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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을 왜 하지?

[큐투큐] ㅋㅌㅋ

정양아, 전성현

제219호

2022.05.26

큐투큐(Cue-to-cue)는 극장에서 이뤄지는 리허설의 일종으로, 큐와 큐를 중심으로 연극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맞춰보는 작업입니다. 객석 오픈 시점, 조명 변화, 음향 타이밍, 무대 전환 포인트 등 모든 지점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큐로 존재하며, 공연 한 편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큐로 구성됩니다. 큐투큐는 연극 제작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작업으로, 여기에는 프로덕션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합니다. 누군가는 큐를 지시하고, 누군가는 고 버튼을 누르며, 누군가는 타이밍에 맞춰 등장하고 흩어집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극장 리허설을 넘어, 연극 작업 전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큐와 큐 속에 흐르는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보려 합니다. 하나의 큐가 주제로 던져지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필자들이 그 큐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예정입니다.
양아
나한테 글 청탁을 해 온 이유가 ‘그린피그는 커튼콜을 안 하기 때문’이야.
성현
그럼 우리가 왜 안 하게 됐냐를 이야기해보면 되겠네. 그린피그라고 했지만, 사실 윤(한솔) 연출이 안 하기 시작했지. 초창기에는 했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는 건 <의붓기억>(<의붓기억-억압된것의귀환>).
양아
그게 시작인가?
성현
그게 시작은 아니었을 거야.
양아
<사사늑>(<사람은 사람에게 늑대>)은 했나? 그게 먼저잖아.
성현
안 했던 것 같아. 근데 <의붓기억> 같은 공연이야 커튼콜을 안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는데 <사사늑>은 그렇진 않잖아. 사실 커튼콜을 한다는 건 지금까지 우리가 한 게 연극이었습니다, 이런 표시잖아.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연극이었을 뿐이니까 그냥 박수 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편안한 일상을 보내라는 신호 같은 거. 해석을 하자면 커튼콜이 그런 거고. 그런 거에 대한 반감 같은 거지.
<의붓기억> 같은 경우 전쟁의 어떤 부분을 얘기하고 싶고 그건 어떤 발언인 경우가 많으니까, 그럴 때는 보통 전략이 계속 우리가 연극을 보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거지. 그게 브레히트를 계승한다는 거. 브레히트가 얘기한 서사극이라는 게 이렇게 연기를 하고 한 발 빠져나와서 이랬습니다, 하고 설명하는 식이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연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주는 거에 커튼콜을 안 하는 것도 포함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
양아
아무래도 드라마가 강한 연극은 관객들도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웃고 즐기고 위로받고, 마지막엔 연극에서 빠져나와 신나게 박수를 치고 갈 수 있는 공연이라면, 그린피그는 불편한 공연들을 많이 했던 거지.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공연이 많이 없었어.
그래도 정말 커튼콜이 어울리는 공연이 하나도 없었을까…?
성현
그냥 다 안 했으니까.
양아
이번에 10년 만에 <나무>(<나무는 신발 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재공연을 했잖아. 10년 전에도 마지막에 3분, 4분의 시간을 견디고 서 있었다? 근데 그때랑 지금이랑 관객들의 반응이 달라졌어. 그때는 마지막까지 관객들이 나가지 않고 앉아 있었거든. 근데 이번에는 관객들이 ‘그린피그는 커튼콜 안 해’ 이러면서 나가버리는 거야. 그래서 마지막 노래를 듣지 못하고 나가는 관객이 생겼고, 극단 동생이 그게 속상해서 운 일도 있었어. 몇 년 된 거 같아. 그린피그는 커튼콜을 안 한다고 소문 아닌 소문이 난 게. 그러다 보니 분장실에서 박수를 받을 때도 가끔 있어. 어떻게든 박수를 쳐주고 싶은데 커튼콜을 안 하니까. 분장실에서 받는 박수의 느낌이 또 다르거든.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지.
성현
근데 배우들한테는 커튼콜을 안 하는 게 뭐랄까, 손해잖아.
양아
배우들한테는 손해지. 아, 그러고 보니 <연기왕>(<나는야 연기왕>) 할 때. 그때도 커튼콜이 없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 앉아 있었거든. 객석에 불이 들어왔는데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는 거야. 그때 울었던 기억이 나. 그 공연 준비 기간이 너무 힘들었거든 매일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그 연기에 대한 평가를 받고, 점수를 받고. 근데 그 박수가 꼭 나한테 고생했다고 말해 주는 거 같았거든. ‘아… 이래서 커튼콜을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잠시 들었었지.
본문사진1
양아
근데 지금은 커튼콜을 하라고 하면 웃기게도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 어떻게 커튼콜을 하는지도 잊은 거 같아. 너무 불편해.
성현
배우가 아닌 그냥 자연인으로 나와서 서 있어야 하는 거잖아. 이렇게 까발려진 채로. 사실 커튼콜은 연출을 위한 건 아니거든. 배우를 위한 거니까 안 한다는 선택이 어렵지 않아, 연출로서는. 커튼콜은 사족이야. 그렇잖아. 연출은 커튼콜을 연출할 이유가 전혀 없어.
양아
그렇지. 커튼콜이 그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아니니까.
성현
요새 어떤 이슈에 대해서 하는 얘기들이 많잖아. 그러면 커튼콜도 같이 포함해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 그냥 다들 하니까 하는 게 아니라.
양아
맞아. 어떻게 보면 윤쌤(윤한솔 연출)은 마지막을 인사를 안 하게끔 만드시는 것 같기도 해. 커튼콜을 하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까. 사실 커튼콜이 없어서 좋았다는 공연도 꽤 있었던 걸로 알아.
성현
우리가 커튼콜을 갑자기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할 수 있어. 어떤 생각이 없더라도, 여기서 이렇게 끝났는데 나와서 인사를 한다고…?
양아
처음엔 나도 계속 커튼콜을 안 하는 게 이해가 안 됐지. 그러다 납득이 되는 공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뭐 당연히 안 하는 거지!
성현
다른 말로 하면 커튼콜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거야. 공연에서.
양아
공연은 문제 될 게 없지. 배우도 빨리 집에 가고 좋지 뭐.
성현
그래 커튼콜을 하는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또 부담일 수도 있어. 그렇지?
양아
그렇지. 실수 한 날에도 관객 앞에 서서 눈을 마주쳐야 하니까. 박수야 받으면 좋지만 그건 배우 개인적인 생각이고, 작품 전체를 봤을 땐 또 다르지.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배우만 떼어 놓고 보지 않고 작품 전체를 봤을 때 커튼콜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거 같아. 커튼콜만 배우를 따로 떼고 얘기를 하는 것도 웃기긴 해. 나도 배우지만.
성현
내 생각에는 그거밖에 없을 것 같아. 커튼콜은 그냥 전통적인 공연 관람 경험을 위한 전략이라는 거. 그래서 감정이입을 통한 어떤 카타르시스와 정화, 이걸 목표로 하는 연극이 아닌 이상, 커튼콜이 딱히 미학적인 의미가 있을 게 없을 것 같아.
양아
윤쌤… 평생 커튼콜 안 하시겠지? 언젠가 하시려나?
성현
커튼콜 하는 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제 사람들이 알잖아.
양아
나는 그래서 한 번 관객들의 뒤통수를 노려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성현
어떤 공연에 적합하면 커튼콜 하는 거야. 장면 안에 넣는 거지.
근데 커튼콜을 왜 해야 돼?
양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없지.
성현
그래. 꼭 해야 되는 건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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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아,전성현

정양아,전성현
정양아
그린피그 배우

전성현
그린피그에서 희곡을 쓰고 있습니다.
<174517>, <동시대인>, <천만개의 도시> 등을 공연했습니다. withoutlev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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