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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재미없을 가능성이 없는 일이니까

[무엇을, 어떻게, 왜] 손상규 X 성수연

성수연

제236호

2023.06.29

[무엇을, 어떻게, 왜]는 배우이자 창작자인 성수연이 진행하는 대화입니다.
동시대 창작자들이 무엇에 주목하고, 어떻게 작업하며, 그 일을 왜 하는지 들어봅니다.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들은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런 경험은 왜 중요할까요? 배우들의 직접적, 간접적 경험은 어떻게 그들의 연기와 연결될까요?
배우 손상규 님과 대화를 나눈 기록입니다.

음악과 연기

성수연
안녕하세요(웃음). 오래전부터 손상규 배우님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했고, 연기 외에 어떤 일들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지도 궁금했어요. 최근에 참여하신 <오셀로> 이야기도 듣고 싶었고요.
손상규
감사합니다(웃음). 종종 이 대화 코너를 읽었어요. 배우만 만나는 것은 아니시지요?
성수연
네.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을 만나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피아노에 관한 작업을 하신 연주자 겸 창작자를 만났고요.
손상규
좋으셨을 것 같아요. 저는 피아노 치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성수연
오, 그렇군요. 피아노 연주를 많이 듣는 편이세요?
손상규
네. 연주자들을 동경해요. 조성진 연주도 찾아서 들었고, 임윤찬 연주도 몇 달 들었고. 피아노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것도 보고.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쓴 책도 읽었어요. 또 다니엘 바렌보임의 마스터 클래스 영상이 있는데,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옛날 영상이긴 하지만 랑랑도 그렇고 유명한 연주자들이 학생으로 와요. 티칭하는 내용이 정말 대단해요.
성수연
오, 무려 랑랑! 찾아봐야겠어요. 원래 피아노를 좀 치세요?
손상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하나도 없어요(웃음). 연기 선생님들이 미술이나 음악을 많이 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알아보자는 생각에 연주를 듣기 시작했어요. 작정하고 클래식 명반들을 불 다 꺼놓고 혼자 들었어요. ‘자 오늘은 이거다, <월광>’ (웃음).
성수연
(베토벤의 <월광>을 흥얼거린다)
손상규
(함께 흥얼거린다) 들어보는 거죠. <월광>의 명반은 뭐냐, 에밀 길렐스? 오케이, 오늘은 에밀 길렐스를 듣자. 에밀 길렐스의 연주는 뭔가가 막 터질 것 같으면서도 음이 하나하나 다 들리는 느낌이었어요. 느리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달빛이 느껴지고. ‘아, 이게 월광이구나’ 싶었어요. 그러다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월광>을 또 들어봤어요. 정말 재미있는 것이, 배우마다 꼬스챠나 햄릿을 연기하는 게 다 다르듯이, 이 사람만의 <월광>이 있는 거예요. <월광>은 보통 어릴 때부터 흔하게 접하게 되는 곡이잖아요. 그런데 들으면서 한 번도 ‘달빛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에밀 길렐스와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연주에서는 달빛이 떨어지더라고요. 에밀 길렐스는 압도적인 빛이 떨어지는 느낌, 루빈슈타인은 빛이 사아악 떨어지는 느낌. 그런 것들을 느끼다니, 제가 그때 컨디션이 좋았었나 보죠(웃음)?
배우 성수연과 배우 손상규가 카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옆쪽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손상규가 왼손을 들어 검지로 허공을 가리키고 있고, 성수연은 웃는 얼굴이다. 카페에는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와 대학로 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큰 창이 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재 테이블과 난간,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이 보인다.
성수연
(웃음) 낭독공연 <다스 오케스터>에서 지휘자 역할을 연기하기도 하셨지요.
손상규
네. 재밌게 봤던 <아트 오브 컨덕팅>이라는 DVD가 있어요. 옛날 지휘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휘자들마다 스타일이 다르더라고요. (연기하며) 어떤 지휘자는 굉장히 민감하고, 1분 동안 한 열 번은 화를 내요. 또 어떤 지휘자는 액팅 코칭에 비유하자면, 사이드 코칭을 하더라고요. (사이드 코칭을 연기하며) 배우의 연기를 끊지 않고 계속 진행시키고 함께 연기하며, ‘거기 좋았어’, ‘지금 거기서 약간 저쪽으로 가’ 등등 코멘트를 하는 것을 사이드 코칭이라고 해요. 그리고 지휘자가 있음으로 인해 그냥 되는 경우도 있어요. <다스 오케스터>에 나오는 지휘자는 ‘푸르트뱅글러’인데, 그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기들끼리 연주를 하던 상황이었어요. 팀파니 주자는 연주를 계속 하지는 않으니까 몇 번 치고 쉬면서 연주를 듣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변하더래요. (상황을 연기하며) “갑자기 뭐지? 이게 뭐지? 사람들의 소리가 변했어”. 그래서 딱 봤더니, 출입구로 푸르트뱅글러가 걸어 들어오고 있더래요. 우스갯소리 같기도 하지만, 그를 본 순간 사람들은 이 앙상블로는 그를 납득시킬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지휘가 되는 거예요, 갑자기(웃음).
성수연
존재 자체만으로 지휘가 그냥 되는(웃음).
손상규
네. 저도 그럴 때가 있는데, 계속 연기를 하다 보면 지치고 익숙해지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기도 하잖아요. 그때 갑자기 연습실 문을 열고 알 파치노가 들어온다면, 나의 기준이 알 파치노가 되겠지요. 그에게 내 연기가 작동되는지 생각하게 되고, 집중도가 올라가고. 그러다 내가 덮어둔 것들을 깨닫게 되기도 하겠죠. 그의 시선을 상정하는 것만으로도.
연기와 음악은 물론 다르죠. 확실히 달라요. 그래도 다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임윤찬의 그 유명한 라흐마니노프를 듣고, 외국의 어떤 리뷰 사이트에서 말한 내용을 봤는데, 저도 그 연주를 들을 때 비슷한 것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너무 평범하게 시작한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분명히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칠 때 그가 가지고 있는 테크닉을 봤는데, 왜 라흐마니노프는 평범하게 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그게 빌드업이었던 거예요, 빌드업. (연기하며) 신호등 같은 곳에서 군중들이 걸어가고 있는데, 그 군중 속에 어깨를 축 내리고 가방을 메고 평범하게 걸어가는 애가 한 명 있는 거예요. 걔한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군중 속에서 얘는 걸어가고 있어요. 그러다 6~7분쯤 지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걷고 있던 얘가 갑자기 고개를 ‘탁’ 드는 거예요. 그때 띵! 땅! 와… 정말 대단하죠. 그렇게 젊은 나이인데, 콩쿠르인데, 욕심이 날 수도 있는데, 자기 기교를 내세우기보다는 전체 이야기를 생각하고 그 안에서 자기가 해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알아요. 그리고 그 정확한 것을 너무 잘해요. 저도 연기할 때나 티칭을 할 때 정확하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요.

정확한 연기

성수연
정확하게 연기한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손상규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야 한다면, 작품 전체의 맥락 안에서 그 일이 정확하게 벌어지게 만들고, 그에 따른 여러 일들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해지면, 그로 인해 전체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전체 구조 때문에 각 장면의 구조가 있고, 각 장면 안에서 인물이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의 구조가 또 있잖아요. 저는 그 구조들이 먼저 스케치가 되고 나면, 인물로 더 들어가서 그 이야기를 적확하게 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는 편이에요. 상대 배역과 주고받기를 할 때도 정확하게 그 장면에서 일어나야 할 일을 매번 발생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매번 이 인물은 정확히 삐져야 하고, 이 인물은 정확히 당황해야 한다면 그 일을 발생시키기 위해 밟아야 할 어떤 계단들이 있는 거지요. 물론 삐지는 것에도 여러 양상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즉흥으로 하는 면도 있어요, 사실 저도. 그렇지만 될 수 있으면 제가 정확히 해야 할 일을 까먹지 않으려고 해요. 그걸 까먹으면 어제 하던 대로 하게 되니까. 내가 뭘 발생시켜야 하는지를 잊어버리지 않고 정확하게 하는 것.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경우라면… 그 장면에서 애초에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하는지 배우들이 정확하게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성수연
무슨 일을 잘 발생시키려면, 그 일이 정확하게 일어나도록 하려면 그 장면에 연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야 할 그 일이 무엇인지 공통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손상규
맞아요.
성수연
이 배우는 이렇게 하고 싶고, 저 배우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라고 해석하고 싶고, 다른 배우는 또 전체의 내용을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합의가 비교적 명백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요.
손상규
네. 얼마 전에 <오셀로>에서 이아고를 연기했는데, 차갑고 이성적인 인물로 연기할 수도 있고, 욕망과 출세욕으로 가득한 인물로 연기할 수도 있고, 평범하고 저속하게 연기할 수도 있겠지요. 이번 <오셀로>에는 아주 평범하고, 염치없고, 평범하게 저열한 사람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들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품 전체 의도가 분명히 있었어요. 하등 중요하지 않은 것 때문에 아주 중요한 가치가 깨지는 이야기. 그렇다면 정확하게 그 의도 하에 이아고의 장면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멋없을까(웃음).
성수연
정확하게 멋없을까(웃음).
손상규
정확하게 멋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떤 순간엔 어떤 멋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조커처럼 소위 멋있다고 하는 악역들도 있고요. 어떻게 하면 ‘정말 저놈 별거 없는 놈이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을 정확하게 할까. ‘정확하게’라는 것은 그런 것 같아요.
배우 손상규. 옆 가르마를 타서 머리를 양쪽으로 자연스럽게 넘긴 모습이다. 남색 라운드 티셔츠에 검은색 재킷을 걸쳤고, 소매를 반쯤 걷었는데 왼손에 어두운 회색 밴드의 시계가 보인다. 무언가를 쥘 듯이 손가락을 다 펴지 않은 채 양손을 얼굴 높이로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성수연
저도 공연을 봤는데 “피는 나지만 죽지는 않는다”라는 대사를 이 이아고라면 어떻게 할지 궁금했거든요.
손상규
“주… 죽지 않았습니다!”(웃음).
성수연
정말 재미있었어요(웃음). 끝없는 악의를 표현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서요.
손상규
이아고는 워낙 유명한 캐릭터라서 분석도 많고, ‘동기 없는 악’이라는 해석으로 공연한 경우를 다룬 논문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동기가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지고, 친한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마음이 이상해질 때도 있고, 스스로가 정말 멋지지 않게 느껴지는, 하찮은 그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잖아요.
성수연
저는 가끔 셰익스피어라는 작가의 높은 위상 덕에, 인간으로서의 위상이 높게 쳐지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의 위상이, 셰익스피어를 따라서 괜히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요 배역의 경우엔 더욱요. 그게 인물의 미화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서 이아고를 평범한, 하찮은, 어쩌면 위상이 낮은 저열한 인물로 연기하고 싶으셨다는 말씀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손상규
저는 셰익스피어를 굉장히 마당극, 대중극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 와!’ 이런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어요.
성수연
갑자기 배우님의 이아고가 했던 대사가 떠오르네요. “이건 아니지~”.
손상규
(웃음) “이건 아니지~”.
성수연
특정 장면에서 지금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그 일을 잘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배우들끼리의 주고받기가 중요할 텐데, 연습 때 어떤 단계들을 거치시나요?
손상규
양손 프로젝트에서 작업을 할 땐 거의 모든 장면에 대해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해요. 토론도 많이 하고요.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그런데 자주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과 작업을 할 땐, 각자 생각하고 있는 것을 들고 리허설 때 만나려고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면 이야기를 나누기가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연기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될까 봐.
성수연
조금 아까 말씀하신 <오셀로>의 경우처럼 ‘아주 평범하고 저열한 것들에 의해 망가져 가는 것들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전체 방향성이 공유가 되어 있는 경우, 그 방향을 지도 삼아서 내 방식대로 부딪혀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게 어려운 경우, 얘기할 것이 많은 작품이라거나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많은 경우엔 테이블 작업이 중요할 것 같아요. 양손 프로젝트 작업 때 많이 하신다는 토론과 이야기도 결국 다 이 작품 전체의 맥락 안에서, 각 장면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을 발생시켜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합의하는 과정일까요?
손상규
맞아요.
성수연
테이블 작업은 전제를 공유하고 합의하는 중요한 과정인데, 연기의 합을 미리 짜는 과정으로 인식되거나 폄하되는 경우도 가끔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같은 장면에서 서로 다른 일을 발생시키며 어긋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인데.
손상규
맞아요. 또 리허설에서 직접 부딪힐 때 이야기하면, 상대 배우에게 연기 코멘트를 하는 것이 될 수 있고, 그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테이블에서 공유와 합의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살면서 이런 말을 가끔 하잖아요. “꼭 이것을 규정지어야 돼?” 물론 삶은 단순하지 않고 규정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연기할 땐 어떤 방향성이 있어야 액팅을 선택할 수 있죠. 물론 여러 방향으로 풀어낼 수도 있지만, 그 각각의 방향도 정확해야 하죠. 그게 결정이 안 된 채로 하면, 물론 리허설 중 우연히 누군가가 선택한 행동에 의해 뭔가가 발생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일이 일어나기 어려워요. 그렇게 우연히 발생한 것이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우연이죠. 테이블 작업은 중요해요.
일어나야 할 일에 대해 공유가 잘 된 상태로 상대 배우와 부딪히면, 보통은 재미있어요. 혼자일 땐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떤 에너지를 서로 보내줄 수 있지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협주곡을 녹음하는 상황에서 그분이 ‘양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각자의 베스트를 갖고 서로에게 덤벼야 혼자일 땐 갈 수 없는 지점까지 갈 수 있다는, 그것이 앙상블이라는 의미였어요. 그 말이 좋았고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저도 상대에게 맞추고자 힘을 뒤로 빼는 것을 경계하며 최선을 다하는 방향으로 하려고 해요. 어떤 작품에서 싸우는 장면을 했었는데, 상대방이 내 생각과 전혀 다르게 막 밀고 들어오니까 막 부딪히더라고요. 너-무 신이 났어요. 내가 누군가와 실제로 싸울 때, ‘얘가 왜 내 생각대로 안 싸우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그 배우와 전철을 타고 집에 가면서 “누나, 진짜 재밌었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했죠(웃음). 아시다시피 그런 일은 매번 일어나지 않아요. 그런데 매번 하려고 애쓰는 것이죠.
오른손을 주먹 쥐고 허공으로 뻗은 배우 손상규의 뒷모습. 건너편에 앉은 배우 성수연이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다. 성수연의 뒤쪽으로 다양한 컵들이 가지런히 놓인 카페 선반이 보인다.

1인극과 연기

성수연
정확한 것을 만들기 위해 배우끼리 해야 할 일들과 혼자일 땐 갈 수 없는 지점까지 가게끔 만드는 앙상블 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1인극을 하실 땐 어떠세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전락> 등 배우님의 1인극 이야기가 궁금해요. <전락>은 어떤 이유로 선택하셨나요?
손상규
<전락>은 제가 심리적으로 힘들 때 읽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위로를 많이 받았고, 그래서 하고 싶었어요. 공연을 하는 것이 저한테 힐링이 된다고 해야 하나? 그때의 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거든요. 아마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상관없어, 넌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야’ 이런 위로였던 것 같아요. 관객들도 그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어서, 중독자 모임처럼 객석을 원형으로 만들었어요. 객석의 모두가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만 같은 상황이고, 그러다 제 차례에 제가 길게 1시간 30분 정도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인 콘셉트로. 왜냐하면 그런 모임에서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듣게 되잖아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진짜 있는 이야기처럼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랄까?
성수연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하실 땐 정확한 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접근을 하셨나요? 배우님께서 하신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손상규
예전에 장례식장에서, 어떤 분이 약간 넋이 나간 채로 거대한 복도를 천천히 이렇게 걸어오다가 빈소에 들어서서 코너를 돌아 영정사진을 만난 순간 바로 확 이렇게 무너지던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에 어떤 인물이 의사와 대화를 나눈 후 병원의 중앙홀을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거대한 공간에서 혼자 아주 작은 느낌으로 걷는 그런 느낌. 그러다 그 인물이 바에서 남편을 만난 후 병원 복도를 이렇게 걸어와서 돌아서는 순간 이렇게 무너지는데, 삶에는 그런 순간이 있단 말이죠. 우리는 어떤 순간을 보기만 해도 바로 상황을 캐치할 때가 있잖아요. 제가 장례식장에서 그분을 보고 그랬던 것처럼요. 비록 무대에 혼자 있어도 제가 뭔가에 정확하게 반응하여 그런 순간을 만들면, 사람들은 자기가 경험한 일이나 자기가 봤던 일과 연결시킬 수 있어요. 믿을 수 있게 될 거고요. 그러면 그 순간 벌어진 정확한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성수연
실제로 무대에 있지 않은 것들과 일종의 주고받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만화와 연기

성수연
조금 딴 얘긴데, 이번에 개봉한 <슬램덩크> 혹시 보셨어요?
손상규
(흥분) 네 번. 네 번 봤어요. 처음에 그 스케치 나올 때의 그 소름.
성수연
(흥분) 정말 소름. 저도 두 번 봤어요. 만화책도 다시 다 샀어요.
손상규
(흥분) 송태섭이 어릴 때 형이랑 농구하는 장면을 보면, 아마 농구하는 사람들은 다 알 텐데, 아마추어들이 많이 하는 실수나 습관들이 그대로 나와요. 공 놓쳤을 때 하는 짓도 다 똑같고(웃음). 아마 모션캡처를 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영화 <아바타> 이후 기술에 놀란 것도 처음이고,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연출도 정말 훌륭하고.
성수연
(흥분) 연출 정말 좋았어, 진짜. 기다리던 명대사들이 나오지 않았어도 좋았어요.
손상규
(흥분) 질질 끌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내놨어. 팍팍 지나가는데 더 보고 싶어. 계속 보고 싶어.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양손을 얼굴 앞으로 가져와 이야기하는 배우 손상규의 모습이 화면 가득 보인다.
성수연
(흥분) 맞아. 맞아(웃음). 저는 송태섭을 보면 왠지 배우님이 생각나요.
손상규
맞아요. 전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고 농구할 때 딱 송태섭 포지션이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슛을 못 넣어요(웃음). 슛이 없어. 키도 비슷할걸요? 저도 드리블은 빠른데 화려하지는 않고, 뚫고 지나가는 것과 패스를 잘했어요. 기술 연구는 안 하고(웃음).
성수연
연기에서의 주고받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농구가 생각났어요. 저도 <슬램덩크>의 팬이고요.
손상규
전 이노우에 타케히코를 정말 좋아해서, <슬램덩크>, <리얼>, <배가본드> 이 세 작품은 집에 전집으로 갖고 있어요. <배가본드>는 약간 연기 교과서로 생각하고 있고.
성수연
정말요? 어떤 점에서요?
손상규
연기 철학서. 정말 멋진 내용이 많아요. 이런 에피소드가 있어요.

손상규, 만화 <배가본드> 12권의 내용,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가 승리에 굶주려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산꼭대기에 올라 우쭐한 순간, 구름이 걷히며 수많은 다른 산봉우리가 드러나는 장면을 생생하게 연기하며 들려준다.

손상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땐, 그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날카롭게, 닿을 수 없는 지점까지 가기 위해 하는 것이잖아요. 어떤 경지까지 가고 싶어지고. 이 만화는 무도 이야기이지만, 음악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다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수연
예전에 보다가 말았는데, 다시 봐야겠어요. <리얼>은 어떤 면에서 좋아하시나요?
손상규
<리얼>은 휠체어 농구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면에서 정말 좋아요. ‘리얼’의 삶에서는 내가 꿈꾸는 일들이 안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리얼>은 ‘실제 삶이라는 것은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라는 생각을 그저 적시한 만화가 아니라, 어떤 사건들이 느닷없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삶을 진행시키는 그 ‘리얼’의 순간들이 담겨 있는 만화예요.

손상규, 만화 <리얼>의 초반 내용을, 주인공 중 한 명인 토가와 키요하루를 중심으로 야마우치 히토시, 노미야 토모미 등 여러 인물을 생생하게 연기하며 들려준다.

손상규
막연히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않고, 막연히 어떤 영웅을 그려내지도 않아요. 삶의 여러 순간들이 교차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정말 좋아요. <리얼> 진짜 좋아요.

사진과 연기

성수연
음악과 만화 이야기를 했는데, 또 좋아하시는 다른 분야가 있으세요? 전시도 보러 다니시는지 궁금해요. 연기 철학서로 삼는 책이 또 있으시다든지.
손상규
모든 분야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전시는 많이 보러 다니지는 않지만, 작년에 봤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이 정말 좋았어요. 사진도 좋은데, 그 글들이 정말 좋았어요. 제목이 <결정적 순간>이었어요. 그 사람을 대표하는 수식어인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이 그에게 정말 잘 맞더라고요. 그는 라이카 카메라 하나를 들고 다니면서 캐치한 순간을 찍는데, 지나가다가 찍는 것인데도 빛과 구도와 내용이 한 장에 다 담겨요. 또 그는 찍는 일 자체에 관심이 있고, 찍은 다음엔 사진을 다시 안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에 예술을 한다고 해야 할까? 순간적으로 딱 캐치해낸 삶 속으로 순간 딱 들어가는 거죠. 그럼 다시 안 봐도 되는 거예요. 이게 뭐랄까,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지만, 기술적으로 초점 맞추고 노즐 맞추는 그런 일들은 생각하지 않고 순식간에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내가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푹 찍어 먹듯이.
성수연
평소에 훈련된 기술이 없으면 순간을 놓쳐버리게 되겠지요.
손상규
맞아요. 저도 늘 하는 이야기예요.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설마 그 곡을 몰라서 악보를 보겠냐, 열한 살 때부터 치던 곡을 설마 몰라서 연습을 하겠냐(웃음). 순간에 살아있기 위해서는, ‘이 다음 음이 뭐였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악보를 보는 것이고, 연습을 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어떤 공연은 낭독 공연 때가 더 좋기도 하잖아요. 대사 생각 전혀 안 해도 되고, 어떻게든 라이브하게 그 순간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평소의 연기

성수연
기술 이야기를 했는데, 배우님은 혹시 배우님만의 훈련법을 갖고 계세요?
손상규
저는 특별히 어떤 훈련을 하지는 않고, 그냥 평상시에 연기를 겁나 많이 해요(웃음). 오늘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이야기를 할 때 이미 연기를 많이 해요(웃음).
성수연
(큰 웃음).
환하게 웃고 있는 배우 성수연. 반소매의 청남방을 입었고 굵은 웨이브의 긴 머리가 팔꿈치 정도까지 내려와 있다.
손상규
연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냐 하면, 호르몬을 많이 써요. 호르몬과 감각을. 예전에 학원에서 티칭을 했는데, 한 반에 학생이 24명이면 작품 24개의 짧은 순간을 연달아 보게 되잖아요. 보면서 속으로 늘 연기했어요. 그때 감각들을 쓰는 훈련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배우가 몸을 잘 쓴다는 말은, 몸을 기능적으로 잘 쓰는 것에 대한 말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사실 감각에 대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연습이란 그런 정확한 감각들을 사용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배우가 어떤 감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려면 기능적으로나 감각적으로나 몸을 여는 훈련이 필요하지요.
성수연
평상시에 연기를 많이 하다 보면 몸이 열린다고 느끼세요?
손상규
네. 몸의 감각을 작동시키는 통로가 개발된다고 믿어요. 그건 실제적으로 다시 집중하는 힘과 이어지기도 하고요. 집중하는 일은 사이드 효과로 대단한 확신을 만들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상황을 믿게 만들어요. 또 제가 에너지를 쓸 때,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의 범위가 있잖아요. 내가 가진 악기가 멜로디언이라면 범위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인 것인데, 만약 내가 피아노를 갖고 있다면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더 갈 수 있을 테고요. 그 범위를 넓히는 훈련도 해야 해요. 저는 그것들을 따로따로 훈련하지 않고, 평소에 연기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배우는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목표가 더 정확해야 해요. 막연히 연기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잘하는 연기가 뭔지 생각해야 하고, 만약 내가 지금 그게 안 된다면 왜 안 되는지 제대로 알아야 바로 그것을 훈련하니까요. 송강호 씨와 한석규 씨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 잘한다는 말은 각각 의미가 다르잖아요. 뭐가 옳다고 할 수도 없고요. 각자 원하는 ‘잘하는 것’이 정확해야 내게 필요한 철학과 훈련과 집요함의 방향을 찾을 수 있겠죠. 더 정확하고 더 구체적이어야 해요.

다음 연기

성수연
배우님의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손상규
양손 프로젝트의 단편선 공연 투어가 있고, 11월에는 양손 프로젝트 신작을 할 것 같아요. 내년 1, 2월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도 한 번 더 할 것 같고요. 연출 의뢰를 받은 작품이 있어서 그것도 내년 말쯤 할 것 같아요.
성수연
연출을 해본 적 있으세요? 직접 연기하는 작품에서 말고, 연출만을 하신 경험이요.
손상규
학교 다닐 때 <갈매기>와 <보이첵> 연출을 해봤는데 기억이 좋아요. 연출도 재밌어요. 티칭도 재밌고, 코칭도 재밌고. 연기도 재밌지만 연극과 관련된 일이 다 재밌어요.
또 아직은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좀 애매한 영역에 있긴 하지만, 제가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이 있어요. 제가 제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은… ‘액팅 터그’라고 해야 할까요? 작품 전체의 맥락을 보며 액팅을 읽어내고, 그 부분을 코칭하는 일이요. 제가 연기할 때는 그 일을 제가 저한테 하고 있고, 연출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성수연
오, ‘액팅 터그’라는 말이 있군요.
손상규
없어요. 지금 그냥 한 말이에요(웃음).
성수연
진짜요? 실제로 있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손상규
어떤 연출은 미장센을 잘 보고, 어떤 연출은 드라마를 잘 읽어내고, 어떤 연출은 연기를 잘 보는 등 연출마다 특성이 다를 수 있잖아요. 만약 제가 미장센을 잘 보는 연출과 작업을 한다면, ‘이 캐릭터를 풀 수 있는 방향은 많은데, 이 작품의 전체 방향성을 이렇게 결정했고, 전체 안에서 이 장면은 이러한 장면이 되어야 하니까, 이런 캐릭터로 풀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런 식의 가이드를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만들어지면요. 그런 환경에서는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할 일이 사실 많을 것이고, 저는 그게 정말 재미있거든요.
또 이런 생각이 있어요. 아무리 각자의 방식으로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도, 상대 배우에게 ‘너 이렇게 해줘’라고 할 순 없단 말이죠. 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하면 안 되는 것을, 그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한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예를 들면 액팅 터그나 액팅 코치가 한다면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기분 나쁠 게 없죠, 그게 그 사람의 일이니까. 또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 있는 공연인데도 이야기가 그냥 다 흘러가 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정확한 앙상블이 중요한데, 그건 밖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어요. 나중에 제 아이들이 많이 커서 아빠를 좀 덜 찾고,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광고를 하려고 합니다. ‘액팅 코치, 액팅 터그 합니다. 회당 얼마’(웃음).
배우 손상규가 난간에 오른팔을 기대고 손목을 목덜미에 갖다 댄 채, 먼 곳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성수연
(웃음) 정말 필요하고,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도 티칭을 하세요?
손상규
티칭은 안 한 지 좀 오래됐어요. 좋아하는 일이니까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하려고 해요. 코로나 이후로 못하고 있지만, 단체레슨을 하는 프로그램도 했었고요.
성수연
단체레슨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손상규
두 가지 경우가 있었어요. 첫째로는 열심히 활동하며 연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일을 재미없다고 느끼게 된 배우들의 경우. 둘째로는 전공을 하고 갓 졸업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배우들의 경우. 연기를 차근차근 되짚는 8주짜리 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연기는, 이 일은 재미없을 가능성이 없는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안 좋은 경험으로 인해 흥미를 잃고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성수연
‘선생님. 연기가, 아니 농구가 하고 싶어요’ 하면서 찾아가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주고받기로 대화를 마무리해 볼까요?
손상규
고맙습니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연기와 질문

성수연
호르몬을 많이 쓰면 연기가 더 재미있어질까?
손상규
연기가 왜 재미있어?
성수연
공연을 하고, 오늘은 공연이 좀 재미없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손상규
연극을 하는 동안 내가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어?
성수연
나는 그 시공간에 갔는데 관객들은 못 갔거나, 나는 솔직히 조금도 못 갔는데 관객들은 너로 인해 갔다고 하면, 그런 일은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 수정해야 할까?
손상규
배우는 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성수연
너는 연극을 하고 있는 기간 동안 관객들의 반응을 찾아보거나 의식하는 편이야?
손상규
너는 연습할 때 리허설 룸에 있는 동료들을 관객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해?

.
.
.

성수연
연기하는 일에, 네가 몰랐던 재미가 아직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해?
손상규
널 가슴 뛰게 하는 건 뭐야?

 

 

마주 앉은 두 사람을 2층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창밖 풍경과 카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 주위의 다른 테이블에는 컵과 접시들이 놓여 있고, 소파에도 가방들이 놓여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있는 이는 오직 배우 손상규와 성수연 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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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연(파이리)

성수연(파이리) 본지 편집위원
배우, 창작자. 다양한 형태의 연극작업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sooyeo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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