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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공연예술축제가 2021년 관객을 만나는 방법

13회 품앗이 공연예술축제

양양

210호

2021.11.25

2021년 11월,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뱅곶이 민들레 연극마을에서는 올해도 쉼 없이 품앗이 공연예술축제가 개최되었다. 경기도의 외진 작은 마을, 붉은 흙 위에 멍석 깔고 기둥 몇 개 세우고 시작했던 이 축제가 벌써 13회라니. 2009년 이 축제의 첫 회에 배우로 참여했던 필자의 기억은 그랬다. 흙먼지와 뜨거운 태양과 어린이들의 포효에 가까운 격렬한 에너지들.

필자는 품앗이 공연예술축제 참가작에 일부 출연을 하거나 아시아 레지던스 해외 참여 예술가를 서포트하기 위해 간혹 둘러보는 정도로 축제에 참가해왔으나, 이번에는 축제운영팀에서 관객을 인솔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금까지 어떤 축제에서 관객을 팀으로 나누고 인솔자가 붙는 경우가 있었을까? 축제에 참여하는 관객은 스스로 원하는 체험, 관람, 여가를 자유롭게 즐겨야 한다. 한데 올해 이 축제는 패키지 투어처럼 하루에 관객을 30명씩 두 팀으로 나누고, 각 팀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인솔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게다가 축제를 분산하여 이틀은 ‘찾아가는 축제’라는 이름으로 인근 마을에서, 나머지 이틀은 민들레 연극마을에서 진행하였다.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극단 민들레는 작년 품앗이 공연예술축제를 현장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송출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 했어야 할 이 축제를 미루고 미루며 드디어 최소한의 관객을 만났고, 예술가들 역시 2년을 기다려 관객을 맞이했다. 관객 또한 예술가들을 소중하게 직접 만나는, 미묘한 감동이 곳곳에 어리는 축제가 되었다. 물론 낯설면서도 어느새 익숙해진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까지도 놓지 않으면서…. 코로나 시대의 축제 진행에 관한 수모와 에피소드라면 다른 여러 축제의 사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상황이니 구구절절을 삼가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축제 관계자라기보다 공연자로서, 관객으로서, 지난 축제들보다 규모를 거의 1/10로 줄이면서도 눈에 띄게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던 것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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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축제 프로그램 일부와 <방정환 2023년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연계하여, 방정환 선생의 삶과 글을 강의,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체험으로 마련한 것을 언급해야겠다. 극단 민들레가 그동안 어린이극과 어린이 운동에 앞장서 왔고, 품앗이 공연예술축제 역시 어린이를 중심에 놓고 예술가들과 마을 커뮤니티의 건강한 참여를 지원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바였으나, 여기에 ‘방정환’이라는 큰 이름을 가져와 선생의 어린이 해방 정신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물론 축제에서 신나게 놀고만 싶은 아이들에게는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으로만 알고 있던 선생의 독립운동가이며 작가이며 이야기꾼이기도 했던 삶을 공부하듯이 들어야 하는 고생스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방정환 선생의 글이 ‘어린이’들의 오물오물 작은 입을 통해 나올 때 뭔가 뜨거운 것이 목으로 넘어오는 것을 느낀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래, 우리나라 축제란 본시 무언가를 기리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 축제에서 그것이 ‘방정환’ 선생이라면 가치가 있지, 더군다나 11월 9일이 선생의 생일이라는데….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흘에 걸쳐 해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한국의 탈춤 배우기와 인도의 차우댄스 배우기 워크숍을 한 것이다. 11월 4, 5일에는 인도의 학생들과 해외 예술가들이 실시간으로 봉산탈춤을 배웠고, 11월 6, 7일에는 품앗이공연예술축제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인도의 차우댄스를 배웠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에 더 홍보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울 정도였다. 기존의 품앗이 공연예술축제를 경험해 봤던 필자는 해외 예술가들이 이화리 동네 청년들처럼 몸빼 바지 입고 마을 어르신들과 잔디에서 풀을 뽑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축제에 온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언어를 서툴게 배우던 시간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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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축제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위해 관객과 공연팀이 약속된 시간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연영상 온라인플랫폼 플레이슈터를 통해 이미 녹화된 영상을 공개하는 것 외에, 축제팀은 하루에 6개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송출해야 했다. 미리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촬영팀과 공연팀이 라이브 방송을 위해 공연 전 카운팅을 하곤 했다. ‘관객입장 완료했습니다’, ‘5분 전입니다’, ‘10초 전입니다’, ‘공연 시작하겠습니다’ 이런 멘트는 기존대로라면 관객은 듣지 못하고 무대감독이 크루들과 배우들에게 무전으로 하게 되어 있는데, 공연장에 관객이 있는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치 공연의 일부인 양, 방송국인 양, 극장 안의 모든 이들이 같이 숨죽여 카운팅을 하고 있었다. 물론 공연의 특성상 지연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무대가 아직 덜 준비되었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늦는 관객이 있으면 이번에는 온라인 관객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안내 멘트를 자막으로 확인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 기술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추가 자막을 넣고 기술 테스트를 한 번 더 점검하고 축제 스태프는 늦은 관객과 같이 뛰어 들어오고, 그렇게 한번 딜레이 되면 본부에 연락하고 다음 공연팀에 전달하는 그 과정들이 마치 별도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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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 5일에는 ‘찾아가는 축제’로 인근의 다른 마을 매송과 양감에서, 그리고 5, 6일에는 민들레 연극마을에서 부녀회와 자원봉사자(상명대)들의 도움으로, 품앗이 공연예술축제는 안전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이전에 비해 축제의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극장, 공연, 관객이라는 개념은 더욱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시공간을 넘어 관객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예술가의 영역은 더욱 확장, 요구되며 그렇게 한 걸음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들은 또 추억이 되겠지만 과연 내년에는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할까. 시대와 환경에 굴하지 않고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는 멘탈 좋은 그들에게 언제나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사진제공: 품앗이 공연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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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독립예술가, 배우, 연출, 기획 등 공연예술분야에서 장르의 구분 없이 활동하고 있다. <소외된 예술가를 위한 엘레지>, <양양의 심청이야기>, <그녀의방3-노크하지 않는 방>, <흙의 정거장> 등. https://www.facebook.com/hyekyoung.ya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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