노동은 제가 살아왔던 경험이며,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 모습입니다.” 권 작가는 자신의 노동 결과물이기도 하고, 예술 결과물이기도 한 석고 조형물 앞에서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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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일은 한양대 무용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미국 유진 발레 컴퍼니의 주역 무용수,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의 무용수, 국립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2010년에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를 설립했다.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 7(2013, 2015), 춤평론가협회 춤 연기상(2012), 서울무용제 최우수단체상(2011)을 받았다.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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