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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이 만난 사람] 이서연 X 장영

일단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게 있다면

장영, 이서연

190호

2020.11.05

자기소개 해주실 수 있나요
서연
저는 영화, 드라마, 공연 등의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이서연입니다.
그중에서 제일 애착이 가는 장르가 있나요?
서연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시는 편이어서 꾸준히 영화를 보며 자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탐닉했던 영화는 해리포터 시리즈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하면서, 제게 덕후의 기운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웃음)
회화를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디자이너로 일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서연
전공이 싫은 건 아니었는데, 내가 평생 작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어요. 그리고 ‘선명한 목적이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대학 때 아트버스터(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의 독립영화 포스터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영화 쪽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포스터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알게 되고 엣나인 필름에 들어가게 됐죠.
디자이너님의 최근의 작업이 궁금하네요. <프란시스 하> 재개봉 포스터를 봤어요!
서연
제가 좋아하는 영화라서 신나하면서 했는데,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는 더 부담이 크더라고요. 결과물이 최근 작업들 중 가장 마음에 들긴 하지만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왠지 아쉬운 것 있잖아요. (영 : 너무 좋아하는 건,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네, 영화의 아름다움을 담기에는 내가 부족했나 싶은 마음이. 원래 포스터가 워낙 좋았기도 했고요.
프란시스가 거리를 달리는 씬이 포스터에 들어가 있어서 반갑더라고요. <프란시스 하>에서 정말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포스터에 들어갈 이미지들은 어떻게 선택되나요?
서연
저도 좋아해요. 우선 재개봉 포스터는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로 시선을 끄는 게 중요할 것 같았어요. 영화의 장면들을 검토하다 보면 꼭 사용하고 싶은 컷들이 생겨요. <프란시스 하>에서는 주인공 프란시스가 뉴욕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계속 나오는데, 달리는 방향이 어디든 힘차게 달려 나가는 그 모습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스터에도 연속적으로 달리는 이미지를 넣고 싶어졌죠.
요새는 영화의 메인 포스터들과 스페셜 포스터들이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스페셜 포스터는 아트 포스터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디자이너로서는 어떤 기준을 두고 작업하시나요?
서연
메인 포스터는 그 이미지로 계속 광고를 해야 하니까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야 하고,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쓰는 경향이 있고. 스페셜 포스터는 말 그대로 ‘스페셜’하게 나가는 거니까, 디자이너의 예술적 자율성을 좀 더 봐주시는 것 같아요.
자율성이라는 말에서 이제 자연스럽게...네 부자연스럽죠. 저는 현장을 조금씩 더 경험하면서 제 포지션과 태도에 대해 이것저것 고민을 해보고 있어요. 서연님도 이제 5년 차 디자이너가 되셨으니, 지금까지 현장 경험들이 많이 쌓였을 것 같아요. 타인과의 협업에서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작업에 있어 가장 도움이 되었는지, 어떤 걸 배우고 느끼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서연
혼자서 작업하는 순수예술이 아닌 이상, 소통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저도 그 부분에서 요즘 고민을 하는데요. 디자이너든 클라이언트든 제일 중요한 태도는,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 그게 필수적인 것 같아요. 어쨌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하나의 영화를 개봉하고 홍보하려고 하는 건데,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믿지 않으면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쪽이 생기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디자인 전문가로서 자기 포지션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고, 저희가 떼를 쓰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만약 클라이언트가 A로 해달라고 했는데, 저희가 B가 더 낫다고 할 때는 그편이 더 안정적이고 어필이 될 수 있는 이미지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취향 때문에 고집부린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취향만으로 일하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왼쪽부터) 영화 <프란시스 하> 재개봉 포스터 (2020)
영화 <국경의 왕> 메인 포스터 (2019)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스페셜 포스터 (2018)
많이 공감되네요. 저도 생각해보면, 극작이 직업이 된 이후부터는 여러모로 자기 취향만으로 일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희곡이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 세계에 타인의 취향이 섞이면서 더 좋은 선택이 이루어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어요. 이후로 조금 더 설득될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노력하고, 설득할 때도 타당한 근거가 있는지를 계속 생각하고요. 각 영역의 작업자들이 어떤 방향을 선택하고 열심히 설득하는 경우가 있다면, 꼭 개인적 취향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서로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고. 그러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피드백을 받는 일도 종종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 게 좋을까요?
서연
이해할 수 없는 피드백은 일단 전화로 말을 해보고요, 그럴 때 사실은 별 이유는 없지만 시도해보라는 뜻이었다거나. 이런 식의 이미지를 쓰면 레이아웃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를 모르고 말씀하신 경우도 꽤 많고요. 그럴 때는 포기하지 않고 설명을 하면 의외로 쿨하게 넘어가 지기도 해요. 그래서 일단은 열을 내지 않고 말부터 해보려고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드물지만, 도움이 되는 의외의 피드백도 있죠.
서연
‘아닐 것 같은데’ 하다가, 막상 했는데, 정말 괜찮아요. 그럴 때마다 저도 다시 깨닫죠. 단숨에 타인의 의견을 컷하지 말고.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려 해보자.
그런데 진짜 그 작업을 위한 피드백은 처음부터 느껴지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진심으로 그 작업이 더 좋아지길 바라서 하는 피드백들. 말이든 글이든, 동시대의 작업자들과 작업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피드백들이요. 그런 피드백엔 괜한 부정적인 불순물도 없는 것 같아요. (사이) 디자인 작업도, 협업의 특성상 준비한 작업물이 부득이하게 리셋되거나 계속 수정되거나 할 때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 마음 아픔은 5년 차가 되니 좀 덜 해지셨나요. 점점 나아지나요.
서연
안 나아져요. (웃음)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그럴 때마다 일하기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디자인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는데, 언제나 이런 위치일 수밖에 없나 하는 게 제 고민이에요. 그래도 계속 설득을 해보고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에 한해서는 쳐내려고 해요. 심지어는 중간에 제 작업물을 가져가서 마음대로 수정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해요. 작업자와 작업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그런 행동이 가장 힘들어요. 또 많은 사공이 있는 경우에는 디자인 방향이 갑자기 리셋되거나 끝없는 수정을 하게 되어 힘든데, 그럴 때는 산으로 가는 와중에서라도 최선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죠.
황순미, 김신록

디자이너님은 요새 집에서 뭘 하세요? 자기만의 생활 루틴이 있나요?
서연
저는 요즘 집을 가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깨닫는 중이에요. 원래도 집순이라 집에 있었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더 오래 있게 되었고요. 나한테 제일 편한 곳이고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이 있는 곳인데, 이렇게 집순이면서도 내 공간을 가꾸지 않았구나 깨달았어요. 그래서 집을 내가 쓰기 편하고 포근하게 꾸며보자고 생각하면서 집에 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음악 감상? (웃음) 스트리밍 대신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것에 점점 더 재미를 붙이고 있어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LP 한 장을 여유롭게 돌리는 과정에서 저는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요즘은 커피에도 빠져있고요. 커피를 드립으로 내리면서, 여유롭게. 엉망진창이지만 요리도 합니다. 집에서는 뭐든 시간을 들여서 제 손으로 직접 하려고 하고 있어요.
어디서 읽었는데 일상의 어떤 행위들을 할 때, 시간을 들이면서 그 일을 하는 신체의 감각과 과정에 집중할 때 생각이 잠깐 끊긴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명상이랑 비슷한 건가 봐요.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요리하고 청소할 때 마음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디자이너님 마음을 좋고 기쁘게 하는 예술 작업이 혹시 있나요?
서연
저는 본투비 덕후의 기질이 있어서요. 덕질을 계속하고요. 최근에 뮤지컬이라는 아예 새로운 장르에 눈을 떴는데, 그게 행복하더라고요.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데 음악 장르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라서요.
저는 연극만 주로 보는 편인데 올해 우연히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조정은 배우에게 입덕해서 덕후로서의 생명력을 되찾게 되었네요. 제 경제적 상황으로는 참 머나먼 장르이지만, 홧팅. 디자이너님에게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서연
객석에 있는 나와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있는데 완벽하게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는 게 멋져요. 그리고 음악에 감정을 최대치로 담아서 라이브로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제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는 배우들이 정말 부러우면서 멋지고.
저도 무대 위에서 자기 말과 자기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들의 능력이 부러울 때가 많아요. 저는 글로 쓰지 않으면 감정을 느끼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요. 그래서 연극을 하는 것 같아요. 쓰면서 인물들이 제가 모르는 제 감정을 알려줄 때도 있는 것 같고, 배우들이 그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걸 보면 감동하고.
서연
저도 제가 감정표현을 거의 격하게 하지 않으니까. 무대 위의 배우들과 연출된 이미지들이 저를 가슴 뛰게 해요. 그리고 뮤지컬 같은 경우는 가사들이 참 대놓고 말하잖아요. “너 힘들어? 내가 도와줄게.” “너 힘들어? 내가 곁에 있어.” 그래서 무대 위의 배우들이 지친 일상으로부터 저를 지켜주는 느낌도 받아요. <드라큘라>는 가사가 정말…
...나의 맘의 빛, 태양이 아니라 그대 눈빛
서연
그 가사 미쳤다고요.
그걸로 타투를 해볼까 봐요. (사이) <빅 피쉬> 같은 공연의 포스터도 만드셨잖아요. 아직 구현되지 않은 대본, 시나리오에서 포스터 이미지를 얻는 과정이 궁금해요.
서연
대본상의 주요한 장면, 의미 있는 소품들에서 출발하고요. 장르적 특성이 큰 영화나 극일 경우에는 그것에 어울릴 이미지를 찾죠. 캐릭터들이 한 컷에 같이 있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서 차근차근 레퍼런스를 수집해요.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를 넌지시 보여주되, 너무 설명적이지는 않게. 촬영 기획단계에서는 꼭 찍어보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게 제안하지 못한 아이디어는 다음에 보강해서 하려고 항상 아껴두기도 해요. (영 : 아이디어를 버리지 않고, 다음을 위해 잘 아껴두는 게 좋은 것 같네요) 그리고 실제로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는 건 시간과 돈이 없어서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나는 진짜 멋진 생각을 했어도. (웃음) 그래서 요즘에는 시간과 돈이 진짜 많은 영화 포스터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뮤지컬 <빅 피쉬> 프로그램북 (2019)

예술가로서 밀고 나가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고, 또 상업성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도 있고. 정체성이 혼재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서연
초반에는 그런 생각 정말 많이 했어요. 나는 아름다우면서도 나의 개성이 잔뜩 들어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서, 생각할수록 디자인은 예술보다는 기능적인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마케팅을 위한 것이고 영화를 팔아야 하잖아요. 일할 때는 제 최선의 예술적 감각을 동원해서 좀 더 안정적이고 완성도 있는 이미지를 만들되, 거기에 과도하게 이입을 하지 않는 게 익숙해졌어요. 확실히 상처도 덜 받고요.
이 대화를 준비하면서 서연 디자이너가 속한 FDSC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채널의 인터뷰들을 봤는데 디자인이 ‘문제 해결’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의 인터뷰가 참 인상 깊었어요. 공동의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조금 더 건조한 인식과 접근법이 좋아 보여서요. 고집하는 것과 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내가 뭘 지키려는지 아는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것 같고, 대신 지키려는 건 잘 지켜야 할 것 같고.
서연
맞아요. 고집하다 보면 내가 뭘 지키려는지 잊게 되는 게 있어요. 글 쓰는 일은 또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신념이 하나쯤은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냥 하나를 지키는 것, 저의 신념은 점은 안 지운다는 것입니다! (웃음) 너무 희미해서 잡티같이 보이는 점은 지우지만, 이 사람의 아이덴티티 같은 점은 별도의 요청이 없는 이상 지우지 않고요. 그리고 미의 기준이 과도하게 설정되는 데 일조하고 싶지 않아서. 배우의 얼굴형을 비현실적으로 조절해준다거나, 피부를 과도하게 닦아주지는 않아요. 이후에 추가 요청이 오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되도록 과도한 보정 작업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단어 하나를 심어야겠어요. 약간 이스터에그처럼 (웃음) 다른 인터뷰들을 참고하다 보니, 이미지 레퍼런스를 일부러 안 보는 디자이너들도 있다고.
서연
네, 영감은 상관없는 곳에서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책을 본다든가, 멋있는 공연 연출을 본다든가. 아이디어라기보다는 감각적인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감각을 일깨우는 것. 사실 그런 건 저는 자연인 것 같아요.
저도 요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공원이나 놀이터에 앉아있어요. 새벽에도 낮에도 앉아서 그냥 하늘을 봐요. 서연 디자이너님은 어디에서 자연을 보나요?
서연
그냥 걸어요. 한강 변도 걷고요. 자연을 좋아하는 게, 자연의 색깔이. 내가 아무리 예쁜 색을 조합해도 그 색을 못 이겨요. 시시각각 변하는 것도 좋고요.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 팍 파묻혀 있다는 느낌. 그런 곳에서 우어어! 하고 번뜩이면서 막 뭐가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이서연 디자이너와 일할 때, 협업자에게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고 싶은 이서연 매뉴얼이 있다면요?
서연
저의 경우에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 하더라도, 정확히 원하는 걸 알려주는 거요. 모든 걸 완벽히 알려달라는 게 아니라, ‘이 컨셉만은 꼭 지켜주세요’ 라는 부분이 정해져 있으면 그걸 뼈대로 디자이너들과 대화를 통해 같이 살을 붙여나갈 수 있거든요.
그 외에도 작업자로서 어떻게 하면 능률이 나요?
서연
리뷰요. 한 달에 한 번, 그달의 작업물들을 모두 모아서 다 같이 리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확실히 그걸 하면서 파이팅 넘치게 되더라고요. 하면서 이건 아쉬웠다, 이건 좋았다 하는 부분을 리뷰를 하다 보니 다음에 더 잘해야지, 이 부분은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하는 게 생기더라고요.
좋은데요! 질문과 답변, 그리고 리뷰를 충실히 하는 게 제일 빠른 길 같네요. 두려워도 일단 솔직한 것도. 물론 인간적으로 무례해지자는 것이 아니라(웃음) 업무적으로 자기 한계를 밝히고 의사를 드러내는 일에서는 솔직한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앙심도 아쉬움도 덜하고. (웃음) 끝으로, 디자이너님의 앞으로의 시도는?
서연
요즘은 기술적인 걸 연마하고자 해요. 영화 포스터의 특성상 합성 작업을 자주 하는데, 더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큰 자본이 들어간 해외 영화 포스터들은 굉장히 탄탄해 보이는 이미지 퀄리티가 있는데, 작업 방식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틈틈이 연구하고 포토샵 기술을 향상시키려고 노력 중이에요. 디자이너로서의 제 시도는 이렇게 기술적인 툴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삶에서는요?
서연
나는 어른이다, 라는 것을 마음에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요. 자기 본업을 성실하게 잘하고, 유머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리키며) 재밌어요!
서연
이거 진짜 웃겨요. 서로 “너 재밌어!” 이러는 거.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극작가로 일하면서, 일단 저희가 지금까지 배운 게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며, 매일 자신만의 깨달음을 쌓아나가고 계실 분들께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님의 편지를 대신 전합니다.
“음악 친구들에게. 우리가 같이한 시간이 모자라서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요. 음악을 한다는 건 단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표현이기 때문에, 음악은 우리가 처해 있는, 느끼는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또 우리는 음악을 통해서 호소하고 자백하고 사랑을 표하지요. 나 역시 힘든 시기를 거쳐 지금까지 왔어요. 배고프고 외롭고 희망이 없다 할 때에도 음악은 저를 버리지 않았어요. 늘 저의 영원한 친구로 격려해줬기에 참고 견딜 수 있었어요. 그 대신 우리는 그 진정한 친구에 대해 사랑과 진심으로 존경하고 내 몸같이 아껴야 해요. 음악을 이해하려 노력하면 꼭 언젠가는 답을 줘요. 음악은 절대 우리를 배반하지 않아요. 우리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홧팅.” - 백건우1)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1. 2019.11.10 백건우가 아마추어 청소년 연합 오케스트라에 쓴 편지 (출처 : SBS 뉴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5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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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X장영

이서연X장영
장영_극작가
극단 프로젝트 414 연출부, 독립연극잡지 이화연극의 필진으로 활동했다. 2018년 국립극단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희곡공모에서 『G의 영역』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playplayghost@gmail.com

이서연_디자이너
영화 수입배급사 내부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피그말리온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주로 영화, 드라마, 뮤지컬 포스터 및 광고물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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