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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내 안전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권율아_하우스매니저

제172호

2019.11.21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 만큼 공연계의 성수기도 다가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음주가무와 술병으로 얼룩지는 연말 회식보다는 뮤지컬이나 공연을 단체로 관람하는 문화 회식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다시 말해 관객 유입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고가 일어날 확률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객석 내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관객들이 안전하게 공연을 보고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하우스의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안전관리는 크게 인력 교육 및 시설 관리로 나눌 수 있다. 우리 극장의 경우, 비상시 관객 안전을 위해 하우스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하우스 매니저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진행하는 응급처치 일반과정(응급처치 필요성과 행동요령, 상황별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등을 배우며 총 12시간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을 수료한다. 또한, 안내원을 대상으로 하여 1년에 8번의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내용은 주로 암전된 상황에서 비상구 위치 찾기 및 탈출 경로 이동, 포지션별 수행 역할 숙지 및 실습,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등이다. 위기상황을 대비해 호루라기와 유도봉, 랜턴(매우 강력한 밝기), 산소캔, 휠체어, 상비약이 든 구급상자도 출입구마다 배치한다. 구급약품의 경우,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비약(소독약, 밴드, 압박붕대, 지혈제, 연고 등)은 갖추고 있지만, 직접 복용해야 하는 약은 제공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혹시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진행하며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는 이동 시 부주의로 인한 ‘염좌‘이다. 공연장 내부가 어둡고 계단이 많기 때문에 관객뿐 아니라 안내원들도 종종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관객이 넘어지는 경우 기본 매뉴얼대로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에어파스 도포와 함께 압박붕대 처치를 진행한다. 하지만 시설의 문제와 같은 근본적 해결이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한다. 가능하다면 관객이 많이 이동하는 시간에 안내원이 상주하여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에 주의 표시와 함께 발광 테이프나 안전 테이프를 붙여 관객의 인지를 높임으로써 사고 발생을 줄인다. 실제로 위의 두 방법으로 관객이 넘어지는 사고가 98% 이상 줄었다.
최근 들어 빈도가 잦게 발생했던 상황은 객석 내 관객의 폐소공포증이다. 소극장에서 매우 어두운 분위기의 연극을 진행할 때였다. 공연의 분위기가 무거운 만큼 적은 수의 조명기가 걸렸다. 공연장 내부에 익숙한 안내원들도 바닥을 더듬어가며 위치를 가늠할 정도였다. 공연 중반 무렵, 한 관객의 숨소리가 매우 크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공연이 지루하여 코를 고는 줄 알았다, 공연을 진행하는데 방해될 정도의 큰 소리가 지속되어 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근원지를 찾았다. 관객은 의자에서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눈을 끔뻑끔뻑 뜬 채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근무 중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해 조용히 다가가 물었더니 숨을 쉴 수 없다고 하였다.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이동을 도와드렸다. 로비로 이동한 관객의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호흡도 일정치 않았다. 담요와 생수를 갖다주고 편한 소파 위에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뒤 상태를 계속 확인했다. 십 여분쯤 지나 안정된 관객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확인하지 않고 대처가 늦어졌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하우스 스탭이라면 위기 상황 발생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필히 숙지해야 한다. 주변 소방서 및 경찰서는 어디에 있는지, 인명 사고 발생 시 어떤 병원으로 후송할 것인지 등이다. 119가 오기 전까지 정확하고 신속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본 수칙을 정하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부적으로 안전수칙을 확립하는 것과 더불어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극장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주기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몸소 체득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서울 시민 안전체험관‘ 홈페이지에서는 사전 예약만 하면 무료로 현직 소방관들이 진행하는 양질의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선에서 관객을 응대하는 분들에게는 재난체험(지진, 태풍, 화재 사고 체험)과 심화과정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교육)을 추천한다. 특히 화재사고 체험은 연기를 꽉 채운 어두운 곳에서 탈출 시뮬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객석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비상탈출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앞의 두 교육과 더불어 전문소방시설(자동화재탐지 설비 및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들으면 객석 내 관객 안전관리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019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관객들이 좋은 공연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음에서 양에서 항상 노력하는 공연예술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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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아

권율아 하우스 매니저
하우스 어셔 아르바이트로 공연장에 처음 발을 들여 지금은 서울 중심권의 극장에서 7년째 하우스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장애인 관객 서비스 및 접근성 향상에 대해 관심이 많다.
slavm1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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