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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지금, ‘과정’중입니다!

2020 아르코 [창작실험-과정과 공유] 제작현장을 가다

신민영

제196호

2021.03.11

주위의 많은 예술가가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을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갑자기 창업을 하거나 종교를 믿는다. 원래도 예술가들은 이런 일을 마주하지만, 슬프고 기이한 시대에 사는 예술가들은 더 자주 이런 일을 겪는다.

전염병 시대에 예술가들은 다 어디에 있나. 어떤 힘으로 예술을 계속하고자 하나. 어떤 방식을 시도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문화비축기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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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에서 주관하는 ‘2021 창작실험 - 과정과 공유’는 제목 그대로 다양한 창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어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해 가는지 함께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쇼케이스, 피칭, 워크숍, 리서치 등 다양한 형태의 창작실험 과정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데, 온라인 송출에 앞서 16일부터 이루어지는 촬영의 현장에 함께했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팀은 총 열네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극, 전통예술, 다원예술, 무용과 음악의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팀의 리허설과 촬영에 함께 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과정 중심의 예술을 관찰하는 것은 생소하고도 벅찬 일이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예술이라니. 얼마나 교과서적이고 꿈같은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김성일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김성일
관객과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남기 위한 연극
현재 수많은 공연이 온라인으로 전해지는 상황에 있다. 특히 연극은 다양한 고충을 안고 온라인 공연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감의 상실 아닐까. 화면 속의 배우들을 보며 관객들은 무대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조명을 느끼거나,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영상 옆에서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댓글 창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과정에 참여한 팀들은 연극이 화면 바깥에서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고자 했다.

민주주의의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넘나들고, 여성 인물을 묘사하기 위하여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파고들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응시의 개념을 통해 전달하고, 극장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 숨어 있는 귀신 관객들을 찾는 여정을 가감 없이 모두 공유한다. 연극은 소위 약속된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팀들은 움직임에 대한 고민조차 한 톨도 빠뜨리지 않고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이 과정은 무대 바깥의 관객을 무대 안과 뒤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관객을 관객으로만 내버려 두지 않고 이 과정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전통예술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익숙한 장단과 움직임에서 출발하여 더 넓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공유하고 있는 팀들도 있다. 장단과 움직임의 해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는 관객들이 전통예술이 가진 한계를 실감하지 못하게 하고, 새로운 형태로의 확장을 기대하게끔 한다. 움직임과 장단의 방식과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해왔음을, 대중예술로의 발걸음이 그리 더디지만은 않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카메라는 어떤 몸짓과 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분주하게 그 모습을 담아낸다.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양승욱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양승욱
다원예술이 받을 무수한 질문들
색다른 시도와 실험을 거듭하는 다원예술을 창작의 과정부터 함께할 수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 수많은 질문들이 오갔다. 어떤 의미를 가진 움직임인지, 어떤 이유로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 오브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모두가 끊임없이 고민했다. 출발점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받게 될 질문의 결은 비슷하기도 할 것이다. 기술과의 결합, 오브제의 차용, 피칭과 영상의 형태들은 실험적이며 도전적이다. 온라인 송출에 있어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질문들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온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공간, 소리, 움직임, 오브제 모든 것들과 연결되고 있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 곧 다원예술이 아닐까. 이 연결을 위하여 모든 팀들은 사뭇 비장한 태도로 공간에 들어선다.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위의 움직임과 소리
무용과 음악 공연 팀의 온라인 송출을 아쉬워하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그 이유를 전문적인 장비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웅장한 소리, 눈앞에서 생생히 움직이는 몸짓을 볼 수 없다는 점을 꼽는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얼마나 세심하게 담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미래 신화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몸짓과 특수 악기의 생존을 위한 소리, 가곡과 판소리 구조의 결합은 기존 공연의 형태를 조금씩 비틀어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공연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와 같지 않은 소리, 가까이의 움직임이 아닌 실험적인 형태의 공연들은 두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각 팀은 이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어떤 곳으로 손을 뻗을지, 소리를 높일지 많은 시도를 거듭하며 모든 이를 과정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안부(박종일),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김성일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김성일
제공 서울프린지네트워크 / 사진 안부(박종일)
촬영 현장에는 다양한 팀들이 포진해있었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최선을 다해 이 과정에 대하여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었으며, 예술이 밥 먹여주지 않고, 전염병에 속절없이 쓸려 내려갈 때에도 계속해서 기록하고, 만들고, 나누고, 공유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 하는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결과만큼 중요한 것이 과정이라는 말을 알면서도 그 문장을 사용하지 않은지 한참은 된 것 같다. 과정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호기심도, 관심도 없던 시간들을 묵묵히 지나온 사람들이 이제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과정을 공유하는 현장에서는 모두가 예술가이자, 중개자, 혹은 예정된 관객이었다. 완성된 작품을 전하고 뒤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고민하자고 많은 이들을 초대했다. 무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친 조명만큼 전하는 사람들에게 비친 현장의 조명도 같은 밝기와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예술이 삶에 있어 필수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답을 내리는 과정 속에 있는 시기다. 제약 없이 모여 예술을 즐겼던 날들이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예술은 자꾸만 다른 얼굴로, 색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찾는 이가 올 수 없다면 찾아가겠다는 마음, 준비하고 고민한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이야기 해주겠다는 사려 깊은 행동들이 화면 너머로 온전히 전해지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의견과 과정들이 쏟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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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신민영
모텔에서 방을 팔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다가, 뜬금없이 예술을 홍보하다가 시간을 내어 글을 씁니다. 주업과 부업이 분리된 삶을 꿈꾸지만 언제나 위태로운 주업과 애매한 부업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어쨌든 글을 씁니다.
인스타그램 @minye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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