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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3년, 우리의 연극을 돌아보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X KTS 워킹그룹

강보름_진행, 정리

제198호

2021.04.15

웹진 연극in은 ‘미투 이후 3년, 우리의 연극을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그 첫 번째로 변화의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과 KTS워킹그룹의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웹진 연극in 편집부
일시 : 2021년 3월 24일 오전10시
장소 : Zoom 온라인 미팅
참석 : 박영(배우) 방혜영(연출가) 임인자(독립기획자) 최샘이(독립기획자) 홍예원(연출가)
진행·정리 : 강보름(본지 편집위원)
#미투이후3년 #이미시작된변화 #우리가바라는미래
보름
저는 웹진 연극in 편집위원이자 KTS워킹그룹에서 활동하는 강보름입니다.
저는 박영입니다. KTS워킹그룹에서 활동중이고, 주로 배우와 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자
저는 KTS워킹그룹에서 활동하는 임인자이고 독립기획자입니다.
혜영
안녕하세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하 성반연)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집단 공외 대표 방혜영입니다.
예원
성반연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 홍예원이고, 탈연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샘이
저는 성반연에서 활동하는 최샘이라고 합니다.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보름
올해는 2018년 2월 연극계 미투운동 이후 3년이 된 해인데요. 작년 한 해 동안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과 KTS워킹그룹에서 활동하면서 체감했던 현장의 변화, 혹은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볼게요.
예원
가장 크게 바뀐 건 우리에게 섭외 리스트가 생겼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런 사안을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다는 걸 인지했고, 네트워킹이 시작되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죠. 얼마 전에도 상업극에서 종사하는 분이 연락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이게 3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인 것 같아요.
작년에 연극의해 사업으로 성반연과 KTS워킹그룹이 전국 워크숍을 진행했잖아요. 무언가 시작되고 있다는 선명한 느낌을 받았어요. 미투가 서울이라는 작은 지역 안에서의 움직임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가 원하는 변화이고 전방위적으로 퍼져있는 에너지라는 걸 감각할 수 있었어요.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달라짐을 원한다는 목소리 자체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처음 KTS를 집필할 때는 ‘이게 완성되면 완결된 무언가를 경험하겠구나’ 라고 예상하고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KTS가 완성되고 나서는 ‘지금부터 시작이구나, 완결되는 건 없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빨리 우리에게 안전한 환경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가, 지금은 조급해하지 않고 함께 이 과정을 잘 밟아나가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어요.
혜영
관객으로서 느끼는 감수성은 3년 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창작자 입장에서는 진도가 다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오래 창작해왔던 루틴이 있기 때문에, 소위 ‘작품이니까 이렇게 할 수도 있지’ 라든가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 같은 식으로. 누군가는 이것을 검열이라고 하겠지만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조심스러움이 생겼어요. 대안을 찾지는 못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힘든 것 같아요.
샘이
저는 성반연 활동 3년차입니다. 연대와 지지를 확인하면 희망찬데, 막상 밖에 나가면 우리가 아직도 작고, 바뀌지 않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이 너무 많이 보여요. 창작자들은 오랫동안 루틴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단숨에 바뀌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인자
미투가 시작됐을 때, 오랫동안 연극계에 있으면서 내 주변의 폭력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자율적으로 연극계 안에서 바꿔 가보자는 취지로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어요. 주목하지 않았던 목소리들을 조금씩 감각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성폭력, 노동 문제를 바꾸고 변화하기를 바라는 목소리에 대해서 ‘연극계를 전복하려고 한다, 망가뜨리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뒤에서 들을 때 ‘아직 많이 멀었구나, 바뀌지 않는다’ 느껴요. 한편 KTS를 처벌의 도구로 생각하고 만들려는 경우도 있었어요.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렵고, 폭력적인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혜영
이걸 지분 싸움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본인들이 속한 그룹만 연극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감수성이 없는 분들은 이런 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고 안 듣는 거죠. 그렇다보니 창작자들 간의 젠더 감수성 차이가 결과적으로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자
KTS 워크숍 끝날 때 소감을 나누거든요. 그때 한 연출가가 ‘너무 자유를 속박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폭력 없는 안전한 창작환경을 만드는 게 왜 자유를 속박하는 일로 느껴지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예원
일단 참여했다는 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자유를 속박한다고 느낀 거면 얼마나 주변의 일상적 폭력을 감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을 듣는 사람은 이 구조를 바꾸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하니까 온 거고, 이 세계를 공고하게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들을 필요가 없는 거겠죠. 우리는 한줌이지만 더 날카로운 존재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언젠가는 바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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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딜레마 #질문의힘 #인정에서변화가시작된다
샘이
“왜 저들은 바뀌지 않지? 저들을 버리고 가야 하나”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전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워크숍 들으러 오세요.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요. (웃음). 공공기관에서 성폭력예방교육, 서약서도 필수 요소로 포함시켜 진행하되, 변화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안전한 좌담회나 단계적 변화를 위한 워크숍 자리를 계속 만들어나가면 좋겠어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성찰하세요, 당신의 자유가 어디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당연함은 아닐까요.” 저는 이 말들이 어디다 힘을 실어줄 것인가, 연극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맥락에서 역학관계가 있어요. 나이가 어리지만 성별 때문에 힘을 갖기도 하고, 여성이지만 나이가 많아서 힘을 갖기도 하니까 어떻게 힘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젠더 감수성인 것 같아요. 모두가 동등하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바로 그 지점. 그걸 계속 발화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자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핑계로 우리 관계가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당일에 셋업하고 공연하는 환경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상해보험을 왜 들어야 하는 지 등의 의식이 있죠. ‘어떻게 하면 안전한 관계를 만들까, 창작의 조건을 만들까’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때이고, 서로 존중하면서 안전하게 작업하자는 게 미투 이후의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해요.
예원
성반연 행동강령에 ‘우리는 성별, 성정체성, 성적 지향, 종교, 언어, 국적, 식이지향 등 때문에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어요. 당신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쪽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내가 위쪽에 있을 때, 예를 들면 비장애인, 시스젠더, 한국 국적자, 이런 것들이죠. 그런데 어떤 지점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이는 사람들은 다른 이슈에서 약자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아요.
보름
저의 경우 페미니즘을 알게 된 이후, 이제는 제가 있는 곳에 소수자가 없으면 이상하게 느껴지거든요. 자연스럽게 성반연이나 KTS 워킹그룹에 장애인이 있는지, 외국인이 있는지 실천적 차원의 고민이 생겨요. 안전한 창작환경을 조성하려면 당사자의 이야기가 필요한데, 그 부분을 내가 너무 많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초대하거나 초청하는 형식이 아니라 세팅을 어떻게 해야 함께 할 수 있는지, 동등한 그룹원이 되려면 무엇이 더 바뀌어야 하는지 이런 고민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장애예술계와의 접점, 확장성을 논하기 전에 이곳이 충분히 안전한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어요.
보름님 질문에 대답하는 게 어렵네요. 관심이 있고 너무 만나고 싶고 내 안의 벽을 허물고 경험하고 싶은데, 현장에 ‘함께’ 존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지? 무엇의 문제일까? 우리는 왜 분리되어 있지? 계속 그런 질문이 들어요.
인자
“우리가 왜 분리되어 있지?” 이 질문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원정책과 관련해서 공공기관에서는 장애와 비장애 등, 예술가들의 활동기반을 외려 나누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 지향점을 갖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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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복귀문제 #피해자의안전한환경 #정확한힘의인지
보름
가해자의 연극 공동체 복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성반연과 KTS워킹그룹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같아요.
혜영
법적 처벌을 받고 나서 공동체에 복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법적 처벌을 안 받은 경우가 더 애매한 것 같아요. 법적 처벌이 없었다고 무죄인 건 아니기도 하고, 실제로 무죄인 경우도 있고요. 저는 가해자가 참여하는 작품은 보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가해자의 작업에 참여하거나 관람 결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지라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야속한 마음이 들다가도 그게 엄연히 그 분 선택의 문제인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싶기도 하고. 가해자와 작업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보러 가는 사람이 생기면, 가해자는 작품 활동을 점점 많이 할 텐데 그럼 피해자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예원
너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감시할 수 있는 명분이 있나? 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의 문제가 있는 거예요. 사비로 하는데 뭐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놔둬야 하나? 관련 포럼을 하려고 호주에 계신 박영희 님께 문의했어요. 외국에서 반성폭력운동을 하는 분들도 “어쩔 수 없다, 복귀는 못 막는다.”라고 하면서 긍정적으로 덧붙인 말이,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이 (가해)했던 거 알아.”라고 했다고 해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겠죠.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만약 제도적으로 명분상 어쩔 수 없다면, 발도 못 붙이게 사회적으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윤택이 출소할 때까지는 성반연이 남아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요, 거기에 동의하고요.
샘이
사실 저도 부채의식이 있어요. 이렇게 미뤄도 되나? 5년 남았는데 너무 시간이 빨리 가니까요. 저는 저희가 지금까지 어떤 가해가 있었고 피해자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조직 안에서 왜 방관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각자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보는 연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계폭력 가해자인 송모씨의 경우 법망을 피해가서 다시 돌아왔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사람들 때문이에요. 공식적인 문장으로 기록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위력을 행사하여 가해를 했다는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자
KTS 본문에서 특정 조건에 의해 차별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라고 언급된 부분에 대해 논의를 많이 거쳤습니다. 미투가 일어난 이유는 법이 해결하지 못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법은 사회 내 약속이고, 그 약속을 다시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중 하나가 예술인권리보장법인데, 아직도 입법이 안 되고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리기보다 더 많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어떤 약속이 필요할지 논의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연극협회의 이윤택 영구제명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공동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약속을 함께 바꿔갈 수 있다. 연극사회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람들 하나하나를 신경쓰는 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너무 많고요. 가해자들은 돌아올 건데, 우리는 돌아와도 괜찮은 환경에 있는 건가, 우리가 준비가 됐는가를 질문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의식중에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창작자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와 작품을 하는 것, 누군가에게 극장을 빌려주는 것, 연습실을 빌려주는 것, 지원금을 주는 것 모든 것들이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임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의 순간순간의 선택이 무엇을 더 중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연극이 생계유지가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거든요. 내가 내 목소리를 내고 내 존재를 드러내며 무대에 선다는 것. 이 모든 게 일종의 힘인데 그것을 인지했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힘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도요. 그런 과정이 있어야 그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그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거라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원
성폭력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가 예술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잖아요. 가해자가 복귀해도 피해자가 잘 살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활동하는 가해자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해서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 또는 자신의 선택으로 그만두고 다른 일로 잘 살고 있는 것. 성반연도 거기에 집중해서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노가 중요한 동력이지만 서로 행복한 걸 보면서 더 많은 동력을 얻으며 길게 갈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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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이후웹진의역할 #반드시계속되어야한다 #고민과실천은
샘이
연극in 같은 매체에서 이것을 계속 붙잡고 기억과 점검,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게 소중한 것 같아요. 이슈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 그 안에서 우리가 같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혜영
내년 이맘때쯤 똑같은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 때는 ‘제가 잘 모르는 분들’의 ‘미투 이후 4년’을 웹진 연극in에서 보고 싶어요. 새로운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예원
성반연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고, KTS가 유물처럼 남았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때가 되면 저도 자기반성을 열심히 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어린이청소년극을 주로 하는데요. 주류 연극계에서 벗어나 있어서 미투 이후에도 현장이 잘 바뀌지 않는다고 느껴요. 어린이극에도 하루빨리 페미니즘이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또 하나는, KTS 워킹그룹 멤버들과 이야기하면서 위안을 받았던 것은 우리가 어떤 자격이나 조건을 충족해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개인의 경험 안에서 동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많은 분들이 ‘나도 예전에 그랬는데 이런 말해도 되나?’ 생각하시는 게 논의에 참여하기 어려운 장벽이 되는 것 같은데, 이런 의심하는 마음부터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많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자
3년 전 미투 운동이 있었을 때, 그 말을 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웠을 지 생각을 해봐요. 지금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지 않는지 생각하고요. KTS 안에 적힌 2차 괴롭힘에 해당하는 ‘설마, 너가 참아. 그럴 사람이 아니야’ 라는 말들이 사실 다 제가 했던 말들이거든요. 아직도 많이 괴로워요. 그렇지만 연극을 하는 예술가들과 좋은 동료,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를 돌아보면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말을 뗀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스스로 응원하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보름
매년 연극in에서 ‘미투 이후 1년, 2년, 3년’ 기획을 하면서, 한국사회 혹은 연극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그 이야기가 여전히 필요한 목소리고, 들릴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동력, 그 일환으로서 오늘 자리가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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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름

강보름 프로젝트 레디메이드 연출가
연출작으로 <레디메이드 인생>, <우리가 고아였을 때>,<모던걸타임즈> 등이 있다.
rkdekdzh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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