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연극인(in)이 만나고 싶은 특별한 사람을 만나 서로 대화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배서현X성수연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연극인이 되어 버리면

성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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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왜]는 배우이자 창작자인 성수연이 진행하는 대화입니다.
동시대 창작자들이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작업하며, 그 일을 왜 하는지 들어봅니다.

연극in을 구독하고 계시는 독자님들. 이 웹진을 읽고 계신 것을 보니, 기본적으로 아마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극을 보러 다니는 관객이실 수도, 연극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관객이실 수도 있겠지요. 연극 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관객이실 수도 있으려나요? 어쨌든 우리 모두에겐 ‘관객’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이 있군요. 관객인 우리는 연극을 통해 무엇을 보기를 원하고, 우리가 본 것을 통해 무엇을 말하길 원하는 걸까요?
‘관곅’ 배서현 님과 대화를 나눈 기록입니다.

성수연
안녕하세요 저는 성수연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배서현
감사합니다. 저는 배서현이라고 합니다(웃음).
성수연
연극in이 7, 8월 휴간을 하고, 개편을 해요. 개편 전 마지막 호이자, 연극in 10주년 기념호에 실릴 대화를 누구와 나누는 것이 의미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현 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주년 기념으로,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가 보고 싶거나 하고 싶은 미래의 연극에 대해서 같이 상상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서현 님은 연극in의 독자이자, 관객이자, 창작자이기도 하시니까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라는 연극을 만들어 신촌극장에서 공연하셨지요. 그 공연에서 본인을 직업관객이라고 하셨고요.
배서현
오늘 또 한 번 대본 다시 읽고 왔어요.
성수연
정말 재밌었어요. 관객의 입장과 창작자의 입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시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위치에서 이야기를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연기를 왜 그렇게 잘하시는 거죠?
배서현
세상에, 그럴 리가요.
성수연
진짜로요. 직업 배우가 아닌 분들께 가끔 연기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리면 그냥 후하게 평가해주는 것이거나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진짜로 저는 좋았어요. 여러 관객 역할을 빠르게 하시는 장면 있었잖아요. 막 날아가게 재현하지 않고, 각 인물의 태도와 말을 딱 걸어서 단단하게 밀어주시는 것 같았어요. 멋있었어요.
배서현
이렇게 분석적으로 디테일하게 말씀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웃음).
성수연
뻔한 질문인데 왜 연극의 직업관객이 되셨나요? 다른 장르가 아니라요.
배서현
그러게요. 왠지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았어요(웃음). 왜 연극이었을까 저도 생각을 해봤었어요. 좋아하는 배우님들이 안 계셨으면 여기까지는 못 왔겠다고 생각했어요. 장르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이렇게 오래 좋아하지는 못했을 것 같고. 사실 제가 배우 덕질을 좀 오래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여자배우님들을, 그러니까 연극배우 말고 드라마에 나오시는 배우님들이요.
성수연
와, 어떤 배우를 좋아하셨어요?
배서현
초등학교 때 하희라 배우님 잠깐 좋아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김정난 배우님을 좋아하면서 본격적으로 덕질을 시작했어요. 그분이 동국대학교 연영과 출신이세요. 팬카페에 10년 전 자료도 있고 그랬는데, <세자매>를 했다는 자료가 있으면 희곡을 찾아 읽고, 이런 식으로 연극의 세계를 알게 됐어요. 그다음에 진경 배우님을 좋아했어요. 직업 관객으로서의 첫 시작은 <민들레 바람되어> 라는 연극이었는데, 그 연극에 이일화 배우님이 나오셨어요. 이일화 배우님 보러 갔다가 이지하 배우님을 또 좋아하게 됐어요.
‘연극이 왜 그렇게 좋아?’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계속 바뀌었어요. 연극적 상상력 때문이라는 답변을 꽤 오래 갖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 답을 새로 쓸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긴 해요. 일단 덕질 차원에서 보면(웃음), 드라마 덕질은 화면으로 보고, 팬카페에 글 쓰고 그러는 정도인데, 연극 덕질을 하면 극장 앞에서 기다리면 볼 수 있으니까? 물론 코로나 전까지 유효한 얘기였지만요.
성수연
제 생각이 틀렸으면 말해주세요. 저는 덕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배서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타고난 성정이라고 생각해요.
성수연
그런 성정을 타고 나셨나요?
배서현
네. 언제 깨달았더라? 문득 생각해보니, 제가 대학교 1학년부터 3학년 때까지 한 게 연극 본 것밖에 없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대외활동도 하고, 인턴도 하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게 있어서 좋겠다고들 하는데, 이게 부러워할 만한 건 아니지 않나 싶었어요(웃음). 어쨌든 덕질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진짜 타고나는 거죠. 배우님은 어떠신가요? 그런 성정을 좀 타고 나셨나요?
성수연
그런 것 같아요. 뭔가에 꽂히면 24시간 집요하게 빠져있는 편이고, 그것만 해야 되는 타입이에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저도 어렸을 때부터 연기덕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직업 배우가 되었나 봐요.
배서현
진정한 덕업일치를 이루셨네요. 어린 시절에 그게 어떻게 발현이 되었나요?
성수연
어릴 때 하는 놀이 중엔 상황극이 많고 그럴 때 일종의 메소드 연기를 하잖아요(웃음). 그런 것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 드라마나 영화 보다가 배우의 어떤 순간이 좋으면 계속 곱씹어 생각하고, 좋은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울 정도로 보기도 했고, 제가 보거나 들은 것을 사람 앞에서 다시 연기하면서 얘기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는 읽고 상상할 거리가 많은 국어 과목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었고요. 서현 님은 학창시절 특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이 있었나요?
배서현
좋아하는 선생님 과목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매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거든요. 선생님 덕질.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연극에도 적용되는데. 역시 덕질이 아니면 약간 설명이 안 되는 인생… (웃음) 그래도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긴 했어요. 대학생이 되고서 생각해보니 그 시절에 공부를 좀 덜 열심히 하고, 인간관계나 인성과 관련된 부분을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성수연
인성이 왜(웃음)…
배서현
공감 능력이 낮은 편이에요. 연극을 보면서 공감 능력이 조금 개선됐다고 생각해요. 조금(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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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성수연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의 관객이었던 저는, 공연 중 티켓북을 한 장씩 넘겨보며 본 공연들 제목을 말하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공연들의 제목과 함께 어떤 시기들을 함께 떠올릴 수도 있었고, 등장인물인 ‘직업관객’이 공연을 통해 보았을 것들을 따라서 보는 것이 좋았어요. 서현 님의 ‘직업관객’으로서의 생각 변화를 듣는 것도 재밌었고요. 그래서 말인데, 가장 최근에 보신 공연부터 역순으로 제목을 한 번 쭉 불러주실 수 있으세요? 듣고 싶어요.
배서현
<웰킨>, <오아시스>, <트랙터>, <베로나의 두 신사>, <그 순간, 시간이 멈춘다>, <인간이든 신이든>, <당선자 없음>, <부서진 마을로 가는 빈 상자들>,<구두점의 나라에서>, <영자씨의 시발택시>, <A.SF>, <순교>, <소극장 판-타지>,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 <네이처 오브 포게팅>, <미드필더>, <죽음의 집>, <고인돌 위에 서서>, <기억여행>, 오페라 <아틸라>, <몸쓰다>, <프리다>, 창극단 <리어>, <눈을 뜻하는 수백 가지 단어들>, <지브이 빌런 고태경>, <콜타임>, NTOK 라이브 <엉클 바냐>, <갈매기>, <트랜스!>, <빌리 엘리엇>, <머핀과 치와와>, <조각난 뼈를 가진 여자와 어느 물리치료사>,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마우스피스>, <스핏 파이어그릴>. 올해 본 공연들입니다.
성수연
(박수) 와, 감사합니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2부는 어떤 내용일지 기대되네요. 만들어주시면 안 되나요?
배서현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관객과의 대화 때도 재공연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 “연극은 저에게 결혼식 같은 거라서 여러 번 할 수는 있지만 한 번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웃음).
성수연
그 공연을 어떻게, 왜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배서현
관객으로서 보내온 시간에 대한 일종의 인정투쟁이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물론 저보다 훨씬 오래 연극을 보신 분들도 계시지만요. 당시에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인기 웹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어떤 교수님이 그 소설을 “실제로 <전지적 독자 시점>의 초기 서사는 ‘판타지 소설을 읽어온 나’에 대해 끊임없이 동경을 표하고 인정받으려고 하는 거대한 투쟁에 가깝습니다”1)라는 말로 분석하신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보며 어쩌면 제 공연도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관객’이라는 정체성이 가장 큰데, 제가 어디 가서 “안녕하세요. 관객 배서현입니다”라고 하면 “뭔 소리야?” 이렇게 되겠죠(웃음). 그게 약간 서운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 공연의 주인공은 관객 여러분이십니다” 이런 말 있잖아요. 그럴 때 드는 생각들이 있었어요. ‘나는 한 번도 객석에서 나를 주인공이라고 느껴본 적 없는데?’, ‘관객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무대에서 발화하는 게 가능할까?’ 또 ‘배우는 연기로 말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겠지, 그러면 관객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이요. 저는 사실 후기를 그렇게 많이 잘 쓰는 관객도 아니거든요. 물론 연극의 영향을 받아 관객의 생각이나 일상에서의 행동이 바뀐다거나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땐 유치하게도 그냥 꼭 무대에 서서 얘기를 진짜로 해야만 관객으로서의 말을 하는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연극이랑 결혼식한 것 같다는 생각이…
성수연
아… 재밌어요. 결혼 이후 둘 사이의 관계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배서현
연애와 결혼의 감정은 다르다고 하잖아요. 제가 이제 풀타임 5년 차 관객이에요. 연극이 너무 좋을 때도 있었고, 연극을 사명감으로 보던 때도 있었고, 뭘 봐도 감흥이 없을 때도 있었고, 일종의 권태기가 왔다가 갔다가 했었어요. 어떤 공연 놓치면 큰일 날 것 같을 때도 있었는데, 연극에 대한 그런 집착은 오히려 없어졌어요. 실제로 그렇게 놓친 공연들이 재공연하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했고요. 지금은 그냥 동반자 느낌이 되었다는 생각을 요즘 해요.
저는 ‘관객 정체성으로 무대에 올라가는’ 창작의 방식으로, 관객으로서의 말하기를 이미 했어요. 몇 퍼센트일지는 모르지만 정체성 중 창작자의 지분이 있는 사람으로 오늘 저를 초대해주시기도 했고요. 제가 공연을 가장 오래 본 관객도 아니고, 후기를 많이 쓰거나 아주 잘 쓰는 관객도 아니고, 공연을 제일 많이 보는 관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초대를 받은 것은 내 자리를 한 번 바꿔서, 그러니까 ‘창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미 순수한 관계는 끝났다, 순수를 잃었다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에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2편을 한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성수연
얘기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은 무엇으로 말하지?’라는 질문이 좋아서 계속 생각하게 돼요. 어디까지가 창작의 범주인지에 대해서도요. 관극한 것에 대해 의견을 말하거나, 리뷰를 쓰는 것은 일종의 창작활동일까? 내가 본 공연을 내 것으로 하는 방법, 혹은 관객으로서 말하는 방법이 꼭 그것에 대한 어떤 콘텐츠의 생산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저에게도 관객이라는 연극정체성이 있는데, 아마도 창작자와 관객의 정체성이 각각 50퍼센트씩 되는 것 같거든요. 아닌가(웃음)? 하여튼 나는 관객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돼요. 단순히 감상에 대한 것이라면 주로 좋았던 것들을 크게 많이 말하고 안 좋았던 것들은 말 안 하거나 아주 작게 말하는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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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관객은 무엇으로 말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했던 생각이 있어요.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관객으로서는 그럼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인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저를 구성하는 것들 중 ‘취향’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고 취향이 저를 말해준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 취향의 멋진 공연을 제가 봤다고 해도 제가 바로 그 공연이 되진 않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비건에 관한 공연을 본다고 해서 제가 비건인 것은 아닐 수 있으니까요. 제가 보는 것이 저의 전부는 아니지만, 또 내가 공연을 선택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저를 설명해주는 것도 맞아요. 저는 플레이포라이프를 후원하는데 그것은 정확히 제가 맞거든요. 취향과 정체성은 다른 것 같아요. ‘나는 이 공연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와 ‘이 공연은 내 취향이 아니야’는 분명히 다르고, 어떤 경우엔 그 연극의 생각에 제가 완전히 동의해도 현실적으로 제가 일상에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 정체성까지는 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이런 공연을 보는 나 엄청나게 진보적인 사람? (배서현, 왼팔을 올리고 오른팔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실 죄송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 되는데 어떡하지? (배서현, 오른팔을 올리고 왼팔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반대로 갸우뚱한다) 그런데 그냥 그게 내 취향이 아니었다고 하면 문제가 없나? (배서현, 다시 왼팔을 올리고 오른팔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반대로 갸우뚱한다)
학교를 다니는 중이라면 수업을 듣기도 하며 열심히 고민 했을 텐데 제가 취준생의 정체성을 작년부터 가지고 있는 바람에 이 고민은 조금 유보된 상태이고, 그게 요즘 저의 문제랍니다.
성수연
유보되는 시간만큼 고민이 더 다른 차원에서 숙성되지 않을까요? 그러실 것 같아요.
배서현
그렇게 된다면 좋겠어요.
성수연
아까 올해 보신 공연들 제목 쭉 읽어주셨잖아요. 이것이 배서현이다, 라고까지 할 순 없겠지만 이것들은 배서현의 일부이다, 라는 느낌은 분명히 들었던 것 같아요.
배서현
시간이 지나며 보는 것에도 취향과 주관이 생기면서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긴 해요. 보는 공연의 양도 전체적으로는 줄었고요. 그리고 예전에는 제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사회가 변하면서 저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제 안에 체화되는 것도 있어서 점점 더 제가 본 연극들이 저를 설명해주는 측면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닌 지점들도 분명히 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연극’이라는 표현 흔하잖아요. 아무 정보값도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에요. 그 표현 안에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이 어떻게 행동 내지는 실천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하지만 사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한 표현이고, 쓸 수밖에 없는 표현이고, 결국 저도 그 표현으로 돌아갈 때가 있어요(웃음). 내가 본 공연이 내 삶의 일부가 되기까지는 많은 게 필요하잖아요. 생각할 거리, 그러니까 질문을 던져주는 공연은 사실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할 거리가 던져지고, 객석에서 같이 생각해도 나오면서는, 특히 마음이 강퍅할 때는 “잘 봤습니다. 그런데 내일 출근해야 돼서요”가 되어 버리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연극에서 말하고자 한 것들에 대한 저의 의견이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 제가 하는 생각은 ‘이 공연을 보는 나’로 거기 안주하지 않기. 난 그냥 공연을 보기만 한 것뿐이니까. ‘난 이런 공연을 봤으니 뭔가 실천한 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하지 않기.
성수연
와, 멋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야겠어요. ‘그 공연을 했던 나’에 안주하지 않기.
배서현
그런데 그건 좀 낫지 않나요? 보는 것보다 하는 게 좀 더 실천적인 것 아닌가요?
성수연
공연을 ‘하는 도중의 나’는 아마 안주하지 않겠지만, ‘했던 나’는 또 안주할 수도 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제가 한 것은 연극이지, 구체적인 행동은 아니었을 때도 있으니까요.

연극정체성

성수연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인디스트(자원활동가)를 하셨고, 변방연극제에서도 또 일하셨잖아요. 그런 활동들은 어떤 이유로 하게 되셨나요?
배서현
안 그래도 인터뷰 전에 저에게 창작자와 관객의 정체성이 각각 어느 정도 있는지 물어보셨잖아요. 그래서 연극과 관련해서 제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뭐가 더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관객, 창작자, 번역가, 학생, 자원활동가 이렇게 다섯 개가 떠올랐어요. 자원활동은 처음에 스파프 해외공연 진행팀에서 통역으로 시작했는데, 그냥 공연에 가까이 가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어요. 저 세계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직업으로 완전히 들어가기는 아직 무섭고, 자원활동이야말로 특별한 준비 없이도 제일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인 것처럼 보였거든요. 머리가 좀 더 굵으니까 내가 그 고생들을 돈 하나도 안 받고 했구나(웃음)… 그런데 프린지는 정말 재밌었어요. 같이 했던 다른 인디스트들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요. 변방연극제에서는 해외공연팀 통역 일을 메인으로 했고, 사무국 일도 했어요. 그때 MD를 팔았는데, 연극인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시니까 서 있는 위치가 반대가 되어서 새롭고 재밌었어요. 나희경 피디님이 오셨는데, 제가 피디님한테 물건을 드리고 있는 그런 순간이요(웃음).
성수연
(웃음) 재밌네요. 그리고 멋있어요. 다섯 개의 정체성. 저에게는 일단 관객이랑 창작자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연극 관련 어떤 일을 해도 창작자의 정체성으로 하는 것 같고요.
배서현
어쩌면 저도 나머지 네 개가 다 관객으로 수렴되는 정체성일지도 몰라요(웃음).
성수연
지금 연극과 관련하지 않은 정체성 중 하나를 여쭤보면 무엇을 말해주시겠어요?
배서현
작년이었으면 없었을 텐데. 취준생이요.
성수연
취준생. 강력한 정체성이네요.
배서현
네. 저는 지금 인턴을 해보고 있어요. 저는 경영학 전공인데, 경영 쪽에서는 직업을 고를 때 산업과 직무를 정해야 돼요. 어떤 산업에서 어떤 직무로 일을 할 것인가? 저는 직무보다는 산업이 중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연극이 저에게 중요하지만 연극 쪽은 일단 산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여기에 투자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일단 조금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은 미디어와 영화 쪽 산업을 선택해보았고,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서 인턴을 해요. 저는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고, 연극과 비즈니스를 둘 다 좋아해서 교집합을 찾고 싶은데, 없으니까(웃음). 이렇게 두 가지에 걸쳐 있으면 어디에든 걸쳐 있기는 한 건데, 사실 대부분 제가 하게 되는 일은 연극도 아니고 진짜 비즈니스도 아니에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를 함께 한 동료의 경우도 비슷해요. 언니는 교육자고 연극을 좋아하는데, 교육연극 석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교육연극은 교육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잖아요. 왜 우리는 용기 내서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그냥 취미로만 두거나 하지 못하고 굳이 교집합을 찾으려고 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걸 하게 되나 이런 생각을(웃음)…
성수연
와, 재밌어요. 두 개를 합쳐 하나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냥 세 개가 된 거네요. 교육, 연극, 교육연극.

배서현과 성수연, 양팔을 번갈아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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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곅간의 대화

성수연
우리 각자 관객과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주요하게 걸었을 때, 떠오르는 말을 한마디씩 주고받아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길게 얘기할 것들이 생기면 또 나누고요.
배서현
좋습니다. 그런데 어렵네요. 어려워요.
성수연
일단 창작자 성수연과 관객 배서현으로.
관객 배서현
‘티켓팅’. 오늘 트위터에서 이런 말을 봤거든요.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면 인생이 뮤지컬로 가득 찰 줄 알았는데 티켓팅으로 가득 찼다(웃음).
창작자 성수연
‘관점’.
관객 배서현
저는 방금 ‘티켓팅’ 얘기했는데 그렇게 멋진 단어 얘기하시면 어떡해요(웃음).
창작자 성수연
(웃음) ‘긴장’.
관객 배서현
‘직업’.
창작자 성수연
‘책임감’. 저 착한 척하는 거 같은가요(웃음)?
관객 배서현
긴장과 책임감이라고 하시니… 그럼 ‘응원’.
창작자 성수연
‘첫 공연’.
관객 배서현
‘관객과의 대화’.
창작자 성수연
따라 해야지. ‘관객과의 대화’.
관객 배서현
‘일상’. 오늘처럼 인터뷰를 하는 것은 비일상 이벤트고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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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성수연
‘근심 걱정’. 저 뭔가 어두운 창작자였나 봐요(웃음).
관객 배서현
‘허리가 너무 아프다’. 어떤 극장들에선 객석에서 허리가 너무 아파요.
창작자 성수연
‘빈 무대에서 빈 객석을 보며 몸 풀 때의 느낌’.
관객 배서현
‘해방된 관객’. 오늘 랑시에르의 『해방된 관객』을 가져왔어요.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카페에서 읽었는데, 마지막으로 읽은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관객에게 공통된 힘은 어느 집단의 성원이라는 자격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어떤 특정한 형태의 상호작용과도 무관하다. 관객에게 공통된 힘은 자신이 지각한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번역하고, 그렇게 지각한 것을 개별적인 지적 모험과 연결하는 관객이 저마다 갖고 있는 힘이다’. 인터뷰하는 것이 너무 떨려서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공연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이 말을 써서 보냈어요. 그랬더니 누가 기도문 외우는 것 같다고, 연극이 종교여서 기도문을 이렇게 외우는 거냐고 했어요(웃음). 연극이 종교인 사람. 그래서 ‘해방된 관객’.
창작자 성수연
‘관객’. 결국에 가장 크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역시 관객인 것 같아요. 내가 하는 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가 닿을까.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배우 안에서는 뭔가가 발생하고 있겠지만, 그것이 객석에는 어떻게 닿을까. 나 혼자 진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이게 이 극장 전체에 작동하는 진짜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그런 순간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할 때 머릿속에 늘 관객이라는 존재가, 관객이 그냥 있어요. 늘 있어요. 떨쳐내지지 않는 생각이고 너무 만나고 싶은 동시에 두렵고, 너무나도 닿고 싶은 존재들로서 머릿속에 있어요. 그래서 그 진짜로 뭔가를 작동시키기 위한 고민을 놓을 수가 없어요.
관객 배서현
이야기 들으며 갑자기 생각났는데,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보고 나서 SNS에 큰 소리를 지르는 연기의 효과에 대해 쓴 적이 있어요. 그 소리가 앞줄에 앉아서 들으면 진짜로 몸이 떨리거든요. 소리의 진동에 의해서. 어떤 작동을 말씀하셔서 생각났어요. 큰 소리로 인해 실제로 몸이 떨리는 감각은 생각보다 꽤 강렬하고, 그러니까 뭔가 작동한다, 이것은 작동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관객을 만날 때 기대되는 마음이 더 크세요,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세요?
창작자 성수연
기대가 될 때도 있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면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클 때가 많아요. 무서울 때도 있고요.
관객 배서현
관객의 수가 점점 많아진다거나 관객층이 넓어진다거나 그런 것을 체감할 때도 있으세요?
창작자 성수연
한 번에 확 느낀 것은 아니고 연극계 미투 이후,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때 축제 같다고 느꼈던 것이 기억나요. 여성창작자들에게 보내주시는 응원도 체감하고요. 그 당시 있었던 관객집회는 창작자들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여러 차원에서 끼쳤다고 생각해요. 그중 하나는 관객의 존재성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확하고 새롭게 인지했다는 것 같아요. 그때 서현 님은 어떠셨어요?
관객 배서현
그때는 제가 막 연극을 보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에도 대사로 썼었지만, 좋아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와장창… 그래서 저의 관객 커리어는 시작부터 한 번의 멸망과 재건 시기가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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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성수연
멸망과 재건. 재미있네요. 그 멸망과 재건 시기를 함께 겪은 것을 잘 느끼는 만큼, 더 잘 닿고 싶고, 그래서 더 무섭고 두려울 때도 있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관객 배서현
그럴 것 같아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관객으로 있을 땐, 어쨌든 공연을 보고 나면 이 시간은 온전히 내 것이고, 관객인 내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창작하는 쪽이 되니까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지 너무 무서웠어요.
창작자 성수연
그럼 자연스럽게 창작자 배서현과 관객 성수연의 단어로 넘어가 볼까요?
창작자 배서현
좋습니다.
관객 성수연
‘예술인할인’.
창작자 배서현
어렵네. ‘결혼식’.
관객 성수연
‘관객 연기’. 이게 뭐냐면 객석에서 무대 위의 배우들을 향해 연기하는 거예요.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쓰니까 무대로 웃는 얼굴이 전달이 안 될까 봐 몸을 막 움직이면서 나의 웃음을 알려요.
창작자 배서현
음… 자꾸 망설이는 것을 보니 저는 관객정체성 비율이 현저히 높은 거 같아요. ‘연극의 3요소’.
관객 성수연
왜요?
창작자 배서현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공연 소개에 ‘아무것도 안 하고 객석에 있는 것만으로도 연극의 3요소가 될 수 있다고?’라고 썼었어요. 연극의 3요소가 되려면,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하는 방식의 창작은 아니어도 뭔지 모를 어떤 창작을 관객 입장에서도 해내야 3요소 중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관객 성수연
내가 창작자가 아니어도 관객일 수 있을까?’ 아까 관객과 창작자의 정체성이 각각 50퍼센트 정도씩 되는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이야기 나누며 생각해보니 저는 이미 창작자의 시각을 버릴 수 없는 관객 같아요. 이런 제가 창작을 혹시 안 하게 된다면 과연 연극을 보러 올까요?
창작자 배서현
‘관계자’. 그래서 제 페이스북 자기소개에 ‘관곅’이라고 쓰여 있어요.
관객 성수연
와. (큰 웃음).
관곅 배서현
아마 한창 자원활동할 때 관객으로 오신 관계자분들이 제게 관계자 다 됐다고 하셔서 써두었던 말인 걸로 기억해요.
관곅 성수연
와, 서현님 정말 언어의 마술사.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2편 당장 만들어주세요. 당장 못하신다면 결혼 2주년 기념일 파티라도(웃음).

미래연극 상상하기

성수연
앞으로의 10년 동안 이런 연극을 ‘보고 싶어’, 혹은 ‘하고 싶어’라는 말을 다 꺼내 볼까요? 아주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들도 상관없다고 쳐 보고요(웃음).
배서현
<너에게> 재공연 보고 싶어.
성수연
무대에 청소년, 장애인, 다양한 젠더와 나이대의 온갖 사람들이 동시에 등장하는데, 그 모든 인물을 되도록이면 가장 당사자성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맡아서, 하지만 완전히 드라마적 인물 연기를 하는 연극을 보고 싶어.
배서현
멋져요. 확신의 순간을 주는 연극을 보고 싶어.
성수연
뭐에 대한 확신이요?
배서현
저는 선택에 있어서 완벽주의가 있어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알고 있고, 그렇게 거기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고 싶다는 강박이에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인데, 내가 뭔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이걸로 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연극을 보고 싶어요.
성수연
진짜 뻔하고 유치한 말 할게요. 정말 사랑이 넘치는 연극을 하고 싶어.
배서현
중요하죠. 직업 관객이랑 직업 배우랑 한 무대에 서는 연극을 해보고 싶어.
성수연
아. ‘보고 싶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네요?
배서현
그렇게 됐네요(웃음)? 하고 싶다.
성수연
나이대가 좀 있는 배우가 정말 극한의 라떼 이야기를 아주 길게 쏟아냄으로써 오히려 다양하게 생소한 감각이 발생되는 연극을 한번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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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성수연
LG아트센터처럼 크고, 왠지 격식을 차려야만 될 것 같은 극장에서 다 같이 떠들썩하게 봐도 되는, 심지어 뭔갈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싶어.
배서현
신촌극장에서 평일 낮에 문 열어놓고 하는 연극을 보고 싶어.
성수연
와, 멋지겠네요. 조금 불편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질문을 자신 있게 던지는 연극을 보고 싶어.
배서현
날카로운. 청와대에서 하는 연극 보고 싶어.
성수연
와, 멋져요! 무슨 공연이면 좋을까? 재밌겠다. 고전은 너무 뻔하려나? 하찮은 얘기처럼 보이지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정치적이고 심지어 섹시한 연극이면 좋겠어요.
배서현
저의 상상력은 여기까지인가 봐요(웃음). 어쨌든 저는 저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연극을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나만의 답으로 끝날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싶어요.

너도 연극인이 되지 않게 조심해

성수연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에 등장공룡이 등장인물인 ‘직업 관객’에게 “너도 연극인이 되지 않게 조심해”라고 하잖아요. 연극인이 되지 않게 조심하려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배서현
그보다는 관객으로 남고 싶은 이유들을 말하는 것이 더 낭만적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성수연
(웃음). 관객으로 남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배서현
아까 제가 좋아하는 배우님들이 안 계셨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배우님들과 퇴근길에 이야기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저도 배서 님을 응원해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어떻게 보면 삶에서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관계이지만 그래도 응원하는 관계, 잘 알지는 못해도 서로 응원하는 관계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거든요. 어쩌면 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일까요? 이런 것들이 좋아요. 또 이런 생각을 해요. 연극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연극인이 되어 버리면 연극은 누가 보지? 볼 사람이 없지 않나?
성수연
우와.
배서현
그래서 내가 봐야겠다, 이런 생각이요.
성수연
우와. 정말 멋진 말이네요.
배서현
다 연극을 해버리면 누가 볼까요(웃음)? 웃고 있는데, 웃을 때가 아닌가(웃음)? 어쨌든 아주 오래 관객으로 남아있고 싶고, 내가 오래 관객으로 남아있는 게 무슨 효용이 있을까도 생각해요. 너무 경영학도처럼 말하긴 했지만, 나 자체가 아카이브로서 존재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좋아하는 배우들 구술채록을 하고 싶어요. 내가 이 사람의 연극을 언제도 보고, 어디서도 보며 사라지는 것들을 아카이브할 수 있을까. 그렇게 역사를 알고 있으면 구술채록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 생각해요(웃음). 살아있는 역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오래오래 그냥 목격하고 싶어요.
성수연
창작자인 관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관객으로 남아 있으면서 아까 말씀하신 ‘연극의 3요소’적 관객의 창작을 하고 싶으신 거지요?
배서현
그렇지요, 그렇네요.
성수연
꼭 그렇게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배서현
감사합니다.
성수연
오늘 정말 멋진 이야기들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주고받기를 하며 오늘의 대화를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배서현
좋습니다.

성수연, 배서현을 바라본다. 배서현,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를 바라본다.

성수연
지금 네가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배우들 중 한 명을 떠올려봐. 그 사람의 무엇이 너를 그렇게 매료시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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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혼자 무대에 있으면 외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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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너는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공연의 영향을 받아서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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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매일 전화하는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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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목소리의 크기에서 비롯되는 진동 말고도 객석의 너를 작동시키는 요소는 또 뭐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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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최근에 너도 몰랐던 너의 모습을 발견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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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공연하면서 혹은 끝난 직후에 ‘어, 나 이거 좀 잘했는데?’라고 느꼈던 순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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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는 것들을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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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
언젠가 나오게 될 너의 구술채록집에는 몇 명의 이야기가 실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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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현
영원을 약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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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성수연

성수연 본지 편집위원
배우, 창작자. 다양한 형태의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ooyeo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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