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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텃밭 이야기

[홈 스윗 홈] 나의 홈메이트를 소개합니다 3

송영숙_배우

189호

2020.10.22

웹진 연극in은 [홈 스윗 홈] 이라는 타이틀로 2020년 하반기 기획 연재를 진행합니다.
연극인들의 ‘집’을 중심으로 일상 속에 발견되는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공유하여 동료 및 관객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고자 합니다. - 연극in 편집부
텃밭을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간다.

씨 혹은 모종으로 심어 수확하기 까지 의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흙을 손으로 만지고, 씨를 뿌린 곳에서 새싹이 나고, 물을 주고, 본연의 모양을 갖추어 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수확하여 가족과 이웃과 나누면, 어느덧 마음은 풍요로워 진다. 극장에서의 시간이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느낌 이라면, 텃밭에서의 시간은 매번 다른 변화된 모습을 통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가꾸고 있는 텃밭들
내가 가꾸고 있는 텃밭들
극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들려 큰 분무기에 물 막걸리 사카린을 넣어 어깨에 짊어지고 늦은 밤 텃밭으로 향한다. 밤은 짙었지만 나를 기다리는 어린 배추, 무, 갓, 쪽파를 만날 생각에 발걸음은 가볍다. 어두운 텃밭을 핸드폰 손전등으로 비추고 한손으론 준비해온 천연술 벌레 퇴치용액을 꼼꼼 하게 뿌려준다. 일을 마치고는 텃밭을 한번 둘러보고 인사를 건넨 뒤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요즘 나의 일상이다.

가족이 먹는 만큼 농약 종류는 쓰지 않는다. 텃밭엔 채소 뿐 아니라 지렁이 달팽이 애벌레 등 곤충들도 많이 살고 있다. 나와 채소를 나눠 먹는 텃밭 이웃이다. 너무 많이 먹을 땐 밉기도 하지만... 천연술 벌레 퇴치용액은 텃밭 이웃들이 기피 할뿐 생사엔 관여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
함께 살고 있는 벌레 이웃들

함께 살고 있는 벌레 이웃들

얼마 전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로 분해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구입 했다. 미생물이 만든 결과물은 퇴비로 사용하고 있고 올 해 최고로 잘 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수고를 덜어서 그런지 좋은 선택 이였다고 날 칭찬해줬다. 남은 음식물이 그냥 버려지지 않고, 퇴비가 되어 다시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참 좋은 순환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인데 이 또한 텃밭을 가꾸기에 가능한 행동이라 생각되어진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지금은 유트뷰 채널에서 시골집 소개 채널을 구독하여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시골로 내려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금은, 집 근처 텃밭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tv에서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시청을 하다 문득 든 의문 하나, 자연 속에 사는 건 좋은데 어떻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 갈 것인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은 텃밭에 살고 있는 채소를 나눠 먹는 곤충 이웃과 사이좋게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면서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만의 답을 얻고 싶고, 실천하고 싶다. 그리고 나누고 싶다.
텃밭에 활짝 핀 나팔꽃
텃밭에 활짝 핀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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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송영숙 배우
대학로에 나온 지 24년차 된 연극배우. 극단 수레무대 출신으로 현재 프리랜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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