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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극장에서, 세월호 기획, 하기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세월호 기획공연

김진이

제216호

2022.04.14

2022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세월호 기획공연’(이하 세월호 기획)이 8회차를 맞이하며, 4월 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혹자는 “올해에‘도’ 세월호 기획을 ‘왜’ 진행하는지” 물을 수 있다. 이 질문은 작업자들과 기획팀이 가장 먼저 같이 나누는 질문이기도 하다. 세월호 기획은 꽤 명료한 답변을 가지고 있다. 그 대답은 질문자에게 굉장히 단순하고 당위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지난 8년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월호 참사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여전히 우리가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호 기획이 그 본질적인 기획 취지에만 기대왔던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내가 기획팀으로 참여한 최근 3년(2020-2022)에 한정하여 세월호 기획의 변곡점과 2022년 세월호 기획 [2022∞세월호]를 소개하고자 한다.1)

2022 세월호 기획의 배경

세월호 기획의 방향성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활동에 영향을 받아왔다. 2021년 세월호 기획팀은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2020년 12월 유가족들은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고, 세월호 참사 공소시효2) 만료도 논쟁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로감’이나 ‘무기력’에 대한 돌파구, 개별 작업 간 연결과 결속이 기획의 주요 화두였다. 논의 끝에 2021년 세월호 기획은 당사자들과의 구체적인 ‘만남’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각자의 실천적 행동을 작업으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작업마다 상정하는 ‘당사자’의 폭은 넓고 다양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을 비롯하여, ‘나’와 가까운 이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작업들은 이 만남을 통해 감각하게 되는 순간들을 우리의 일상에서 환기하고자 하였다. 2021년 구체적인 만남의 감각들은 2022년 세월호 기획의 밑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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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사라진, 사람들: 2021 세월호] 래빗홀씨어터 <숨> 워크숍에서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함께 ⓒ래빗홀씨어터

또한 2022년 세월호 기획은 준비 과정에서 안팎의 변화들을 겪고 있다. 그 변화의 신호는 작년 광화문 광장에서 들려왔다. 여전히 미진한 진상규명 과제를 자각하게 해주던, 상징적인 기억공간을 상실한 것이다.3) 하나의 특별했던 기억공간이 사라졌고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도 올해 종료를 예정하고 있다. 지금 곧바로는 통찰할 수 없을,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2년 세월호 기획은 ‘다음’을 향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2022∞세월호] 관람 포인트

연속 기획은 지난 경험들이 축적되어 이듬해 작업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세월호 기획은 그 연속성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혜화동1번지 연출 동인들이 다년간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탐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개별 작품들을 살펴보면, 큰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유사성은 매년 일회적인 차원에서 드러나기보다는 몇 년간 다양한 작품을 통과하며 추적할 때 발견되는 경향성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이 글에서 이번 기획의 몇 가지 관람 포인트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4) 작업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함께 해석해왔던 내부자적 입장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지난 3년간 세월호 기획의 몇몇 작업은 세월호 참사를 다루기 위해, 다른 사건이나 상실의 경험을 ‘경유’는 경향을 보였다. 일례로 쿵짝프로젝트의 <디디의 우산>(2019)은 1996년 한총련 연세대 사태를, 래빗홀씨어터의 <보팔, Bhopal(1984~ )>(2019)은 1984년 인도 보팔 가스누출 참사를 등장시킨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희곡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허선혜 작가의 <괴담>(2022)은 원전 사고의 느린 폭력을, 김윤식 작가의 <고인돌 위에 서서>(2022)는 수몰된 마을과 사고로 인한 상실 이후의 시간을 그린다. 우회하거나 경유하는 방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보면, 이러한 작업들의 경향은 세월호 참사가 촉발한 감각일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라는 맥락 안에서 또 다른 참사나 상실을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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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획을 매년 찾았던 관객이라면, 작업의 연속성 속에도 미묘한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원재 작가는 앞서 언급한 <보팔, Bhopal(1984~ )>의 스핀오프 작업으로 <7일>(2022)을 신작으로 선보인다. 2019년 버전은 가스누출 참사 당시 상황과 피해를 주로 전달했다. 반면, <7일>은 참사 직후 남아있던 독극물을 소진하기 위해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긴 시간 그 일을 외면해왔던 인물을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0set프로젝트의 <저 너머로의 발걸음>(2022) 역시 <기록의 기술>(2020), <거리두기>(2021)를 잇고 있는 연속 작업이다. 0set프로젝트는 세월호 유가족 당사자의 목소리들을 ‘더 잘 듣기 위한’ 방식으로서 ‘이동’을 선택해왔다. 이번 작업은 안산 화랑유원지를 향하며, ‘지금 여기’를 바꾸고 ‘저 너머’를 향하는 발걸음을 관객들과 함께한다.
한편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의 경우, 매해 세월호 작업을 선보이면서 ‘세월호로 연극하기’에 대한 자기 성찰을 작업에 반영한 듯 보인다. 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의 <스물 여섯>(2022)은 20분 가량의 1인극 <스물 다섯>(2021)을 두 사람의 관계 맺기로 발전시키는데, 이 작업은 생존자 학생을 만나며 그 고통에 닿을 수 없음을 자각하는 ‘나의 고백’으로 변화되었다. 쿵짝 프로젝트의 <툭>(2022)은 추모 공간 안에서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묻는다. 나는 극 중 추모공간인 ‘서천꽃밭’을 조성하는 과정이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연극으로 만드는 일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결은 다르지만, 엘리펀트룸의 <세월호 학교>(2022)가 관객을 어린이로 상정한 맥락 역시 작업자의 성찰로 읽을 수 있다. 그간 세월호 기획은 ‘8세 이상’이라는 관람연령을 습관처럼 기재해왔지만, 정작 극장은 어린이 관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세월호 학교>는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와 극장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어린이 관객과의 소통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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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극단 노란리본 <기억여행> ⓒ이미지 작업장_박태양

마지막으로 2019년 이후 매년 함께해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작업은 세월호 기획의 중심이자 버팀목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기억여행>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엄마’로 활동해온 유가족들이 직접 지난 여정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서사화한다. 이들은 마주하는 세상의 혐오에 손을 내밀고, 끝내 그것을 껴안는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수많은 연극이 실패했던 지점은 고통의 재현불가능성이었다. 이 모든 시간을 견뎌온 ‘세월호 엄마’들은 정공법으로 그 가능성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을 향한 모색

2022년 세월호 기획은 세 명의 작가에게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신작 희곡을 의뢰하였다. 김윤식, 조원재, 허선혜 작가가 그들이다. 이러한 기획은 기존의 초청 형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세월호 희곡의 확산과 공유를 목적으로 신작 희곡집을 제작하기 위한 초청이기 때문이다. 낭독공연 역시 그 ‘다음’의 세월호 무대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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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세월호] 혜화동1번지 극장 앞 ⓒ김진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기획은 <2020 세월호: 극장들>에서도 고려했던 지점이다. 2020년에는 세월호 기획의 주체들을 확장하기 위하여 그간 혜화동1번지에서만 진행되었던 세월호 기획을 연우소극장, 삼일로창고극장, 성북마을극장과 공동 주최하였다. 작은 극장들의 협력은 대다수의 극장이 문을 닫았던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세월호 기획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연하고 느슨한 연대체로 작용했다. 그러나 극장들마다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으로 긴밀한 연결을 갖기 어려웠고 더 지속하지 못했다. 올해 세월호 기획 역시 코로나19라는 환경과 재원의 한계로 선택이 필요했고, 세월호 신작 플랫폼이라는 방향성에 더 방점을 찍게 되었다. 이렇듯 ‘다음’에 대한 질문은 작업의 주제와 아울러 물리적인 환경과 재원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수반한다.
‘다음’이라는 키워드는 신작 희곡 기획과 함께 올해 무대에 오를 공연들을 살펴보면서 추출한 하나의 공통어이기도 하다. 또한, 여기에는 그간 세월호 참사 전과 후를 구분하며 지배적으로 사용되던 ‘이후’라는 단어와 조금 차별점을 갖길 바랐던 마음도 반영되어 있다. 세월호 기획에 지금까지 참여했던, 그리고 아마 앞으로 세월호를 놓을 수 없을 각자에게, 혜화동1번지 ‘이후’ 세월호 기획의 ‘다음’은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까?
  1. 2015년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부터 출발한 세월호 기획 공연은 세월호가 우리에게 무엇이며 세월호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지(2015), 세월호 이후의 연극은 무엇이며 극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했으며(2016), 세월호로부터 파생, 상상될 수 있는 연극적 이야기를 선보이거나(2017) 고전 희곡, 문학, 철학 텍스트 등을 원작으로 세월호 이후 재구성된 우리의 세계를 사유했다(2018). 2019년 활동을 시작한 7기 동인은, 사회적 참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으며 여전히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하는 [2019 세월호: 제자리]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2. 현재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범죄 행위의 공소 시효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까지 정지된 상태이다.
  3. 광화문광장에는 2014년 7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세월호 천막이 설치되어 줄곧 운영되었다가, 2019년 3월 세월호 참사 천막을 철수, 영정 이안식을 진행했고, ‘세월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기억공간)을 개관하였다. 그러다가 2021년 7월 5일, 서울시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이하 가협)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이유로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할 것을 통보하였다. 이에 가협과 4.16연대는 세월호 기억공간 강제철거를 반대하였다. 이후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 세월호 기억공간 내 전시품은 시의회 본관 1층에 임시 이전하였다. 가협은 서울시에 새 광화문광장 조성 후 추모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확답하지 않았다.
  4. [2022∞세월호] 기획의 참여 작품별 소개와 그 작업의 과정은 웹사이트(www.sewolontheatr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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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김진이
독립기획자.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서 극장을 배우고 있다.
sogge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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