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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

[무엇을, 어떻게, 왜] 김홍남 X 성수연

성수연

제225호

2022.11.10

[무엇을, 어떻게, 왜]는 배우이자 창작자인 성수연이 진행하는 대화입니다.
동시대 창작자들이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작업하며, 그 일을 왜 하는지 들어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제가 한, 이 다섯 번의 인사말을 각각 다른 의도를 담아서, 혹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소리 내어 읽어봐 주세요.
읽어보셨나요? 아마 이 짧은 인사말 안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상황이 담길 수 있는지 바로 느끼셨을 거예요. 그리고 연극에서는 발화를 통해 말에 담긴 여러 의미를 다뤄내기도 합니다.
한 문장에 담아낼 수 있는 여러 생각을 공간언어인 수어로 잘 바꾸기 위해 수어통역사들은 어떤 일을 할까요? 수어통역사 김홍남 님과 대화를 나눈 기록입니다.

성수연
안녕하세요(웃음). 바쁜 일정 중이신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광이에요.
김홍남
안녕하세요(웃음). 이렇게 대화할 수 있어 제가 더 영광입니다.
성수연
연극in에서 이 코너를 진행하면서, 선생님과 꼭 한 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몇 차례 작업을 함께할 때, 항상 배우들 옆에서 어떤 의미로 대사를 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요. 통역작업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들을 하시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시는지 궁금했었어요. 연극 통역이 다른 쪽 통역과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했고요. 수어통역사로서 어떤 생각들을 하며 살아가고 계시는 지도요. 올해는 어떤 작업들을 하셨나요?
김홍남
여러 편의 연극을 했어요. 그리고 뮤지컬도 했고, 처음으로 코미디도 해봤어요. 아직 남아 있는 작업들이 있긴 하지만 약 30개 정도의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성수연
와. 정말 일을 많이 하셨네요.
김홍남
(웃음). 그런데 정말 올해는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 통역을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지, 연극인들은 어떤 마음에서 배리어프리를 하는 건지, 배리어프리를 하는 의지는 어디서 시작되는지 다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초심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왜 ‘잘함’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는지, 수어통역사들과 함께 어떤 일을 하려고 했었는지 다시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어요.
성수연
자세한 얘기를 차차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활동하고 계신 회사 ‘잘함’을 잠깐 언급해주셨는데, 어떻게 만들어진 곳인가요? 이름도 재밌더라고요. ‘잘함’은 잘함. 수어통역 완전 ‘잘함’(웃음).
김홍남
(웃음). 이름은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발음대로 읽으면 ‘자람’이 돼요.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섞인 거죠.
성수연
잊히지 않아요. 어떻게 ‘잘함’을 만들게 되신 건가요?
김홍남
일단 저는 수어통역사가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농인들과 청인들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어떤 수단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수어는 배울 장소도 많지 않고, 농인들을 직접 만나서 연습하기도 어려워요.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면 외국인들을 만나서 연습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수어도 농인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며 배워야 하거든요. 운전면허를 땄다고 바로 운전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듯, 수어통역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바로 통역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후배나 동료들에게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주면 좋은데, 그것이 잘되지 않고 있죠. 수어는 사실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라도 쉽게 정보를 접하며 함께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거든요.
성수연과 김홍남이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고 있다. 성수연은 팔꿈치까지 오는 긴머리를 늘어뜨리고 회색 니트에 엷은 하늘색 바지를 입었다. 김홍남은 어깨를 덮는 머리를 하고 있으며, 스누피가 그려진 하늘색 티셔츠와 진한 남색의 바지를 입었다. 두 사람 뒤로는 울긋불긋 단풍이 든 나무들이 보인다.
성수연
왜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세요?
김홍남
제가 수어를 배웠을 때는 학원도 없었고, 그냥 농인들을 만나 어울렁더울렁 하며 경험으로 배우는 일이 많았어요. 사실 같이 술 먹고 여행 다니고 놀면서 많이 배웠어요(웃음). 그러다 수어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비용이 생긴 거죠. 경험이나 일자리를 공유하면 동료 통역사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통역의 질이 더 좋아질 텐데. 통역에 대한 피드백이나 합격 후 수어를 계속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꾸준히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어요.
또 통역사들이 겪는 일에 대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몇몇 친구들과 ‘수어통역사를 위한 대안 모임’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어떤 영역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어떤 고민 사례들이 있는지 모아 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선배들과 함께 준비를 해서 ‘사단법인 한국수어통역사 협회’를 세우게 되었죠. 우리의 인권과 권익을 옹호해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단체가 만들어진 거예요. 이후 저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스터디를 계속 진행하며 통역사들을 배출하고, 활동하면서도 계속 함께 공부하고, 일하며 받는 상처를 나눌 수 있고, 한동안 이 일을 쉬더라도 언제든지 돌아와서 다시 일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어요.
성수연
그게 지금의 ‘잘함’이라는 회사가 된 것이군요.
김홍남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초심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왜 ‘잘함’을 만들었는지, 어떤 일을 하려고 했었는지를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요.
성수연
올해 연극에서의 배리어프리와 공연 통역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김홍남
공연 통역은 다른 분야의 통역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높은 편이에요. 그리고 배리어프리를 하는 과정에서 수어통역사들이 계속 납작해지는데(웃음), 다른 방법이 없을지 최근에 고민하고 있어요. 더 이상 납작해질 수 없거든요. (웃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연극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죠. 배리어프리가 주가 아니기 때문에, 저희도 연극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불편감이나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하거든요. 사실 배리어프리는 연습 초반부터 같이 회의하고 준비하는 작업이어야 하는데 보통 후반작업이 되잖아요. 어려운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연극인들의 배리어프리에 대한 의지가 어떻게 시작된 건지 궁금증이 일더라고요. 물론 극장이나 다른 창작진들에게 요구받는 경우도 있겠지만, 본인의 의지로 배리어프리를 하려 한다면 적어도 함께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안 된 채로 진행하다가 배우들이 통역사를 불편해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하고요.
성수연
아, 어떤 이유로 그런 경우가 생기나요?
김홍남
무대에서 동선을 잡을 때 배우의 시야에 통역사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낯선 상황 때문에 배우가 헷갈리실 수 있는 거죠. 통역사가 배우의 액팅을 따라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경우도 있고요. 이해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통역사들도 상처를 받거든요.
성수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나요?
김홍남
저는 수어통역을 빼자고 말씀드린 경우도 있어요. 결국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요. 사실 여러 상황이 이해돼요. 통역사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미리 말씀을 드려도, 그 내용이 배우님들과 미리 소통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수어통역사들이 무대 안에 설 자리가 없다는 통보를 뒤늦게 받은 적도 있어요. 사전제작 단계에서 무대 안으로 들어간다고 미리 말씀을 드렸고, 연습에 갈 때마다 말씀을 드렸는데 연습 과정에서 고려가 안 된 거예요. 그러면 통역을 왜 하려고 하시는지, 자리도 없는데 왜 통역사를 세우려고 하시는지 여쭤보게 되죠.
성수연
진짜 ‘배리어프리를 왜 하려고 하지?’ 이런 생각을 근본적으로 하게 되셨을 것 같아요.
김홍남
그래서 끊임없이 말해요. 한 번은 “저희가 먼저 배리어프리 하자고 한 적 없지 않느냐, 먼저 원해서 우리를 부르신 것 아니냐, 그런데 왜 매번 우리가 조르게 만드느냐, 왜 우리를 납작하게 만들고 눈치 보며 끼어들어 가게 만드느냐.” 이런 토로를 한 적도 있어요.
성수연
프로덕션 참여자들이 다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여러 고충들이 있으셨겠어요.
김홍남
공연 제작 과정에서 수어통역사의 일은 결국 끝까지 밀려서, 공연 올라가기 직전에야 처음 무대에 서보는 상황도 생기지요. 그러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해요. 공연의 대본이나 동선의 정리가 늦으면 결국 통역사들의 일은 막판에 몰리게 되고, 저희는 며칠 밤을 새워가며 합숙까지 하면서 작업을 하거든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거예요. 공연이 아직 덜 만들어져 있다는 걸 아니까 계속 두드리기가 어려운 거죠. 같이 공연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철저하게 이방인이나 부수적인 사람이 된 느낌일 때도 있어요. 이런 과정들을 겪으며 여러 고민을 하게 된 거예요.
물론 좋은 연출님들과 창작자들의 수많은 이해와 배리어프리에 대한 의지 덕에 저희도 힘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런데 계속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 거죠. 공연 통역은 다른 쪽 통역과는 달라요. 단순히 단어 하나를 바꾸거나 공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떤 문장을 빼면 저희는 새로 말을 만들어야 해요. 수어는 그렇거든요. 사실 공연이 다가오면 창작자들에게 너무 큰 과업들이 눈앞에 닥치니까 하나하나 신경 쓰시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다 보면 저희의 존재가 어느 순간에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사실 저희의 전략은 연습실을 계속 가는 거예요(웃음). 저희는 보통 카페나 집, 심지어 따로 연습실을 빌려서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그 작업의 내용을 미리 보여드릴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연출님들이나 극장 관계자들 입장에선 런쓰루 다 끝날 때쯤 와서 통역하고 맞춰 본다고 생각을 하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무조건 그 근방에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드리자, 그래야 수어가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시겠구나’ 했죠(웃음).
성수연
맞아요. 사실 창작 작업은 계획대로 딱딱 진행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여유롭게 잘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뭔가가 밀리면서 그야말로 막판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여하고 소위 ‘갈아 넣어서’ 겨우 공연을 올리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요. 흔히 겪는 일이다 보니 어쩌면 우리의 몸에 밴 속도와 관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고통을 느끼기까지의 역치가 쓸데없이 높아져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김홍남과 성수연이 마주 보고 있다. 성수연이 오른 손을 들어 검지를 펴고 무언가를 가리킨다.
김홍남
연극 작업은 협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그렇겠지요. 그리고 수어통역도, 예전에는 공연 일주일 전, 혹은 짧게는 2~3일 전에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고 무대 한쪽 귀퉁이에서 통역하는 형식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제가 지향하고 있는 공연 통역의 방향은 그 형식을 깨는 방향이고, 공연에 대한 농인들의 접근권이 보장되려면 왜 통역사가 무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결국 공연이 제작될 때 처음부터 같이 회의를 하고, 배우님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날 그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최근 신재훈 연출님과 <틴에이지딕>을 준비하고 있고, 그 전에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공연도 같이 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음성해설, 자막, 수어통역을 다 한 공연이었는데 음성해설을 위해 대사와 대사 사이를 미리 벌리는 작업을 하셨어요. 음성해설이 ‘들어가는’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연스럽게 함께 존재할 수 있게 작업을 한 거죠. 수어통역에 대해서도 연출님, 배우님들, 피디님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죠.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따로따로 배우님들이나 연출님을 찾아가서 물어봐야 하는데, 저희가 괜히 개입해서 혼란스러워지시지 않을까 싶어 눈치를 보며 기다리기도 하거든요. 우리는 연극인들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하기 적절한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늘 고민돼요. 연출님이나 배우님들의 컨디션까지 고려하게 되고요.
성수연
와. 이런 고민들을 하시고 이런 일까지 하신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창작자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은 공연에서 배리어프리를 하지만,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기도 하고요. 하는 연습과 보는 연습을 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비장애인 관객들도 간혹 배리어프리 공연에 대해, 정보가 많아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수어통역이나 문자통역을 그간 익숙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낯선 시각정보에 눈길이 더 가다 보니 그럴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자꾸 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결국 뇌가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여, 덜 혼란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연극에서의 배리어프리가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겠는지 또 생각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세요?
김홍남
작업 과정은 조금 어려웠지만, 농인 관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던 공연이 있어요. 뮤지컬이었는데, 150명 정도의 농인 관객들이 오셔서 굉장히 행복해하면서 돌아가셨어요.
성수연
어떤 뮤지컬이었나요?
김홍남
<유정, 봄을 그리다>라고 소설가 김유정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었어요.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었죠. 저는 창작을 지원하시는 극장 측이나 재단 같은 곳에서 농인들이 좀 더 접근하기 쉬운 내용의 공연부터 배리어프리를 시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우님들도 사실 처음에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연극부터 시작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성수연
네. 그런 경우도 있지요.
김홍남
농인들 중엔 평생 연극을 단 한 편 보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쉬운 작품부터 연극을 보기 시작해서 좀 더 다양한 연극을 접하게 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연극에서의 다양한 실험과 공연 문법을 읽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수어를 봐도 이해를 못 할 수 있어요. 수어가 전혀 기능을 못 하게 되는 거예요. 창작자나 극장 측이 요구한 배리어프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농인들이 요구하는 공연에 배리어프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아마도 좀 쉽거나, 상업적이거나, 드라마로 진행되는 공연들에 먼저 배리어프리가 들어가겠죠. 그렇게 관극 경험이 쌓이면서 다음, 그다음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창작자들이나 비장애인 관객들에게도 있는 과정으로 알고 있고, 그렇다면 농인 관객들과 수어통역사들도 단계적으로 연극에 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성수연
선생님이 통역하시는 공연을 항상 보러 오시는 농인 관객분들이 계시잖아요. 선생님은 쉽지 않은 연극들 통역도 많이 하셨는데(웃음), 그분들은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하세요?
김홍남
어떤 분이 “이 공연 진짜 어려운 공연이죠?” 그래서, 제가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요. 다음번에 쉬운 거 같이 봅시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웃음). 또 배우와 수어통역사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목이 아프다거나, 음성언어의 발화지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으면 여러 고민을 하게 돼요. 각 인물에 수어통역사가 1대1로 붙는 방식을 고민해 본 적도 있어요. 다만 인물별로 통역사가 섰을 때 통역사와 배우가 구분이 안 돼 헷갈리는 상황도 있었죠.
성수연
맞아요. 그렇겠네요.
김홍남
아까 배우님도 선택적 시각 정보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그것을 지향해요. 어느 순간 청인들에게 수어통역사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어통역사가 배우와 똑같이 존재하고 움직이는 경우, 농인들에게 가야 할 정보가 잘 제공되기보다는 청인들에게 “와, 수어통역사가 저런 것도 하네? 춤도 추네?” 이런 인상만 남게 되기도 해요. 수어통역사의 퍼포먼스만 남는 거죠. 그렇게 안 되게 만드는 게 수어통역사들이 해야 할 일이고요.
저희는 수어가 언어임을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돼요. 그런데 사실 창작자분들이나 극장 측에선 통역사들이 무대 위에서 뭔가 더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해야 공연 안의 한 요소로서 훨씬 통합돼 보이고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성수연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창작자들이 처음 배리어프리를 할 때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수어 같은 경우는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움직임 요소로 감각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요. 사실 음성해설도, 연극의 한 요소인 ‘지문’과 비슷한 문법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음성해설을 지문처럼 대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고요.
김홍남
맞아요.
성수연
창작자들은 배리어프리를 좀 더 공연의 요소로, 공연의 미감 안에 잘 넣고 싶은 야망을(웃음) 품기 쉬운 것 같아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고요. 지금은 언어에 대한 통역이라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단단한 기본 위에서 다른 시도를 할 수는 있겠죠.
김홍남
맞아요. 저희도 공연에 적절하게 녹아 들어갈 수 있으면 좋아요. 문자통역도 발화에 따라 자막 이미지를 변주하면 오히려 더 잘 작동하면서도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선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통역하기에 굉장히 불편한 옷을 입도록 제안받는다거나, 농인 관객이 고려되지 않은 연극적 동선이나 위치를 제안받을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 “통역사는 배우가 절대 아니다. 그런 부분이 필요하시면 수어를 하는 배우를 캐스팅하시는 것이 더 좋다”라고 말씀드리기도 해요.
성수연
수어가 손동작을 사용하고, 표정도 다양하게 지어야 하는 언어이다 보니까 수어통역사분들이 수어로 연기를 하는 것이라 받아들여지기도 하나 봐요. 배우가 연기하며 사용하는 요소 중 음성언어를 통역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 자체를 수어로 연기하는 것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표정이 없는 배역의 경우, 예를 들면 로봇의 경우, 통역사님들은 혹시 표정을 다룰 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김홍남
사실 로봇일 땐, 로봇 표정을 짓죠.
성수연
오, 어떻게요? 로봇 표정이 뭔가요(웃음)?
성수연이 웃고 있다.
김홍남
(웃음) 표정값을 줄이는 거예요. 오로지 손만으로 언어값을 주는 거죠.
성수연
같은 손동작인데 표정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의 경우 어떻게 하세요?
김홍남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단어를 배제하고 다른 어휘를 넣어서 만들어요.
성수연
그렇군요. 이런 얘기 나온 김에, 혹시 통역을 하시면서 통역이 잘 되어 뿌듯함을 느끼신 순간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내가 생각해도 통역이 진짜 잘 된 것 같아. 초월번역이야. 잘함!’
김홍남
잘함(웃음). 그런데 잘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성수연
무슨 말씀을. 또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작가가 중의적인 의도를 갖고 쓴 문장이라거나 혹은 배우가 말의 사전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담아서 발화할 때, 어떻게 통역을 하시나요?
김홍남
그럴 땐 일단 배우님들의 영상을 분석해요. 그래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제가 진짜 힘들었던 배우님이 성수연 배우님이시거든요(웃음).
성수연
(화들짝) 네??
김홍남
배우님이 말 안에 굉장히 많은 것을 담으시는 경우가 있었어요. 말과는 다른 표정값을 쓰실 때도 있고요. 어떤 단어를 받아들이는 감각의 깊이가 잘 안 읽히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대사 안에서 흘러가는 의미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의미값을 만들고, 발화를 통해 내보낼 때 어떤 기술을 쓰시는지요(웃음). 심지어 <로드킬 인 더 씨어터>,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앨리스 인 베드> 때 각각 다 너무 다르셨어요.
성수연
맞아요. 그 작업들을 진짜 각각 다 다르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다른 원리로 발화했고요.
김홍남
맞아요. 저희는 배우님들의 영상을 보며 분석할 때, 어려우면 계속 확대를 해서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 그 배우님들의 다른 공연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알아요. 사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저희 ‘잘함’이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데 정말 배우님은 공연마다 다르셨어요.
성수연
혹시 제가 했던 대사 중에 통역하기 특별히 어려웠던 대사 기억나세요?
김홍남
“계속 고치고 싶어서”1)라는 문장이요. 수어로는 정말 쉽거든요. 그냥 ‘고치다’, ‘싶어’ 이게 끝인데, 배우님의 발화엔 너무 많은 게 들어있었죠. 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어요(웃음).
성수연
맞아요. 여러 의미를 생각하긴 했어요. 선생님을 믿었습니다(웃음). 죄송합니다(웃음).
김홍남
(웃음). 수어는 사실 굉장히 도상성이 있는 언어고, 직관적으로 즉각적으로 보이는 언어예요. 그래서 그 말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어요. 자막에도 ‘고치다’라는 말이 나오고, 음성언어로도 그렇게 하시고, ‘고치다’라는 표현은 명백하게 있는 거예요.
성수연
어떻게 하셨나요(웃음)?
김홍남
하나의 표정에서 다음 표정으로 넘어갈 때의 속도, 손이 변하는 과정의 속도, 내 손을 내가 바라보는 속도 등을 계속 생각하며 배우님의 외침의 속도와 같이 하려고 했어요. 뭔가 바뀌어 가는 과정을 쉽게 하지 않고, 뭔가를 바꾸는 일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하면서요. 마음속으로 ‘지금 이건 그냥 고치는 것이 아니야. 나를 잘 봐. 그럼 너희에게도 보일 거야’라는 마음을 이만큼 담아서(웃음).
김홍남과 성수연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다. 벤치 뒤로는 녹색 우레탄 바닥에 나무로 된 미끄럼틀이 보인다. 김홍남이 양팔을 넓게 벌리며 웃고 있고, 성수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입에 손을 가져가 놀라면서 웃는다.
성수연
와... 제가 그 대사를 할 때 가졌던 마음이랑 비슷해요. 그러고 보면 통역사 선생님들과 대화를 할 때, 오히려 더 힌트를 얻고 좋은 발견을 할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동료 배우들도 그러더라고요. 배우들은 아직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누가 ‘너 그거 연기 어떻게 한 거야?’라고 물어보면 난처하고요. 나중엔 언어로 정리되더라도 그 순간엔 대답 못 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통역사 선생님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어려운 상태일 때도 있는데, 덕분에 오히려 명확한 말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김홍남
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해요. 저희도 계속 영상을 보고요. 이만큼 확대해서(웃음).
그리고 텍스트 자체가 어려운 연극의 경우에도 통역이 어렵죠. 최근에는 어떤 작업에서 한 문장 통역에 4시간을 쓴 적도 있어요. 대사가 ‘시’였는데, 논문부터 시작해서 온갖 자료와 도서관을 다 뒤졌어요. 은유적인 표현들은 통역하기 정말 어렵거든요. 농담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언어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럴 땐 대응시킬만한 수화유희가 있나 찾아보기도 하고 없을 땐 언어를 계속 창작해야 하는 거죠.
성수연
혹시 창작해내신 단어 중 기억나는 것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김홍남
“무슨 차를 드릴까요?”, “도시로 가는 차를 주세요.”2)라는 대화는 ‘차’라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말장난이잖아요. 그런데 수어로는 그게 안 돼요. 달리는 차는 이렇게 하고, (수어) 마시는 차는 이렇게 티백을 넣거나 뭔가 젓는 동작을 하거든요. 고민을 하다가 “무슨 차를 드릴까요?” 할 때 했던 젓는 동작을 그대로 바퀴로 만들었다가 달리는 차로 이어갔어요(웃음).
김홍남이 마시는 차에서 달리는 차로 이어지는 수어를 하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검지를 펼쳐 무언가를 젓는 동작을, 왼손으로는 둥그런 바퀴가 자동차 모양으로 펼쳐지는 동작을 하고 있다.
김홍남이 자동차를 뜻하는 수어를 하고 있고, 성수연이 그 손을 바라보고 있다.
성수연
천재다. 또 얘기해주세요.
김홍남
“사과할게. 사과차야”, “목 아프지? 모과차야” 이런 경우는 유사한 발화값으로 하는 말장난이잖아요. “목 아프지? 모과차야”의 경우, ‘목 아프다’를 먼저 하고, ‘아프다’ 동작이 과일을 쥔 것 같은 동그란 손 모양이니까 그게 그대로 과일이 된 것처럼 쓱쓱쓱 써는 동작을 한 다음 조각 하나를 뽑아서 찻잔에 담가 주는 동작으로 만들었어요.
성수연
와, 재밌네요.
김홍남
이런 언어유희를 계속 창작 해내야 되는 것이 정말 너무 힘들어요(웃음). 요리하는 사람은 정말 오랫동안 요리하는데, 먹을 땐 순식간인 것처럼(웃음). 심지어 못 알아보시면 저희는 괴로운 거죠. ‘못 알아보는 것 같아. 안 웃어, 관객들이.’ (웃음).
성수연
그런 농담이 잘 통할 때도 있는 거죠? 농인들도 처음 보는 수어인데도 뭔지 다 알아듣고 웃을 때도 있는 거지요?
김홍남
네. 맞아요. 그렇지만 만들어내기 어렵죠. 그런 언어유희가 많은 작품이 제일 어렵고, 그다음이 은유나 내포된 중의적 표현이 많은 작품이고요. 그럴 땐 공연 자체의 목표부터 시작해서 텍스트의 숨은 의미까지 다 물어보고 찾아내면서 작업해야 해요. 농인들은 일차적인 말값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어휘를 계속 찾아야 하는 거죠. 그냥 연극을 볼 때는 ‘너무 행복하다!’ 이러는데 수어만 하면 ‘이건 지옥이야…’ (웃음).
성수연
앞으로도 공연 쪽 통역을 계속 하실 거지요?
김홍남
아니요.
성수연
(화들짝) 네??
김홍남
(웃음) 사실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제가 죽을 곳을 빨리 찾아서, 원하는 장소에서 제 삶을 다하는 것이거든요. 묻히고 싶은 곳에서 살다가 묻히는 것. 그래서 여러 장소를 다 돌아보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후배 동료들이 수어와 관련된 여러 작업들을 잘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시스템을 만들어 놓게 되면, 저는 다른 곳에서 놀 것 같아요.
성수연
그러려면 오래 이 일을 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김홍남
아니에요. 아니, 아니, 아니야(웃음). 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고. 저는 그 아르바이트들이 제 생각을 다양하게 열어주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좁은 생각을 갖고 살았을지도 몰라요. 단기 아르바이트들을 통해 다양한 일을 하고, 그만두는 경험을 하면서 저는 일을 그만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어요. 같이 살고 있는 야옹이들의 수명이 20년 정도 남았다고 치면, 20년 후에는 캠핑카를 만들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어요. 전국의 농인들을 만나, 그들의 수어를 수집하고 싶어요. 그 작업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어요. 이 언어가 점점 사라지고 있거든요.
성수연
네? 수어가 사라지고 있나요?
김홍남
지금의 수어는 예전에 글을 모르던 농인들이 쓰던 수어하고는 너무나 달라요. 이제는 음성언어에 1:1로 맞춰지는 수어 형태가 많이 사용되고 있죠. 인공와우수술을 한 학생들이 전체 농인 학생들 중에서 거의 80-90%에 육박하고 있고, 이 친구들은 음성언어를 대체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런 흐름이 점점 더 빨라질 거라고 봐요. 이제는 문자가 그들에게 어려운 언어가 아닌 거죠. 예전에는 문자를 배울 기회가 적어 수어를 훨씬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요.
수어의 단점 중 하나가 얼굴이 드러나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거나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상 통화 대신에 문자 통역으로 서비스 지원을 받기 원하는 케이스들이 많이 생겼어요. 저희 세대까지는 사실은 수어가 계속 쓰이겠지만 이후의 세대에는 과연 수어가 언어로서 작동할 수 있나 싶어요. 한국 공식 수어 같은 경우는 KSL(Korean Sign Language)이라고 하는데, 음성언어에 1:1로 맞춰지는 한국어대응식수어라는 것이 따로 있어요.
성수연
한국어 문법에 그대로 대응시킨 수어인가요? 조사도 있고요?
김홍남
조사를 쓸 수도 있죠. 수어는 원래 공간언어인데, 더 이상 공간언어가 아닌 선형적인 텍스트 형태의 언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기존에 있었던, 정말 농인들의 언어로 작동했을 때의 수어는 없어지는 거죠. 그래서 캠핑카를 하나 만들어서 전국에 농인들이 있는 곳을 다 찾아다니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인생을 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 언어들을 번역해서 그 수어의 가치를 남겨두고 싶어요.
성수연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를 남겨두고 싶으신 건가요?
김홍남
농인들의 삶과 문화요. 언어는 시대성을 갖고 있잖아요. 수어는 더욱 그렇거든요. 수어는 그 당시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무엇을 봤느냐에 따라 존재하는 언어예요. 보지 않았으면 언어가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렇기에 그들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요. 학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그쪽은 아니고 그냥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다른 지역에 놀러 가서 농인 어르신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아, 이걸 찍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사실 빨리 그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야옹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어서(웃음).
성수연
어떤 기억과 삶들을 남기기 위해 구술 채록을 하잖아요. 농인의 구술 채록과 번역, 수어의 보존은 정말 수어통역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겠네요. 젊은 세대의 농인배우들이 그 이야기들을 다시 수어로 무대에서 들려주는 것까지 상상하게 되네요. 진짜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김홍남
배우님도 수어를 중급과정까지 하셨지요?
성수연
네. 그런데 오랫동안 하지 않아서 부끄럽지만 거의 다 잊어버렸어요.
김홍남
(웃음). 수어통역사시험 1차 합격해놓으시고.
성수연
그 합격을 날렸죠. 3년 안에 실기시험을 치를 여건이 안 됐거든요. 그래서 필기시험부터 다시 봐야 하는데 저는 그 시험 다시 붙을 자신이 없어요.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꼭 다시 도전을.
김홍남
시험 앞으로 더 어려워진대요. 부분 점수제도도 없어지고.
성수연
네… (먼산).
오늘 정말 멋진 이야기 많이 들려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나눈 대화를 잠시 떠올려 보고, 질문 주고받기와 함께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요?
김홍남
네. 감사합니다.
성수연과 김홍남이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성수연
하나의 언어가 완전하게 전달되는 순간을 경험한 적 있어?

.

김홍남
완전하게 전달된다는 건 그 언어가 시작된 누군가와 감정이 일치되는 것을 말하는 거야?

.
.

성수연
언어가 전달된다는 것은 뭘까?

.

김홍남
사고한다는 것은 뭐야?

.

성수연
다른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까?

.

김홍남
생각의 시간이라는 게 있지. 생각의 시간을 여행하는 것과 생각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과 생각의 시간과 함께 하는 것의 차이는 뭘까?

.

성수연
너는 무대에서 무엇을 보고 있니?

.
.

김홍남
배우들은 맡은 인물을 연기할 때, 그 타자를 얼마만큼 타자로 남겨두어야 하는지 늘 고민할 것 같은데, 어디까지가 너이고 어디까지가 그 인물이어야 하는 거야?

.
.

성수연
무슨 차를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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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남
(웃음). 너는 어디서 너의 삶을 마치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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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남
아까의 질문에 살짝 답을 하자면, 저는 무대에서 배우를 봐요. 고개를 돌려서 보는 게 아니라 이 배우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손짓을 하고 있을까, 어떤 눈빛과 어떤 입모양을 하고 있을까, 계속 배우를 떠올려요.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1.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이은용 작, 구자혜 연출.
  2. <우산도둑> 장성희 작, 김예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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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파이리)

성수연(파이리) 본지 편집위원
배우, 창작자. 다양한 형태의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ooyeo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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