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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이 만난 사람] 최지웅X김솔

포스터로 관객을 낚는 디자이너들

김솔, 최지웅

191호

2020.11.19

포스터는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안내용 벽보에서 시작되었다. 정보의 전달이 중요했고, 대량으로 만들어지기에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기도 했다. 포스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그래픽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문자의 배열을 넘어 이미지로 작품의 감정을 전달하는 포스터들이 등장했고, 포스터의 예술성이 주목받기도 한다. ‘프로파간다’는 영화, 공연, 캘리그래피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한국 영화 포스터의 예술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시작된 관심과 호기심은 다양한 아카이빙북과 아트웍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www.propa-ganda.co.kr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연극 포스터를 만드는 ‘보통현상’의 김솔입니다.
지웅
안녕하세요. ‘프로파간다’의 최지웅입니다.
프로파간다의 등장이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 포스터의 방향을 전환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포스터가 예술이 될 수 있겠구나’, ‘이것이 직업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웅
하하하,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도 한 명의 평범한 디자이너일 뿐입니다.
궁금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상투적인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많은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셨지만 어떻게 영화 포스터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웅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 포스터를 보고 소유하고 싶었고, 훔치기도 했어요. 중학교 때 친구 아버지가 극장을 하셔서 많이 얻어오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때 ‘스크린’이라는 잡지를 보다가, 영화포스터 디자이너 특집 기사를 봤어요. 이런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쇄소의 도안사나 기획사 홍보담당 직원이 만들던 것에서 나아가 보다 전문적인 직업이 되어가던 시기였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이거구나’라고 생각하고 바로 미술학원을 다니며 미대입시를 시작하게 되었고, 꿈꾸던 회사에 모집 광고를 보고 입사했어요. 처음 합격했을 때 잠을 못 잤던 기억이 나네요. 일하면서 많은 걸 배웠고, 내가 하고 싶은, 더 잘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서 프로파간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포스터를 만들게 된 것이 흥미롭습니다. 배우나, 감독이 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웅
영화도 좋아하고, 영화 포스터를 참 좋아했거든요.
최지웅
저는 인스타그램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프로파간다의 새로운 포스터를 보려고 팔로우하고, 부끄럽지만 포스터들을 연구하고, 따라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로파간다 홈페이지에 보면, 포스터 제작과정에 관여한 디자이너, 사진작가, 메이크업, 인쇄소, 세트 제작 등 다양한 창작자가 표시되어 있어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공부가 됩니다. 단순히 영화사의 사진을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포스터를 위한 촬영을 계획하고 사진작가,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세트제작, 인쇄소 등을 섭외하고, 감독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 북들도 그렇고요. 이렇게 다양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부럽고, 이걸 공연에도 적용하고 싶어 공연 크레딧에 포스터 디자이너의 이름을 넣어주는 것을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지웅
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 좋아하면 따라 하게 되죠. 저도 그랬어요. 크레딧 표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일찍부터 표기되었지만, 공연에서는 포스터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가끔 월등한 공연 포스터를 발견하고 누가했는지 찾아보면 이름 표기가 없는데, 알고 보니 프로파간다의 작업이었어요.
지웅
포스터에 무대 위 주요 실연스태프만 표기가 되고, 그것으로 경중이 구분되어지는 것은 씁쓸하기도 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관례나 습관적으로 어떤 노력들은 지워지고 숨겨지기를 바라는 것 같고요.
아직도 포스터에 표기를 금기시하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포스터에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영광스럽고, 그렇지 않을 때는 무척 서운합니다. 처음엔 두 달을 매일 연습하는 배우, 연출가와 같이 이름을 올리는 것이 맞을까 고민도 있었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나도 다른 이들 못지않게 열심히 공연을 준비하고, 내 의견을 주장하고 창작을 실현하기 위해서요. 대본을 보고 상상하고 창작하는 즐거움이 없다면 일은 그냥 노동으로만 남고, 그럼 이 일에 인생을 거는 것이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싶어요.
지웅
저도 동의합니다. ‘클라이언트의 만족은 물론, 우리의 크리에이티브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디자인한다’라는 말이 같은 뜻이죠.
프로파간다 홈페이지에 나온 소개 글이군요. 홈페이지를 보면 초기 작업이 연극 포스터 작업이었어요.
지웅
처음 만든 포스터였습니다.
저도 그때는 배우를 하면서 그 포스터를 보고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디자이너가 되고 마주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네요. 지금도 여전히 프로파간다의 공연 포스터를 보게 되면 좋은 자극이 됩니다. 보통현상을 거쳐간 많은 디자이너들의 면접 당시, 프로파간다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던 이들이 많았습니다. 또 이번에 프로파간다에 간다고 자랑했을 때, 정말 많은 기획자, 포토그래퍼, 디자이너들이 부러워하고 같이 오고 싶어 했어요.
지웅
같이 오시죠!! 언제든 환영입니다. 공연에서 프로파간다를 불러주는 일이 별로 없어서 저는 인기가 없는 줄 알았어요. 저도 공연을 좋아하고, 어제도 대학로에 갔었는걸요. 보통현상의 포스터도 많이 봤고요. 사진을 직접 찍으시나요? 잘 찍으시던데.
아무래도 한정된 제작비 여건상 ‘프로파간다를 섭외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연락을 주저했을 거라고 봐요. 제가 사진을 찍게 된 것도 예산에 맞추기 위한 자구책이었던 것도 있고, 조금 더 공연에 깊숙이 참여하려는 생각도 있습니다. 분업화시키고 시간적인 여유를 더 갖고 싶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공연을 보고 배우를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아 그만둘 수가 없어요.
지웅
저도 여전히 배우를 만나고 영화에 참여하는 것이 설레고 좋습니다.
김솔
김솔
저도 가끔 듣는 이야기라서 최지웅 대표님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작품보다 포스터가 잘 나와서 ‘포스터에 낚였다’ 그런 반응을 들으면 어떤가요?
지웅
저희 이름부터가 프로파간다에요. 포스터로 유혹해서, 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우리가 만든 디자인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도록 하는 것. 그게 저희 일이죠. 그렇다고 괴리감이 없지는 않아요. 영화를 골라서 하는 입장은 아니잖아요. 재미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대충할 수도 없고 잘 만들어야 합니다. 관객이 극장을 찾게 만들고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마다 다를 수 있는 거죠. 포스터로 낚였다는 말이 좋은 건 아니지만, 보고 싶게끔 잘 포장하는 일은 재미있습니다.
이 일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지네요. 일 년에 몇 편 정도 작업을 하시나요? 공연보다 홍보물의 종류가 다양할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다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가 시간이 있는지, 또 그때는 뭘 하는 지도요.
지웅
일 년에 50~60편 정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상업영화뿐 아니라, 비상업영화도 함께해요. 대본집부터, 프로모션, 극장 홍보물, 전국 극장별로 데코물도 다르고, 그래도 다 해내야죠. 여가 시간 빼고는 거의 일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여가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동묘 벼룩시장에 가거나 디깅(digging : 자료조사)을 합니다. 최근에는 등산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활동적이고 건강한 것 같아요. 50편만 해도 엄청난데, 다양한 여가활동까지. 거기다 정말 놀라운 것은 아카이빙북이나 MD작업들 입니다. 이게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너무 궁금해요. 이것들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텐데 어떤가요?
지웅
재미가 있으니까 가능해요. 클라이언트 일에 지쳐 있을 때 하게 되는데요, 출판, 수집 아카이빙 좋아하고요. 수입도 됩니다. 최근 8월의 크리스마스 디자인도 판권을 구입해서 리디자인 해서 내놓았고, 해외에 나갔다가 마음에 드는 영화 MD가 있으면 국내에 유통도 알아보고 합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고, 숍을 하는 것도 그렇고요. 매일 하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서 한 달에 한 번 테마를 가지고 운영합니다. 지난달은 <빽 투 더 퓨쳐> 특집이었어요. 저도 영화덕후니까, 함께 이야기하고, 소개하는 채널이 될 수 있어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판매처를 통하고 있어 적자가 나지는 않아요.
포스터
(왼쪽부터) 연극 <빛의 제국> 포스터 (2016)
영화 <최악의 하루> 포스터 (2016)
뮤지컬 <서편제> 포스터 (2017)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2020)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영화 쪽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향은 어떤지, 프로파간다의 변화나 대응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웅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매달 몇 편씩 작업이 계속되어왔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정말 한 편도 일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개봉하는 영화가 없었으니까요. 충격적이었죠. 그나마 넷플릭스나 TV드라마 일이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영화만 해서는 힘들겠다는 것을 느꼈죠. 대비라기보다는 옮겨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는 것도 같고요. 잡지나 인쇄물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포토그래퍼도 영상으로 옮겨가는 추세고, 모션을 활용한 그래픽디자이너들도 많아지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네요.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요즘 젋은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보며, 감탄할 때도 있고 저 역시도 정체되는 것이 아닌가 싶고, 그래서 다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저는 ‘일년에 한편 정도 씩 연극의 다른 파트로 역할을 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워보고 있어요. 대표님의 미래의 꿈은 무엇인가요?
지웅
극장을 운영하고 싶은데, 시대가 이렇게 되어서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작은 극장을 운영하며, 직접 영화 수입을 하고, 굿즈도 만들어 판매하는 그런 것을 꿈꾸고 있어요.
가끔 아쉬운 게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들은 많지만, 공연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아직은 시장이 작고 시작이기 때문이겠죠. 저에게 프로파간다가 그랬던 것처럼 공연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후배 디자이너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지웅
이 질문은 어렵네요. 감각을 잃지 않고 계속해나가야 하는데, 저도 잘 못하는 것 같아 쉽게 조언을 하기 어렵네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정말 좋아해야 한다’. 정말 다양한 일이 있고, 그래픽디자인도 분야가 다양하고, 그중에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걸 빨리 시작 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가만히 있지 마라’. 저도 회사를 만들고 나서 초반에는 일이 없었어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일이 주어지지 않아요. 이 일의 좋은 점이 공연포스터는 대학로에 붙고, 영화도 포스터가 쫙 개시되어서 보여 지기 때문에 알려진 뒤에는 홍보가 자연스럽게 된다는 점이죠. 일을 좋아하고, 시작하고, 즐기세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연극in 독자들에게도 너무나 좋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처음 만든 포스터가 연극이었고, 여전히 공연포스터를 만들고 싶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 기쁩니다. 프로파간다의 멋진 포스터를 오래도록 만나고 싶고, 저도 오늘 만남으로 최지웅 대표님이 대학로를 지날 때 잠깐 멈춰 볼 수 있는 포스터를 만들도록 애쓰게 될 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인터뷰를 했는데, 친절하고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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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X최지웅

김솔X최지웅
김솔_그래픽 디자이너
공연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의 일이 아닌 보통의 직업으로 여겨지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 스튜디오 ‘보통현상’을 운영중이다. 수상/ 2016년 제1회 서울연극인대상 스태프상, 시각디자인부분 <수갑 찬 남자>

최지웅_그래픽 디자이너 영화, 공연, TV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 대표. 2010년 제7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포스터상 수상 <워낭소리>
choijw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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