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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이 만난 사람] 송주원X손옥주

공연과 영화, 관객과 만나는 삶의 방식들

손옥주, 송주원

193호

2020.12.17

올 한 해 공연예술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의심할 바 없이 ‘공연예술의 영상화’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과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하는 댄스필름에 이르기까지, 관객 대면이 불가한 상황 속에서 공연예술이 처한 현재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들이 빠르게 모색되었고, 이 같은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연장 안과 밖의 물리적 경계뿐만 아니라, 공연과 영상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매체가 이루는 비물질적 경계에 대해서까지도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는 2020년의 끝 무렵, 안무가 송주원을 만나보았다.
그 사이 <풍정.각(風情.刻)>시리즈를 통해 댄스필름 감독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그녀는 놀랍게도 최근 몇 년간 공연작업과 영화작업을 병행해왔다고 한다. 언뜻 생각해봐도 결코 쉽지 않았을 그러한 활동의 원천에는 예나 지금이나 ‘춤’, 그리고 ‘관객’이 자리하고 있다는 그녀와 나눈 그 날의 대화, 지금 여기에 기록한다.
옥주
안무가로 소개해드려야 할까요, 영화감독으로 소개해드려야 할까요? 안무가이시면서 요즘 댄스필름 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시다 보니 여러 호칭을 들으실 것 같아요.
주원
요즘엔 영상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감독이라는 호칭을 많이 듣게 돼요. 하지만 자기소개 하는 자리에서 대개 ‘무용가 송주원’이라고 말해요. ‘춤 만드는 송주원’이라고요. 춤을 무대공연 형식으로 만들든, 영상으로 만들든, 스튜디오에서 실험하든, 저의 정체성은 춤 만드는 사람이 맞는 것 같거든요.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보면 영화감독이라고 나오는데요. (웃음) 춤을 만들어가는 삶의 여정 속에 댄스필름 감독이라는 역할도 포함되어있는 것이지, 만약 제가 춤을 만들지 않았다면 영화를 만들 일도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최근 두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면서 가급적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입니다’라고 소개하게 되네요.
송주원
송주원
옥주
서로 다른 예술 장르의 경계에서 활동 중인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계시다 보니, 크레딧 상에서의 역할명칭이나 호칭 등에 관해 주변에서도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더라고요. (웃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서 근황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올해 서울국제안무워크숍의 일환으로 계획되었던 댄스필름 워크숍을 기획하셨잖아요. 이 행사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미뤄지게 된 거죠?
주원
올해 8월에 진행하려던 워크숍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 11월로 미뤄지게 된 거죠. 서울국제안무워크숍의 일환으로 서울무용센터와 공동기획을 한 댄스필름 워크숍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진행하려던 차였는데, 워크숍 시작을 1주일 정도 앞두고 갑자기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진행이 어려워졌거든요.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워크숍은 무조건 대면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불가피하게 일정을 미뤄 진행하게 되었어요.
옥주
11월이 되어도 여전히 진행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텐데 무사히 워크숍을 마무리하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저는 늘 궁금했던 게 있는데요. 무용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시다가 대체 어떤 계기로 댄스필름의 세계(!)로 진입하게 되신 건지 너무 여쭤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영화 작업을 시작하셨던 5~6년 전만 해도 국내 공연예술계에는 지금과는 달리 댄스필름이라는 장르에 대한 정보도, 이해도 많이 부족했었잖아요.
주원
사실 댄스필름 작업은 이런 형식으로 작업해야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있었다기보다는 우연히 시작하게 된 거나 다름없어요. 댄스필름 작업 이전부터 공연장 바깥에서 장소특정적 작업을 많이 진행해왔는데요. 무대공연과 그 공연을 위한 리허설 모두를 진행하기에는 예산을 비롯해서 저에게 허락된 여러 상황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작업하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장소들로 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저희 동네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 지하에는 물탱크가 있는데요. 막연하게나마 그런 곳에서는 언제든 리허설을 할 수 있고 공연도 마음껏 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예요. 무대 세트를 만드는 예산이 안 되다 보니 삶의 장소가 곧 무대가 될 수 있는 공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죠. 그렇게 2013년에 준비해서 2014년에 <풍정.각>의 첫 작업을 북촌문화센터에서 선보이게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 공연예술가들에게는 객석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막상 장소특정적 공연을 진행하려니 현장에서 관객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관객들이 현장에서 못 본 장면들을 볼 수 있도록 공연 현장을 영상으로 찍어서 웹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본래는 그렇게 공연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영상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그렇게 시작된 <풍정.각>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서 지금은 13편째 작업하고 있어요.
옥주
그럼 지금 열 세 번째 작업을 촬영하고 계신 거예요?
주원
촬영은 이미 했고, 내년 3월경에 추가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풍정.각> 12편은 이미 완성했고, 13편은 작업 중이고, 현재 14편을 준비 중이고, 11편은 아직 편집이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이렇게 <풍정.각>은 계속해서 이상하게 이어지고 있어요. (웃음)
손옥주
손옥주
옥주
2014년경부터 <풍정.각> 작업을 진행해오셨는데, 그렇다면 평균적으로 1년에 몇 편씩의 작업을 계속해서 해 오신 셈이네요. 저는 2014년에 북촌에서 처음으로 <풍정.각> 퍼포먼스 공연을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주원
그때가 바로 1편이었어요. 리허설도 본 공연도 전부 영상으로 기록했죠.
옥주
그 이후로 이 작업이 13편에 이르도록 이렇게 꾸준히 이어지게 될 줄이야!
주원
저는 <풍정.각> 초반만 해도 정말 이렇게 이어지게 될 줄 몰랐어요. 전문 무용수와 비전문 무용수가 모두 참여하는 데다가, 참여 무용수의 수도 많아서 보통 8명 정도와 함께 작업했거든요.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을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작업하면서 장소가 주는 냄새와 뉘앙스를 느끼게 되었고, 그러면서 뭔가 작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쌓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의 작업이 무용 실험에 가까웠다면, <풍정.각>부터는 나 자신과 참여 무용수들의 삶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질문으로 만들어 장소에 얹으며 서사를 만들고, 그것이 춤이 되고, 더 나아가 그것이 하나의 영화가 되는 상황들이 만들어진 거죠. 그런 걸 보면 정말 신기해요.
옥주
저 또한 관객으로 <풍정.각> 시리즈 가운데 여러 편을 봤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4번째 작업인 <골목낭독회>와 6번째 작업인 <낙원쁼딩>이 가장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이 작업들은 ‘인디포럼’에 가서 보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접하니 관객 입장에서 퍼포먼스 현장에 대한 감각을 상상하기보다는 실험성 있는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들었었어요. 앞서 말씀하시기로는 댄스필름 촬영에 앞서 기록용 영상 촬영을 진행했었다고 하셨는데, 옥인동 골목에서 촬영된 <골목낭독회>에서부터 댄스필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것 아닌가요?
주원
<풍정.각> 4편은 ‘갤러리 팩토리’에서 영상 스크리닝 전시와 퍼포먼스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발표하기로 했던 거예요. 애당초 그렇게 투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퍼포먼스 공연을 진행하고 촬영하기로 한 통의동 골목이 제 시각에서는 너무 골목 같지 않은 골목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갖고 있던 골목의 이미지는 그 안에 양 갈래 길도 있고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다소 만들어진 느낌을 띤 이미 상업화된 골목이었거든요. 그렇다면 통의동에서는 공연을 하고 제가 평소 즐겨 다니던, 보다 야생적인 느낌의 옥인동 골목에서는 영상을 찍겠다고 결심을 한 거죠. 옥인동의 그 골목을 걸으면 양 갈래 길이 나오는데, 그 길에서 오른쪽 길을 선택해서 가다 보면 결국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가게 돼요. 알고 보면 결국 제 자리로 돌아오는 삶을 상징하는 것 같아 그 골목을 따라가며 진행되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원테이크로 촬영했죠.
옥주
<풍정.각>이 애초에 영화 작업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고, 장소특정적 공연의 연장으로 만들어진 작업이라고 예전에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공연은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서 보는 것과 창작자로 직접 만드는 것은 매우 다르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평소 영화를 즐겨보시다가 직접 영화를 만드셨을 때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매체가 다르다보니 아무래도 작업 환경도 그렇고 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문법도 공연계와는 많이 다를 텐데요.
주원
퍼포머의 감각을 가지고 공간을 읽어내는 것 같아요. 안무할 때마다 직접 그 장소에 가서 길을 걸어보고 내 몸이 공간과 만났을 때 발생하는 감각들에서부터 뭔가를 찾아내면서 작업해나가거든요. 무용을 하는 입장에서 공간이 지닌 신체성, 장소에 대한 감각을 안무와 결부시켜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 작업에서는 그런 감각들이 영화의 문법을 통해서 작품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촬영감독님과 서로 의견을 구체적으로 나누게 되죠. <골목낭독회>의 경우에는 촬영 전에 제가 직접 핸드폰으로 골목을 동선에 따라 쭉 찍어서 촬영감독님께 보여드렸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공간에 대해 달리 적절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물론 촬영팀과 미리 현장 답사도 하고, 촬영 당일에는 함께 리허설도 진행해요. 촬영감독님도 이때쯤에 카메라가 한 번 뒤로 돌면 어떨지, 필터는 무엇으로 정하는 게 좋을지 등등에 대해 제안을 해주시고 그 제안 또한 반영된 결과가 영화로 나오는 거죠.
작업 초반에 어떤 감독님들의 경우에는 안무가이자 감독으로서 제가 영화 안에 담아내고자 하는 감각보다는 본인들이 알고 있는 영화적 맥락 안에서 작업하는 것을 익숙해하셔서 소통이 쉽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당시의 저는 카메라도 다룰 줄을 모르고, 렌즈가 망원인지 광각인지도 모르고, 풀샷인지 와이드인지도 모르고, 패닝이 뭔지도 부감이 뭔지도 짐벌이 뭔지도 전혀 몰랐으니까요. 처음엔 영화 스태프분들께서 “감독님, 이건 어때요?” 물어보시면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요.”가 먼저였거든요. 하지만 수년간 작업하고 공부해가면서 점차 알게 된 거죠.
<골목낭독회>를 찍을 때만 해도 그 작업이 영화적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을 정도의 작업으로 나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촬영했던 게 아니에요. 심지어 제가 알고 있던 기존의 영화들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제 작업이 영화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2018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에 입주해있을 때 이 작업을 스크리닝했는데, 한 영화감독님이 보시고는 이 작업은 너무나 영화적이니 영화제에 출품해보라는 권유를 하신 거예요. 그 말씀을 계기로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하게 된 거죠.
옥주
우연치고는 너무 운명적인 순간처럼 느껴지네요!
(왼쪽부터) 풍정.각 포스터 (2017) @청파동 골목
풍정.각 포스터 (2018) @낙원상가
풍정.각 포스터 (2019) @장안평 골목
옥주
영화감독으로서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주원
촬영 전 과정을 계속해서 모니터로 확인해요. 이 장면을 망원으로 찍어야 하는지, 광각으로 찍어야 하는지, 풀샷으로 담을 건지, 클로즈업할 건지 등등 그걸 계속 제가 선택하며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모든 부분은 오롯이 감독이 짊어지고 책임져야 할 몫인 거죠. 장면을 1테이크에 끝낼 건지, 3테이크로 갈 건지 등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하고요. 편집의 경우에는 3번 만에 끝낸 경우도 있지만, 때에 따라 13번에 걸쳐 진행한 적도 있었어요. 작업이 각각의 경우마다 다르거든요. 그런 식으로 영화작업에 관한 경험을 점차 쌓아가게 된 거죠.
옥주
카메라 워킹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다 보면, 안무 과정 안에서 동선을 만들어가는 것에 있어서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네요.
주원
당연히 그렇죠. 사실 저는 올해 들어서 새로이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요. 여력이 된다면 다른 안무가들의 라이브 공연을 영상으로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관련 공부를 좀 더 하고, 제가 직접 카메라 팀을 꾸려서 그런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는 오랜 시간 무용을 해온 만큼, 안무의 의도와 방향을 비교적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고 춤의 호흡이나 흐름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보니까 다른 안무가들의 작업을 영상 안에 담아내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소극장 공연은 보통 카메라 4대를 놓고 촬영하는데요. 촬영 시에 스위처 감독이 큐를 넘겨주거든요. 1번 카메라에서 2번 카메라, 3번 카메라로 갔다가 4번 카메라로 갔다가 다시 3번으로 가는 식으로 큐를 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대개 감독이 전체 안무를 숙지하기 어렵다 보니 A카메라에서 B카메라로 넘어가는 중간에 무용수가 중요한 장면을 하고 있는데 다른 것을 찍고 있는 경우가 발생하곤 해요. 저의 경우에는 안무를 외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하는 데 있어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옥주
웹진 <춤in>에 댄스필름 촬영감독 4명의 대담이 실린 적이 있는데요.1) 그 대담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 중의 하나가 바로 무용가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촬영감독과 그렇지 않은 영상 전문의 촬영감독의 관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전자의 경우에는 촬영하는 피사체 자체가 퍼포머의 움직이는 몸이기 때문에 이 움직임을 잘 담기 위한 방식을 생각하다 보니 가령, 삼각대를 놓고 촬영하는 게 어려운 거예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퍼포머의 동작과 동선에 집중하는 안무가의 시선보다는 오히려 한 발 떨어져 관객의 입장에서 카메라의 시선을 포착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우선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켜놓고 촬영하는 걸 선호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리얼타임 안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퍼포머의 몸이 피사체가 될 때는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찍느냐, 관점에 따라 너무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대화를 읽으면서 정말 흥미로웠거든요. 말씀 듣다 보니 아무래도 안무가로서 안무 순서를 외우고 동선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익숙한 만큼, 다른 안무가의 작업을 촬영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카메라의 접근이 좀 다르겠다 싶어요.
주원
맞아요, 정말 달라요. 저는 궁극적으로 춤이 카메라와 만나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댄스필름과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 또 있는데요. 관객들에게도 일종의 매뉴얼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춤을 영상화한 모든 작업에 대해 댄스필름이라고 할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이것은 라이브 스트리밍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원래 라이브로 봐야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런 방식으로 보는 것입니다’ 또는 ‘이것은 댄스필름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이런 식으로 분류해서 알려주면 좋겠어요. 무용영화 시장이 점점 더 넓어지고 다양한 장르의 댄스필름 감독들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사전 제작된 무용공연과 댄스필름은 분명 다른 지점이 있어요. 물론 사전에 영상 촬영된 무대공연이 댄스필름 페스티벌에 출품될 수는 있어요. ‘스테이지’라는 카테고리가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출품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댄스필름으로 제작된 작품이라고 보기엔 어렵죠. 그런 식으로 댄스필름에 대한 감식안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 제작을 위한 촬영팀이 꾸려져서 작업이 진행되는 댄스필름의 경우와는 분명 다른 만큼, 이 모든 경우에 대해 ‘댄스필름’이라고 명명하기보다는 각각에 적합한 카테고리로 나눠줄 필요가 있는 거죠.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의견을 피력하는 게 조심스럽기도 해요. 댄스필름에 대해 좀 더 앞서서 경험을 쌓았을 뿐, 저 또한 지금까지도 배우는 과정 중에 있다 보니 자칫 제 의견이 선언적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거든요.
옥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주원
지금의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계속해서 춤을 만들고, 춤으로 영화도 만들면서요. 내년엔 춤으로 미술관에서 하는 퍼포먼스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올해 하려고 했는데 못 했거든요. 또 2022년엔 제가 50살이 되는데요. 2년 후인 그때는 무대공연을 하고 싶어요. 마침 2022년은 <풍정.각>이 정확히 10년 되는 해이기도 한데, <풍정.각> 시리즈를 묶어서 가장 저다운 방식으로 무대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이 작업을 이어오면서 이건 무대에서 하면 정말 좋았겠다 싶었던 장면들이 많았거든요. 무대 밖에서 수행된 장면들이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보일지, 그게 또 하나의 실험이 될 것 같아요. 내년엔 무대를 만들어서 가상의 상황으로 촬영을 한 후에 현장의 영상이랑 연결지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춤을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재미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려고 해요. 계속 춤 만들며 살고 싶어요.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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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원X손옥주

송주원X손옥주
송주원_안무가
송주원은 안무가이자 댄스필름 감독이다.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시간을 축적한 도시의 장소에 주목하고, 그 공간에 투영되는 삶에 관한 질문을 특정 장소의 리서치와 퍼포먼스, 전시, 상영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전문 무용수와 비전문무용수가 함께하는 '일일댄스 프로젝트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풍정.각(風情.刻) 시리즈>를 통하여 '도시공간 - 몸짓 - 지금여기' 에 대한 내밀한 질의와 담론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손옥주_공연학자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극학, 무용학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무용 오리엔탈리즘에 관한 포스트닥터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현재 학술 연구와 동시에 리서치 파트너와 드라마터그로 공연 현장에서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춤의 감수성과 문학적 상상력은 서로 맞닿아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춤을 닮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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