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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다

다른 손(hands/guests)

구지수

제219호

2022.05.26

2022 [희곡]코너는 ‘다른 손(hands/guests)’, ‘다시 쓰기’, ‘자기만족충만’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됩니다.

‘다른 손(hands/guests)’은 인류세 이후의 연극, 인간중심적 예술의 바깥을 상상합니다. 그동안의 한국 연극이 누락한, 이야기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지위와 존엄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질문합니다. 다른 손으로 보편성을 다시 씁니다.
등장인물
미우
40대
셀라
20대

배경
장마가 오기 직전인 6월 말.

무대
무대 상수에 커다란 침대와 의자, 활짝 열린 캐리어가 놓여있다. 침대 주변만이 집의 내부이다. 이 외의 모든 공간은 대문 밖, 매실나무숲이다. 집에서 나와 왼편으로 걷다 보면 멀지 않은 곳에 미우가 관리하는 산란계 농장1)이 있다. 왼쪽 퇴장로를 농장의 입구라 여길 것이므로, 무대 위에 농장이 구현되지는 않는다. 셀라가 농장에 가까워질수록 관객들에게 들리는 닭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정확하게는 우는 것보다 비명을 지르는 것에 더 가깝다.

1.

조심스럽게 셀라의 방문을 여는 미우. 방 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겁먹은 모습이다.
비어있어야 할 침대 위에 누군가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친다.
미우
아악! 누구세요?
셀라
(자다 깬 모습으로) 아 뭐야. 시끄러워, 나가.
미우
(안심하며) 셀라야? 야, 오면 온다고 말을 해야지. 식겁했잖아. 언제 왔어?
셀라
새벽에.
미우
왜 몰랐지?
셀라
창문으로 들어와서 그런가 보지.
미우
대체 왜 멀쩡한 문을 놔두고 창문으로 들어온 거야?
미우는 본격적으로 대화할 생각으로 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셀라는 그런 미우를 보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 기대앉는다.
셀라
(기지개를 켜며) 집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길래.
미우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 앞으로는 비밀번호 메모해놓고 대문으로 들어와.
셀라
알아서 할게. 근데 나 피곤해. 마저 잘 거니까 나가줄래?
미우
해가 중천인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가서 닭들 밥 줘. 돌아왔으면 밥값은 해야지.
셀라
돌아온 거 아냐. 다시 갈 거야.
미우는 방 한가운데에 놓인 셀라의 커다란 캐리어를 발로 툭툭 친다.
미우
그럼 뭐 하러 왔어?
셀라
당장 갈 데가 없으니까 왔지.
미우
그럼 돌아온 거 맞네.
셀라
(지겹다는 듯) 몰라. 언니 마음대로 생각해. 아무튼 계사2)는 안 갈 거야. 차라리 다른 일을 시켜.
미우
왜?
셀라
나 이제 닭들 갇혀있는 거 보기 싫어.
미우
뭔 소리야. 똑바로 말해.
셀라
말 그대로야. 케이지에 들어있는 닭들 보기 싫다고.
미우
왜?
셀라
좁은 케이지 안에서 서로 쪼아대느라 깃털 다 빠진 닭들 보면 나까지 미칠 것 같아. 소리도 듣기 싫어. 되도록 계사 근처도 안 갈 예정이야. 물론 그런 닭들이 낳은 알은 먹지도 않을 거고.
미우
(황당하다는 듯) 너 공장에서 무슨 일 있었지? 그래서 갑자기 그만뒀어? 누가 너보고 양계장 집 애라고 놀렸어?
셀라
아니, 직장에서 누가 그런 걸로 동료를 놀려. 절대 아냐. 아무 일 없었어.
미우는 셀라의 이곳저곳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셀라의 손가락에 감긴 붕대를 발견한다.
미우
너 손이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 크게 다친 거야? 어디 봐봐.
셀라
아, 별거 아냐.
셀라는 시선을 피하다 결국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어간다.
셀라
진짜 아무 일 없었어. 좀 베여서 두세 바늘 꿰맸어.
미우
어쩌다 이런 건데?
셀라
그냥 일하다 살짝 다쳤어.
미우
그래서 집에 돌아온 거야?
셀라
겸사겸사 이참에 좀 쉬고 싶어서.
미우
병원은?
셀라
다녀왔어. 아무튼 나 다쳤으니까 계사 일 시키지 마. 손가락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야.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절대 안정 취하게 해주라.
미우
어릴 땐 닭 모이 주고 용돈 받는 거 좋아했잖아.
셀라
벌써 10년도 지난 얘기잖아. 그리고 그때도 용돈이 좋았던 거지 계사 가는 걸 좋아 했던 건 아니었어. 오히려 싫어했던 쪽에 가깝지.
미우
그래서 이젠 안 하겠다?
셀라
응.
미우
그래. 하지 마.
셀라
진짜?
미우
대신 다른 거 해.
셀라
그럴 줄 알았다. 뭔데?
미우
가서 매실 따. 다른 손 한 쪽은 멀쩡하잖아.
셀라
뭐? 왜?
미우
요즘 닭들한테 매실 먹이잖아. 그냥 팔면 계란도 잘 안 팔려. 뭐라도 먹여 키웠다고 해야지.
셀라
(어이없다는 듯) 닭들이 매실을 진짜 먹긴 해?
미우
액기스로 만들어서 대충 항생제랑 같이 뿌리지.
셀라
대체 닭한테 그런 식으로 매실을 먹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네. 그 매실액 조금 주워 먹은 닭이 낳은 알에 매실 성분이 뭐 얼마나 남아있겠냐고. 그럴 바에는 사람이 직접 매실을 처먹는 게 낫지 않나?
미우
이게 나가 살더니 불만만 늘어서 왔네. 야, 이 아무 의미 없는 매실이랑 네가 싫다는 닭들이 이제까지 너 먹여 키운 거야. 알아? 손가락 핑계로 놀고먹을 생각 집어치워. 이것도 싫으면 이 집에서 나가. 아니면 생활비를 내든지.
셀라
아, 할게. 한다고.
미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을 나선다.

2.

셀라는 나무 아래 콘테나를 내려놓고 매실을 따기 시작한다.
나무를 옮겨가며 농장과 가까워질수록 닭 울음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셀라는 애써 소리들을 무시한다.
셀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시발. 닭한테 매실을 왜 먹이냐고. 매실 먹은 닭은 뭐가 달라? 한평생 직접 처먹은 사람들도 별다를 게 없는데. 닭이라고 뭐가 다르겠냐고. 건강 하고 싶어? 그럼 치킨이랑 맥주를 그만 먹는 게 낫지. 매실 먹여 키운 닭 타령 말고.
농장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닭들의 소리가 더욱 커진다. 관객들도 귀가 아플 정도다. 셀라는 나무 아래 앉아 귀를 틀어막는다.
셀라
아, 듣기 싫어.
그때 작업복을 입은 미우가 셀라를 발견한다.
미우
야, 너 어디 아파? 매실 안 따고 뭐해?
셀라는 급하게 일어나 미우에게 다가간다. 사정하듯 미우의 손을 잡는다.
미우를 끌고 농장 반대 방향으로 간다. 비명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셀라
(간절한 목소리로) 언니. 나 다른 거 하면 안 돼?
미우
계사 가기 싫다며. 그래서 매실 따라고 했잖아.
셀라
아니 그런 거 말고. 닭이랑 아예 상관없는 일 없어?
미우
뭐?
셀라
가둬둔 닭들 밥 먹이는 거나 닭이 낳은 알을 뺏거나, 닭 죽이는 거 말고. 다른 일이 있을 거 아냐.
미우
우리 집에 그런 일이 어딨어. 닭 키우고 달걀 팔아서 먹고사는 집이.
셀라
하나도 없어? 진짜 없어?
미우
너 진짜 왜 이래. 새삼 몰랐던 것도 아니잖아.
셀라
그래도 하나쯤은 있을 법하잖아.
미우
(짜증 내며) 말도 없이 돌아오더니 하루 종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거 없어. 우리 집, 모든 물건, 네가 입고 있는 그 옷까지 싹 다 닭 키워서 달걀 팔아 산 거야.
셀라
그럼 케이지 한 칸에 닭 한 마리씩만 넣으면 안 돼? 그럼 쟤들 좀 덜 울지 않을까?
미우
미쳤어. 우리가 지금 무슨 반려동물 키우는 줄 알아? 안 그래도 생산량 아슬아슬해. 요즘 파란3)이 많아서 적자 날 지경이야.
셀라
그럼 이건 어때?
미우는 셀라가 반쯤 채워놓은 콘테나 안에 들어있던 목장갑을 손에 끼운다.
미우
(고개를 저으며) 무슨 제안이든 다 안 된다고 할 거야. 어디서 동물 복지 농장? 그런 거 보고 온 모양인데. 우린 턱도 없어. 돈 많은 대기업이나 하는 거야. 피차 키워서 알 뺏고 죽이는 마당에 그게 무슨 복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셀라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편하게 자고 걷고 할 거 아냐. 그런 닭들은 알도 건강하대.
미우
닭들이 불쌍해?
셀라
단순히 불쌍하다고 말하기는 싫어. 심지어 내가 가둬놓은 거나 마찬가진데.
미우
그럼 왜 이러는데.
셀라
누구도 저렇게 살면 안 되는 거잖아. 언니는 이런 생각 안 해봤어?
미우
닭 키워서 나 하나 먹여 살리기도 바빠 죽겠는데, 수천 마리 닭들 하나하나 동정할 시간이 어딨어.
셀라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날개 접은 닭 서너 마리가 한 케이지에 들어차서, 다리가 부러지고 자기들끼리 쪼다가 깃털이 전부 빠진 모습을 봐도? 닭들이 서로 밟고 올라서서 미친 듯이 질러대는 비명을 하루 종일 들어도?
미우는 매실이 담긴 콘테나를 뒤적이며 흔들림 없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미우
믿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아. 나도 너처럼 가끔 농장 일을 돕고 용돈이나 받아 갔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이 일을 20년 가까이 했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사료를 주고 알을 줍고 죽은 닭을 빼내고 똥을 치웠다고. 내가 그 세월 내내 닭들을 불쌍히 여겼다면 우리 둘 입에 풀칠이나 했겠니? 어차피 선택지는 두 개야. 닭이 불쌍하거나, 내가 불쌍하거나.
셀라
아니. 닭을 죽이거나, 죽이지 않거나겠지.
미우
지금 네 선택지도 두 개야. 헛소리 그만하고 날 돕거나, 아니면 집에서 쫓겨나거나.
셀라
언니!
미우
진심이야. 둘 다 싫으면 월세를 내. 모아둔 돈 있을 거 아냐.
셀라
그런 거 없어.
미우
뭐? 돈이 왜 없어? 그래도 네가 그 공장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 너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맞지? 그치? 갑자기 돌아온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셀라
아니라고. 그냥 쉬고 싶어서 온 거야.
미우
일이 많이 힘들었어?
셀라
그냥. 답답해서.
미우
뭐가 그렇게 답답했는데?
셀라는 괜히 고개를 돌리고 대답을 피한다.
미우
말 안 할 거야?
셀라
(망설이다가) 좀 편하게 자고 싶었어. 거실에 방 하나 딸린 집에서 열 명씩 자는 게 지겨웠어. 자다 조금이라도 몸을 비틀면 모두가 깨니까. 회사 숙소에선 아무리 자도 자는 것 같지가 않았거든.
사이
셀라
그런 밤을 지나서 날이 밝아오면, 줄을 서서 화장실을 쓰거나 두세 명이 함께 씻고 작업장으로 출근을 했어.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컨테이너에 나란히 서서 조립을 하고, 옮기고, 또 서서 조립을 하고, 옮기고, 사람들과 부딪히고, 아무렇게나 앉아서 밥을 먹고.
미우
돈 버는 일이 다 힘들지.
셀라
언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꼭 닭 같았어. 우리 계사에 있는 닭들 생각이 나더라고.
말이 끝나자마자 셀라의 핸드폰이 울린다.
셀라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 이름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눈에 띄게 어두워진 표정이다.
셀라
전화 좀 받고 올게.
무대 오른편으로 향한다. 미우는 그런 셀라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셀라는 미우가 듣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야 전화를 받는다.
받자마자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뗀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셀라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셀라
그래서 월급은 언제 주실 건데요? 주휴수당까지 전부 계산해서 주세요. 제 손 다친 거 산재처리도 해주시고요. 아뇨. 저만 말고요. 다른 사람들도 주세요. 그럼 노동청에 올린 글 지울게요. 소리 지르지 마세요. 당연한 거잖아요. 일을 했으면 돈을 받아야죠. 욕하지 마세요. 다 녹음하고 있어요.
셀라가 말하고 있는 도중 전화가 끊긴다.
셀라
저기요! 야!
셀라는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는다. 셀라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미우에게 향한다.
미우
누구야?
셀라
아, 같이 일하던 사람.
미우
왜 전화했대?
셀라
그냥. 잘 지내냐고.
둘 사이로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미우
일하면서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셀라야.
셀라
응.
미우
너랑 닭은 달라. 너 닭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셀라
뭐가 다른데?
미우
당연히 다르지. 우린 인간이잖아. 일을 하고 돈도 벌고 그 돈으로 물건도 사고.
셀라
그럼 좁은 공간에 갇혀서 일만 하느라 병들고, 돈은 못 받았으면 그땐 닭이랑 같아?
미우
그런 말이 아니잖아.
셀라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
미우
어떻게 같아? 우리가 어떻게 닭이랑 같을 수가 있어? 걔들은 그냥 알 낳는 기계야. 우린 인간이고.
셀라
그런 소리 하지 마. 닭이 어떻게 기계야? 닭은 그냥 닭이야. 언니는 누가 언니한테 알 줍는 기계라고 하면 좋겠어?
미우
설령 내 기분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소용 있냐? 평생을 그렇게 살았는데.
셀라
그래. 그 소리가 언니한테는 기분 나쁜 정도겠지만 닭은 아냐. 닭들은 결국 항생제 잔뜩 먹고 알 낳다가 죽잖아. 약 때문에 퉁퉁 붓거나 케이지에 끼어서 부러진 다리로 고작 몇 개월 살다가.
미우
그게 걔들의 쓰임이야.
셀라
말도 안 돼.
미우
(언성을 높이며) 다 똑같아. 돈 버는 일이 다 그래. 갇혀서 일하거나 누굴 가둬놓고 일을 시키거나 둘 중 하나인 거야.
셀라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미우를 바라본다.
그 순간 짧게 닭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셀라가 고개를 세게 흔든다.
닭 우는 소리가 멈춘다. 셀라가 손에 감긴 붕대를 풀기 시작한다.
미우
너 지금 뭐 해?
붕대가 다 풀리고 셀라의 손이 드러난다. 손가락 마디 하나가 잘린 모습이다.
셀라
(미우에게 손을 보여주며) 자, 지금은 어때. 여전히 같은 생각이야?
미우
너 손이 왜 이래. 두세 바늘 꿰맨 정도라면서. 아니잖아. 어쩌다 이렇게 됐어?
셀라
내 말에 대답해. 아직도 내가 닭들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 난 인간이니까?
미우
어디 봐. 손 좀 줘봐. 수술한 거야?
셀라
일하다가 다쳤어. 압착기에 찍혔는데 절단하는 게 낫대서 그렇게 했어.
미우
치료비는?
셀라
산재처리가 아직이야. 안 해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 이래도 닭들이랑 내가 달라? 매일 같은 일을 하고, 여럿이서 한 공간에 뒤엉켜 생활하는데 돈도 못 받았어. 그러다 다쳐서 일할 능력이 사라지면 버려지는 것까지 똑같잖아.
미우는 굳은 표정으로 서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 순간 닭들이 계사를 빠져나와 숲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보인다. 미우와 셀라가 동시에 그들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실제로 무대 위에 닭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닭들이 울며 풀숲을 뛰어다니는 소리만 들린다. 이전의 소리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울음소리이다. 케이지 안에서의 울음소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미우
(당황하며) 어? 어어? 아이씨, 케이지 하나를 열어두고 나왔나 봐.
미우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닭들을 잡기 위해 숲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닭들을 잡기 쉽지 않다. 그 모습을 보고 셀라가 웃기 시작한다.
셀라
(묘하게 들뜬 목소리로) 나 닭이 뛰는 거 처음 봐. 쟤들 진짜 빠르네.
미우
야!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더 나오기 전에 얼른 가서 계사 문 닫아.
셀라
싫어. 내가 왜?
미우
야!
셀라
언니나 내 말에 대답해. 아직도 저 닭들이 나랑 다른 것 같아?
미우는 셀라를 잠깐 쳐다보다 닭들을 쫓아 퇴장한다.
셀라는 그런 미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붕대를 주워 다시 손에 감는다.
무대 위로 닭들이 도망치는 소리만 들려온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마치 그것이 정말 가능이라도 한 것처럼.
암전.
  1.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닭을 사육하는 곳.
  2. 닭을 가두어 두는 장
  3. 파란은 깨진 알을 가리키는데 깨진 것뿐 아니라 상품으로 부적합한 모든 종류의 알을 포함한다. 너무 작아서 메추리알만 한 것, 너무 커서 테니스공만 한 것, 껍질만 있고 속이 비어 있는 것, 피나 똥이 너무 많이 묻어 있는 것, 알껍데기가 너무 얇아서 물풍선처럼 물컹거리는 것 등. 어떤 형태로든 파란이 많다는 건 닭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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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수

구지수
어떤 닭을 살릴 수 없는 일과, 어떤 닭도 살릴 수 없는 일이 같은 말처럼 느껴질 때 사진 속 닭의 눈을 본다. 나는 죽었잖아. 네가 써야 해.
인스타그램 @sooearth_ / sooearth0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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