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인간관계의 확장인가? 소통의 단절인가?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극단 맨씨어터 <죽은 남자의 핸드폰>

최윤우 _ 연극 칼럼니스트

창간준비 4호

2012.05.31

“우리는 지금, 현재와의 연결이 느슨해졌어요. 아무도 자신이 있는 그 장소에 그 순간 있지 않아요. 모르는 사람들과 애기를 나눌 필요가 전혀 없어졌어요.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는 지금, 현재와의 연결이 느슨해졌어요. 아무도 자신이 있는 그 장소에 그 순간 있지 않아요. 모르는 사람들과 애기를 나눌 필요가 전혀 없어졌어요.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언제나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얼마나 그들을 잘 알고 있죠? 절대 만나진 않잖아요. 그저 대화만 할 뿐. 난 그게 정말 끔찍하게 무서워요” -극작가 사라 룰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2007년에 창단해 <갈매기>, <디너>, <썸걸(즈)> 등을 선보이며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와 그로 인한 고독을 담담하게 그려왔던 극단 맨씨어터의 신작이다. 디지털 시대 속 테크놀로지로 인해 겪는 인간 소외의 한 단면을 바라보게 하는 이 연극은 극작가 사라 룰의 희곡으로 2008년 뉴욕에서 초연, 2011년 영국에서 공연된 바 있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캐릭터들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탁월하게 잡아낸 작품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대인의 단절된 모습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놓았다.

    30대 여성 ‘진’은 옆 테이블에서 남자의 휴대폰이 계속 울리자 그에게로 다가가 핸드폰을 받을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금세 그(고든)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진. 구조대를 부른 후에도 그녀는 고든의 핸드폰을 계속 받으며 고든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진은 고든이 비밀 장기 매매자이며, 불행한 결혼생활과 오해로 가득한 어머니와의 관계, 가까운 사람들과 전혀 소통을 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가능했던 가족과의 소통이 핸드폰과 생전 만나지도 못한 진을 통해 변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연극은 죽은 남자의 핸드폰이 울리면서 시작된다. 그 전화를 받은 한 여자가 미로처럼 꼬인 남자의 인생을 풀어가는 작품으로 그 중심에 바로 ‘핸드폰’이 있다. 여자는 핸드폰 때문에 남자의 가족을 만나고, 그의 동생과 사랑에 빠지고, 죽은 남자의 영혼까지 만나게 된다. 결국 우연히 받게 된 죽은 남자의 핸드폰 때문에 여자의 인생 자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연극에서는 여자가 곧 핸드폰이다. 결국 남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전해주는 것은 바로 여자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핸드폰에 집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매개체. 아주 오래전 호출기에 중독돼 쉴 새 없이 공중전화로 달려가 저장되지도 않은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던 시절처럼, 잠시라도 울리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연극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허공에 떠도는 유령과 같은 관계 맺음이 아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마주치며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삶이라는 것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면식도 없었던 한 남자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그의 능동적인 대변인이 된 여자. 죽은 남자조차 풀지 못했던 가족과의 오해를 진심과 배려로 풀어나가며 관계를 회복시키는 그 과정에는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명확해지는 진정한 관계맺음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오가는 형식으로 담담하게 무대 위에 펼쳐 놓은 사라 룰의 <죽은 남자의 휴대폰>은 <햄릿>,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 수 많은 문제작을 선보이며 세밀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온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

    [사진제공] 극단 맨씨어터

  • 공연 포스터
  • 일시 : 2012년 6월 09일 ~ 2012년 6월 24일
    화수목금 8시 / 토 3시,7시 / 일 3시 / 월 쉼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소극장
    원작 : 사라 룰(Sarah Ruhl)
    번역 : 정호진
    연출 : 박근형
    출연 : 정수영, 황영희, 정재은, 한윤춘, 우현주, 김주헌
    문의 : (02)3443-2327 *공연정보 바로가기

 



 
[최윤우의 연극미리보기] 함께 나온 기사 보기

인간관계의 확장인가?
소통의 단절인가?

극단 맨씨어터
<죽은 남자의 핸드폰>

사랑할 수 있는 시간,
지금 이 순간이다

극단 조은컴퍼니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


명동예술극장
<그을린 사랑>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선택 버튼

최윤우

최윤우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역임했다. 연극평론가 및 새움 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술정책 및 제도, 특히 예술 현장에 적합한 지원정책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parodia@naver.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