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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청자들을 만나기 위한 석 달의 과정

웹진 연극in 배리어프리 특집호(200호) 제작일지

예준미

제204호

2021.07.15

지난 5월 13일 발행된 연극in 웹진의 배리어프리 특집호(200호)는 약 9주간의 기간을 거쳐 제작되었다. 2021년 3월에 대략적 제작일정과 제작 방식, 과정, 예산 등을 계획하며 시작된 배리어프리 특집호의 제작은 4월에 원고 수합, 음성낭독자 모집을, 5월에는 음성 녹음, 수어 통역 촬영 이후 영상 편집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전체적인 과정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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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호 제작 일정
3월 : 초기계획 수립 · 자문회의 · 음성낭독 배우 모집
배리어프리 공연 경험이 있는 박하늘 배우와 강보름 연출에게 자문하여 구체적인 200호 제작의 방향성을 가늠하였다. 다소 딱딱하지만 정확한 전문 성우와 부드러운 배우의 음성 차이, 지정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톤을 고려한 녹음 방향, 웹진 컨셉에 맞는 어조의 설정 등 음성 녹음에서의 고려 사항들을 점검할 수 있었으며, 수어통역과 음성녹음을 하나의 콘텐츠에 함께 넣는 영상에서 생기는 속도의 차이 등 제작 과정에서 고려, 주의해야 할 점들을 미리 확인하였다.
특집호에 실리게 될 원고에 대한 청탁서가 발송되었다. 영상 컨텐츠로 제작되었던 [대화] 코너와 좌담으로 구성된 [기획], 기존에 수록되었던 작품을 다시 싣는 [희곡] 코너를 제외한 [리뷰], [칼럼], [현장] 코너의 7개의 기사가 이에 해당했다. 청탁 과정에서, 해당 원고가 “새로운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기존의 방식에 수어통역(영상), 음성해설(배우 대독음성)을 추가하여 제작, 발행”된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었으며, 이에 대한 필자들의 동의를 구하였다. 또한 필자들에게 특히 사진을 보지 않아도 장면이 이해될 수 있도록 “본문에 장면을 묘사하는 문단을 넣어 주”기를 특별히 요청하였다.
동시에 웹진의 공지사항과 SNS 채널에 200호 음성해설 녹음신청 안내공고가 게재되었다. 데뷔 5년 이내의 신인 배우들이 모집 대상이었으며, 접수자가 예상보다 많아 기사별로 두 지정 성별 배우의 음성을 넣어, 청자들이 하나의 기사를 다른 두 개의 톤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4월 : 원고 마감 · 음성낭독 녹음 / 수어통역 영상촬영
음성낭독 참여자 선정 이후 기존 기사를 활용한 사전녹음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4월 12일, 14일, 15일 배우들과의 사전미팅 자리가 마련되었다. 사전미팅에서는 연극in 웹진과 200호 배리어프리 특집에 대한 소개, 녹음 일정의 공유, 유의사항 안내 등이 이루어졌다.
강보름 연출, 박하늘 배우, 안정우 안무가, 이성수 배우와 함께 모니터링 회의도 진행되었다. 특집호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웹진 홈페이지의 접근성 검토, 이를 바탕으로 제작 시 유의 사항 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음성해설은 사진 등의 소스를 음성으로 해설을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전까지 음성‘해설’로 사용되던 용어를 음성‘낭독’으로 수정하였으며, 웹진의 홈페이지 자체가 시각 장애 이용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취약점을 발견,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영상 업로드 방식이 고려되었다.
20일, 원고들이 수합되어 교정작업 이후 배우들에게 전달되었다. 녹음 과정에서의 유의사항이 함께 전달되었는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조금의 사이를 갖고”, “마이크를 정면에 두고, 원고는 사선으로 두어”, “사람 이름, 낯선 단어, 공연 제목 등이 들어갈 때는 조금 더 천천히, 또렷하게” 등의 기술적 사항과 더불어 “동료배우를 존중”, “피드백은 해당 배우가 원할 때만”과 같이 더욱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항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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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배부된 녹음 당일 유의사항
26일에는 수어통역을 담당해주실 김홍남, 최황순 선생님과 사전미팅을 진행하였다. 수어라는 언어가 가진 고유의 시간, 동시성과 고정되지 않고 굴절하는 언어의 형태 등을 고려하여 영상 촬영에 필요한 음성녹음의 속도와 길이, 촬영 영상의 구성 등을 미리 구상할 수 있었다. 통역 영상 촬영을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들 -프롬프터, 카메라의 구도, 의상과 배경 등-을 미리 점검할 수 있었다.
27일부터 30일에는 문래예술공장의 녹음실에서 녹음이 진행되었다. 한 기사당 두 명의 배우가 한 팀으로 구성, 두 편의 [희곡]을 포함한 9팀의 녹음이 총 4일간 진행되었다. 윤비원 엔지니어가 녹음을 맡았으며, 강보름 연출, 박하늘 배우가 음성 낭독에 적절한 속도와 유의해야 할 발음 등의 가이드를 하며 녹음 현장에 함께했다. 스튜디오 방음, 녹음 콘솔 고장 등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으나 큰 지연 없이 녹음이 끝났다.
그러나 녹음실의 믹서를 사용할 수 없어 녹음이 끝난 뒤 180여 시간에 달하는 녹음본 전체를 듣고, 편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5월 3일에 예정된 수어통역 촬영을 위해서는 음성 녹음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어통역 때는 음향 조정이 되지 않은 가편집 음성으로 촬영을 진행하고, 이후 최종 영상 제작 때까지 믹싱작업을 완료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였다.
5월 : 영상 편집·발행
수어 통역사분들과의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제작될 영상의 디자인을 미리 구상하여 촬영을 담당해주실 김지성 작가에게 전달하였다. 세로 화면을 통해 수어 통역을 더욱 크게 강조하여 수어통역사의 표정을 포함한 수어를 더욱 강조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디자인 요소에 대한 논의의 부재와 편집 시간의 부족으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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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영상 계획안
믹싱 작업이 완료된 음성 파일들과 수어통역 영상, 텍스트를 합쳐 영상 기사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자막에 들어가야 할 정보들(대/소제목, 필자, 수어통역/음성낭독자 정보, 원고 등)을 확인하고, 희곡의 경우 인물이 바뀌는 상황을 더욱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배역의 이름을 다른 색으로 처리하기도 하였다. 활자에 비하여 영상 원고는 편집, 수정, 완성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큰 용량으로 공유 역시 까다로움이 많았다. 영상 기사가 완성이 된 후, 수어 통역사분들의 검수를 통해 음성낭독과 수어통역의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도 거쳤다.
영상이 완성되어 갈 때, 웹진 화면 배치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평소 기사보다 들어가야 할 정보가 많았으며, 영상, 음성, 텍스트 중 무엇을, 어디에, 얼마만큼의 크기로 배치하는가에 따라 전달되는 정보와 화면의 가독성이 크게 변화하였다. 특히 웹진의 페이지는 사용자의 화면 크기에 따라 구성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형태였기에 더욱 많은 고민이 이어졌다. 수어통역과 음성낭독이 포함된 영상을 최상단에 위치시키고, 필요에 따라 음성낭독과 함께 텍스트를 읽을 수 있도록 플래시를 그 아래에 배치하였다. 영상 기사를 첨부하는 동시에 유튜브 채널에 함께 업로드하여 기사 화면에 URL을 연결하는 방식을 통하여 웹진에서 유튜브로, 유튜브에서 웹진으로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두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5월 13일에 맞추어 영상을 포함한 모든 기사가 무사히 발행되었으나, 이후에도 수정은 계속되었다. 특히 희곡의 경우, 일반 기사와 달리 여러 명의 화자가 존재한다거나, 디자인적 요소에서 희곡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등의 특이사항이 있어 발행 후에도 몇 번의 수정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9편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 -[대화]를 포함하면 10편의 기사가 발행되었다- 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손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웹진의 접근성에 대한 높은 장벽을 유지하려는 마음은 없다. 현재 웹진 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접근성을 개선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영상 제작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조정한다면 음성낭독, 수어통역 기사가 단지 ‘특집’이 아니라, 웹진의 매호에서 만날 수 있는 당연한 콘텐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호의 제작과정에는 아쉬움이 많으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였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이었다.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더 많은 독자를 만나는 웹진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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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미

예준미 본지 에디터
글, 사진, 영상 뭐가 됐든 연극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zoommi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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