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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보아야 예쁘다 여럿이 보아야 사랑스럽다

2020 [꽃점] 결산

정진세_총괄에디터

193호

2020.12.17

연극in 웹진의 [꽃점]코너는 2012년 창간과 더불어 이어져 오고 있는 장수 코너입니다. [꽃점]코너는 연극계 혹은 관련 문화예술분야의 전문가들이 작품을 보고 그에 대한 꽃점과 공연평을 나누는 자리로, 일반 관객도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평을 비교할 수 있고, 간간이 전문가 평에 대한 관객의 반박이나 거침없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연극in의 ‘꽃점’은 영화 장르의 ‘별점’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성격은 다소 다르다고 여겨지는데요, 파급력과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꽃점이 매겨지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해 여러 의견이 존재하면 괜찮지만, 하나의 꽃점매김과 꽃점평이 있을 경우, 본의 아니게 그 꽃점이 대표성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2019년 독자설문과 좌담회에서는 [꽃점] 코너가 가장 공감이 어려운 꼭지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연극in에서는 코너 개편과 더불어, 신규 꽃점위원들을 위촉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코너를 운영하였습니다. 세대와 성별, 그리고 다양한 포지션을 고려하여 일곱 명의 꽃점위원을 구성하였고, 6개월간의 (연임이 가능한) 임기제를 편성하였습니다. 공연 관람후 3일 내로 작성을 요청드렸고, 공연 종료 후 5일이 지난 작품은 꽃점평을 받지 않았습니다. 글자수 또한 30자를 엄수하도록 하였습니다.

다소 까다롭고 일방적인 연극in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꽃점위원들께서는 성실하게 꽃점을 매겨주셨습니다. 새롭게 꽃점이 올라간 시기는 올해 6월부터였고요, 11월 30일에 이르기까지 총 132건이 등록되었습니다. 꽃점이 매겨진 작품은 93작품입니다. 지난 시기에 한해 최대 582건(2015년)에서 최소 216건(2019년)이 올라간 것에 비하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책정 기간이 반년으로 줄었고, 코로나 시기로 인해 많은 공연이 상연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올해 꽃점위원의 평가는 후했다고 여겨집니다. 꽃점위원들의 평균 꽃점이 세 개 반을 웃도는 것을 살펴보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만드는 창작자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더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웹진의 [리뷰] 코너에서도 비평적 시각보다는 작품을 잘 읽어내고 해석하려는 시도가 강했습니다) 가장 언급을 많이 받은 작품은 4명에게 꽃점을 받은 <마른대지>, <마우스피스>,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입니다. 가장 높은 꽃점을 받은 작품은 <궁극의 맛>,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라스트 세션>, <마른대지>, <왕서개 이야기>, <화전가>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전문가별 꽃점의 편차가 컸던 작품으로 <화전가>가 꼽혔습니다. 반대로 전문가별 편차가 가장 적은 작품은 <마른대지>와 <왕서개 이야기>였습니다. 명실공히 올해 여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개인의 주관 혹은 취향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꽃점5개 만점을 받은 작품들도 소개합니다. <코미디 캠프:틈X김진아>, <공공편의점>, <독산여러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효과 극대화를 위한 연출기법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새들의 무덤>, <스카팽>, <시간을 칠하는 사람>, <와이프>, <해방의 서울>, <화전가> 등의 작품들은, 전문가들로부터 각각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과 더불어 관객들께서도 여러 작품에 꽃점을 남겨주셨습니다. 전문가들과 일치하는 작품도 있었고, 평가가 완전히 갈린 작품도 있었습니다. 여러 의견이 더해짐으로써 한 공연에 대한 종합적인 인상이 구축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런 경우에는 해당 작품에 대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전문가의 꽃점과 평만 존재하는 경우엔, 해당 작품에 대한 하나의 해석만 존재하게 되어 매우 아쉬웠습니다.
<마른대지> 공연에 달린 객석 한줄리뷰와 전문가 꽃점평
지난 12월 14일, 연극in에서는 한 해 동안 수고한 꽃점위원들과 함께 온라인 모임을 가졌습니다. 매년 꽃점을 결산하는 자리에서는 올해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거나, 공연의 경향성을 논해왔는데요, 이번에는 그러한 논의 대신, 우리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발췌하여 지면에서 소개합니다.
2020년의 시도, 꽃점 활동은 어떠했나요?
남지수
작년에 활동했을 때는 공연을 골라서 꽃점을 달았던 거 같아요. 마음에 드는 작품, 내지는 꼭 발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만 꽃점을 달았습니다. 반면에 이번 연도에는 가능한 한 많은 꽃점을 달자, 극장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공연이 어떠했는지를 안내해드리자, 는 차원이 강했습니다. 마음가짐이 예년과는 달랐다는 개인적인 소회가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큰 변화는 30자로 글자수를 맞춘 부분인데요, 그래서 꽃점 준비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작년 같은 경우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 다소 장황하더라도 - 다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올해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이 짧은 한마디가 어떻게 읽혀질까 생각을 하면서, 쉽표 하나 마침표 하나를 어떻게 찍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 꽃점에 가장 큰 변화였던, 30자 엄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웃음)
오진이
저는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요. 평론가나 창작자의 입장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임했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더라고요. 저는 30자로 꽃점평을 매기기가 정말 쉽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나 지식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일단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보고 나왔을 때 작품이 제 마음에 어떻게 다가왔는지 전달을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다른 분들이 꽃점을 매긴 것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은
이전에는 꽃점을 받는 입장이어서 늘 꽃점을 남기는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그 입장일 때는 이렇게 한줄평으로 해주시는 건가? 이런 게 인상 깊어서 이렇게 쓰셨나? 하는 의문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꽃점을 주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인상 깊은 지점을 한 줄 평에 남기기도 했지만, 30자 이내에서 공연 전반적인 인상을 한 줄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던 거 같습니다. 또 하나는 꽃점 코너에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으면 해서, 다른 꽃점 위원들의 선택과 겹치지 않는 공연을 많이 찾아다니려고 했습니다. 여성 극작가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취향에 부합하고, 다른 관객들이 좀 많이 봤으면 좋겠다하는 공연들 위주로 꽃점을 남기고자 했던 거 같아요.
남명렬
꽃점 코너가 시작될 때는 글자수 제한이 20자였습니다. 아주 엄격하지는 않았지만, 20자 안에서 평을 해보자는 취지가 있었죠. 이번에 처음 꽃점위원으로 임하신 분들은 아마도 꽃점에 대한 의미를 무겁게 여기셨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꽃점평 또한 영화잡지에 나오는 단평 혹은 별점을 주듯이 가볍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마시고요. (웃음) 저는 제가 관람한 공연의 90%는 꽃점을 올렸습니다. 좋게 본 작품은 거의 다 올리려고 했고요. 물론, 저도 현장에 있으니까 지인의 작품이 많은 편인데요,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겠다 싶은 정도로 아쉬운 작품은 꽃점을 남기기 어렵더라고요(웃음) 저는 오진이 선생님이 남긴 꽃점평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가 맞고 틀리고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런 관점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형준
저는 예년에 비해 올해 공연을 정말 많이 못 봤던 거 같아요. 기간의 편차도 심했는데요, 어떤 시기에는 꽃점평을 아예 못 올리기도 했고, 몰아서 본 공연의 꽃점을 올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취소되는 공연들도 많았고요, 예정과는 다르게 진행된 공연들도 있었고요, 예년처럼 안정적으로 공연을 볼 수 없었던 한 해였으니까요. 그래서 관람하지 못한 공연 중에 궁금한 작품이 많습니다.
저도 꽃점 코너가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했었는데요, 올해는 글자 수를 맞추려고 칸까지 맞추면서 했던 것 같아요. 글자 수 초과를 한번 지적당하기도 해서, 한 글자씩 세어 가면서 했습니다.(웃음) 쓰는 사람 입장에서 책임감을 갖고 단어 선택이나 문장을 가다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요새 지난 관람작들을 되돌아보며 정리를 하고 있는데요, 예전에 봤었던 공연 중에 <믿음의 기원>이라는 작품에 남겼던 꽃점평이 기억에 남습니다. “땅이 흔들리는데 왜 우리는 의자를 떠나지 못하는가” 이런 평이었는데, 요즘 시기와 잘 맞아떨어져서요, 그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꽃점결산 온라인 회의
2020년의 변화, 비대면 스트리밍 공연은 어떠했나요?
남명렬
저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공연에 대해서 우리가 꽃점을 매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비대면 감상을 할 때는 그 연극의 진면목을 알아보기가 쉽지가 않아요. 현재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트리밍 공연을 하고 있지만, 그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정도로 끝내야지, 우리가 그 공연에 대해 평가까지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요. 내가 오프라인에서 봤을 때 굉장히 잘 본 공연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온라인으로 전달됐을 때, 비대면으로 보여졌을 때, 그때도 내가 봤던 감동을 일반 관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수용할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NT라이브의 경우에는 공연을 영상으로 담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공연으로 보이게끔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고민해서 만든 거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연극을 영상으로 담은 작품들은 불가피하게 스트리밍으로 만들어진 공연이기에, 그런 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조형준
일단 지금은 그 공간에 들어가서 직접적으로 대면을 하고 보는 작품을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요. 영상을 보는 건 공연 연출하고 좀 다른 시선이 개입되는 것 같아요.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제가 선택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그 공연을 영상 편집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온전히 공연을 봤다고 할 수 없는 부분도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VR로 해서 관객의 시선을 확보한다고 해도 제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뿐만 아니라 공연이 벌어지는 그 장소에 대해서도 공간이 갖고 있는 언어들까지 잘 살려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온라인 공연을 평가하게 된다면, 그 기준들도 현재와는 상당히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이 공연과 형평성의 차원도 고려해야 하고, 연극이라고 하는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에서도, 조금은 평가의 결과 질이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진이
두 분 말씀 공감을 하는데요, 그럼에도 시대적인 변화를 담을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면 공연과 같이 섞지 말고,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서 연극in에서 기록할 수는 없을까, 아카이빙 차원에서라도 기록되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여전히 코로나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물론 대면 공연과 비대면 공연을 같이 섞어서 같은 기준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고요.
남지수
저도 기본적으로 비대면 공연에 대한 꽃점은 조금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이야기’ 위주로 꽃점이 남겨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NT라이브 공연에 대해서도 꽃점을 허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가 비대면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한 편에 대해서 꽃점을 남긴 적이 있더라고요. 권리장전 페스티벌에서 했던 공연이었는데, 살펴보니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이었군요. (웃음) 이 공연 같은 경우에는, 원래는 무대에서 대면으로 공연을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그 당시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온라인 비대면이란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고민해서, ‘줌’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연극적 형식으로 활용한 공연을 올렸습니다. 저는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공연 말고, 온라인 상연을 하나의 형식적 그릇으로써 갖추는 것은 좀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 형식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연극성을 찾아나가는 작품이라면, 비대면이라도 충분히 꽃점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도은
오진이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스트리밍 공연에 대해 어떤 카테고리나 별도의 기획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었어요. 왜냐면 창작자로서 봤을 때, 작품이 어쩔 수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밖에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거든요. 이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간다고 하면, 그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과 같은 평가 기준에 의해서 아예 논의나 언급이 안 되는 것은 너무 아쉽지 않나, 또 그러기엔 아까운 공연들도 적지 않고요. 그래서 그런 공연들의 재기를 위해서도 기록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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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정진세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장,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공연예술 현장에서 창작과 비평 등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lilytulip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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