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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나무와 닿기

2023 혜화동1번지 동인페스티벌
감자피아 <펄프픽션>

영이

제248호

2023.12.21

2023년 혜화동 1번지 동인페스티벌 ‘좋은 미래 대축제’의 일환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상연된 <펄프픽션>은 아주 독특한 공연 스케줄을 가지고 있었다. 11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매일, 아침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하루 최소 5번부터 최대 8번에 이르는 공연 회차가 있고, 각 회차에는 관객이 단 한 명씩밖에 입장하지 못한다. 연극의 러닝타임은 하루 공연 회차 5번일 시는 총 240분이 제공되고 8번일 시는 150분이 제공되며 관객은 공연 도중 언제든지 자유롭게 극장 안팎을 드나들 수 있다. 나아가 극장 내부에선 배우나 스태프 등의 공연 관계자를 일절 찾아볼 수 없고 관객은 오롯이 혼자서 무대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관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객석은 아니고 관객은 극장 전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공연의 무대이자 객석은 설비를 포함한 극장 전체와 얽혀 분리되지 않는, ‘마감’이 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총체적 공간을 이룬다.
즉, <펄프픽션>은 이 공연이 극장에서 벌어지지 않았다면 도저히 연극인지 전시인지 엄격하게 구분하기 힘든 구성을 관객에게 펼쳐 보인다. 그렇다고 해당 공연이 ‘연극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공연 소개에 따르면 “이 공연의 배우는 나무다”. 무대 중앙의 안은 내버려 두고 겉만 검게 칠한 나무 상자를 반원통형으로 높게 쌓아 올린 구조물이 아마 관객 입장에서는 가장 즉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나무―배우’의 이미지겠지만, 그 외에도 조명이 달린 작은 트리, 제목에서도 등장하는 펄프 두루마리, 그리고 5시 54분을 가리키고 있는 나무 시계 등 나무가 화(化)한 듯한 많은 소품들이 극장 내부에 구석구석 배치되어 있다. 또한 이 공연의 텍스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한때는 나무였던 종이 위에 출력되어 책과 부록 별지의 형태로 저 나무 소품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분을 주목한다면 <펄프픽션>의 나무―배우는 ‘종이―책’이라는 의상을 입고, 자신 위에 쓰인 대사를 관객이 읽는 것과 동시에 관객의 눈앞에서 직접 자신의 온몸을 다하여 소리 없이 발화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펄프픽션>의 관객은 한 명임에도, 배우는 반드시 한 명이라 단정 지을 수가 없다. 관객이 공연 시간 내내 매 순간 의식하게 되는 행위자로는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무대 공간 속에서 편재하는 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또한 존재한다. 특히나 관객이 단 한 명밖에 없다는 점은 ‘관객―배우’가 스스로를 주목하게 되는 순간을, 흔히 말하는 ‘모든 관객의 눈길을 한 몸에 받는’ 순간과 다름없게 만든다. 나는 나라는 ‘모든 관객’의 관심을 나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자로 안내받은 비밀번호로 극장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 공연을 시작하고, 또 문자에 기재된 번호로 ‘공연 끝’이라는 신호를 보내 직접 막을 내리는 주체가 관객 본인이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나무―배우보다도 관객―배우가 더 이 공연의 전반을 관장하는 존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펄프픽션>의 공연 사진. 검은 블랙박스 극장 공간에 캠핑용 의자와 흰색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에 하나의 형광등이 매달려 있다. 
            한 관객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의 왼편엔 난로가, 오른편엔 정수기가 한 대 놓여 있다. 
            책상 너머에는 덧마루와 애플박스들을 세로로 세워 도서관의 책장처럼 꾸민 공간이 있다.

‘나무 배우’의 대사

책상 위 펄프 두루마리 옆 책받이에 앉혀 놓은 책은 그 표지에 “펄프픽션”이라고 쓰여있다. 즉 공연의 제목이자 책의 제목은 이 이야기가 관객 눈앞에 있는 바로 이 펄프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질 낮은 싸구려 오락용 소설 ‘펄프픽션(pulp fiction)’에 대한 중의적 말장난을 일삼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책을 펼치자마자 첫 페이지에 나무로 만든 종이 원료 ‘펄프’에 대한 정의와 ‘펄프픽션’에 대한 정의를 동시에 기재해 놓은 데에서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파키케팔로사우루스”라는 필자명과 함께 “1막. 은행 좀 그만 먹어, 스테고사우루스”라는 제목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화자의 집 앞 은행나무가 강전정 당한 일에 대한 사색적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도시의 가로수 관리에 대한 난폭하고 무심한 공무원 행정 처리와 시민들이 넣는 민원에 대한 상념으로부터 시작해, 고생대부터 존재해 왔던 은행나무가 전 지구상으로 이주해 지금은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멸종해버린 디아스포라, 그리고 은행나무를 먹어서 옮겼으리라 상상되는 스테고사우루스가 은행 독에 걸리게 되려면 얼마만큼의 은행을 섭취해야 했을지 등으로까지 이른바 “잔가지”들을 잔뜩 펼쳐나간다.
이후 화자는 집 앞의 은행나무가 잘린 지 4일 만에 새 가지를 틔우고 또 3일 만에 그 잎이 노랗게 변했으며 또 하루 만에 다시 잎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환각적 이야기를 남긴다. 그러다가 결국 화자는 은행잎과 비슷한 모양의 소원지를 만들어 은행나무 높은 곳에 걸고자 접이식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추락해 사망하고, 이렇게 1막이 끝을 맺는다. 특히 2023년 3월 10일부터 3월 16일까지 매일을 기록한 일기 형식 속에서 죽기 전날과 죽는 당일의 날짜로는 3월 16일이 두 번 반복되는 형태로 기재되어 있어 죽은 사람이 자신이 죽은 사건에 대해 스스로 기술했다는 이 초현실적 연출을 더욱 강화한다. 이외에 1막 안에는 QR코드로 만든 나무나 여러 사진, 웹사이트 스크린샷 등 다양한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는데, 마치 배우 주위로 상황을 구성하기 위한 무대상의 소품들이 계속해서 등·퇴장을 반복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1막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들 (스테고사우루스, 접이식 사다리, 은행 열매 등)은 실제 관객이 둘러볼 수 있는 무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은행나무에 관한 괴테의 시가 삽입된 다음 페이지부터 시작되는 2막에서는 “종이”라는 이름의 필자가 “백지의 사랑 시”라는 제목의 소설을 펼친다. 정말 흔하기 짝이 없고 진부하기까지 한 한국 현대 소설 풍의 연애담과 울산이라는 지역에서 어머니 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이야기가 나무를 중심으로 얽힌다. 화자는 자신의 연애 경험에 관한 길고 잡다한, 마치 의도적으로 타성적 서술을 비꼬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로 뻔한 사색을 털어놓다가, 자신에게 제모 시술을 받으러 온 손님, “나무 의사” 아보리스트(arborist) “나산해”에 의해 고향 울산의 기억을 우연히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나산해가 제모의 고통을 나무들이 가지치기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 연결 짓고, 말도 못 하고 울지도 못하는 이러한 고통을 사랑이라고 귀결 짓자 필자는 자신의 연애 경험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울음을 터뜨리는 필자를 보며 나산해는 나무들처럼 고통을 표현하지 않으면 자칫 은행나무처럼 멸종위기종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 스스로의 상태를 잘 진찰하며 조심하라는 조언을 남긴다.
“펄프인더스트리서바이벌레코드”라는 제목의 3막은 “음지거주인”이라는 이름의 필자에 의해 쓰였으며, 펄프픽션이라는 공연의 제목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이다. 1막처럼 일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거친 필체로 그려진 스케치들이 삽입된 것과 함께 좀 더 급박하고 짧은 문장들로 쓰여 마치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재난 상황 속에서 작성한 ‘일지’의 느낌을 주며, 날짜도 차례를 무시하고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다. 그리고 2막만큼은 아닐지라도 여기서 또한 화자의 연애 기억이 중간중간 침습하듯이 삽입되지만 중심 서사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3막의 중심 내용은 인쇄소에서 일하는 배우 지망생 화자가 “종이 좀비” 사태에서 홀로 생존하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종이에 손을 베이면 좀비로 변하는 괴사건을 화자가 목격하게 된 건 인쇄소에 학생들이 견학을 온 날이었다. 한 학생이 종이에 손을 벤 것을 시작으로 감염과 함께 아수라장이 퍼져나가고, 화자도 손을 베이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좀비처럼 이성을 잃은 모습으로 변해버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감염되지 않은 생존자들은 상처를 입어 감염된 무리에 화자를 포함시킨 채 스스로를 격리한다. 이에 화자는 철판에 깔린 좀비를 일부러 꺼내 생존자들을 공격하도록 만들고 자신은 상처를 입은 손으로 인쇄소에서 자신에게 부당하게 굴던 “김 대리”의 얼굴을 긁어 상처 입힌다. 이후 화자는 자신을 제외하고 전부 이성을 잃은 종이 좀비들에게 불을 붙인 뒤 예전에 자신이 오디션을 보았던 <안티고네>의 대사를 읊으며 해리기에서 끓는 종이 죽 안으로 투신한다. 이때 “나에게 한 부당한 것과 똑같은 화를 그들도 겪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대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겪는 사회적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펄프인더스트리서바이벌레코드”는 호러 장르의 형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특히 감염이 된 화자가 반복적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혀 분노를 삭이는 장면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 그대로 ‘갈려 나가는’ 불안한 노동자들의 생생한 이미지와 같다.

<펄프픽션>의 공연 사진. 검은 벽에 분필로 ‘펄프 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Leave No Trace’라는 큰 글자가 쓰여 있다. 그 아래에는 일곱 개의 안내 문구가 쓰여있다. 
            벽 앞에 놓인 조명이 벽면의 글자들을 밝게 비춘다. 사진의 왼편으로 정수기가, 오른편으로 하얀 플라스틱 테이블과 캠핑 의자가 있다.

나무를 향한 모순들

극장 안에는 책 외에도 부록 텍스트가 기재되어 있는 낱개의 종이 몇 장이 놓여 있는데, 이 텍스트는 나무와 환경주의, 생태학, 신화 등 다양하게 연결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여러 도서들 속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티모시 모턴의 『퀴어 생태학』에서 언급되는 “흔적을 남기지 말라(Leave No Trace)”이다. 왜냐하면 바로 <펄프픽션>이 상연되는 극장 벽에 대문짝만하게 같은 문구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퀴어 생태학』에선 “Leave No Trace”라는 환경주의의 슬로건이 자연에 대한 남성적이고 이성애 중심적인 (소위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이 ‘수행적’인 행위성과 반대항을 이루는 양상으로 구성되는 것과 같은) 접근이라며 비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Leave No Trace”는 관객을 향해 에티켓이자 행동 지시문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극장 벽의 “Leave No Trace” 아래는 1번부터 7번까지 쓰레기 처리나 소품 제자리에 놓기, 모닥불 사용 최소화 등등 사전에 관객에게 미리 문자로 보낸 안내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켜야 할’ 사항들을 나열하고 있다. 분명 『퀴어 생태학』에서와 달리 이 “Leave No Trace”는 비판적으로 인용된 것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공연이 관객으로 하여금 남기지 않기를 원하는 흔적이란 다른 관객의 공연 관람에 불편을 전가할 수 있는 ‘나쁜’ 흔적들을 일컫는다. 공연 측에서 관객들에게 보내주는 사전 문자 내용을 참고하면 극장 안에 배치되어 있는 책이나 종이 등에 연필로 밑줄이나 낙서 등을 남기는 종류의 ‘좋은’ 흔적들은 오히려 장려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펄프픽션>이 “Leave No Trace”를 통해 고민해 보고자 했던 퀴어 생태학은 자연을 대할 때 흔적을 남기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흔적을 남길지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한편으로 책에 수록된 소설들에서는 연애나 연인과 관련된 삽화들이 집요하리만치 계속해서, 잊을만하면 등장한다. 나무로부터 촉발되는 새로운 연결, 친밀성을 도모하며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사랑의 형태가 언제나 연애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은 비규범적 만남의 가능성을 너무 납작하게 눌러 버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든다. 연정 이외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었던 또 하나의 사랑의 형태는 2막에서 읽을 수 있었던 모성, 혹은 재생산성에 관한 고민이었다. 이 또한 규범적 연결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1막에서 서술된 화자와 고양이 간의 관계로부터는 분명 이종적(異種的) 연결을 엿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집을 비웠다 들어오면 강박적일 만치 화자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그루밍하는 이야기부터 침대 위에서 화자와 함께 잠에 들며 성묘가 된 지금까지도 여태 상상적 어머니를 떠올리며 젖빨이를 하는 모습까지. 이 도착적(perversive)이고 전이적(displacive)인 접촉은 어떠한 소유성이나 지속성, 완결성 등에 천착하려 하지 않고, 서로 다른 독자적인 존재들 간의 언제나 일시적이고 덧없으면서도 (고양이는 아무리 오래 같이 살아도 반려인을 향한 긴장과 경계를 결코 완전하게 내려놓는 일이 없다) 깊숙하고 친밀한 관계에 대한 사유를 가능케 한다.
또 3막에서는 나무처럼 빛에 반응하고 광합성을 하는 종이 좀비들이란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을 경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호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연유로 끊임없이 화자와 저 타자적 ‘나무―존재’들 사이의 의식적인 거리두기가 벌어진다. 그러나 종이가 된 나무가 접촉을 통해 인간을 나무―존재로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는 분명히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이 빛나고 있다. 나아가 화자는 사회에서의 소외와 그에 대한 분노로 인해 “무리”의 형태로 나타나는 종이 좀비들과의 연결은 한사코 거부하고 있지만, 그는 또 그 나름대로 종이 죽 속으로 투신함으로써 나무와 자신만의 직접적 연결을 개별적 방식으로 시도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에게 가닿고 흔적을 남기는 방식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그 접촉에서 자연이 인간에게 남기는 흔적과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의 영역으로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3막에서 화자가 경험하는 강렬한 감정들은 그가 공포를 극복하고 종이라는 이질적 존재와 일체화되는 과정에서 상호적으로 공유된다.
<펄프픽션>이 접촉과 연결, 친밀감에 대해 다양한 실험들을 펼쳐놓는 한가운데에 단 한 명의 관객으로서 서는 것은 어느 정도의 불안과 공포를 동반한다. 어두컴컴하고 여러 차폐물들로 시야가 한정된 적막한 공간 속을 극장에 구비된 손전등 하나로 탐험하는 일은 몸을 지속적으로 긴장시켰다. 특히 미로처럼 굽이굽이 쌓여 있는 나무 벽감 사이로 들어가면 그 끝에 나오는 길고 좁은 공간의 입구 맞은편, 저 멀리 막다른 벽에 음산하게 매달려 빛나는 가면을 향해서는 도저히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접촉, 미지의 이질적 존재를 향한 연결과 만남의 가능성에서 언제나 동반되는 바로 그 긴장과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자면, 자연에선 그 자신을 포함해 그 어떤 것도 결코 ‘확실히 아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즉, 이 긴장은 제거하거나 배제, 혹은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동반해야 할 ‘반려자’인 것이다.

<펄프픽션>의 텍스트 일부를 가까이서 촬영한 사진. 인쇄된 텍스트 곳곳에 연필로 밑줄 친 부분과 관객들의 메모가 있다. 
            특히 ‘잘못된 개인은 없다 오로지 잘못된 구조만 있을 뿐.’이라는 문장에는 여러 줄의 밑줄이 그어져 있으며, 그 아래 공백에는 ‘강전정의 아이히만이 있을 수 있다, 근데 구조적 문제 속에 잘못된 개인이 있다. 
            아니 그 전에 잘못된 개인들이 구조를 만들고 심화시킨다. 그러나 개인이 잘못이 없다(있다)’라는 연필로 쓴 메모가 적혀 있다. 
            그 아래 ‘(젠장, 이것도 머리네)’라는 문장에는 ‘머리’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겹쳐 그리고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ㅋ을 적어두었다.

[사진 제공: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촬영: 박태양]

2023 혜화동1번지 동인페스티벌
감자피아 <펄프픽션>
  • 일자 2023.11.30 ~ 12.9
  •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콘셉트/구성 이성직 드라마터그 신재욱 백소정, 이성직, 이종인 북 디자인 오경섭 무대 미술 박상덕 음성해설·오디오북 제작 서수연 접근성 매니저 이서연 씨어터 코디네이터 김상훈, 김주은, 정인혁 자문 윤경희
  • 관련정보 https://playticket.co.kr/nav/detail.html?idx=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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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영이
폭력과 고통, 그리고 분열의 상관 관계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정서 지도 그리기』, 『밑 빠진 독(毒)에 물 붓기』, 『월간 종이』 등 제작. 제2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
https://twitter.com/monthly_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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