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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들어내는 일

코로나19와 지역문화생태계 _공유성북원탁회의

한윤미

제178호

2020.04.16

지난 3월 31일 오후 3시, 성북구의 지역문화예술네트워크인 공유성북원탁회의의 3월 모임이 <코로나19와 지역문화생태계>를 주제로 페이스북 라이브와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사회는 정기황(문화도시연구소), 패널로 김용택(공동위원장, 문화예술교육자), 오선아(공동위원장, 배우), 유영봉(연출가, 월장석친구들), 이원재(시민자치문화센터), 이현(성북 문화재단 정책팀)이 참석하였다.
공유성북원탁회의 3월 모임 포스터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부터, 앞으로 그려가야 할 예술의 모습까지 두루 이야기하고 싶다고 기획된 이 자리에는 3월 31일 당시, 코로나19와 문화예술생태계에 관한 마땅한 포럼이나 공론장이 없는 상태여서 기대를 가지고 페이스북 라이브로 참석했다. 시작 30분 전부터 기술적인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시작할 때까지 30분간 내내 한 분이 훌라후프를 돌리는 모습이 친근하고 인상적이었다.
간략한 참여자 소개 후, 사회자는 이번 모임에 대해 가디언지(The Guardian)의 약속과 세계지방정부연합(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의 글을 일부 인용하며 ‘지역에서 예술가들의 역할은 희망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위기 상태에서 연대활동을 실천해야하며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 토론은 발제자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졌고, 주제 역시 이리저리 넘나들며 진행되었다.
재난 위기 속 문화예술계의 구조적 문제를 다뤘다.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공장식 축산업, 슈퍼 바이러스의 등장 등 인간 중심의 삶 속에 재난 사태는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예술은 중요하게 생각되고, 그것이 공감되고 있는가. 재난 위기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때, 문화예술인들은 사회 안에서 소통과 치유를 담당하고 비전을 함께 세울 수 있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예시로 관객간 2미터 거리 유지에 관한 조항이 포함된 서울특별시의 공문을 들었다. 이미 자체적으로 대비와 실행을 하고 있던 극장들도 있는데, 시민들에게는 오히려 공연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으며, 구상금 청구로 귀결되는 공문은 생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극장 환경에 대한 공감도, 예술계와의 합의도 없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문화예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재난 상황에서 드러난 지역 사회 안에서의 문제들에 대한 사례들이 이어졌다.
연령대에 따른 정보의 불평등으로 인한 접근성 차이와 마스크 구입의 어려움, 취약계층 맞벌이 가구의 자녀 돌봄 공백 발생,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생, 역으로 해외에서의 한국인 차별, 현 상황을 지역주의와 정치적 상황으로 이용하는 여론몰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리적 고립에 대한 우울감, 어르신들의 고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와 함께 학교라는 공간이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개학이 미루어지며 생긴 공백기는 학습의 불평등을 초래하였고, 예술교육도 지침이나 소통창구 없이 계획되고 있다고 하였다.
문화예술지원에 대하여 금전적 지원 뿐 아니라 그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예술가의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정하는가. 예술작품이 재화로 활용되고 있는 과정이나 참여 주체들에 대한 더 정확한 인식이 이루어진다면, 문화예술지원 체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을 평가하고 보급하는 방식이 지양되고, 창작물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하며, 이전 작업을 보고 지원하는 방식도 도입되어야 한다. 1-3월간 휴지기를 만드는 1년 단위의 행정편의적 사업 기간도 변화가 필요하며, 동시에 문화예술인에 대한 직업군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국이 잦아들 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취소된 사업들의 예산을 지원체계의 변화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대체하고,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시도를 이끌어야 한다. 지역과 공동체에서 창작자의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현재의 생존을 위해 지원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TF를 구성하고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드는 것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문화재단은 협력적 공공기관이 되어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빠른 시일 내에 만나 전 영역에 대한 회의, 제안, 매뉴얼을 작성해야 한다. 문화예술가들이 먼저 의견을 모으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재난시대에 더 적극적인 실험과 상상으로 거버넌스를 만들자고 하였다.
지역의 문화자산과 공감대를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촉구가 있었다.
지역문화 생태계에서 시민들 개개인의 관점과 실천,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예술종사자들이 살고 있는 생활권 즉, 삶의 공간과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다면, 지역 커뮤니티가 안전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과 예술인들이 연결되는 망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하였다.
재난에 대처하는 성북구 예술가들의 제안도 오갔다.
많은 어르신들이 성북 지역에서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배달하려고 계획 중이다. 어르신들에게는 고립과 외로움이 코로나보다 더 큰 문제이다. 새로운 방식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런 가치들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공유성북원탁 예술가들의 선언. 공유성북원탁의 은행 만들기(9억의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이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방법 나누기.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겪은 일상을 글로 모아보기. 이 위기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각자 고민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공연이나 전시 등으로 접근 및 실행에 옮기기 등의 제안이 있었다.
공유성북원탁회의 3월모임 현장중계 (출처 : 유튜브)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이 토론회 역시 같이 무언가를 나눈다는 의미가 컸다.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며 지금을 시작으로 함께 협력하여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토론회 이후에도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ZOOM)을 통해 ‘거리예술긴급총회 <어쩌지 코로나>’(4월3일)와 ‘봄의 도시 춘천, 전국에 안부를 묻다- 온라인 100인 라운드테이블’(4월 10일) 등이 여러 주체로 개최되며 상황을 진단하고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며 대안을 찾는 자리들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서울문화재단은 긴급예술지원 사업공모를 시작하였다. 인건비 지원을 고려한 작품제작지원, 기획자 지원, 예술교육 연구, 아이디어 공모 등의 내용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창작자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생태계에는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스태프들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경쟁이 아닌, 기준이 있는 지원과 공감이 필요하며 지역과의 상생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자발적 공동체를 꾸리고 연대하는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활동과 실천을 기대한다.
* 본문에서 참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가디언지의 열한가지 약속 중 세 가지
    1. 어려움에 직면한 가장 가난한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들에 주목하겠다.
    1. 여전히 진행되는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해 계속 보도하겠다.
    1. 작은 희망을 전하겠다.

2) 세계지방정부연합의 글
    #CULTUREcovid19 The cultural mobilization of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in the COVID-19 crisis   
    https://www.uclg.org/en/media/news/culturecovid19-cultural-mobilization-cities-and-local-governments-covid-19-crisis

3) 한국거리예술협회 긴급총회 <어쩌지 코로나> 자료집 https://bit.ly/2JQGUtF

4) 봄의 도시 춘천, 전국에 안부를 묻다- 온라인 100인 라운드테이블 https://youtu.be/yCNkYKt-i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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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미

한윤미

바람컴퍼니 창작자, 비거니즘 지향 퀴어 페미니스트.

주로 거리에서 작업하며 <고기, 돼지>, <달고나>연작, 입을 대다>등을 창작, 연출하였다. 안전한 창작환경에 관심이 많다.

kamandal@live.co.kr 페이스북 baram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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