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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큐투큐] ㅌㅋㅌ

김민솔

제227호

2022.12.08

큐투큐(Cue-to-cue)는 극장에서 이뤄지는 리허설의 일종으로, 큐와 큐를 중심으로 연극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맞춰보는 작업입니다. 객석 오픈 시점, 조명 변화, 음향 타이밍, 무대 전환 포인트 등 모든 지점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큐로 존재하며, 공연 한 편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큐로 구성됩니다. 큐투큐는 연극 제작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작업으로, 여기에는 프로덕션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합니다. 누군가는 큐를 지시하고, 누군가는 고 버튼을 누르며, 누군가는 타이밍에 맞춰 등장하고 흩어집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극장 리허설을 넘어, 연극 작업 전 과정에 존재하는 수많은 큐와 큐 속에 흐르는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보려 합니다. 하나의 큐가 주제로 던져지고,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필자들이 그 큐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예정입니다.

처음에 공연장에 간 적이 언제였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그 감정을 기억한다.
연극을 보러 간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연극을 찾아 예매를 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그 마음이었고, 나는 그 모든 것이 공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나에게 내 이름이 쓰인 대본이 주어졌고, 연습실로 출근을 했으며, 연극 셋업을 함께 하고 공연 당일!!!! 공연장에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사실, 그냥 훌륭한 관객으로 남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티켓에 내 모든 것을 바쳤다

과거의 나.
“공연장 오는 것부터가 우리 공연의 시작이지. 공연장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 작품과 연결되게 해야지. 로비를 이러~~ㅎ게 꾸미고, 티켓을 어떻게 특별하게 전달을 할까. 티켓은 대학로에서 젤 이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지!!”
특별한 티켓을 만들기로 한 나는 이제 급기야 스스로 티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연 컨셉에 맞는 티켓을 만들자는 열망 아래, 작두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도장을 파서 몇백 장을 찍어서 모양을 만들었다. 그때 느꼈다. 이렇게 하니까 힘은 들지만 남는 티켓, 버리는 티켓이 없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대박!!
그 후부터 무대의 폐기물로 티켓을 만들기도 했고, 우리 팀원들의 그림으로 티켓을 그리기도 하면서 나의 질주는 시작되었다.
어느 날, 페트병 뚜껑을 모아놓은 분리수거함을 보았는데 너무 귀여운 것이 아닌가. 색색이 동글동글… 연습실에 갔는데 한 배우가 나에게 “이번에는 또 어떤 티켓을 만들 텐가…” 하여 “페트병 뚜껑을 모아주세요. 그것으로 티켓을 만들겠어요” 했다. 하지만 그 배우가 “너무 기대돼. 이런 건 어때?” 하면서 보여준 것이 나를 자극했고, 급기야 글라인더를 사서 그 뚜껑을 갈아서 다리미로도 녹여보고, 중탕 가열도 해보고 오븐에도 구워봤다. 결과는 대폭망. 다리미로 겨우 성공했지만 2시간에 티켓 1장을 만들었다. 아… 포기 선언!!
그 후에도 집에 있는 필름을 가져와서 티켓을 만들다 수량이 적게 나와서 관객이 좀 적게 오길 바란 적도 있었고(팀에서 알면 속상할 텐데…), 직접 실팔찌를 만들어 그걸 티켓으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 칭찬 듣고 좋아하다가, 퇴근길에 버려진 실팔찌를 보며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객석 의자에 관객을 위한 선물이 놓여 있다. 작은 수첩과 지우개 달린 연필을 노란 리본으로 묶은 것이다. 수첩의 겉면에는 <세월호 학교> 알림장이라는 제목 아래, 공연에 대한 질문이 있거나 궁금증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혜화동 1번지 [2022∞세월호] 엘리펀트룸 <세월호 학교> (2022) 관객 선물

코로나19에게 지지 않을 거라고!

사실, 코로나19를 겪으며 관객석이 반으로 줄어든 적이 있었다. 거.리.두.기. 객석.
가끔 동료들과 이런 말을 했었다. 이제 100명의 관객이 공연장에 오면 어떻게 티켓을 줘야 할지 걱정이야. 지금 총 40명의 관객들도 한꺼번에 몰려오면 당황할 때가 있어. 나 사실, 대극장 매표도 혼자 다 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지.
코로나19는 연극 종사자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초반, 2020년 2월 초 공연. 예매자들의 취소가 이어졌다. 마음이 너무 쿵쿵… 내려앉았다. 손 소독제 대란에 있는 것들은 다 사서 공연장에 가져왔고, 약국에 가서 손 소독제 만드는 법도 배웠다.
혼자 출입한 사람들 명단, 연락처 받는 것도 만들고(이것은 나중에 문진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만발의 준비를 했지만… 대극장 공연! 관객이 반밖에 없는데 어쩌지…
하지만 연출과 배우들은 관객이 실제보다 많이 있는 것으로 알았다. 휴… 다행이다.
사실 이건 나만의 비법인데, 비지정석 예매에 현장 좌석 배부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관객이 많아 보이게 좌석을 배부하는 것이다. 사실, 거리두기가 있기 전부터 관객이 많아 보이게 거리를 두고 좌석을 주는 권법을 나는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일정한 거리두기는 티 나기에 십상이라, 아주 정교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동료는 나에게 진정한 공간디자인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너무 심해져 공연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팀 내 확진자가 있지도 않았지만 그땐 그랬다. 예매자들에게 전화를 드렸다. 다들 따뜻하고 힘을 주는 말씀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힘을 주는 트위터 발견! “아쉽다… 흑흑 전화해주신 분이 말씀을 따숩게 해주셔서 뭔가 더 맘이 아파 다들 건강하셨으면”
그 글에 힘을 얻어 결심했다. 흥, 코로나 따위에 지지 않아!
한 소극장에 들어갔다. 거리두기 좌석에 X라고 쓰인 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슬펐다. 그래서 극장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꽃을 두었다. “꽃이 없는 곳에 앉아주세요~~”, “꽃이 있는 곳 옆자리에 앉아주세요~”
코로나가 기승인데 공연장을, 그리고 우리의 연극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X의 삭막함을 줄 수 없지. 그 후에도 카세트 테이프, 인형, 크리스마스 장식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등받이가 없는 긴 객석 의자의 중앙에 거리두기를 표시하기 위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놓여 있다. 녹색의 전나무 가지에 빨간 열매와 하얀 솜이 붙어 있다.
<산악기상관측>(2020) 객석 거리두기 표시를 위한 크리스마스 장식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공연 만들기 ing

현재의 나.
현재도 코로나는 우리와 함께 있지만 거리두기는 없어졌다. 늘 조심조심, 불안불안하지만 벌써 적응을 너~~~무 한 것이 신기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인간 김민솔로, 연극인 김민솔로, 기획자 김민솔로 고민을 좀 한 것 같다. 그때 공연의 접근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획자로서 나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연극이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과 동시에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연극 관람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그 플랫폼 또한 확장되었고,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변화시킨 코로나19는, 기획자로서 ‘지지 않을 것이야’, ‘최선을 다할 것이야’ 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 어떤 노력,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을 만들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품의 PD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나에게 엄청난 무게의 중압감이 되었고, 실제로도 과업이 과중해졌다. 그로 인해, 약 2달 정도 쉼을 가지기로 한 사이 ‘음성해설’을 공부하게 되었다.
인연 혹은 운명?! ‘음성해설’ 과정 수업을 통해 만난 한 연출가의 작품에 접근성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나의 연극 인생은 바뀌었다.
사실 기획자로 일을 하면서, 지금처럼 접근성이란 말에 익숙해지기 전에도 관객을 제일 처음 만나는 위치에서 나는 장애인 관객을 만날 준비를 했었다. 그러면서 놓친 부분을 알게 되는 경우들이 왕왕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미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어왔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접근성 매니저라는 역할을 하면서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은 기획자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점이 있었다. 티켓 예매 페이지에 안내문을 올리는 것은 기존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수어 영상 제작, 공연 음성 소개, 관객 응대 등에 있어 조금씩 다른 점을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배리어프리’ 혹은 ‘접근성’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공연 홍보물에 접근성 혹은 이동지원 문의를 위해 나의 전화번호를 노출해 두면, 정말이지 너~~~무나 많은 관객들로부터 관련 없는 문의가 들어왔다.
한편, 접근성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새로웠던 것은, 접근성 모니터링을 통해 장애 당사자분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던 것이다. 그분들의 의견은 해당 프로덕션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앞으로 매표소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접근성을 고려한 공연들을 만들 때 연출들은 나에게 말한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라고. 맞다.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차츰차츰 이런 노력들이 쌓여 대학로에 있는 공연장에 모두 경사로가 설치되고,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점자블럭이 아주 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꿈꾼다.
나의 동료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접근성 공연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최선의 방법으로 접근성을 향상하여 조금은 편하게 공연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 안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100%의 확신은 그 어디에도 없고, 정답은 없으니까.
앞으로 연극을 보고 싶은 누구라도 나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기분 좋게 공연장을 찾아서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길… 그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때의 감정이 남아있는 그 첫 공연장 방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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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솔

김민솔
베짱이를 꿈꾸지만 개미처럼 일하는 슬픈 연극인으로 독립 프로듀서이자 접근성 매니저로 활동하며, 음성해설 대본을 가끔 쓰고 있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중 관객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립 기획자로 일하고 있으며, <옥상 위 카우보이>, <2022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접근성매니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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