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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웹진의 발견

김연임

제176호

2020.02.20

다짜고짜, 고백
안녕하세요 웹진 <연극:in> 독자 여러분,
저는 이웃 웹진 <춤:in>을 만드는 일꾼1이자, 여러분처럼 웹진 <연극in>의 독자1입니다. 또, 아직도 극장에만 들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열혈관객1이고요, 공연 중에 가끔 도둑기침을 하고, 따뜻한 히터에 몸이 녹아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 민폐관객1이기도 합니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웹진’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웹진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한 분이 있다면 살짝 소개도 하고, 독자 여러분이 어떻게 웹진을 더 재미나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살짝 힌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웹진을 만든 지는 3년이 좀 넘었습니다. 조금쯤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고민하며 헤매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사실 저는 웹진을 만들기 전까지 웹진을 잘 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인터넷 기사와 블로그, 각종 정보들은 종종 찾아보곤 했지만, 여전히 손에 턱 잡히는 종이책과 잡지의 물성을 좋아하고, 시금털털한 인쇄된 종이 냄새와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넘어가는 책의 촉감에 매료되어 있었죠. 보지는 않지만 모으는 것도 좋아해서 한때는 작은 자취방에 책 인테리어(?)도 하고, 정말 좋아하는 잡지들은 빼놓지 않고 모아놓는 통에 이사 갈 때마다 고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웹진과 거리감이 있었던 이유는 - 종이 책과 잡지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 다른 한 편으로는 새로운 기술과 책/잡지를 모니터나 태블릿PC, 휴대전화를 통해 보는 게 낯설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기계치거든요.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를 주변에서 가장 늦게 사용하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고장도 많이 내고요. 낯설고 귀찮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웹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종이책, 종이 잡지는 만들어 보았어도 웹진이라니요! 간간히 보긴 했어도 만들어야 한다니요! 그래서 바로 그 날부터 웹진은 무엇일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웹진의 시작
너무 막막한 ‘웹알못’ 일인의 첫 시도는 컴퓨터 앞에 앉아 사전을 찾는 것이었어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과 잡지(magazine)의 합성어로 인터넷 상에서 발간되는 잡지를 말한다. 기존의 종이매체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웹진은 멀티미디어적 요소의 도입, 독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컴퓨터, 게임에서부터 영화, 음악, 각종 생활 정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주부와 중장년 층을 위한 웹진, 직종별 웹진 등도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체 검색기능을 갖추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웹진 (매일경제, 매경닷컴)
여기서 제가 힌트를 얻은 것은 ‘인터넷 상에서 발간’, ‘기존의 종이매체에서 과감하게 탈피’,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 ‘멀티미디어적 요소의 도입’, ‘독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젊은 층의 호응’, ‘특정 대상/분야별 특성화된 웹진’, ‘자체 검색기능’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언제’, ‘무엇을’, ‘왜’, ‘어떻게’ 읽을까를 상상하고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춤’이나 ‘연극’처럼 특정 장르의 예술이 제목에 들어가는, (서울무용센터나 서울연극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웹진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물론 이후에는 이런 저런 웹진을 보면서 연구도 하고, 전문가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으며 숱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왔습니다만 여전히 비슷한 문제와 씨름하며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웹진 만들기
이제 만드는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요. 사실 잡지는 책과 조금 달라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하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 사실 각 꼭지가 ‘흥미롭고’, ‘재밌고’, ‘의미 있으면’ 되지요. 하지만 우리의 잡지를 읽는 독자들도 다양하고, 또 그 다양한 분들이 원하는 것 역시 꽤 다양하답니다. 그러니, 각기 다른 취향과 필요를 충족시키고, 매체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지키면서, 밋밋하고 지루하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 편집한 음반을 선물하듯 각 아이템의 신중한 선택과 큐레이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우선은 콘텐츠가 좋아야죠. 편집 회의 땐 편집팀 모두 부지런히 다음호 콘텐츠 주제와 이슈는 물론, 기획 취지에 맞는 필자를 리서치하고 또 수소문 합니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분께 의뢰 드려도 꽤 자주 거절당하고, 일정을 맞추기 힘들고, 급한 일이 생겨 다른 분을 찾아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을 의뢰했다고 끝은 아닙니다. 마감에 맞춰 글이 도착하도록 부지런히 알람도 드리고, 글이 늦어지면 읍소와 독촉도 드리고, 그래도 못 주시면 가끔 협박도(아, 농담입니다) 드리고. 아주 가끔 글을 못 주시겠다는 말없이 잠적하는 필자가 있을 땐 (거짓말 안하고) 편집자는 찔끔, 울기도 합니다.
좌담처럼 여러분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경우 역시, 여러 사람의 시간과 장소를 맞추느라 며칠이 지나 가기도 하지요. 그래서 마침내 대화를 나누면 정리하고, 편집하고, 또 말씀 나눈 분들에게 다시 확인하고, 돌아온 피드백들을 모아 또 편집하고, 틀린 곳이 없나 보고 또 보고 내용에 맞춰 사진도 넣고. 그러고 나면 돌려보고 또 보고 웹 퍼블리셔에게 넘깁니다.(헉헉) 퍼블리셔가 콘텐츠를 얹혀 기본 디자인을 해 주시면 저희는 또 오탈자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지요. (물론, 이렇게 보아도 꼭 틀린 글자가 나온다는 게 미스터리.)
게다가 아무리 웹진이지만 시각적인 보는 재미도 드리고 싶으니, 보다 나은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도 우리의 큰 숙제입니다. 사진도 열심히 고르고, 찍고, 또 비슷한 사진 수 십장을 앞에 놓고,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해 가며 여러 명이 둘러 의견을 내고 인기투표를 하기도 하고요. 수 십, 수 백 명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 중 우리 콘셉트와 글에 잘 맞을 분을 찾아 요렇게 저렇게 합의하며 부탁드리고요.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잡지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연희문학창작촌에서 발행하는 웹진 비유(좌)와 서울무용센터에서 발행하는 웹진 춤인(우)
웹진 사용법
웹진이 기존의 종이 잡지와 가장 다른, 그래서 장점인 점은 뭐니뭐니해도 ‘인터넷을 통해 발간’되고 부수의 제한이 없어서, 인터넷만 된다면, 발행 부수에 상관없이 저 멀리 울릉도, 마라도에서도, 바다 건너 갈라파고스, 남극이나 북극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 끝까지 널리널리 구독과 추천 부탁드려요) 원하신다면 몇 년 전에 발행했던 원고도 보실 수 있고요, 댓글도 달아 실시간 의견도 주실 수 있습니다. 또 웹진은 종이 잡지에 비해 더 여유롭게 글을 실을 수 있어서, 편집하기 아쉬운 귀한 의견과 대화를 가능한 많이 실을 수 있습니다. 쪽 수의 제한이 덜하니 생생한 현장 사진도 더 넣을 수 있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나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 링크도 넣고 말입니다.(꾹꾹 눌러 보아주세요) 사실 원고는 하나이지만 그 안에는 각종 참고 자료들이 함께 있어서 더욱 풍성한 콘텐츠가 될 수 있지요. 또한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내가 찾고 싶은 바로 그 꼭지, 그 필자의 글을 키워드 검색으로 바로 찾을 수 있으니 그 엄청난 분량의 종이 잡지를 뒤적뒤적 찾는 수고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매번 인쇄를 위한 시간과 프로세스를 절약하여 시간과 비용 역시 아낄 수 있습니다. 그 덕에, 조금 더 유연하게 잡지를 만들 수도 있고 또 더욱 최신의 콘텐츠를 성실하게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등장인물 소개와 감사 인사
이 모든 과정은 물론 혼자 할 수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편집부에는 편집장, 에디터와 편집위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를 주관하는 센터에서는 웹진의 살림을 고민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합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궂은 상황에도 묵묵히 함께 해 주시는 사진작가님과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와 딱 어울리는 이미지를 창작해 내어 주시는 일러스트 작가님이 있고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신속하게 콘텐츠를 우리가 웹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얹어 구성해 주는 웹 퍼블리셔는 우리의 콘텐츠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합니다. 훌륭한 생각과 주옥같은 글 주시는 패널과 필자분들, 무엇보다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우리의 독자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함께 만들 듯, 웹진도 여럿이 함께 만듭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죠. 세상에 쉽게 올라가는 공연이 없듯, 쉽게 만들어 지는 웹진도 없습니다. 모든 마감엔 ‘피, 땀, 눈물’이 함께 합니다. 그러니 매섭지만 사랑이 담긴 눈으로 보아주시길.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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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임

김연임
웹진 <춤:in>을 만듭니다.
호기심을 밥으로 삽니다. 대부분 보고 가끔 씁니다.
창작하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괜찮고 웃기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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