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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거리의 예술과 축제를 기다리며

뉴노멀의 거리예술축제

유혜영

제185호

2020.08.20

작년 9월, 양재천을 흐르는 바람이 좋아 자전거를 타고 과천축제에 갔었다. 아스팔트 도로와 공원의 보도블록을 무대로 점거하고 본래 도시의 질서를 뒤섞는 예술가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각자의 방향으로 오고 가고 움직이는 모두가 하나의 퍼포먼스를 하는 것 같았다. 10월,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찾아간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서울광장에서 허물어진 종이 서울역 위에 올라 힘껏 발을 구를 때의 해방감도 잊을 수 없다.

거리예술은 거리에서 일어나고 거리에서 즐기는 예술이다. 익숙한 공간의 다층적 특징을 미학으로 끌어들여 재매개하는 예술이기도 하고, ‘거리’로 호명된 여러 공공 공간을 통해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를 새삼스레 발견하게 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국내의 거리예술은 대체로 함께 모이는 축제의 형태로 관객과 만나왔는데,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상상하도록, 다르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거리예술축제의 묘미였다. 올해, 거리예술축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다. 축제가 상상하는 새로운 ‘거리’는 어디이며 또 무엇일까? 그 거리에서 벌어질 ‘축제’는 어떻게 우리와 만날 수 있을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4월에서 5월까지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춘천마임축제가 취소되고,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서커스 캬바레와 포항거리예술축제가 연기되는 등 속수무책의 봄을 지나왔다. 그리고 이 기사를 작성하던 중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시 빠르게 심각해지면서 우리는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오는 가을에 개최를 앞두고 있던 축제들도 준비해온 시간과 생각과 말들을 앞에 두고 또 한 번 신중해질 것이다. 당초 앞으로 열릴 축제에 대한 맑은 기대를 담고자 했던 이 기사 또한 거대한 불확실성 앞에 당황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연극in은 축제를 이야기하고 싶기에, 현재까지 취재한 축제 정보와 지난 한국거리예술협회에서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간략히 공유하며 이 불안과 미련을 나누고자 한다.
한국거리예술협회 ‘그래도, 거리예술’ 포럼 안내 (출처: 한국거리예술협회 페이스북)
한국거리예술협회는 지난 7월에 열린 포럼 ‘그래도 거리예술, 코로나19시대 거리예술축제의 (불)가능성과 변화된 가치’를 통해 거리예술축제의 향방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코로나 시대, 거리예술축제는 지속되어야 합니까?'라는 존재적 질문을 시작으로 “새로운 거리예술의 형식, 거리예술의 가치, 그에 따른 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기조발제를 맡은 극단 문 작가는 이런 식으로라면 거리예술축제는 지속될 수 없다는 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거리예술축제가 모두가 평등한 민주주의에 동의하고 이를 강조하며 발전해왔지만, 사실 “거리로 나올 수 없는 이들에게 엄청난 장벽이었다는 사실을” 반성했다. 배리어 프리와 플라스틱 프리 실천의 시급함 또한 언급하며 팬데믹과 이를 불러온 기후위기 상황에서 현재 거리예술축제의 위치를 성찰하고자 했다.
이러한 거리예술축제 내부의 신랄한 반성과 성찰은 축제의 종말보다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기도 했는데, 사례로 발표된 춘천마임축제는 그중 가장 민첩하게 축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도 했다. 지난 5월 축제 취소를 발표했던 춘천마임축제는 6월, ‘춘천마임백씬;100Scene Project’의 개막을 선언하고 “춘천의 호수, 하늘, 섬, 아파트, 베란다, 재래시장, 산책로,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 옥상 등 춘천 전 지역을 무대로 하여 공연, 전시, 체험, 워크숍 등 모든 축제가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실천하는 중이다.
포럼에서 제안된 축제의 방식은 크게 소규모 공연의 분산 운영과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플랫폼 활용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소규모 분산 운영이 춘천 사례를 통해 이야기되었다면,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생태축제인 시흥갯골축제를 통해 논의되었다. 이들이 제안하는 ‘랜선축제’는 정해진 시간에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보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참여를 포함하고 있었다. 게임을 활용하거나, 미션을 주는 방식으로, 또는 생중계 관람객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상호 소통의 감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포럼에서 나눠지진 않았지만, 5월에서 8월로 축제를 연기했던 포항거리예술축제는 시민이 참여하는 소규모 워크숍 형태의 ‘거리예술학교’와 포항을 기반으로 한 거리예술 콘텐츠 발굴 사업을 올 11월까지 분산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축제의 변경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여전히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일상의 고립과 불안으로부터, 코로나19로부터 모두가 안전하기를 바라고 고민하는 ‘거리’의 축제들이 지금도 준비되고 있다. 새롭게 찾아올 축제들은 이전보다 좀 더 우리의 일상을 안전하게 응원하고, 동조하고, 기꺼이 창조하게 되리라 기대한다. 남은 축제의 일정들을 아래에 공유한다.
1.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 서커스 캬바레/ 9월 4일(금) ~ 9월 6일(일), 문화비축기지 실내외
  • 서커스 캬라반/ 9월 12일 ~ 10월 11일 주말 및 공휴일/ 문화비축기지, 노들섬 등
  • 거리예술 캬라반/ 9월 11일 ~ 10월 11일 주말 및 공휴일/ 서울로7017, 서울숲, 선유도공원 등https://www.facebook.com/SeoulStreetArtsCreationCenter/
2020 서커스 캬바레 포스터

‘서커스 캬바레’는 전통 서커스와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한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서커스 축제로 올해 3회를 맞는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줄타기 같은 곡예는 물론, 연극이나 발레, 클래식 음악 등을 자유롭게 결합한 열린 예술이자 거리의 예술로서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개발하고 소개해왔다. 방식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예술의 창작과 공유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지로 축제를 이어간다.
서커스 캬바레는 관객 수 제한과 생활방역 및 문진 시스템을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공중 퍼포먼스 공연의 경우에는 차량 안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드라이브인(Drive-in)’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흘간 진행될 서커스 캬바레가 끝나면, 서커스 캬라반과 거리예술 캬라반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쉬는 날마다 공연 릴레이를 이어간다. 서커스 캬바레가 새로운 작품들을 중심으로 꾸며진다면, 캬라반 프로그램에서는 그간 공연되고 사랑받아왔던 레퍼토리 작품을 주로 만날 수 있다.

2. 과천축제/ 2020년 9월 24일(목) ~ 9월 27일(일)/ 과천 시민회관 옆 잔디마당 등 과천시 일원
https://www.gcfest.or.kr/
https://www.instagram.com/gcfest_official/

올해로 24년째를 맞는 과천축제의 주제는 ‘안녕, 과천’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위로와 격려를 나누며 삶의 활력을 회복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안녕이다. 과천축제는 축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모집하여 함께 연구하고 기획하는 ‘시민기획단’을 운영하며 시민주도형 축제를 지향해왔다. 특히, 올해 축제에서는 현재 과천의 이야기를 담아낸 기획 프로그램들만 해도 토크나 영상, 드로잉 등의 다양한 형태로 10편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기획 공연인 비주얼씨어터 꽃의 <셀프 마사지사>나 제너럴쿤스트의 <피켓라인>은 팬데믹 시대의 고독과 연대를 오가는 감정을 담아낸다.
타 축제들과 마찬가지로 사전 예약을 통한 관람 인원 제한이나 관람 지침은 더욱 까다로워졌지만, 애초에 소수 또는 1인 관람이나 상시 관람 형태로 진행하는 참가작들도 있어 다양한 거리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비주얼씨어터 꽃 <셀프마사지사>
  • 제너럴쿤스트 <피켓라인>
3.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 2020년 11월 14일(토) ~ 11월 15일(일), 12월 5일(토)/ 태화강국가정원 일원
https://www.upfestival.org/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은 올해로 2회를 맞는 신생 축제다. 가을 태풍이 잦은 울산의 기후를 고려하여 11월과 12월에 축제가 열리는 점이 눈에 띈다. 울산에서는 예술축제에 담아낼 지역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데, 지난 7월에는 울산의 예술가 및 문화예술 기획자, 시민토론자들이 함께 축제의 역할과 방향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기도 했다.
축제가 열리는 태화강국가정원은 울산 시민들이 수년간 노력하여 이룬 결실로, 울산의 자부심과 생태에 대한 비전이 결집된 공간이다.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은 태화강국가정원을 이용하는 행사라기보다 공원의 일부로서 자연 생태계 안으로 스며들어 가는 축제가 되고자, 먹고 즐기는 소비 위주 축제 관행의 대안을 모색 중이기도 하다. 올해 축제의 전체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울산 지역 작품 공모의 규모는 더 늘어나 ‘오늘의 울산’을 그려낼 공연들을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위로의 정원’이다. 주로 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거리예술이 태화강의 절경과 어우러질 모습은 또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위로다.

#도움 주신 분들
한국거리예술협회
조동희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팀장
임현진, 이인섭 과천축제 프로그래머
채민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 드라마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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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영

유혜영
본지 前편집에디터. 공연이 일어나는 공간을 좋아하고, 기록하는 일과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에 관심이 있다.
yoohy_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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