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예술 현장은 환경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을까? - 창작자와 공공극장 설문조사 결과 공유

[연극과 지구: 모두를 위한 연극] 네 번째 기사

김미지_월간 한국연극 기자

제183호

2020.07.23

연극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 그렇다면 세상의 무대는 어디일까.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 지구일 것이다. 지금 언급되는 수많은 환경, 생태계, 예술 관련 이슈들을 논외로 하더라도 지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물론이거니와 연극의 존재 이유도 없을 것! 그렇다면 예술 현장에서는 과연 얼마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웹진 연극in은 이를 알고자 창작자들과 3개의 공공극장(국립극단/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상생활 속 높은 관심, 반면 창작환경에서는 글쎄…?
6월 8일부터 7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총 58명의 창작자가 참여했다. 응답자 다수가 배우(16명)였으며 작가(9명), 연출가(6명)를 비롯한 기타 다양한 포지션(기획자·무대감독·독립예술가)의 창작자가 설문에 응했다.

먼저, 이들은 “환경 문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중복응답)”로 “기후변화”(93.1%)를 압도적으로 선택했다. 이어 “자원고갈(산림, 해양 등)”(32.8%)과 “자연재해”(32.8%)가 뒤를 이었다. “미래세대”(29.3%)와 현 인류의 가장 큰 재앙으로 닥친 “신종 바이러스”(27.6%), 그리고 “동물권”(24.1%) 키워드들 역시 눈에 띄었다.
“환경 문제에 평소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3.4%)라는 응답을 제외한 “관심이 많다”(48.3%), “보통이다”(39.7%), “아주 관심이 많다”(8.6%)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많은 창작자가 환경 문제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많은 이가 “가장 우려되는 환경 분야(중복응답)”에 대해서는 “이상 기후(폭염, 홍수, 지구온난화 등)”(84.5%)를 꼽았다. 또한, “대기 오염(미세먼지, 산성비 등)”(60.3%), “쓰레기 증가”(44.8%) “해양 오염”(34.5%), “생물다양성 감소”(32.8%)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지구 환경을 위해 하는 활동(중복응답)”으로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코백, 개인 컵 사용 등)”(89.7%), “쓰레기 분리수거”(86.2%), “대중교통 이용”(53.4%)이 많았다.
  • 평소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정도
  • 창작 현장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정도
반면, “창작 및 작업 조장에서 환경 문제를 얼마나 인식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잘 인식하고 있다”(20.7%)와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6.9%)는 응답 비율이 27.6%에 그쳤다. “보통이다”(41.4%)가 가장 높았으며, “잘 인식하지 못한다”(27.6%)와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3.4%)가 31%로 일상생활과 달리 창작 및 작업 현장에서는 환경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율이 더욱 높았다.
응답자들의 “창작 및 작업 현장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거나, 해봤던 활동”으로는 텀블러 같은 개인 컵 사용이 압도적이었으며, 무대·의상·소품 등을 재활용한다는 대답도 많았다. 또한, 이면지나 모니터 스크린을 사용하는 등 종이와 같은 소모품 사용량을 절약하려는 노력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연극계가 함께 지구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달라는 질문에는 다수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언급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무대장치와 세트를 최소화하는 것과 무대 관련 소품, 세트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또한, 연극과 환경 문제 관련 세미나 혹은 캠페인 등을 지속 개최했으면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환경보호를 위한 공공극장들의 실천은?
그렇다면, 창작자 개인이 아닌 극장은 “환경보호”를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또 실천할 수 있을까? 3개의 공공극장-국립극단, 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 물었다.
국립극단 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 재생휴지 사용
  • LED 조명기 사용(명동)
  •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
  • 친환경 관용차 사용
  • 프로덕션 운영 및 업체 미팅 시 일회용품 사용 자제
  • 공연 홍보물 및 고객만족도 조사 온라인으로 전환
  • 재생종이 노트, 에코백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
  • 향후 10년 안에 극장 내 모든 조명기를 LED로 교체할 계획 (예산확보의 어려움 있음)
  • 재활용품 분리 및 7종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시행
  • 공연 리허설 등 진행 시 점심시간(12~13시) 중 강제 off로 에너지 절감 실천
  • 극장 내 모든 조명기를 LED로 교체 중
제안
모바일 티켓 발권 및 모바일 영수증 의무화
제안
온라인 홍보물 제작, 모바일 티켓으로 전환
제안
  • 예술을 통한 말하기-환경 관련 작품 제작을 통해 의미 공유
  • 리허설 및 공연 시 일회용품 사용 자제가 필요
공공극장들의 환경 관련 활동 현황
우선 본지는 극장들에 환경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공연장의 정책 또는 지침, 혹은 최근의 활동이 있는가를 질문했다.
먼저 국립극단은 재생휴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명동예술극장의 경우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조명기구를 LED 제품으로 교체했고, 동일 규정에 의해 전력피크 절감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설치 운영 및 관용차의 친환경 자동차 사용 등을 실천하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프로덕션 운영 시, 일회용품(종이컵, 비닐, 나무젓가락 등) 사용 자제 및 개인 컵 사용을 권고하며, 외부 업체 미팅 시에도 머그컵을 사용(종이컵 사용 지양)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종이 인쇄물 사용을 자제하고자 공연 홍보물(프로그램북, 포스터 등)을 온라인에 업로드 하며, 고객만족도 조사 역시 온라인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기념품 제작(재생종이 노트, 에코백 등) 시에도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공연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7개 종류(플라스틱, 병, 페트병, 비닐, 캔, 철, 스티로폼)로 분리배출하고 있으며, 재활용품 역시 별도 분리하여 처리하고 있다. 공연 리허설 등 진행 시 점심시간(12~13시) 중 강제 off를 통해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는 중이며, 점층적으로 극장 내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중이다.
남산예술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 역시 향후 10년 안에 극장 내 전 조명기를 LED로 교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극장 차원에서 특별히 환경보호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지침이나 활동은 없지만, 종이 낭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중요하게 인지하여 삼일로창고극장의 경우 2020년부터 온라인 홍보물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 극장 측은 이용자에게 직접 온라인 홍보물을 전달하게 된다면, 환경보호뿐 아니라 시각적 접근성 역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사전예매 문화가 자리 잡아감에 따라 현장 발권을 영화관처럼 모바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국립극단 역시 모바일 티켓 발권 및 모바일 영수증 의무화를 극장이 할 수 있는 환경보호의 방법 중 한 가지로 꼽아, 관객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종이 폐기물 축소가 우선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국립극단은 태양광 패널 설치를 통한 에너지원의 대체를 제안했으며,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무선마이크 건전지의 친환경 건전지나 충전 가능한 건전지로의 변경을 제안했다.

사실 무엇보다 극장들이 맞닥뜨린 환경 보호의 큰 걸림돌은 쓰레기와 폐기물 배출 문제이다. 극장들은 ① 1회 공연 당 발생하는 객석(하우스)의 쓰레기양과 ② 한 편의 공연 당 발생하는 백스테이지의 폐기물량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국립극단 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
  1. ① 대략 100L 종량제봉투 3개
  2. ② 무대 세트 폐기가 결정될 경우, 적게는 0.5~1톤, 많게는 5~10톤 이상 분량의 세트
  • ① 남산: 일회용 컵 50여 개, 500ml 물병 50여 개
    삼일로: 일회용 컵 10여 개, 500ml 물병 10여 개
  • ② 남산: 20L 쓰레기통 2개
    삼일로: 20L 쓰레기통 1/3

이 외 해당 공연 전 회차 종료 후 발생하는 홍보물(리플릿 등)은 남산예술센터 A4 박스 기준 2/3개, 삼일로창고극장 A4 박스 기준 1/6 정도.

  • ① 일평균 60kg, 이중 객석 쓰레기는 약 10kg 정도
  • ② 공연마다 폐기물량 차이가 큼. 별다른 장치가 없는 공연의 경우에도 큰 쓰레기통(20L) 하나 이상은 나오는 편. 철수 시 평균적으로 약 30~50kg 발생
공공극장들의 쓰레기 배출 현황
극장들에서 공통으로 배출되는 가장 많은 쓰레기 종류는 일회용 물병/컵 그리고 공연 리플릿, 식음료 포장지였다. 폐기물 종류는 역시 무대 세트 철거 후 나오는 각재(나무)/철재, 테이프/천 류 등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극장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국립극단 측은 이에 대해 무대 세트, 소품 등 제작 시 친환경 소재 사용 검토를 통한 화학제품 사용량의 축소와 모듈화된 세트 구성으로 재사용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일종의 “예술로 말하기”를 제안했다. 즉, 예술가가 예술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다른 이와 공유하는 것이다. 더불어, 리허설 및 공연 시 발생하는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언급하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은 창작자와 극장 모두의 제안이며 의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All art is an imitation of nature, Seneca).” 예술의 원천인 하나뿐인 이 지구를 예술가가 지키지 않으면 어떡하겠는가. 자, 이제 예술가들이 나설 때가 왔다. 우리 함께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과 고민을 해나가자!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선택 버튼

김미지

김미지 월간 한국연극 기자
연극학을 전공한 후 월간 《한국연극》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mjmjii@naver.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