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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연출과 ‘남성’ 배우로 함께 하기

[연극인이 만난 사람] 이오진X마두영

정리_편집부

제214호

2022.02.24

모두가 안전한 창작환경은 가능할까

오진
배우님은 연출도 하셨고, 지금은 배우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본인이 남성인 것이 연출을 하고 배우를 하는 것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두영
전에 <콜타임> 접근성 매니저 래은이 가져오신 영상1)을 봤었잖아요. 사회에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실험이요. 직업이 배우이니까 저도 몇 칸 뒤로 갈 수 있겠지만, 연극판 안에서 전 어느 정돈 기득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 비장애인, 40대, 수도권 대학 연극영화과 졸업생, 서울 소재 극단 대표, 그리고 현재 활동 중인 배우라는 정체성. ‘기득권’이라는 것에는 ‘남자’ 배우, ‘남자’ 연출이라는 것도 작용을 했을 것 같아요. (연극계 미투) 전에는 연습이나 공연 과정에서, 공연 끝나고 술자리에서, 성적인 농담이 너무 쉽게 나올 때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넘기고, 그게 당연했던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때는 그게 나한테 불편하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게 누군가에겐 불편한, 상처를 주는 일이었고… 알고 보면 저는 되게 편하게 작업 해왔고, 내 것만 잘하면 됐었거든요. 이젠 나랑 다른 입장에 있는 누군가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인식하고, 어떻게든 활동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오진
연출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두영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한동안 안 했어요. 학교에서는 최고 학번인 제가 연출을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힘을 갖고 있더라고요. 다 제가 원하는 대로 연기하게 만드는 거예요, 배우들이 구현해야 하는 모든 걸요. 예를 들어서 동선도 제가 다 짜서 ‘이렇게 해야 해, 말이나 손짓도 이렇게 해야지’라고 후배들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연출을 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이건 액팅 코치의 역할이지 연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졸업하면 연출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죠. 연출 작업이 되게 재밌었지만, 후배 배우들에게는 굉장히 폭력적인 연출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어요.
오진
본인이 남성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두영
그때는 선배였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오진
오빠도 그때 막 화내고 그랬어요?
두영
화내진 않았지만. ‘이게 맞아’라고 계속 했던 거죠.
오진
그럼 후배들은?
두영
‘해볼게요’ 하는 거죠. 연출이 한 프로덕션 안에서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배우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를 만드는 게 사실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오진
저는 예전에는 작업할 때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이제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다 대화가 통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입장이 다르면 최선을 다해서 설명을 해도 서로 닿지 못하는 지점들이 생기고… “민주적”인 프로덕션을 지향하며 계속해서 이야기하면 우리가 분명히 언젠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은 것 같아요.
두영
여기서 얘기해 보고 싶은 건… 그럼 연출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오진
연출이 상처를 받는 게 중요한 부분일까요?
두영
저도 연출을 해봤고, 지원금을 받아 프로덕션을 꾸려봤던 제작자이자 연출자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대표자가 프로덕션에 연출이나 작가, 배우라는 위치에 있으면 대개, 권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잖아요. 그런 프로덕션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개인 면세사업자이고, 1인 단체로 운영되는 프로덕션에서 과연 그 대표자가 정말 그만큼의 위계를 갖고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연출은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다수와 일 대 일, 또는 일 대 다로 소통을 해야 하잖아요. 모든 창작진과 소통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연출은 단 한 명이고, 전부를 만족시키는 선택을 하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끝내 만족시킬 수 없을 수도 있고요. 그게 어렵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오진
그런데 연출이랑 작가가 포스터에 이름도 제일 크게 나오고, 인터뷰도 제일 많이 하는데 그런 건 좀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두영
그럼 연출한테 안전한 창작환경은 뭘까요? 안전한 창작환경을 만든다고 할 때, 연출이자 제작자를 포함해서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모두가 안전해야 하는데 왜 연출과 작가와 제작자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까요.
오진
연출이 포스터에 이름도 제일 위에 나오고 상 받을 때 앞에 나가서 마이크도 잡고…
두영
그건 상을 받을 때 얘기고. 지금 이야기하는 건 과정에서 어떻게 안전할 거냐, 포스터 나오기 전에, 연습실에서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공연 잘 만들어서 상 받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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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영
전에 오진이 그런 얘기 했었지요. 호랑이기운만의 규칙을 만들어서 실행해 보았는데 효과적이지 않았다.
오진
네.
두영
제가 봤을 때는 프로덕션 초기에 자체 규약이나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이하 KTS)을 기반으로 나름의 약속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프로덕션 중후반기에 그 규약이 잘 수행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본 숙지가 끝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작품, 장면, 인물에 대해서 서로 치열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잖아요.
오진
맞아요. 그때 안전을 위한 규칙들이 더 필요해요. 처음에 정하는 건 마음 편해지려고 하는 면이 있죠.
두영
그렇죠. 공연이 임박해지면 더 치열해지는데, 그때를 대비할 수 있는 규약, 또는 서로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필요하지 않나.
오진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이하 12언어)는 지금 자치규약을 만들고 있는 거죠?
두영
작년에 대표가 저로 바뀌었어요. 처음 대표가 되고 단원들이랑 어떤 작업을 제일 먼저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 우선 KTS를 함께 공부해 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오진
대표가 되고 처음으로?
두영
네. 코로나로 대면이 어려우니 온라인으로 만나서 전체가 같이 읽었어요. 단원 중에 서지영 무대디자이너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전문강사 자격을 갖고 있어서, 서지영 단원이 진행을 하고. KTS 중에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내용을 발췌해서 읽고, 다른 극단들 자치규약 사례들도 읽고 다같이 얘기 했어요. 다른 극단들의 사례를 보는 게 저한테는 직접적 도움이 되더라고요. 성별, 나이, 역할을 다양하게 구성해서 소위원회도 만들었어요. 그렇게 작년에 12언어만의 자치규약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수정, 보완할 계획이에요.

연극에 젠더가 있다면

오진
‘나는 남자라서 혜택을 받은 적도 없고, 남자이기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목소리도 있잖아요. 연극계에서도, ‘페미니즘 연극 지겹다’ 이런. 어떤 느낌이에요?
두영
페미니즘 자체가 차별을 없애자는 거잖아요. 그중에서도 생물학적인 조건이든, 젠더라고 하는 사회적 조건이든, 섹슈얼리티까지 포함한 차별을 없애자고 하는 건데,
오진
이게 왜 역차별이냐?
두영
그렇죠. ‘당연한 걸 주장한다고 해서 이게 왜 누군가에게는 역차별이 되지?’ 하는 생각이 있고요.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소위 ‘이대남’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대 중 몇 프로나 될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시사IN』2)에서 연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조사 결과로는 25.9%였나 그랬어요.
오진
‘이대남’의 퍼센티지가?
두영
네.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고, 남자가 역차별을 받고 있어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요. 그 퍼센티지가 많다고 생각하면 많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74%가 있는데 모든 이십 대 남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나.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온라인상에서 과격하게 나오고 이슈가 되어서 그렇지. 최근에 라디오에서 ‘이대남’에 동의하지 않는 20대 남성들의 모임을 인터뷰한 걸 들었거든요. ‘우리는 그런 ‘이대남’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오진
연습실에서 창작환경을 바꿔가려고 할 때 이것이 역차별이라고 이야기하는 창작자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오빠가 안 그러니까 남들도 안 그런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두영
역차별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문화를 더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해요.
오진
74%가 더 안전한 창작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두영
그런 분위기를 더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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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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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진
오진
내가 너무 남성과 여성을 나누어 얘기를 하나요? 실제로 성별로 구분하는 것이, 남성과 여성이라고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나요?
두영
저는 크게 없다고 생각을 해요. 어떻게 보면 기본값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남자가 하는 건 여자도 할 수 있고, 모든 인간은 똑같이 존엄한 존재다. 어떤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기본값이잖아요.
오진
그렇죠.
두영
그게 시작인 거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에 있어서는 각자 나름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오진
문학을 하는 남자 동료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연극에 젠더가 있다면 그 젠더는 남성이야. 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연극도 그럴 거야.” 가끔 그 친구가 했던 말을 생각해요. 그럴까. 그런 게 있다면 남자의 얼굴을 한 연극은 어떤 것일까.
두영
저는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아요. 과거엔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프로덕션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프로덕션 안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생각하거나 위계에 의한 폭력을 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봐요.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래서 ‘중간을 잘 지켜야겠다. 말을 하더라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너무 안 하지도 말고, 중간을 지켜야겠다’라고 말하는 선배들도 있어요. 중간이 제일 어렵다고 하면서.
오진
제가 두영 배우님이랑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남성’ 배우이고 ‘선배’인 게 작업 동료로서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서. 페미니즘 연극을 만들며 함께 대화가 가능한 동료고.
두영
제가 뭐 페미니즘 연극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오진
공부 안 하지도 않았잖아요.
두영
책을 보고 공부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오진
현장에서 보고 배운 게 있잖아요(웃음).
두영
그런 개념이 사실은 작·연출, 배우를 하는 여자친구 조아라 때문에 생긴 것 같아요. 조아라가 <목욕합시다>(2018)라는 작품을 하면서 80명의 여성을 인터뷰했거든요. 작업과정을 함께하면서 인터뷰 내용을 다 읽어봤어요. 10세 미만부터 70대까지. 직업도 다양하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여부도 다 달랐고. 그걸 2년 동안 지켜보니까, 저한테도 영향이 있더라고요.
오진
그래서 지금의 두영이 되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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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오진
저한테 궁금한 건 없나요?
두영
제가 궁금했던 건 이성애자인 이오진은 동성애를 다루는 희곡을 쓸 때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방법으로 극작을 해나가는지.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오진
극작이 원래 어려워서 동성애 다루는 희곡을 쓴다고 더 어려운 건 아니고요… 생각해보면, 전 퀴어인 친구들이랑 있을 때 훨씬 편할 때가 많았어요. 나의 퀴어성을 감각하는, 그런 순간이 많았던 거 같고. 어떤 상태일지 계속 이입하면서 쓰면 ‘넌 이성애자라 아무것도 몰라’ 이런 말 덜 듣는 대본을 쓰게 되는 거 같아요. 제 친구들은 ‘너는 근본적으로 남자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알 수가 없어, 뭘 알고 쓰냐’ 하는 애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 퀴어 친구들에게 많이 보여주고, 피드백 들으려고 하고, 그러죠.
두영
이성애자이지만 퀴어성을 가지고 있고 퀴어인 동료들과 계속 접촉하고 소통하면서 상쇄된다는 거죠?
오진
그렇지 않나. 근데 제가 아무리 퀴어성을 얘기한다고 해도, 퀴어가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공포감을 제가 경험할 수가 없죠. 나의 존재 그 자체로 공격당할 수 있다는 공포라든가. 그것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저는 이성애자이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결혼하고 아기 낳을 생각도 있어요. 그리고 내가 예뻤으면 좋겠고 매력적이었으면 좋겠고.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고… 나는 옵션이 있고 선택이 가능한 사람이구나 싶을 때도 있고.
두영
어떻게 보면 급진적 페미니즘과는 다른 페미니즘 연극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도 모태신앙이고 교회를 다녔던 제가 볼 땐 되게 급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두영 배우는 이오진 작·연출의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에서 목사를 연기했다) 관객 중엔 교회 부수고 불 지르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을 주신 분도 계셨거든요. 오진이 앞으로 쓸 작품들도 급진적이기보다는 변화의 시작, 균열의 시작을 다룰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오진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닐 때가 사실은 많잖아요. 계속 어디 중간을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충분히 페미니즘 연극도 아니고 충분히 상업적이지도 않은데, 또 충분히 여성스럽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충분히 ‘탈코’하지도 않았고. 배리어프리 공연 준비를 하면서도 연습실에서 ‘어떻게 하면 구도가 이쁘게 나오려나?’ 하면서 비장애인 중심적인 생각을 하고… 또 예쁘게 구도를 만들면 농인관객들 시야가 가려지는데, 싶고. 왔다 갔다 하면서 발 동동 구르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건 아니거든요.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안에서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지, 확고하고 분명하고 안 움직이는 사람 잘 없지 않을까.
두영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성’ 배우들이 페미니즘 연극이라고 하면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의 작품일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 연극을 쓰고 연출하는 사람이 자신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못 하는 거죠. 페미니스트는 결혼하고, 아기 낳고, 예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이 아닐 거라는 편견 같은 게 있는 거예요. 자신과 별 차이가 없는, 소수자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성애자 여성이라는 걸 공유하면 급진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쉽지 않을까.
오진
막상 그러기는 또… 별로고. “저는 그렇게 급진적이진 않아요! 온건해요!”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별로고. 궤를 같이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향하는 세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내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퀴어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이런 거 상관이 없이 내가 나일 수 있는 세계였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거고, 거기에서 제가 취한 이론은 페미니즘인 거에요. 그랬을 때 결과적으로, 페미니즘 안에서는 추구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세계에 대한 지향은 동일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없더라도, 누구라도 단지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떤 지향성 같은 게 이젠 훨씬 넓게 공유되고 있는 것 같아요.
두영
다른 창작자들은 어때요? 페미니즘을 주로 다루는, 이런 주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다른 극작가들이 있나요?
오진
동료인 이래은 연출님이나, 우리 팀 연출부인 심지후 연출님이나, 페미니즘 연극제의 장지영 드라마터그나 5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나희경 PD…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페미니즘 연극 만들고 있고요. 작가들의 경우 성인지 감수성, 페미니즘적 시각은 이제 다음 세대 여성 극작가들에게는 기본값인 거 같아요. 극작가 동인 괄호의 작가분들이나, 김연재 작가님, 장영 작가님… 다음 세대 극작가분들이 구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제가 쓸 수 없는 것들을 쓰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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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영
앞으로 오진이 준비하는 작품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오진
쓰고 싶은 작품은… 조선시대 배경으로. 동생이 죽은 언니 복수하는 사극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죽은 사람이나 파도, 숲 같은 존재들이 무대 위에서 존재하는, 그런 작품들을 좀 써보려고. 그동안에는 내가 오늘 감각하고 직접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만을 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내가 안 겪은 거, 못 본 거 난 쓸 수 없어, 진실이 아니니까’ 이런 좁은 결벽 같은 게 있었는데. 그 결벽이 열심히 쓸 때 동력이 되기도 했고. 근데. 내가 같이 살고 나랑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니까.
두영
어떤 내용이에요? 대충 생각한 게 있다면.
오진
죽은 사람. 파도. 숲.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말을 하는 연극을 쓰고 싶어요. 너무 드라마-드라마는 아니었으면 좋겠고. 연출을 계속하다 보니까 극작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콜타임>이 끝나면 올해 남은 시간은 쓰는 데 보내고 싶어요.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1.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AaLZ3bmCb_k&feature=youtu.be
  2. 첫 번째 연재 기사. 천관율,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시사IN』 604호, 2019.4.15.,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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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진X마두영

이오진X마두영
이오진
호랑이기운 극작가, 연출가
facebook.com/tiger.power.theater
<콜타임>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작·연출
<피어리스: 더 하이스쿨 맥베스> <밤에 먹는 무화과>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 연출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작가 외 다수

마두영
마두영은 현재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디렉터그42의 대표로 연출 작업도 병행했다. 예술은 미적 표현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예술가는 동시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대의 고민과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예술적인’ 표현으로 담아내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로 적극적으로 사회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현재도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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