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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학교 밖 청소년

정지원

제212호

2021.12.23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도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속 두 번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며 많은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수많은 관련 기사를 보며 나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청소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 노동하는 청소년은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청소년의 삶에 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공교육과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도 온라인 수업에 관한 논의는 공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교육 공백 속 우선적으로 등교하는 학년은 디지털 기기 이용이 낯설거나 돌봄이 필요한 아동 청소년이 아닌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청소년의 삶이 공교육과 입시로만 이야기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 미래를 준비하는 존재이자 학교에 소속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권장되고 정상적이라 여겨진다. 반면 청소년의 노동, 정치, 학교 밖에서의 배움은 대학 입시 이후로 유예되고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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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위티 홈페이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은 공교육 중심의 지원 체계 속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수업에 관한 논의가 학교 밖 청소년센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의 학습권은 보장되지 못했다. 학교 밖 청소년센터의 프로그램은 네일아트, 공예, 음악, 축구, 비보잉 등 준비물이 필요하거나 실기 지도가 필요한 과목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물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했고, 많은 수업이 실습 없이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청소년센터는 과목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습할 기회와 더불어 상담을 지원하고, 함께 원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다른 청소년들을 만나서 관계 맺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청소년센터의 독서실, 책방, 회의실, 휴게 공간 등에서는 동아리 활동과 네트워킹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학교 밖 청소년센터가 문을 닫으며 상담 지원과 공간 이용이 어려워졌다. 청소년이 학교 외의 공간적 자원과 관계적 자원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청소년센터가 문을 닫은 것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에 큰 공백이 되었다.

식료품 지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공교육 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에게 미지출 급식 예산이 10만 원 상당의 모바일 쿠폰으로 지급되었다. 이후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상품권을 지급하라는 권고가 있었지만,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상품권 지급은 청소년센터를 통해 이루어져 등록되지 않은 청소년은 지원받을 수 없었고, 신청 기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지역도 있어 실질적으로 많은 청소년에게 지원이 연결되지 못했다. 식료품을 포함하여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학교 밖 청소년센터를 거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청소년은 학교 밖으로 나와도 또다시 어떠한 공간에 소속되어야 지원을 누릴 수 있다.

청소년의 삶이 제도권 학교와 대학 입시로만 이야기될 때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청소년, 학교 밖에서 학습하는 청소년, 노동하는 청소년의 목소리는 밀려난다. 코로나 시대에 학교 안팎에서 살아나가는 다양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더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이 이야기되고, 청소년이 어떠한 공간에 소속되지 않고도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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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정지원
반가워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말하기를 함께하고 있는 지원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에 진솔해지고 싶습니다.
jxxp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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