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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다!

연극in 200호, 배리어프리 모니터링

정리_정진세(본지 편집장)

제204호

2021.07.15

연극in 웹진은 지난 5월 13일, 200호를 발간함에 있어서, [기획]을 제외한 기사에 ‘음성낭독, 자막제공, 수어통역’ 등을 제공하였습니다.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200호 제작에는 여러 참여주체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이번 자리는 합평회 방식으로 마련되었고, 제작파트(첫 번째)와 기획파트(두 번째)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본 내용을 두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 편집자주
일시_6월 9일(수) 10시반~12시
장소_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
참여자_박은호 (배우, 음성낭독 참여), 최준태 (배우, 음성낭독 참여)
김지성 (사진작가, 촬영/영상편집) 윤비원 (음향 엔지니어, 녹음) 김은한 (극작가, 음성낭독 참여) 정진세 (연극in 편집장), 예준미(연극in 에디터) 박영도 (연극센터 매니저) 김상민(연극in 웹진 담당) 강지우(200호 발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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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연극계에서 여러 공연들의 접근성을 모색하는 시기라, 우리 웹진도 그에 걸맞는 시도를 해보자는 취지로, 배리어프리 특집 호가 기획되었습니다. 다만, 매체에서 처음 해보는 거라, 시행착오를 제대로 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는데요, 오늘 이 자리는 제작파트에서의 소감과 개선할 점 등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은호
음성낭독 배우를 공개 모집하는 과정에서는 처음부터 샘플을 요청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원서를 본 다음에 정하고 그 뒤에 샘플을 요청해서 그 게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이 할 작업자를 먼저 찾는다는 감각이 있어서요. 그래서 저도 이걸 왜 하고 싶은지,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돼서 좋았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내 연기로 인해서 논지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요, 최대한 정보전달에만 집중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녹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필자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좀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고 협의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어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겠다고 느꼈습니다.
최준태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필자를 직접 뵙고, 그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어땠을까. 저는 제가 낭독한 작품이 현장에 가서 직접 봤던 전시여서 그에 대한 경험이 있었는데요, 저와는 다른 관점으로 필자가 쓴 부분도 있어서요, 그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도 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음성녹음 당시에 기술적인 부분을 디렉팅 받기는 했는데요, 그 이전에 필자와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공유가 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박은호
저는 십대 필자의 글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요, 받고 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연출가라면 이걸 어떻게 표현 할 것인가를 떠올리면서, 좀 더 큰 이미지를 짜서 사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대사들이 추려졌던 것 같아요. 이게 눈으로 처음에 읽었을 때, 확실히 말과 글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눈으로 볼 때는 쑥쑥 읽혔던 것들이 입으로 내뱉었을 때 말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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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우
저희가 녹음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 시간보다 딜레이가 많이 됐었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불편한 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은호
시간이 얼마만큼 있으니 여유를 갖고 해도 된다는 안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뒤에 사람이 있으니까 빨리 끝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하는 압박감이 있거든요. 필자의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소목표를 갖고 들어갔는데, 긴장할수록 그 지점이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녹음 팁도 일찍 받으면, 처음 하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최준태
발행되어 나왔을 때 음성낭독 된 버전을 들어보니까, 제가 너무 긴장을 한 거예요. 말 하나하나에 너무 힘을 주면서, 또 필자가 공들여 쓴 글이니까 실수를 안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었던 거죠. 또, 남성톤과 여성톤이 웹진에 같이 실리면서 저의 음성과 비교하면서 들어보게 됐는데... 그러면서, 내가 잘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음성낭독에 있어서 정답은 없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면 이번에 한 것 보다는 더 힘을 빼고 자유롭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녹음 때는 확실히 위축되었던 것 같아요.
윤비원
녹음할 때 가장 가까이에 붙어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배우님들이 엄청 부담스러워하시는 게 많이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저도 많이 부담이 됐고요. 아까 말씀해 주셨듯이 녹음 전에 필자분과 만나보거나, 연출과 사전에 상의를 하고, 유의점을 체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개성을 살릴 것인지, 정확성을 살릴 것인지, 미리 이야기만 되면 확실한 방향성을 잡고 녹음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영도
앞으로 녹음을 할 때는 기본적인 환경 세팅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녹음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되고, 서로의 관계성도 애매해진다고 한다면, 그 부분을 웹진과 센터에서 고려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적화된 스튜디오를 섭외하거나 혹은 그런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담은 제작 매뉴얼이 있어서 기본적인 사항은 갖추고 있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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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한
수어 통역사 선생님들을 만나서 3시간 반 정도 심야 회의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수어가 해석해서 설명하는 언어에 가깝기 때문에, 비유나 상징 즉, 시(詩)적인 부분들이 들어간 작품을 수어로 옮기는 게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만난 김홍남, 최황순 두 분 통역사께서는 웬만하면 직접 필자를 찾아가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저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 희곡은 상징이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많이 넣어 놨는데, 그분들을 만나서 다 펼치는 작업을 했었어요. 수어가 음성 언어보다는 표현하는 방식이 적은 대신에 한 가지 표현에서 변주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더라고요. 거의 재창작의 과정이 있는 거예요. 작가에게 물어보고 정확히 이해를 한 다음에 그걸 다시 옮기셔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 독자께서는 이 희곡이 통역되었을 때, 뭘 표현한 건지는 알겠지만 알 수 없는 문장이 되는 거죠.
그래서 거의 모든 문장에 담긴 모든 뜻을 풀이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예를 들면, ‘신(神)’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기독교의 신인가, 아니면 자연의 어떤 신인가, 존재론적인 신인가 이런 것들을 답하는 과정이 있었죠. 그래서 조금 다른 차원에서 작가로서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정진세
지금 웹진에 올라오는 글이 대체로, 상징과 비유도 많고, 개념어나 관념어도 많은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그것을 독해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바꿔 말해, 그러한 은유나 압축된 의미를 해독할 수 있는 분들이 최적화된 독자이고, 그 내용을 머릿속에 이미지화하거나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은 독자들은 어느 정도 웹진에 장벽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도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 200호를 제작하면서, 웹진이 갖고 있는 강한 활자성이 기사를 읽어내는 데 어떤 점에서는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반증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김은한
확실히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쓰기 자체에서 장벽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여러 번 읽게 만드는 작품들을 많이 썼었는데, 그게 이번 경우에는 아주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방식의 극작이 필요하겠구나,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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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사실 이번에 가장 힘든 부분은 제작과정에서의 순서 때문이었는데요, 그게 조금 잘못 설정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녹음은 너무 잘 됐고 다 좋았는데, 수어통역을 촬영할 때 썼던 음성이 최종본이 아니었던 거죠. 수어와 우리가 읽는 글이 1대 1로 매칭이 안 되니까, 영상으로 그 싱크를 맞추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저도 어떤 걸 먼저 해야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음성낭독을 녹음함에 있어서 속도가 좀 달라야 될 것 같아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인위적인 ‘사이’가 좀 있어야 하는 거죠.
수어하시는 분이 그 음성을 듣고 급하지 않게 템포조절을 하면서 통역을 할 수 있게요. 그분들은 워낙 베테랑이어서 속도를 맞추실 수 있거든요. 지금은 영상에 수어가 나오고 음성이 나오는 거잖아요. 수어는 농인을 위한 것이고, 음성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했을 때, 각각의 장애인 독자의 입장이 다를 텐데 그것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그러니까 수어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음성을 최대한 느리게 녹음하고,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선 음성이 너무 느리면 지루하게 느껴져서 내용이 안 받아들여 지고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애인 독자 입장에서 최초 설계와 현장의 모니터링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정진세
유니버설 디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배리어프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말의 불편함은 감수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공연과는 다르게 웹진은 그 결과물이 남아있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불편함 대신 독자의 특성에 맞춰서 분리하여 전달할 것인지, 아니면 다 같이 어우러져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강지우
다음에는 아예 기획 과정에서 장애인 독자와 수어통역사, 필자와 낭독 배우, 기술파트 까지 한데 모여서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요. 서로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정확하게 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합니다. 참여하는 주체와 전문가들 간의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준미
웹진의 특성과 전문가의 개별 영역, 그리고 배리어프리 작업이 요구하는 특성이 분명히 충돌하는 지점이 있었을 거예요. 음성도, 영상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이 편집부에서 일방적인 요청을 드렸는데요, 제작과정에서 그게 명확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순서가 먼저인지, 어떤 방식이 맞는 것인지 몰랐던 점도 있었고요.
정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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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함에 있어서, 취지를 앞세워 많은 분들의 감수와 양해를 일방적으로 바랐던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나이브한 생각이었다고 반성이 듭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되겠더라고요. 이를테면, 수어 통역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님들의 얼굴과 입 모양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초상권 사용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또 이게 유튜브로 송출할 때는 그에 대한 안내와 주의가 있어야 하고, 이를 송출하는 기한에 대한 합의도 필요했습니다. 유니버설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계약의 단계에서도 다른 접근이 있어야겠구나, 필자와의 소통 방식도 단순히 이제 전화해서 섭외하고 원고를 받는 식이 아니라, 작품 리뷰나 현장 취재를 요청 드릴 때부터, 이에 대한 민감성을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활자의 세계에만 갇혀 있던 웹진이 이번에 다른 차원으로 레벨업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준태
제가 만약에 장애인 독자라면, 200호가 배리어프리가 되었다가 201호에서 다시 원상복구 되었을 때, 그 감각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벽이 다시 생긴 거죠. 그래서 그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한번 하고 끝날 프로젝트는 아닐 텐데... 독자로서 궁금하더라고요. 한편으로, 오늘 속내를 들어보니까 보통 작업은 아니었구나, 또 어떤 파트가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모든 파트가 다 같이 소통하면서 교류해야 해결되는 것이라는 생각도 이 자리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박은호
이번 경험을 토대로 배리어프리 작업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인상이 깊었는데요, 독자 특성에 맞춰서 개별적으로 나눠 갈 것인가, 아니면 다 같이 통합해서 가야 할 것인가... 저는 전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서 보니까 이게 다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다 같이 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합평회 자리를 통해 내가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점을 확인하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좀 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윤비원
저도 배리어프리 작업은 처음이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최종 결과물이 나오는구나를 알게 되어서 뜻 깊었습니다. 녹음도 녹음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믹싱의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방금 배우님 말씀하신 것처럼 독립적으로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된다면, 녹음과 믹싱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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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약간 아쉬운 건, 우리가 200호에 대한 시각적 디자인은 없었잖아요. 그래서 결과물이 더 예쁠 수 있었는데, 그게 그렇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제가 영상에서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예준미
디자인적인 부분은 저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일반 독자들에게도 배리어프리가 부가적인 것이나, 불편한 것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인 소통의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가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음성낭독와 수어통역이 들어가서, 매력적인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 새로운 형태의 기사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게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아요.
김상민
200호는 웹진이 그간 만나지 못했던 장애인 독자를 위해 준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앞으로 웹진의 방향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게 독립적으로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같이 소통하면서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다양하고 입체적인 필자와 독자를 확보하는 방향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같이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웹진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 같고, 앞으로도 더 관심 있게 보게 되고요.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연극센터에서 고민을 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그런 부분을 잘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영도
우리 매체가 가진 위상, 혹은 연극문화를 선도하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지속할 수 있는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배리어프리에 대한 부분은 선택과 집중을 해서 앞으로도 진행하는 방향을 고민하겠습니다.
정진세
웹진이 200호까지 오면서 굉장히 많은 분들과 함께했었는데요, 최근에는 좀 관성적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200호를 발행하면서 앞으로 누구를 더 만나야 될지, 어떤 분들과 같이 할지 그 청사진이 그려진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집 호가 아닌 일반 호로 접근에 있어서 장벽 없는 기사들을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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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세

정진세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장,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공연예술 현장에서 창작과 비평 등의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lilytulip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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