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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9월호

서울을 바꾸는 예술, 두 번째 이야기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예술의 역할과 변화의 방향성에 대하여

<2018 서울을 바꾸는 예술 : 소셜 프로젝트>는 지역과 사회에 관심이 있고 새롭게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을 하려는 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도시재생, 소통·관계, 환경, 사회적 약자(노인, 이주민, 다문화가족 등) 중에서 주제를 택하는 기획공모와 자신이 속한 지역과 커뮤니티의 문제를 문화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자유공모로 구분했다. 2018년에는 서울이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예술의 사회적 활동을 발굴한 기획자와 예술가 그룹 총 16팀을 선정했다. 기획 연재 <서울을 바꾸는 예술> 그 두 번째로, 올해 소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네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관련사진

사회
조광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토론(프로젝트명)
정재경 드르르륵 대표(헌인마을 프로젝트)
임수진 작가(헌인마을 프로젝트)
고대웅 알3028 대표(철의 골목을 찾아서)
송상훈 임팩트스테이션 대표(유진상상)
김선아 창덕궁 앞 열하나 동네 축제 감독(창덕궁 앞 열하나 동네)
일시
2018년 8월 10일(금) 오후 2시 30분
장소
서울연극센터 2층 아카데미룸

조광호 정재경 임수진

조광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정재경

드르르륵 대표

임수진

작가

조광호

먼저 본인과 단체를 소개해주시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대웅

저는 ‘알3028’이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했고요. 2016년부터 을지로 산림동 철공소 골목 안에 작업실을 만들어 지역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 기획과 조소 작업을 합니다. 서울시, 중구청과 협력을 통해 지역 관련 프로젝트 기획을 주로 하고요. 작업실 옆 건물이 1921년에 지어졌을 정도로 주변 건물들의 평균 연령이 높습니다. 서울의 한복판이라는 이유로 재개발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도 하고요. 막상 들어가서 보니 저희가 몰랐던 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예술의 역할은 지역에 쌓인 자원을 가지고 문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 공연 기획, 조형물 제작과 같은 가시적인 활동, 그리고 예술교육과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선아

저는 건축가이면서 도시설계와 콘텐츠 기획도 합니다. 활동 지역은 창덕궁 앞 돈화문로를 중심으로 한 종로1~4가 일대인데요. 2015년 도시재생 총괄계획가 일이 끝난 후 자발적으로 동네에 들어가 주민들과 콘텐츠를 기획했어요. 지역주민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고요. 2017년 봄, 같은 이름의 비영리 민간단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생업에 종사해온 분들, 그분들의 2세와 3세도 많습니다. 이 지역을 끌어갈 분들이죠. 그분들이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 지역의 콘텐츠라는 생각에 지역 브랜드로 알리고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정재경

저희는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3명의 작가, 연구자로 구성된 신생 단체입니다. 저는 영상미디어의 비평적 기능에 관심이 있습니다. 임수진 작가는 공공적 개입이나 설치작업을 해오고 있고, 시스템과 문화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황소인 작가가 팀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임수진

저희도 헌인마을을 알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어요. 연초부터 계속 방문하면서 주민들로부터 마을의 역사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헌인마을은 1960년대 중반부터 나환자들의 정착촌이었고요. 1990년대에는 가구단지가 크게 조성되었는데, 2003년 서울시에서 헌인마을 별도의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이주했어요. 무리한 개발 과정 속에서 개발사가 부도를 맞고 건물들은 버려지고, 방화 사건도 났는데,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7월부터 마을 한가운데 원래 식당이던 공간을 4개월 동안 임대해 프로젝트의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버려진 가구를 모아 재생을 하고, 정재경 영상작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10월에 황소인 작가가 편집하고 있는 헌인마을에 대한 출판물이 나오면 서울시 등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헌인마을 한가운데에는 원래 주거 지역에 들어올 수 없는 폐기물 처리장이 있고, 유기견이 굉장히 많아요. 가구를 주우러 갈 때마다 새로 유입된 쓰레기들이 보입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 외에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송상훈

‘임팩트스테이션’은 2015년 문화기획단체 ‘소셜아트플래툰’으로 시작했다가 공간, 컨설팅으로 영역을 넓혀 지금은 예비사회적기업이 됐어요. 2015년에 신촌에서 출발했는데, 이대 앞 망한 옷가게 골목, 연대 앞 버려진 지하보도 등을 변화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이후 공공정책과 만나서 새로 공간이 조성되는 과정 등에 지속적으로 관여했습니다. 서대문 전역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져 지금은 홍제동에 있는 유진상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진상가는 세운상가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메가스트럭처지만 인지도는 낮고 낙후된 건물이라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유진상가 내에 들어선 ‘무중력지대 서대문’을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게 됐습니다. 재개발 차익을 기대하고 들어온 주민들, 저희 같은 공공공간과 IT기업 20여 개가 입주하는 등 이질적인 요소가 결합해 있는데요. 각자 자기 생활권 내에서만 움직이는 분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재생 논의를 출발하는 시점에 어떻게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조광호

지금 활동하시는 곳들은 서울 안에서도 침체 혹은 정지되어 있거나 잊혀가는 곳인데요. 지역, 예술, 주민의 범주 안에서 이전의 도시 발전과는 다른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사회적 예술 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무엇인지,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지 궁금합니다.

임수진

저희는 마을 분들의 생계이자 활성화 요소였지만 지금은 쓰레기처럼 방치된 가구에 개입해서 다른 상태로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가구를 마을 외부로 갖고 나가 판매까지 하는 것이 중요한지, 저희의 역할이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면 얼마만큼의 정량적인 수치를 내야 의미가 있을지 고민이 됐어요. 4개월 동안 10개나 20개의 가구를 재생한다고 해서 헌인마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프로젝트를 통해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지, 실용적인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전에 없던 시도를 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저희의 역할인지, 이 둘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조광호

정량적인 결과를 내기보다 메시지를 던져서 누군가가 인식하게 하는 작업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김선아

‘사회적 예술 활동’은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가 중요합니다. ‘사회적’은 형용사이고 중요한 건 ‘예술 활동’이거든요. 이 활동의 중요한 기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회적’에만 방점을 두면 수단이 부각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활동이 예술로 승화되지 않으면 예술이라 불릴 수 없습니다. ‘문화 활동’이나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해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됩니다.

고대웅

저는 예술가들이 경제적 가치로 환원했을 때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미련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건축에서 쓸모 있는 자재를 가져다가 쓰일 수 없는 작품을 만들거든요. 자본주의 시대는 수입이나 재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잖아요. 작가들의 시각은 일정한 수치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 일정 부분 환원되는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이유는 소통하고 싶어서일 겁니다. 실용성에 의해 그 가치가 만족스럽지 않게 여겨졌던 것들을 예술이 발견하고 소통하고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의 역할은 쓸데없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결국 그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커뮤니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광호

쓸모없고 비경제적이고 버려져야 할 것들에게서 새롭게 다가오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출발점을 만들 수 있잖아요. 이것이 순환의 기점으로 보입니다.

송상훈

지역과 연계하는 작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사회적 예술’ 영역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젊은 예술가들도 있습니다. 지역에 인위적으로 결합하거나 지역 구성원 내지 예술가가 수단이 되는 사례가 많이 보이니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회적 기여와 예술가들의 욕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그 작업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할지라도 예술가들의 창작 욕구와 정체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예술가들은 만족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지역에 관심은 있지만 경험이 없던 분들은 지역 구성원과의 관계 맺기 과정을 생략한 채로 접근하는 문제가 공통적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주민들을 모시고 콩국수를 대접하며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지역 구성원의 요구, 예술가의 욕구가 균형을 이뤄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광호

다음으로 ‘예술의 사회적 가치’, ‘사회적 예술 활동’이 어떤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대하는 바도 같이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상훈

프로젝트가 일회적이거나 단기적이지 않고 이전과 다른 변화를 만들었다면 이후와의 연결고리가 중요합니다. 2015년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대 앞 지하보도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간이 재생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관에서 그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정보를 접하고 굳이 전기를 끌어와 지하보도 안에서 포럼을 하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 프로그램을 실행했는데요. 저희는 관에서 번듯하게 조성해놓고 일반적인 공공공간처럼 운영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어요. 문화예술공간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면 활용 방안, 운영 구조 안에서 예술가의 입장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젝트 이후 민간 운영단을 꾸려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고, 청년예술가들의 활동에 중요한 허브공간이 되었습니다.

고대웅

저는 예술가들이 지역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지역과의 유대관계가 생기고 예술이 지속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소심하게 벽돌 몇 개를 칠해보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20년 동안 음식 배달하던 아주머니가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간극을 계속 좁히고 이해하고 같이 밥을먹는 과정을 거쳤고요. 이후 셔터에 그림을 그려달라는 얘기가 나와서 서울시 아동심리상담센터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나갔어요. 사장님이 아이들이 작업하는 사진을 보시더니 “이런 건 줄 알았으면 간식이라도 사놨을 텐데”하면서 우시더라고요. 일단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허락해주고 함께 시안을 고민하긴 했는데, 사장님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려줄 거라는 기대는 안 하셨고 아이들이 와서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셨어요. 그 이후 예술을 대하는 공장 사장님들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이번 프로젝트가 우리가 잊고 무심코 지나갔던 공간이나 건축,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희망사항은 우리가 살아온 장소의 이야기가 잘 보존되는 것입니다. 그간 서울은 재개발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지워나갔어요. 저 혼자 막을 수는 없지만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의를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선아

저는 1990년대에 베니스로 유학을 갔다가 2000년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서울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어요. 눈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당시 아르코 기획공모전에 신청했는데 주제가 ‘Visible vs. Invisible’이었어요. 내가 보는 도시가 전부가 아니고, 사람들 마음속에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관심은 이때부터 촉발한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의 메인 프로그램이 ‘보이는 역사’예요. 동네 장소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만든 5개 코스 중 4개 코스 24개 장소에서 동시에 장소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하는 거예요. 총괄계획가를 하면서 세웠던 계획의 상당부분은 무형적 자원에서 출발해 공간을 가장 마지막에 도출하는 것이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24개의 장소가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길이 만들어지는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원래 도시는 사람들의 행태에 따라 맞춤 설계를 해야 해요. 올해에는 이야기 경관으로 장소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주면서 무형적 자원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될 때 어떤 경로가 만들어지는지를 실험합니다.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정재경

사람들은 헌인마을 하면 폐기되었거나 활동이 없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초기에는 그런 인식이 있었지만 7월부터 거주 지역에 들어가보니 이 공간에서도 삶과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의 경험과 인식의 변화를 밖으로 공유하는 역할을 영상이나 출판, 가구재생 프로젝트들이 해주기를 기대하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에 30~40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쓰레기 폐기장을 아무도 해결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산업폐기물 무단 투기도 일상입니다. 헌인마을을 폐기된 쓰레기장으로 인식하기 때문인데, 프로젝트를 통해 헌인마을 안에도 생태계가 있고 삶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합니다.

조광호

같은 사업인데도 프로젝트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른데요. 성과 측정의 틀을 같이 만들어간다면 실행자로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프로젝트에는 적어도 어떤 요소가 성과 측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재경

미세하거나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가가 타인이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해야 하는지 질문한다면, 이 질문이 공동체에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수량적으로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나 사회적 예술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는 분들이 참여해서 가치를 평가하는 정성적인 방식은 이 질문의 가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선아

저희는 ‘보이는 역사’ 프로그램의 참가 신청을 받을 때 설문지 작성을 요청해서 재단에 제출하려고 해요. 하고자 했던 방향과 실현된 결과를 보고 이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임수진

재단 지원금을 받아 4개월 동안 가시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지, 미세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송상훈

해당 지원이 실행된 이후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해당 기관이 얼마나 그 이슈에 애착을 갖고 있는지가 기본적으로 중요하고, 그 프로젝트를 통해 네트워크와 관련 기관과의 거버넌스가 얼마나 형성되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조광호

유형의 결과물보다 더 파괴력 있고 시간, 사람, 장소에 대한 연결도 파악될 것 같습니다. 결과 보고서를 내는 방식도 바뀌겠네요. 어떤 사람이, 몇 명이 왔는지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넓어졌는지를 짚어주는 보고서여야 합니다.

고대웅

저는 스스로 시작하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마인드맵을 그려보았는데요. 그 과정 자체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광호

지금 서울시 안에서 소셜 프로젝트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는데요. 현장에서는 어떤 의제를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재단에서 해주었으면 하는 지원이나 정책 방향 설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선아

언제부턴가 일상이 중요해졌잖아요. 지금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술 활동이 많은데요. 저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활동 외에도 일상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으면 해요.

조광호

예전에 다른 자리에서 “개인의 일상이 도시의 역사가 된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김선아

서울에서 역사성 회복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예전의 한양은 종로와 중구뿐이에요. 지금 서울은 605㎢ 면적의 도시인데,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한 조선시대 한양의 역사에 집중하는 듯합니다. 지난 100년간 만들어진 나머지 98%의 부분,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만들어질 그 안의 이야기들, 지금 현재 이뤄지는 모든 것이 역사를 만든다는 주체의식을 가지면 시민들이 조금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지 않을까요.

고대웅

저는 요즘 중구 교육혁신지구 실무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데요. 학부모, 교사, 구청과 교육청 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지역에 예술가가 살기를 원해요. 예술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 지역에 많을수록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삶의 질이 높아지고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있더라고요. 대학에서는 순수성을 갖고 작업만 하면 예술가가 된다고 말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잖아요. 사회의 요구도 늘어나고 있으니, 간극을 줄이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성장통을 줄여주는 프로젝트였으면 합니다.

고대웅 송상훈 김선아

고대웅

알3028 대표

송상훈

임팩트스테이션 대표

김선아

창덕궁 앞 열하나 동네 축제 감독

조광호

사회를 바꾸는 프로젝트에서 예술가를 바꾸는 프로젝트로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데요. 사회와의 간극을 메워주고 사회가 원하는 것을 예술가가 수용하는 예술가의 사회 정착 프로젝트로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정재경

지금 다문화는 ‘사회적 약자’ 분야에 소주제로 들어가 있는데요. 이민자와 다문화 문제가 좀 더 상위개념의 의제로 나왔으면 합니다. 단순히 소외계층을 도와주거나 적응하게 하는 문제를 넘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임수진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이슈가 있었잖아요. 한국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논쟁이나 SNS상의 논의로 나오는 일이 흔치 않았어요. 유럽에서는 문화 차이나 이민자 문제가 우리에 비해 많이 다뤄지는 것 같아요. 경험이 있는 것과 경험을 하지 않고 사건을 맞닥뜨리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재단에서 지원하면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조광호

다문화는 결국 다양성, 비주류에 대한 것인데요.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은 비주류나 변방으로부터 온다고 하잖아요. 이를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상훈

쉽지 않겠지만 재단 지원사업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창작 지원사업은 장르 중심이고, ‘청년 예술지원사업’이 생기면서 ‘사회적 예술’ 영역이 신설됐지만, 기존 창작 지원사업은 여전히 장르 위주로 분절되어 있어서 비정형적이고 다원적인 작업은 드러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합니다. 재단의 지원사업 전반에 사회적 예술이 녹아들도록 재구성했으면 하는데 ‘청년예술 지원사업’부터 먼저 손 댈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네트워크인데요. 다른 지역에서 작업하는 분들과 만나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되겠지만, 가까운 지역에서 작업하는 분들 간의 자생적인 네트워킹을 지원할 필요도 있습니다.

조광호

마지막으로 ‘사회적 예술 활동’과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점이 궁금합니다. 관리하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 시민들의 관점이 다르면 프로젝트는 왜곡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우리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관점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재경

예술은 사회와 동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는데도 왜 예술이 사회와 분리된 형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이 대담처럼 왜 사회적 가치가 있는 예술을 논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합 니다/

김선아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가 하는 것은 예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예술을 놓치지 않고 가야만 지속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수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표현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회적 활동에서 예술이 수단이 되고 환경미화의 요소로 사용되는 것도 어쩌면 용어 아래에서 사고의 한계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소셜 프로젝트가 ‘사회적 예술 활동’인지,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조광호

그래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실행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고대웅

‘사회적 예술 활동’이라는 표현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예술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회가 예술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선택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광호

저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이후에도 논의는 계속될 것입니다. 새로운 얘기를 더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사진 손홍주

※ 본 코너는 서울을 바꾸는 예술시리즈의 일환으로 10월호에는 ‘화제’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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