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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의 불청객, 관객 크리

권율아_하우스매니저

제168호

2019.09.26

좋아하는 배우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다른 출연자들과의 완벽한 케미를 상상하며 캐스팅 스케줄을 확인한다. 모든 개인 스케줄은 뒤로 미뤄두고 티켓 예매 창이 오픈하자마자, 수강신청 보다 더 빠른 손놀림으로 예매 성공!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방문한다. 정시가 되고, 암전이 됨과 동시에 공연이 시작한다. 한참을 집중해서 관람 중인데, 옆에 있는 관객이 부스럭거린다. 웃기지 않은 타이밍에 웃고, 훌쩍거리고, 옆 일행과 대화까지 한다. 더 이상은 집중이 어렵다. 하필 내 옆자리에서 관크를 당하다니. 나의 극은 이렇게 날개를 달고 날아갔다.

관크는 ‘관객+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로 공연 관람 과정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관크의 유형도 다양하다. 공연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폰딧불이, 암전이 될 때마다 자리를 옮기는 메뚜기,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일행과 생각을 나누는 대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움직임, 공연 중 사진 촬영 등이 있다. 특히 소극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관크는 옆 관객의 ‘대화’와 ‘휴대폰 사용’이다.
(사진 출처: KB카드 블로그 kbcheckcard.blog.me/221025360672)
공연 공연 관람 에티켓 관리는 하우스의 업무 중 하나이다. 공연 중 관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하우스 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 극장의 경우, 공연 시작 전 안내원들이 관객들을 향해 휴대폰 전원 종료, 객석 내 음식물 섭취 금지, 공연 중 대화 삼가, 퇴장 시 재입장 불가, 몸을 앞으로 숙일 경우 뒷사람의 시야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 요망 등의 기본 에티켓과 주의 사항을 육성으로 안내한 후 공연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관크도 시작된다. 일행과의 대화는 기본이고, 휴대폰 불은 쉴 새 없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한다. 한 관객은 공연이 지루했는지 짜그락짜그락 소리를 내며 빈 생수병을 만지기도 한다. 어르신이 많은 공연은 암전만 되면 당 충전을 위해 간식을 꺼내는 비닐 소리가 부스럭거린다. 공연 종료 후 객석 점검 시에는 맥주 캔과 노가리가 나오기도 한다. 맥이 풀리는 순간이다.

사실, 다수의 관객이 어둠 속 객석에 좁은 간격으로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정확히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다른 관객의 관람에 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안내원들은 시각과 청각 등, 식스센스를 총동원하여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낸다. 공연 중 볼륨이 커지는 장면이 진행될 때 잽싸게 다가가 주의를 준다. 여기서 멈추면 다행이다. 안내원과 매니저가 개입하여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끼리 시비가 붙어 객석에서 로비로 나와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다. 결국 한 팀은 귀가하고, 한 팀은 남아서 끝까지 관람하였으나 공연의 내용이 온전히 감동으로 다가왔을지는 의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가 두 팀 모두 마음이 상해서 돌아갈 때는 정말이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관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현장 경험을 돌이켜보면, 관크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연을 마주하는 관객의 자세 차이와 공연의 일회성 때문인 것 같다. 공연을 가끔 보러오는 일반 관객과 공연 관람을 취미로 삼아 여러 번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 사이의 온도 차이로 인해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공연 진행을 하며 가장 긴장될 때는 극의 몰입도가 높은 공연의 무대 앞쪽 객석에 일반 관객이 앉았을 때이다. 마니아 관객들 사이에는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일반 관객이 이를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연은 영화처럼 완성된 필름을 계속 돌리는 게 아니다. 오직 단 한 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지나가면 다시 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관크는 관극의 치명적인 불청객이다.

최근 들어서 관크라 칭하는 행동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주변 다수가 불편함을 느끼는 행동은 당연히 관크라 할 수 있다. 관크라 하기 전에, 공연 관람 시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행동이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나 다른 웃음 코드를 한두 번 내비쳤다고 해서 관크라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일례로, 인터미션에 관객 한 분이 앞 사람이 너무 몸을 움직여서 공연에 집중할 수 없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사실 이런 경우 관객이 얼마만큼 몸을 움직였는지 알 수가 없고 그 기준이 주관적이라 중재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동도 없고 숨소리도 나지 않는 시체 관극이 답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관극은 더더욱 답이 아니다. 그러나 예술은 남녀노소 공유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더불어 관객의 층이 두터워질 때 발전도 가능하다. 공연 관람시, 나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끼치지는 않을지 되돌아보고, 관크를 당한 관객도 날선 지적보다는 정중함을 갖춰 이야기한다면 불필요한 마찰과 감정 소모가 어느 정도는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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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아

권율아 하우스 매니저
하우스 어셔 아르바이트로 공연장에 처음 발을 들여 지금은 서울 중심권의 극장에서 7년째 하우스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장애인 관객 서비스 및 접근성 향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slavm1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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