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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이 만난 사람] 김수아 x 함유선

연극 뒤에 텍스트 있어요!

정리_예준미 (본지 에디터)

194호

2021.01.21

연극in 웹진은 2020년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연극 <로테르담>과 <마른대지>의 김수아 번역가와 함유선 번역가가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영어로 된 동시대의 뜨거운 작품들을 국내 연극계에 소개하고 있는 이들은 어떤 고민과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요. 본 기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대담은 지난 4일,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수칙 준수하에 진행되었습니다.

#희곡번역의_시작

저는 대학교 때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희곡 수업도 듣고, 극회 활동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하고 글로 옮길 기회가 많았어요. 친구들끼리 워크숍으로 희곡을 번안해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을 하다 보니까 번역 제안이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첫 작품을 번역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저는 문학 전공이어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는데요. 런던에서 연극 <프랑켄슈타인>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이거는 글로 남겨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혼자 번역을 해버렸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요. 작품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그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저는 대학교 전공이 안 맞아서 졸업 후에 다른 길을 찾다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을 하고 이화희곡번역연구회 스포큰(SPOKEN)이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연극에 대해서 모르고 흥미도 별로 없었는데, 활동하면서 엄청난 충격처럼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자체 낭독회를 열었었거든요. 그걸 보고 ‘나 이거 해야 해’ 해서 취직도 미루고, 여러 제안서를 쓰고 작품을 미친 듯이 읽던 차에 ‘극단 아어’에서 연락이 왔어요. 자체 낭독회 홍보 글을 보셨다고 했어요. ‘잉크도 마르기 전에, 희희희’라는, 한 달에 한 번씩 새 신작을 올리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참여를 했고요. 그게 <오마르>였어요. 그렇게 희곡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함유선
함유선

#작품선택의_키워드

초반에는 퓰리처, 토니 등등 수상작 위주로 살펴봤어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씩 겹치는 이름들이 있는 거예요. 작가나 작품, 연출가 이름들이 눈에 익기 시작하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인물들은 더 찾아보고, 관련된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비평도 읽어보게 되잖아요. 취향 코드가 많이 작용하죠. 최근에는 주제 별로 찾아보기도 해요. ‘요즘에는 이런 주제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저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희곡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한동안 성폭행, 낙태, 자살 등... 특히 공직자 성폭행이 큰 이슈였고요. 요즘 들어서는 2,30대 우리나라 여성들 자살률이 높다는 기사를 읽고 마음에 와 닿아서 그쪽으로도 보고 있고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듯이 찾고 있어요. (웃음) 웹에서 검색을 하고 대본을 주문해서 보기도 하고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못하고 있지만 유학을 가있는 동안에는 뭐라도 보고 다니려고 했었고, 도서관이 있으니까 끌리는 책이 있으면 보고요.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 같아요. 요약된 것만 보고 대본을 사도 막상 읽어보면 전혀 아닌 경우가 있잖아요.
희곡을 포함해 어떤 '글'을 보면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뻔한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종류의 울림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재미가 됐든, 내가 몰랐던 문제의식을 일으키는 거든, 아니면 감동이 됐든. 와 닿지 않으면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어려워하거나, 외면하거나, 잘 모르는 것들을 꺼내놓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희곡뿐만 아니라 미디어나 매체를 보더라도 그런 작품들에 제가 강하게 끌린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저는 되게 몰입을 하는 편이라서 울기도 해요. 마음에 깊게 들어오는 작품들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런 게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을 추진하죠.
저는 창작 활동도 하고 있거든요. 외국 작품 중에 와일드한 주제를 다루는 게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왜 못쓰지?’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당장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너무 보편적인 이야긴데. 내가 내 말로 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그래서 내 취향이 전혀 아닌 작품을 번역하게 되면 거리를 둘 수 있죠. 반대로 오히려 작품이 너무 좋으면 복잡한 마음이 생겨요. 뭔가 좋은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거죠. 번역가이자 작가의 마음인 것 같아요.
김수아
김수아

#2020년_한국연극_베스트7<로테르담> #2020년_연극평론_베스트3<마른대지>

<로테르담>과 <웰킨> 잘 보았습니다. 공연과 낭독공연이라는 형식 차이도 있지만, 저는 두 작품의 분위기와 대사들이 다르게 느껴졌는데요. 작업 과정에서 느낀 차이점이 있었나요?
우선 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로테르담>은 제가 소개하면서 확신이 있었고, <웰킨>은 추천을 받아서 번역을 하게 되었거든요.
<로테르담>은 어떤 부분에서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드셨어요?
공연을 봤는데 에너지가 너무 좋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나오면서 바로 대본을 사고 애장 작품 리스트에 찜해두고 있었어요. 캐릭터에게 주어진 상황과 갈등이 너무 강력해요. 그리고 제가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있기도 하고요.
<웰킨>은 진짜 기대하고 있어요.
저도 기대가 돼요. 한편으로는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해요. 몰아쳐서 했어야 했는데. 스터디도 진행하려 했는데 못하고 있고요. 미완의 것들을 찾아갈 시간이 생긴 것은 감사하나, 시간이 많을수록 나중에 죄책감은 커지는 법이라서요. 코로나 때문에 연기가 되었지만, 언젠가는 하는 걸로... (웃음)
저도 <마른 대지>를 매우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번역가님께서 작업하실 때 가장 무게를 두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무게’가 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저는 <로테르담> 번역할 때 처음 내용에 대한 부분을 다 점검하고 나서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젊은 우리의 고민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고, <웰킨>은 ‘어떻게 하면 안 틀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고어(古語)가 너무 많았어요. 오역을 할까봐 너무 무서운데 틀리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캐릭터는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작업하다 보면 그런 밸런스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른 대지>를 작업하면서 신경 쓰셨을 부분이 궁금했어요.
희곡은 발화되어야 하는 글이잖아요. 배우, 연출이랑 맞아야 하고, 저는 연습실에서 피드백 듣고 고치는 것도 번역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초고에는 무게를 안 둬요. 작업하면서 제일 많이 같이 고민했던 것은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들, 좋은데 싫고, 짜증나는데 붙잡고 싶고, 그런 경계에 걸쳐있는 사춘기 청소년의 감정들을 포착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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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테르담> 포스터 / 연극 <마른대지> 포스터
<로테르담>에서 느꼈는데,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 같다는 느낌. 그게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로테르담>의 인물들은 다 예쁘면서도 다 미워요. 그런데 사실 누구나 그렇잖아요. 인간이 늘 언제나 한 면만 있을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까 배우들도 더 몰입을 하고, 사람처럼 행동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되고 그런 건 아닌가 싶어요.
‘사람처럼 행동하니까 사람이 된다’는 말 너무 뭔지 알 거 같아요.
원래 대본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느낌을 살려오고 싶었던 것 같고요. 관객들께서는 특정한 캐릭터를 미워하기도 하고, 어떤 면을 싫어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게 진짜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으려면 입체적으로 인물이 느껴져야 감흥이 오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김수아 선생님은 <마른 대지>를 어떻게 보셨어요?
인물들의 마음이 날 것으로 느껴져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주제가 묵직한데 다루어지는 방식이 과하게 무겁지 않았던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생각하게 하지 않았나.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수록 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전달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이슈를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게 하려면 인간, 사람이 보이고 이 사람이 어떤 이슈를 갖고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지, 그 점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게 제일 잘 가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주로 번역하는 페미니즘 서사도 그렇게 이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웰킨>도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서 이슈를 생각해 보게끔 하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런 게 좀 끌리기도 하고요.
<로테르담>이 정말 정교하다고 느낀 게,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상식이 없어도 이야기만으로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주제 자체에 대해서 혐오나 지나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면요.

#번역에_있어서_난제 #문화적인_차이 #관객의_진입장벽

제목 번역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의적이고 압축적으로 담긴 게 많아요. 저는 음차한 제목들을 선호하지 않아서 가능하면 번역을 하고 싶었어요. <마른 대지> 같은 경우에 음차해서 ‘드라이 랜드(Dry land)’라고 쓰면 거기서 오는 어감이 맘에 안 드는 거예요. 그리고 이 작품은 수영하는 애들이 마른 땅으로 가는 얘기라고 생각을 해서 그게 더 관객들에게 각인됐으면 하는 마음인 거죠. 일단은 번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드라:이], [랜:드] 둘 다 장음이잖아요. 또 영어에서 드라이는 우리나라의 마른과 달리 뽀송뽀송한 거고요. 이런 부분을 살리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죠.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땅을 대지로 바꾸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듣고 보니 저는 약간 제목 번역을 포기하는 편이라고 할까요? 사실 <로테르담>(Rotterdam)이나 <웰킨>(the Welkin)은 번역을 할 수가 없었기도 하고,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도 그랬던 것 같아요. <트레인스포팅>도 그렇고. <슬루스>를 포기한 거죠. 제목은 진짜 번역의 끝판왕이 맞는 것 같아요.
<너에게>(Jen Dilverman 작)의 제목(원제 : Still)은 설유진 연출의 생각이에요. 너에게는 등장인물들이 마지막 장면에 편지를 써서 읽는 장면이 있어요. 연출가가 그 장면에서 약간 힌트를 얻어서 ‘너에게’라는 제목을 제안하셨어요. 보니까 원문 대본이 제목인 ‘still’로 끝나요. I miss you still. 그러면 우리도 마지막 말로 ‘너에게’를 넣자고 제안했죠. 연출과 소통이 되어서 그렇게 맥락을 맞게 가져갈 수 있었던 귀한 케이스입니다. <춤의 국가>(Clare Barron 작)는 원제가 Dance Nation이었어요. 우리나라 말로 ‘댄스’와 ‘춤’을 듣는 건 너무 다른 이미지잖아요. 그래서 댄스가 아니길 원했어요. 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원형적인 뭔가가 담겼으면 했던 것도 있고. Nation 가지고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용수들이 하나의 군단 같다는 생각을 했고, 작품에 권력에 대한 서브텍스트도 있어서 ‘국가’로 옮겼어요.
<웰킨>은 작품이 길고 어려워서, 단어 하나하나가 무섭게 느껴질 만큼 과정 전체가 너무 까다로웠어요. 반대로 <로테르담>은 말이 일상어라서 오히려 캐릭터의 뉘앙스나 성격을 고민해야 했고요. 어떤 글을 만나도 언제나 과제는 많더라고요. 쉬운 글을 만난다고 번역이 쉽다고는 얘기를 못하겠어요. 함 선생님은 어떤 부분이 가장 까다롭게 느껴지시나요?
욕, 농담, 존댓말, 인종이요.
맞아요! 인종이 제일 까다로운 것 같아요. 다 어렵지만 인종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설다 보니까,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아쉬운 작품들이 많아요. 너무 좋은데 이야기의 중심에 인종이 딱 버티고 있어서 전달이 어려울 것 같은 작품들이요.
<로테르담>도 처음에 ‘한국으로 번안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극구 반대했죠. 사실은 조금 웃길 때도 있어요. 누가 봐도 한국인인데 ‘찰스’ 이렇게 부르면, 특히 인종 문제가 더해지면 곤란해지는 지점이 생기죠.(웃음)
<춤의 국가>에서 등장하는 코니가 인도계에요. 연령대와 인종도 엄청 섞여있어야 하는 캐스팅인데 여건상 연령대만 살렸어요. 코니가 인도인임이 부각돼서 간디 역할을 맡는 것과 이어져야 하는데 해결이 되지 않았어요. 대신 소극적이고, 주변으로부터 무시당하는 인물의 성격을 조금 더 살리는 방향으로 표현했어요. 특히 인종 문제로 대변되는 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저는 사실 우리나라도 그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점은 진짜 아쉬워요.
<웰킨>하면서 계급문제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낭독극에서 완전히 해결이 되지는 않았죠. 우리에게 없었던 것이고 제가 경험해본 것도 아니니까 더욱 어려웠어요. 극 중 몇 명은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그 와중에도 계급 차이가 있는 것 같고. 그게 사회적 의미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아요. ‘그 당시의 미곡상(米穀商)이 이를테면 철물점보다 낮았을까 높았을까’ 그런 것들이 고민이 많이 됐어요.
저는 <오마르>(Alan Ball 작)가 아쉬웠어요. 중동 이야기인데, 레바논이나 아르메니아 같은 국가를 잘 모르잖아요. 미국에서 9.11이후에 중동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그 분위기도 담겨 있었는데 그게 아쉬웠죠. 노력을 해서 옮기려고 했는데...
<트레인스포팅> 번역할 때도 정말 힘들었던 게, 인물들이 전부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말을 쓰는데 억양이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거든요. 욕도 너무 많고. 그렇다고 한국 사투리를 쓸 수는 없고, 그래서 차가운 느낌이 많이 나는 모음, 억양이 센 발음으로 번역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어떻게 들릴까를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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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_남는_에피소드 #희열을_느끼는_순간

<춤의 국가>를 번역하면서 너무 웃었어요. 일상적인 장면인데 비일상적인 말들이 많았거든요. 극 중에 다들 우왕좌왕하다가 엄청 험한 말이 쌓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 험한 말이 너무 험한 말이어서 너무 웃기는 거예요. 카페에서 번역을 하고 있었는데 원작이 너무 웃겨서 노트북을 닫아놓고 한참 웃은 다음에 다시 봐도 너무 웃겨서, ‘미쳤나봐’ 또 웃다가 번역하고... (웃음) 제가 느꼈던 어떤 것들이 재현되는 무대를 보는 게 희열을 느끼는 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첫 리딩, 제 머릿속에 있던 게 발화되는 첫 순간을 볼 때 항상 소름이 끼치고 좋아요.
저는 배우가 번역된 대사를 편하게 생각할 때요. ‘말 같아서 너무 좋아요.’ 이런 말 들을 때 굉장히 행복해요. 어쨌든 희곡 텍스트는 상연되는 게 목적이다 보니까요. 또 작품이 잘되면 너무 행복하죠. 재공연 얘기 나오는 것, 스텝들이 또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 너무 좋은 순간들 중에 하나죠.
희곡번역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재미인 것 같아요. 작업하는 중에도 너무 재밌어서 웃고, 그런 게 있으면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번역뿐만이 아니라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전반적으로 그렇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게 정말 연극에 코를 잘못 꿰서 빠져나오기 힘든 거 같아요. (웃음)
공감합니다. 번역하면서 이 희곡이 한국에 들어와서 어떻게 될지 계속 상상하게 되고, 그게 실현되어가는 과정에서 쾌감도 느끼고. 그 쾌감을 한번 맛보고 나면 힘들어도 계속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젊은_극작가들에게_주는_자극 #희곡에_대한_관심 #관객들에게_하고_싶은_말

젊은 극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그런 점이 번역극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 신(scene)을 더 풍성하게 하는 것이죠. 저는 희곡도 출간이 많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는 ‘연극’을 무대 위에 올라간 작품 정도로만 생각하죠. 보통 사람들은 희곡이라는 글의 장르가 있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요. 번역극도 번역된 소설처럼 출판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해요.
아무래도 번역 작품들이 그간 한국연극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 거칠고 센 주제를 가져오게 되잖아요. 그것에 대해 관객들이 다양한 논의에 대해서 마음의 여유를 더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좀 더 많은 얘기들이 나올 수 있고, 다양한 한국 작품들도 생겨날 수 있고요. 이를테면, 작품 안에서 혐오 발언을 하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현실에 있기 때문에 작품에도 존재하는 건데, 그 인물의 부분적인 모습이나 발화된 일부만을 문제 삼아서 너무 불편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요. 특정 캐릭터가 감수성이 없는 무지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그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 인물이 존재하는 맥락을 표현할 수가 없으니까요.
혐오를 위한 혐오 발언이 아님을 더 드러내자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많이 하죠. 있어야 한다면 있어야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관객들께서 잘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죠. 덧붙여서 연극 뒤에 텍스트가 있고, 텍스트 뒤에 텍스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봐주셨으면 해요. 작가든 번역가든 드라마터그든, 안 보이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지금보다 더욱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있어서 저는 한국연극에 아쉬움이 있어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연극 뒤에 텍스트 있어요!’
그래서 희곡 출판도 됐으면 좋겠어요. 관객들께서 보고 있는 ‘저 무대가 원래는 이렇게 종이랍니다.’ 이런 걸 다 알아주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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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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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함유선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 한영전공 졸업 후, 이화희곡번역연구회 SPOKEN 소속 번역가로 희곡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극단 동 <베서니 – 집>, 극단 백수광부 <오마르 – 내가 결국 될 수 있는 것>, 래빗홀시어터 <마른 대지>, 극단 907 <너에게>, 래빗홀시어터 <춤의 국가>를 발굴 및 번역했다.

번역가 김수아
고려대 영문학과 학사, 영국 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 극작과 석사.
연극 <웰킨>, <로테르담> 번역 및 각색
<트레인스포팅>, <슬루스>, <베드룸파스> 번역
뮤지컬 <신데렐라>, <체스> 번역 및 한국어극본,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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