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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만나기 전 거쳐야 하는 통로, 티케팅

[큐투큐] ㅌㅋㅌ

여름

제222호

2022.09.29

큐투큐(Cue-to-cue)는 극장에서 이뤄지는 리허설의 일종으로, 큐와 큐를 중심으로 연극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맞춰보는 작업입니다. 객석 오픈 시점, 조명 변화, 음향 타이밍, 무대 전환 포인트 등 모든 지점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큐로 존재하며, 공연 한 편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큐로 구성됩니다. 큐투큐는 연극 제작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작업으로, 여기에는 프로덕션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합니다. 누군가는 큐를 지시하고, 누군가는 고 버튼을 누르며, 누군가는 타이밍에 맞춰 등장하고 흩어집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극장 리허설을 넘어, 연극 작업 전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큐와 큐 속에 흐르는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보려 합니다. 하나의 큐가 주제로 던져지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필자들이 그 큐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예정입니다.

어떤 기억 하나. 기다려왔던 공연의 대략적인 개막일을 알게 됐다. 적어도 개막 한 달 전에는 티켓 오픈을 할 줄 알았는데 영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티켓 오픈일을 기다리는 동안 ‘혹시 개막일이 연기된 건가?’ 불안해하며 걱정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티켓이 오픈되어 공연을 예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기존에 있었던 할인 혜택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의문이 들면서도 괜스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기억 둘. 이전에 한 공연을 예매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예매 상세 페이지에 작품 소개와 줄거리는 있었지만 출연 배우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간혹 티켓 오픈 당일에 포스터를 먼저 올리고 그 이후에 예매 상세 페이지를 올리는 경우도 있기에 나중에 다시 확인해야겠다고 넘어갔다. 그러나 내가 궁금했던 정보는 예매 상세 페이지에서‘는’ 끝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어떤 기억 셋. 기대와 달리 보고 나서 좋았던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프리뷰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객석이 많이 차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나 연출, 극본이 별로였던 것도 아니고 할인 혜택이 적었던 것도 아니었다. 특히나 그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공연하고 있었던 다른 작품은 연일 매진이었기에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서야 다행히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만났지만, 같은 장르 안에서도 눈에 띄게 객석 점유율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실감했다.

여러 공연의 티켓이 붙여져 있는 몇 권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필자가 그동안 모은 티켓북 (사진 제공: 필자)

티케팅. 관객에게 티케팅이란 ‘그간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기다림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가 아닐까? 그렇다면 티케팅은 ‘떨림’과 ‘들뜸’으로 차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또다시) 연달아 받는 스트레스’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보고 또 봐도 한숨만 나오는 대기 번호,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의 줄임말)……. 오죽하면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의 줄임말)’이란 단어까지 생겼을까?
이렇듯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티케팅에 대해 다양하게 말할 수 있다. 여기서는 ‘티케팅까지 관객을 이끄는 주된 요소가 무엇인지’ 개인적인 경험을 빌려 말해보고자 한다. 앞서 떠올린 기억과 연관 지어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배우, 연출, 혹은 극단이 올리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티켓 가격과 할인 혜택’, ‘공연 정보’에 따라 예매할지 안 할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티켓 가격과 할인 혜택

‘이 공연은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니 반드시 봐야 한다!’라고 결심한 공연이 아닌 이상은 보통 ‘납득할 만한 가격인가?’ 혹은 ‘정가가 조금 부담스럽지만 할인 혜택을 받으면 괜찮은가?’라고 판단을 거쳐 예매한다. 다양한 할인 혜택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조기 예매 할인’과 ‘프리뷰 할인’은 티켓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할인 혜택이자, 모객을 위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할인 혜택이다. 특히나 입소문을 통해 객석 점유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꼭 필요한 할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할인율을 낮추거나 있었던 할인 혜택을 없애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할인 혜택이 전무해도 전석 매진에 자신 있는 공연이면 그래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공연 개막 직후까지 할인 혜택이 적었다가 뒤늦게 낮은 객석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랴부랴 할인 이벤트를 열면 ‘진작 할인 혜택이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왜 이제야?’라는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일찍 예매했는데 나중에 그런 할인 이벤트를 보면 ‘괜히 미리 예매했나?’라고 후회하게 된다.
반면 참신하고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을 보면 없던 관심도 갑자기 생기게 된다. 연극 <닭쿠우스>가 바로 그러한데, 2019년 재연 때 할인 혜택으로 ‘닭 먹고 공연 본닭’이 있었다. 치킨 영수증을 가지고 있으면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이다. 우연히 보고 ‘신박하네!’라고 웃었는데 다른 할인 혜택도 참신한 나머지 기억에 강하게 남아 공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졌다.

삭발한 머리에 빨간 정장 재킷을 입은 남성이 정면을 보고 있다. 조금 아래쪽에서 그 남성을 쳐다보며 그에게 안긴 또 다른 남성이 있다. 빨간 머리에 윗옷을 입지 않았다. 포스터 하단에는 “소년은 오직 너게뜨라는 닭만을 포옹 헌댓시유!”라고 쓰여있다.
연극 <닭쿠우스>(2019) 공연 포스터 (출처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 할인 정보가 표로 제시되어 있다. 할인명은 다음과 같다. “조기예매할인” “딹띠할인” “2018 닭쿠우스 재관람할인” “전세게 에쿠우스 공연티켓소지자” “청소년할인” “닭먹고 공연본닭” “예술인패스” “2019 닭쿠우스 재관람할인”"
연극 <닭쿠우스>(2019) 공연 할인 정보(출처_인터파크티켓)

공연 정보

공연 정보, 정확하게는 예매 상세 페이지에 적힌 공연 정보를 보면서도 그 공연을 볼지 안 볼지 정한다. 결정하기 어려울수록 예매 상세 페이지를 반복해서 보는데 작품 소개문이나 연출 의도를 읽다가 특히 와닿는 부분이 있으면 ‘이 작품은 괜찮을 거야!’라고 믿으며 예매한다. 혹은 구체적인 줄거리를 읽다가 왠지 작품이 흥미로울 것 같아도 예매한다.
반면 티켓 오픈 때 포스터 외에 다른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정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걸 보고 예매할지 안 할지 결정한다. 때로는 예매 상세 페이지에 작품 소개문이나 줄거리가 담겨 있어도 전반적으로 어떤 작품인지 감이 안 잡히면 다른 관객의 공연 후기를 보기 전까지 예매를 보류한다.

그리고… 티켓 오픈 일시

티켓 오픈의 시기에 따라 미리 공연 관람이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관람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가령 공연 개막 약 3달 전에 티켓 오픈을 하면 미래의 개인 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표를 잡기 어렵다. 그렇다고 임박하게 공연 개막 2주 전에 티켓 오픈을 하면 그때는 이미 개인 일정이 있거나 비어있는 날짜에 다른 극을 보러 가기로 정해 놓은 상태이기에 예매 자체를 못 한다. 그렇기에 티켓 오픈 일시도 티케팅 가능 여부에 의외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은 ‘티케팅’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즉 관객은 ‘티케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공연을 만드는 배우, 연출, 스태프 등과 만나고자 적극적으로 걸어 나간다. 이때 관객이 ‘티케팅’이라는 통로를 지나가다 어떠한 사유로 발걸음을 돌린다면 이들이 서로 만날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작사 혹은 극단은 관객이 ‘티케팅’이라는 통로에 기꺼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관객을 통로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진입 장벽은 무엇인지, 혹은 들어갔다고 해도 중간에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장애물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부숴야 한다. 물론 제작사 혹은 극단마다 홍보 마케팅에 신경 쓸 수 있는 여력이 다름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부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줬으면 좋겠다. 진입 장벽, 장애물이 조금이라도 허물어진다면 1명이 망설이다 지나간 통로를 5명, 10명… 이 정도는 지나갈 수 있다고 건너가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공연을 보고자 하는 이와 만드는 이가 만나는 순간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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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연극을 보며 찰나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 생각을 가능한 놓치지 않으며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 찰나에 느끼는 것들이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 줄 때가 있으니까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연극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습니다.
heutemona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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