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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작이 만들어내는 힘

『극단 신세계는 공동창작으로 연극 <공주들>을 만들었다』 (1도씨, 2022)

박세련

218호

2022.05.12

‘공동창작’은 여기저기 노출되는 공연 포스터에서 이제는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개념이다. 1960년대 후반 해외의 여러 예술가들 사이에서 공동창작의 움직임이 활성화된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혼잡한 시도들을 통해 그 개념과 언어가 창작자마다의 방법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크게 놓고 보면 공동창작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이유는 중심론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움직임으로 설명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영향 아래 근래의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 등 굵직한 사건들이 그 움직임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시작된 수직적 작업 구조, 연출 중심의 위계적 창작 방식에 갈증을 겪었던 창작자는 공동창작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터다. 그래서인지 특히, 젊은 세대의 창작팀에서 공동창작의 경향이 많이 발견된다. 극단 신세계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연극하기’를 위해 자신들만의 방법론을 구축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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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는 공동창작으로 연극 <공주들>을 만들었다』 표지, 1도씨 제공

극단 신세계의 출발

배우와 안무가로 활동하던 김수정 연출은 위계적인 관계들과 폭력적인 상황들에 노출되며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 극복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 추천을 받게 되어 극단 신세계를 만들었다. 김수정은 동인 활동을 하며 또래 연출가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공동창작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방식

극단 신세계는 ‘개념 기반 공동창작 방식’과 ‘대본 기반 공동창작 방식’을 활발히 시도한다.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개념 기반 공동창작 방식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창작자 각자 참고자료 조사 및 연구를 기반으로 함께 토론을 통해 주제를 정하고 공통 참고자료를 선정하여 공유한 뒤 개별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레퍼런스를 조사한다. 테이블작업1 단계에서는 수집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토론을 거쳐 주요 개념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장면을 구상한다. 스탠딩작업1 단계에서는 개별적으로 장면 발표 대본 작성을 공유하여 전체 인원이 함께하는 장면시연을 기반으로 하는 구성 회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테이블작업2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전 단계의 진행 내용을 기반으로 극작 포지션의 작업자가 대본 작업을 한다. 함께 리딩을 하며 수정 및 보완의 시간을 거치며 대본을 완성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다시 장면연습의 과정인 스탠딩작업2 단계를 거쳐 공연을 올린다. 공연 단계에서는 외부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 및 보완을 하고 합평회 단계를 갖는다. 극단 신세계는 이 모든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마무리된다고 말한다.

- 대본을 기반으로 한 공동창작 방식
테이블작업1 단계에서 대본 리딩과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대본과 관련된 참고자료를 조사 및 연구해 공유하며 개념과 아이디어 도출하고 수정 방향에 대해 토론을 진행한다. 장면구상의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며 수정 및 보완을 한다. 스탠딩작업1 단계는 개인별로 구상한 장면을 대본화하여 공유한 뒤 각자 작/연출로 캐스팅을 진행해 전체 작업자가 모여 장면을 시연한다. 이후 시연된 장면의 종류나 특성에 따라 분류 후 재구성 회의를 진행한다. 이 단계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열한 논의가 전개된다. 이후의 단계는 ‘개념 기반 공동창작 방식’의 단계와 동일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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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는 공동창작으로 연극 <공주들>을 만들었다』 내지, 1도씨 제공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방법

극단 신세계는 일상에서의 ‘위화감’을 모은다. 조화되지 않는 어설픈 느낌, 이상한 것, 걸리는 무언가를 모은다. ‘무엇을, 왜’ 창작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그 안에서 ‘아이디어’와 ‘개념’을 발견한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섞어보며 편안함의 경계에서 벗어난 변형을 추구하고, 계속해서 모으고 묶고 균형을 무너뜨려 가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기술’은 사용하지 않고 연마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상태를 끊임없이 경계하는 극단 신세계의 방법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밌게 만드는 힘을 만들어낸다.

공동창작이 만들어내는 힘

1도씨추적선 『극단 신세계는 공동창작으로 연극 <공주들>을 만들었다』는 위의 내용 외에도 공동창작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설문했다. 관객들은 공동창작 작품의 산만함과 깊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시각을 짚는 집단지성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한편 연극 <공주들>을 만들며 2018년 초연부터 2020년까지 총 4번의 공연 제작과정에 참여한 작업자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지면도 있다. 4년의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재공연을 거치며 변화해온 극단 신세계 작업자들의 사유와 태도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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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들>(2020) ⓒIRO Company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방법론은 성장했고 단단해졌을 것이다. 자신들만의 프로세스를 구축해가며 실수들을 줄여나갔을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바깥의 우리는 모두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면 다음의 과정에서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창작환경을 원한다면 말이다. 이런 희망과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것이 공동창작이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존재하는 여러 건강한 공동창작의 방법론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사회(시대)에 대한 경계자가 되길 희망한다. 그 길을 걷는 건강한 창작자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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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련

박세련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의 연출로 활동하며 연극 만들기를 공부하고 있다.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작은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park_ser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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