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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③ 뮤지션 솔가

[연극과 지구: 모두를 위한 연극] 두 번째 기사

솔가_뮤지션

제181호

2020.06.18

연극in은 지구 환경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작품 활동에 직접 담아내고 있는 창작자로서 시각예술 큐레이터 윤민화, 공연예술가 한윤미, 뮤지션 솔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연극in 편집부
솔가
1. 창작자로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작자로서의 계기보다는 창작자 이전에 삶의 경험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는 우연히 농촌에 내려가 ‘유기농업’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발로 흙을 밟고, 매일 푸르른 생명을 만나고, 인분으로 유기비료를 만들고, 샴푸 대신 비누를 직접 만들어 쓰기까지 처음으로 제 주변의 모든 것이 자연에서 오고 다시 자연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된 시기였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나를 둘러싼 모든 자연과의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창작 활동과 직접적인 연결의 시작은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노리단’이었습니다. 노리단은 ‘버려지는 모든 것에도 자신만의 소리가 있다.‘는 모토로 산업폐자재를 재활용해 악기를 만들고 그 악기들을 연주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그룹이었습니다. 버려진 것들이 어떻게 예술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가에 대한 실험적인 공간이기도 했지요. 물론, 그 작업들이 ’생태적, 순환적‘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거나 향후 작업의 방향을 만들어주진 않았지만, 음악과 재활용, 리싸이클링의 예술적 접근에 대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2. 환경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진행해 온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노리단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작업자로 활동하면서 ‘소리 찾기’라는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었습니다. 처음엔 노리단 활동을 모티브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면서 자연과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몸이 잃어버린 감각, 청각과 촉감, 여러 감각을 통해서 숲을 만나고, 숲의 소리와 사물을 만나면서 ‘소리와 관계’라는 새로운 관점의 작업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자연과 접촉하지 못하는 동안 우리의 감각은 퇴화하고 동시에 공감 능력도 퇴화하여 자연과 공감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고, 결국 그런 감각의 퇴화가 환경 문제들을 내 문제로 공감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가가 강정마을을 주제로 한 ‘구럼비의 노래’ 사진전을 기념해 ‘평화의 바람’을 부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로 강정 구럼비 바위를 밟고, 만지고, 그 위에서 쉬고,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필요한 것을 위해 바닷속 깊이 뿌리박힌 1.3km의 거대한 바위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몸이 굳어졌습니다.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노래를 만들었지요. ‘여기는 구럼비가 사는 마을, 강정’이라는 가사를 넣어 노래를 만들고, 그곳에서 불렀습니다. 제주의 제2공항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러면 몇몇 오름이 사라지고, 날아오던 철새들이 머물 습지가 사라지고, 그 지역 분들의 삶이 담긴 ‘숨골’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무심함은 인간이 파괴하는 모든 것의 무감각과 관계 맺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8년 문화비축기지에서 ‘생태_예술_네트워크 조율’이 진행한 ‘기후변화 시대, 생태와 예술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각자 어떤 식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이 위기 상황의 변화를 꿈꾸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는 쓰레기를 주워 예술로 승화시키고, 어떤 예술가는 파괴되는 산호를 지키기 위해 산호 뜨개질을 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하고, 어떤 이는 이런 이슈들을 담는 잡지를 만들고, 어떤 이는 과학적 분석으로 지구의 변화를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컨퍼런스 이후 ‘생태예술페스티벌’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주제가 살아있는 스페인의 ‘Rototom Festival'을 만나게 되면서 환경 이슈와 음악과 예술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축제를 만드는 것에 몇 년째 마음을 두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의 예술은 생태적 관점에서 건강하게 순환하고 관계 맺는 세계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예술은 분리된 사회의 경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3.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써 예술계 또는 연극계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2019년, 영국의 밴드 콜드플레이가 “환경을 위해 세계투어를 하지 않겠다”고 한 BBC와의 인터뷰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2012년 9월에는 벨기에의 180개가 넘는 도시와 지역 사회에서 8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Do it now'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국제적 차원의 대규모 캠페인 ‘Sing for the Climate’의 활동이었습니다. 기후를 위한 노래 ‘Sing for the Climate’은 음악이라는 예술이 시민들과 만날 때 어떤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 같습니다.

‘Sing for the Climate’ 영상클립 (출처: 유튜브)

얼마 전 저는 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뮤지션들의 연구 모임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삶의 변화를 여럿이 심도 깊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행동의 시작은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이런 기후위기를 살게 되었을까?’, ‘이 시대에 예술가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을 안으면 일상의 변화에서 출발해 더 많은 실천적 방향들을 모색하게 됩니다. 적어도 예술이 가진 보편적 감성의 힘이 이런 환경적 문제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을 다르게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조금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작업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술가끼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전환’의 이야기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함께 보면 좋을 서적이나 영상 등을 추천해주세요.
『세 가지 생태학』, 펠릭스 가타리, 윤수종 옮김
마음생태, 사회생태, 자연생태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와 배치에 따라 치유와 회복의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tinctionRebellion
멸종저항이라는 유럽권의 기후위기 행동집단입니다. 여러 가지 공동 행동을 진행하고 그 행동에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도 참여하여 시민행동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YThdLKE6TDwBJh-qDC6ICA
칼럼 '기후위기 앞 광장'
문화연대에서 기후위기와 예술이라는 주제로 브런치 글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culture-ec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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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

솔가 싱어송라이터, 문화 큐레이터
Unseen, Unspoken 
차마 이야기가 되지 못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노래를 부르며
그 사이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문화매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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