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만약 유토피아가 (안) 될 수도 있는 행성이 있다면,
당신은 지구를 떠날 것인가?

프로젝트 뉴 플래닛 〈Let’s Go To My Star 시즌 2〉

장윤정

제236호

2023.06.29

<Let’s go to my star>는 외계 인물들을 통해 지구의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2023년, 신촌극장에서 공연되었던 시즌1에서는 외계인 롸라, 두두, 섭섭이(이하 극 중 명칭인 “롸두섭”) 지구인들의 삶, 특히 한국인들의 삶을 분석하였다. 인간의 열정, 연대, 사랑을 훼손하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톺아보며, ‘돈’이라는 수단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부분들을 짚어냈다. 또,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노의 근저에는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인간의 위기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은,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까지 값을 매기며, 그 속에서 인간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지속해서 경쟁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도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해야 하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었다.
외계인 롸두섭은 인간에게 새 행성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새 행성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무한히 제공하여, 노동과 경쟁이 불필요하게끔 만든다. 또, 각자 삶의 가치관에 따라 즐겁게 살아가도록 독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 결과, 이름하여 행성 ‘제네시스’가 탄생한다. 제네시스로 지구인들이 이주하길 기대하는 롸두섭의 모습을 끝으로, 시즌1은 막을 내렸다.
그래서, 지구인들은 제네시스로 이주했을까? 모든 경제적 계급이 평준화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무엇보다 제네시스의 인간들은 행복할까? 여러 질문이 꼬리를 무는 끝에 <Let’s go to my star> 시즌2가 등장했다. 지구로 다시 돌아온 롸두섭,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의 공연 사진. 어두운 무대에 푸른 빛의 조명이 비추고, 은박 재질의 우주복을 입은 두두, 
            롸롸, 섭섭이 허리와 무릎을 약간 굽히고 마주 본 두 손바닥을 가슴 앞으로 올려 마치 스케이트를 타는 듯한 자세로 줄줄이 섰다. 
            세 사람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두두와 섭섭은 입술을 한껏 오므리고 있다.

인간에 관한 온정적인 믿음의 과정

<Let’s go to my star> 시즌2에서는 가상현실을 바탕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안타깝게도 시즌1 이후, 인간들은 아무도 제네시스로 가지 않았다. 대신 지구의 가상현실 시스템 ‘베레시트’에 접속한다. ‘베레시트’는 업무공간, 휴식 공간, 쇼핑 공간, 숨겨진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삶의 전반적인 것들이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니, 인간은 시공간의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다만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완전히 유폐되어 버렸다.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이 사라지자 그만큼 노동에 종사해야 하는 시간이 늘었고, 휴식 또한 가상 시스템을 통해 단시간 고효율의 여가를 즐기게 되었으며, 가상 공간의 모든 것은 소비재가 되어 인간의 오감까지 쇼핑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감각 구현의 세밀한 정도에 따라 가격 차가 나는 것은 덤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소비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삶의 질이 볼모로 잡혀 있는 형상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욱 견고해져 있는데,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은폐하며, 인간들에게는 자본이 허락하는 정도만큼만 위반의 자유가 허용된다. 베레시트는 자신의 문제점들과 관련된 공론의 장을 발견함과 동시에 폐쇄해버린다. 문제 해소가 아니라 사유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리는 형태다. 결국 인간은 현실 세계의 반복일 뿐인 가상현실 속에서 지쳐간다. 그 끝에서 롸두섭은 인간을 위해 다시 한번 제네시스에 희망을 건다. 역설적으로 ‘베레시트’는 ‘제네시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는 시즌1에 이어 재화라는 수단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가치 전도된 사회 현실을 꼬집는다. 자본주의의 문제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 해방을 꿈꾸는 지점에서 마르크스의 유령이 어른거린다. 마르크스는 봉건사회 내부로부터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한 만큼 자본주의 사회 또한 그다음 단계로 변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보았다. 어쩌면 그것이 제네시스와 같은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욕망의 대상을 재생산해내고, 자신의 빈틈은 대상에게 투사하여 자기 결핍을 은폐하는 방식으로서 여전히 강력해 보인다. 예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 돈과 죄의식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더 철저한 자본의 세계를 묘사하면서 자본의 빈틈을 포착해냈다. 실제로 오늘날, 혼합현실 기기의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메타버스’란 용어는 더 이상 새롭지 않으며, 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인 챗GPT는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각 용어의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하더라도 이들이 앞으로 새로운 소비재가 될 것임은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다. 자본의 영역이 더 확장되어가는 것이다. 가상현실을 바탕으로 한 <Let’s go to my star> 시즌2가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인간 소외 극복을 위한 사회의 변화를 주창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저 관념적으로 여길 수만은 없는 것이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의 공연사진. 무대에는 초록빛 조명이 가득하고, 섭섭, 두두, 롸롸가 나란히 서서 춤을 춘다. 
            이들은 각각 보라색, 파란색, 핑크색의 비닐 재질 의상을 입고 있으며, 섭섭은 바지를 두두와 롸롸는 치마를 입었다. 
            무대 뒤쪽에는 거대한 러버덕 두 마리가 물에 떠 있는 모습이 영사되고 있다.

따라서 <Let’s go to my star> 시리즈가 찾은 대안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인간성’이 있다. 롸두섭은 인간의 본성을 ‘아름다움’으로 이해한다. 그런 까닭에 경제적 계급이 평준화된 사회라면 긍정적인 공동체가 형성되리라 기대한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넉넉한 만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경쟁은 불필요해지리라 믿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청사진에도 빈틈은 있다. 넉넉한 의식주를 넘어서는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의 소유와 자유에 따르는 여러 이해관계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다시 말해, 자본의 논리가 끼어들 틈 없는 자유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의문을 남긴다.
그럼에도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어쩌면 <Let’s go to my star> 시리즈는 인간을 과하게 신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네시스 또한 지구 사회와 닮아갈 수도 있다. 다만, 롸두섭의 세계관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성과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기만과 혐오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는 분명 심각하다. 결국 다시 인간 해방의 화두로 돌아온다. 19세기에 마르크스가 선언한 인간 해방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서적이 숙독 되는 것은, 인간에 관한 애정을 잃지 않고서 공존하는 사회를 구현하고 싶은 희망 때문일 것이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 또한 인간성을 희망으로 하여 ‘다음’이라는 가능성을 연다. 유토피아가 (안) 되더라도, 문제를 직시하고 지속해서 논의하는 것이 변화의 근원임을 ‘제네시스’로써 설명한다. 작품의 인간을 향한 온정적인 믿음은 경쟁에 지친 동시대인들에게 위안을 건네고 있었다.

서사와 형식의 유기적인 결합

<Let’s go to my star> 시리즈는 소위 ‘키치’를 표방한다. 프롤로그에서 ‘시어머니’인 브레히트가 등장하여 이 작품은 ‘포스트서사극’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데, ‘포스트서사극’이란 배우 최아련, 박두환, 변준섭이 고안해낸 21세기형 서사극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Let’s go to my star> 시리즈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전체적인 서사는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연쇄적으로 엮어 구성하였고, 영상과 음악, 춤 등을 복합하여 연극으로 만들었다. 특히, 잘 알려진 대중가요, 동요, CM송을 작품 서사에 맞게 개사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점과 동시대 밈(meme)을 재구성해내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들이 작품에 재미를 더했다.
시즌2는 시즌1보다 한층 더 세련된 형태로 연출되었는데, 우선 화려한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시즌1에서는 의도적으로 B급 감성의 영상을 제작하여, <Let’s go to my star>는 철저히 실험적인 작품이며 키치한 감성임을 영상으로써 선언하는 듯했다. 반면에 시즌2에서는 메타버스 세계관이 주요 배경인 만큼 굉장히 세련된 영상들이 등장한다. 그럴듯한 영상 앞에서 배우들이 배경에 맞춰 연기를 하자, 즉각적으로 가상현실에 관한 설득력이 생겼다. 완성도 높은 영상들로써 키치함의 특성이 약화할 것만 같을 때쯤, 극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면은 앞선 모든 영상을 압도했다. 극중의 아련, 두환, 준섭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시즌1에서 배우 최아련, 박두환, 변준섭이 영상에서 분했던 인물이다. 당시에는 실물 그대로 등장하였으나, 시즌2에서는 가상현실 속인 만큼 왜곡된 아바타 형태로 나타났다. 관객은 각 아바타의 본래 존재를 알고 있기에, 괴이하면서도 묘하게 귀여운 이미지들은 불쾌한 골짜기의 감각과 그 너머를 오가게 했다. 아바타의 등장으로 공연의 키치함은 배가되었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의 공연사진. 무대 뒤편에 롸두섭과 닮은 세 사람의 얼굴이 커다랗게 영사되고 있다. 이는 롸두섭의 얼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영상이다. 
            세 얼굴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데, 표정은 미묘하게 다르다. 샤막의 뒤편으로 각자 손을 번쩍 들고 좌절하는 듯한 포즈의 세 사람이 있다.

무대 뒷면의 샤막은 영상이 투사되거나 적절한 가림막으로 쓰였다. 때로는 샤막 너머까지 조명이 투과되어 공간감을 확장시켰고, 배우가 분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 활용되었다. 시즌2의 무대는 시즌1보다 구체적으로 구성되었는데, 무대 바닥에 격자무늬의 조명을 활용하여 가상현실의 분위기를 자아냈고, 무대 중앙에는 놀이터를 연상하게끔 하는 놀이기구 ‘회전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회전무대’ 기구는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포탈로서, 작품의 중심 매개체가 되는 동시에 때때로 진지한 분위기를 벗어나게끔 했다.
배우들은 능청스러운 태도로 익살스러움을 연기해냈다. 외계인일 때와 인간의 형상일 때, 메타버스 안에서 NPC의 역할과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각각 다른 움직임과 말투로써 인물을 구현해냈다. 작품의 풍부한 요소들을 빠른 속도감으로 전달하기 위해 배우들은 리듬감 있게 연기를 했고, 그에 따라 관객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를 쫓아가며 공연을 즐겼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지점은 밈을 구현해내는 것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공연에서는 소위 일컫는 ‘제로투 댄스’를 패러디하여 여성의 가슴이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현대사회에서 신체가 자본의 수단이 되어버렸음을 설명하기 위한 동작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해당 밈과 관련된 배경지식 없이는 무대 위 연기를 직관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성 신체의 특정 형상이 유희화되어 묘사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처럼 숙고할 지점이 있지만, <Let’s go to my star> 시리즈는 젠더의 경계를 흐리고, 퀴어와 공존하는 사회 가치를 논하는 작품들이었던 만큼, 키치한 분위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해낼 것인지 지속해서 연구해나가리라 믿기에, 앞으로의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기대된다.
자본주의 사회와 관련된 담론을 담아내는 방식으로써 키치는 적합했다. 키치는 산업화 사회에 등장하여 소비문화이자 대중문화로서의 역할을 했다. 나아가 오늘날엔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키치가 되었다. 키치의 유희적 성격은 엄숙주의에 관한 발칙한 도전이 되며, 놀이로서의 예술을 전면화한다. 이러한 까닭에 <Let’s go to my star>는 서사와 형식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들이라고 해야겠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관객은 두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연히 시즌3를 기다리게 된다. 시즌1과 시즌2에서는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간에 관하여 다루었는데, 사실 거듭 소외된 존재들은 아직 담론에 오르지 못했다. 예컨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장애인의 존재가 그러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가 은밀히 배제하는 존재들을 만나게 될까? 혹은 제네시스의 세계가 더 구체화될까? 또 한 번 만나게 될 시즌3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Let’s go to my star>는 2017년, 청년 창작자들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을 환기시킨다. 자신의 문제 현실에 깊이 천착하여 재기발랄한 방식으로 담론의 장을 펼쳐내던 힘이 <Let’s go to my star> 작품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아련, 박두환, 변준섭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뉴 플래닛’의 걸음걸음을 응원하고 싶다.

〈Let’s go to my star〉 시즌2의 공연사진. 큰 검을 든 두두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는 왼손을 펼쳐 앞으로 뻗고 오른손으로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의 뒤편으로 알루미늄 호스를 이리저리 얽어 만든 괴물이 보인다.

가장 중요한 한마디, <Let’s go to my star> 공연들은 정말 재밌다! 사실 굉장히 유쾌하고 즐거운 연극들이다. 장황한 설명이 작품의 재미를 뒤덮어버린 것에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글과 공연은 서로 결이 다르니 독자와 관객분들께서는 부디 공연으로 만나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그래서, 제네시스가 실제로 있다면, 여러분은 지구를 떠나 새 행성으로 이주할 것인가?
우선, 한 명은 확보된 것 같다.

[사진 제공: 프로젝트 뉴 플래닛 / Ⓒ 박태양]

프로젝트 뉴 플래닛 <Let’s Go To My Star 시즌 2>
  • 일자 2023.6.14 ~ 6.18
  • 장소 씨어터 쿰
  • 작·연출 최아련 출연 최아련, 박두환, 변준섭 기획·제작 최아련, 박두환, 변준섭 예술감독 이혜정 무대 이승희 조명 정채림 영상 신민승 의상 이정민 안무 박수연 기술감독 황규연 무대감독 최정환 홍보PD 한민주 비주얼디렉팅 황보희정 그래픽디자인 황보민정 포토 오은빈
  • 관련정보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3007194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선택 버튼

장윤정

장윤정 연극비평집단시선 소속
연극평론 및 드라마투르그 활동을 한다.
yjlife1@gmail.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