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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큐투큐] ㅌㅋㅌ

이지원

제226호

2022.11.24

큐투큐(Cue-to-cue)는 극장에서 이뤄지는 리허설의 일종으로, 큐와 큐를 중심으로 연극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맞춰보는 작업입니다. 객석 오픈 시점, 조명 변화, 음향 타이밍, 무대 전환 포인트 등 모든 지점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큐로 존재하며, 공연 한 편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큐로 구성됩니다. 큐투큐는 연극 제작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작업으로, 여기에는 프로덕션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합니다. 누군가는 큐를 지시하고, 누군가는 고 버튼을 누르며, 누군가는 타이밍에 맞춰 등장하고 흩어집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극장 리허설을 넘어, 연극 작업 전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큐와 큐 속에 흐르는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보려 합니다. 하나의 큐가 주제로 던져지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필자들이 그 큐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예정입니다.

필자는 올해 한 창작극의 기획과 출연을 맡았다.
처음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해 한참을 잡고 있었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이나 작품에 대한 여운과 설렘으로 일상이 가득 찼다. 두근거림에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겨우 눈을 붙였다가 아침에 잠이 깬 순간부터 다시 두근거림으로 시작한 나날들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봐서, 내가 선물받은 감정을 그들도 선사받길 바랐다.
하지만, 현 연극계의 관객들은 한정적이다. 어느 날 회사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이 올해 올라온 뮤지컬은 여러 개 알지만, 연극은 어떤 작품이 공연됐는지 단 한 작품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연극 관람객 대부분은 창작진 지인, 연극 관계자, 지망생, 그리고 소수의 마니아층이다. 소위 대중, 일반 사람들은 올해 어떤 연극이 공연됐는지 잘 알지 못한다.
물론 관객 수(대중성)와 예술성은 비례하지 않는다. 상호 독립적인 관계이다. 관객 수에만, 상업성에만 집중하는 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난 이 작품의 뛰어난 예술성에 확신이 있었으므로, 많은 관객들과 이를 나누는 것이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다.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나의 기획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래,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났으니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보자! 뮤지컬도 대중들에게 보편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외국에서는 연극이 익숙한 장르이니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첫발에 기여 해보자!!!”

불타는 마음과는 별개로, 아쉽게도 나는 전문 기획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부 다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했다. 많은 시도를 했고, 그중 네 가지를 소개한다.

1. SNS 계정을 통한 작품 홍보 및 다양한 이벤트 개최

단체 전용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개설했다. 포스터와 작품 소개를 올리고, #(해시태그)를 통해 공연 관련어들을 전부 검색해서 태그를 사용한 사용자들을 전부 팔로우했다. 약 한 달에 걸쳐서 300명 정도의 팔로워를 만들었다. 또한 ‘작품 해시태그/리트윗/스토리 공유’ 초대권 추첨 이벤트 등을 열어 홍보 효과를 노렸다.

2. 흥미로운 할인 목록/ 높은 정가, 큰 폭의 할인율

관객들은 티켓을 구매할 때 정가보다 할인율이 반영된 실구매가를 더 중요시한다. 이에 따라 정가를 5만 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하여 베블렌 효과를 노리고, 실제적으로는 다양한 할인 목록을 제시하여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였다. 또한 재치 있고 할인율이 높은 항목은 이벤트 효과에 따라 관람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 코스튬 착용 시 50% 할인)

다양한 할인명과 할인율, 할인안내가 적힌 표. 예를 들면, 공룡인간 할인은 공룡옷(에어코스튬) 착용 관객, 깃털인간 할인은 인조퍼자켓 혹은 깃털옷 착용 관객, 깃털 할인은 이름에 “깃, 털”이 들어가는 관객, 공룡 할인은 이름에 “공, 룡(용)”이 들어가는 관객, 반려공룡 할인은 공룡관련 모든 물품 제시. 힘내라 직장인 할인은 사원증 증빙, 암모나이트 할인은 화석들을 위한 3학년 이상 대학생 할인을 의미한다.
연극 <깃털공룡> 할인 정보 (이미지 출처: 인터파크)

할인받는 대상은 관객들이니, 관객들에게서 직접 공모를 받았다. 이벤트에 참여할 경우, 관람 의사가 없던 관객도 공연에 대한 흥미가 높아질 수 있다는 효과도 노렸다. 작품 시놉시스와 관련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약 150개가량 쏟아져 나왔다. 실현 가능하며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채택해서 사용하고, 채택된 이들에겐 초대권을 증정했다.

3. 커뮤니티 홍보

인터파크 실 예매자 후기와, 연극/뮤지컬 마니아층 커뮤니티 후기 IP 대조 시 80%가 일치한다는 리서치 결과 발표 이후, 몇몇 대기업 공연 기획사에는 커뮤니티 관리팀이 생겼다. 마니아층 확보가 관객 수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인 뮤지컬 마니아층의 관람을 확보하는 경우, 자연스러운 입소문 및 SNS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
커뮤니티 이용자는 연극보다는 거의 뮤지컬 마니아층이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공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연극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뮤지컬이 많이 대중화되어 있고 그 마니아층 규모도 커졌으니,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연극계로 최대한 많이 끌어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대기업의 정보도, 팀도 없으니 진정성으로 승부 보고자 했다. 커뮤니티에 관계자임을 밝히고 공연이 좋다면 후기를 남기는 것을 조건으로 초대권 이벤트를 열었다.
아무 정보 없이 뛰어든 위험한 시도였다. 대부분은 즐거워했고 적극적으로 솔직한 후기들을 공유했다. 하지만 어떤 이용자들은 관계자의 개입에 분노를 표했고, 몇몇 창작진들은 관객 전용 커뮤니티에 직접적인 개입을 한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러 기획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기획에 있어서 예술적 부합, 철저한 시장 조사, 사전 조사 및 계획이 필수적임을 깨닫는 사건이었다.

4. 관객들과 적극적인 소통

공연 SNS를 운영하면 ‘불편사항 개선 요청’, ‘공연에 대한 후기’ 등 다양한 내용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나는 당시 출연을 겸했기에, 공연을 마치면 바로 메시지 창을 확인하고 최대한 빠르게 모든 사안들에 대해 답변을 남겼다.
관리자로서 딱딱하고 형식적인 메시지는 지양했다. 연극의 매력이 ‘무대와 관객의 한 호흡’인 만큼, 이 또한 공연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을 준비할 땐 관객에게 선물을 주는 마음으로 임한다. 후기에 대한 감사 인사를 남기더라도 진심을 담아 소통하고자 애썼다.

좋은 작품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전력을 다해 애썼고 마음을 쏟았다. 하지만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의 기획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확산세가 정점이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충분한 관객 모집이 되지 못했고, 창작진들에게 아쉬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성취라는 건, 단순한 염원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뼈에 새긴 시간이었다. 더 전문적인 조언들과, 많은 시간과, 체계와 리서치가 필요했으리라.
하지만, 다양한 시도 없이는 성공 사례도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금번 사례가 추후 등장할 훌륭한 기획에 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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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이지원
내면은 자라나는 꿈들로 터질 듯하다. 연기와 노래와 글을 사랑한다. 어떤 태도와 어떤 사고로 어떤 작품을 하느냐, 본질을 향해 건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펼쳐나가고 싶다. 연극 , <하녀들>, <깃털공룡>에 참여했다. jwlee08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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