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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인문감독, 감성감독

[고재열의 리플레이]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

제153호

2018.12.06

한 해 동안 열리는 연극제 중 가장 응원하는 연극제는 단연 <권리장전> 시리즈다. 올해 <권리장전2018-분단국가>에서도 여전히 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극평론가들은 좀 더 냉정하게 작품을 보고 완성도의 관점에서 이 연극제를 평가하겠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연극제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하나의 작품이다.
한 해 동안 열리는 연극제 중 가장 응원하는 연극제는 단연 <권리장전> 시리즈다. 올해 <권리장전2018-분단국가>에서도 여전히 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극평론가들은 좀 더 냉정하게 작품을 보고 완성도의 관점에서 이 연극제를 평가하겠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연극제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하나의 작품이다.
<권리장전> 시리즈의 미덕은 상호 관람과 비평이다. 서로 다른 작품을 관람해주고 품평하면서 동어반복을 피했다. 상투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새로운 무대 언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극에는 역설이 있다. 분노를 너무 드러내면 그 분노를 공감하지 못하고 슬픔을 너무 역설하면 그 슬픔이 와 닿지 않고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역사의 무게를 배우가 자신의 몸을 가학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감당하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운 적도 있었지만 그런 노력이 아름다웠다.
<권리장전>이 출범하기 한 해 전인 2015년 성남시 구미동의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저항예술제>가 열렸다. 비유하자면 ‘미술계의 권리장전’이라 할 만한 전시였다. 국민을 이념적으로 가르고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과 문화예술인을 몰아붙였던 박근혜 정부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박근혜 도상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좀 식상한 느낌을 주었다. 표현 방식이 너무나 관습적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따로 준비한 작품들이 일거에 전시되면서 그런 동어 반복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저항예술제>와 <권리장전>을 지켜보면서, 요즘 웬만큼 규모 있는 행사에서는 예술감독 제도를 운영하는데, 이런 행사에서는 ‘인문감독’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행사 성격상 <저항예술제>나 <권리장전>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줄기를 잡게 되는데, 이를 함께 할 인문학자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더 다양한 질문을 던져서 문제의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감독을 두면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작품이 배치되므로 행사의 ‘톤 앤 무드’가 정돈된다. 예술감독이 주를 이루는 이런 행사에 인문감독을 둔다면 문제의식을 더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사의 결과물을 텍스트로 가지런히 정리해서 책을 출판할 수도 있다. 행사는 짧지만 기록은 영원하니 일회성 행사의 수명을 연장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비슷한 방정식을 인문학자들이 주를 이루는 행사에 대입하면 이런 행사에는 ‘감성감독’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토론이 탁상공론이 되지 않고 질문이 참석자들의 가슴에 박힐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바퀴 순환해서, 감성이 가득 찬 행사에는 예술감독을 두어 예술적 성취를 집중시키면 된다.
현장에서 지켜보면 머리만 크거나 몸만 비대하거나 가슴만 앞세우는, 공전하는 행사를 종종 보게 된다. 짠맛과 단맛과 매운맛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맛있는 맛이 된다. 행사에서도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보면 논의도 훨씬 풍부해지고 참석자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한 해를 마감하면서 문득 가져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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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시사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나 '삼성기사 삭제사건'에 항의해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인 후 사표를 내고 동료들과 시사IN을 창간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으로 인터넷 논객 활동을 시작했으며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 @dogsul | 페이스북 facebook.com/dogsul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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