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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우리의 자세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장일수

제198호

2021.04.15

최근 거버넌스(governance)란 이름의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영어인데 합성어이기까지 한 이름을 보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픕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가 생기는 대한민국에서도 거버넌스란 단어는 유독 유추가 어려운 말입니다. 사전마다 몇 줄에 걸쳐 뜻을 설명하지만 말미에는 같은 문장이 붙어있습니다.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거버넌스(governance)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나로서 존재하기

저는 <청년예술가의 방>이라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계기로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준비모임을 제안받고 해당그룹의 ‘거버넌스’에서 1년간 운영단으로 활동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행정용어와 정책용어들이 넘실대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똑똑하거나 대표성을 띄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서울청년예술인회의’라고 붙은 이름은 나 스스로를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단체의 대표도, 눈에 띄게 활동하는 예술가도 아니었기에 ‘내가 여기 있는 게 맞나?’, ‘나는 이 구조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이 제 안에 쌓였습니다. ‘나보다 훌륭한 분들도 많을 텐데’, ‘나보다 멋진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을 건데...’끊임없는 자기 검열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무수히 많은 지원서에 떨어졌던, 차마 관객을 만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멋진 생각 아래 마음이라는 단어가 지켜질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아니면 나와 같은 마음을 얘기해 줄 사람이 있을까?’ 활동을 마음먹으면서 애써 내 것이 아닌 말을 꺼내놓기보다 지금까지의 삶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살기 위해 달랬던 마음들, 버티기 위해 던졌던 질문과 고민들을 믿고 거버넌스 안에서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골몰했습니다. 그 시작을 나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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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숨은참조 : 오픈토크] 1차 다시보기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청년예술인’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서 가장 많은 말들을 불러냈습니다. 긴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모두가 만족할만한 대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과연 청년예술인을 정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두고,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습니다. 청년예술 활동과 관련한 담론 형성 및 정책 제안을 목표로 거버넌스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필요한 내용들을 채우기보다 긴 호흡으로 운영단 개개인이 능동적인 주체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예술인, 기획자, 연구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다양한 내용들이 펼쳐졌습니다.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예술대학생과 진입 시기의 청년 예술가들을 둘러싼 문제들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포스트 예술대학 미니포럼>부터 키워드를 통해 익명의 청년예술가를 만나길 시도하는 <현장인터뷰>,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지지의 언어를 찾고자 하는 <타격감_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 선언문의 형태로 정책 및 행정에서 규정하는 예술인의 의미를 재점유하고 예술 현장의 언어를 만들고자 하는 <미래를 여는 예술문> 그리고 기존의 연구씬에서 벗어나 문화예술분야의 새로운 학술연구담론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릴레이>까지. 구체화할 수 없는 '청년예술인'에 대해 구체적인 기록을 남김과 동시에 스피커의 역할을 꿈꾸며 '숨은 참조'라는 이름의 웹진을 발행했습니다. 당장에 직면한 이슈에 발 빠른 접근보다 느리더라도 직접 고민한 흔적들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필요하면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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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숨은참조:청년-예술인》
더불어 ‘서울청년예술인회의’라는 이름에 맞게 ‘포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공유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확산세로 오프라인 행사는 진행하지 못하고 1년간 활동을 정리한 단행본 ‘숨은참조 : 청년-예술인’을 출간하였습니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월 현재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다음 운영단을 기약하며 ‘운영단 구성을 위한 스터디 그룹’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운영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공모와 선출, 탈락의 방식을 지양하고, 마음이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길 바라면서, 스터디 그룹이라는 긴 시간의 바통터치를 그렸습니다. 비록 ‘숨은 참조 : 청년-예술인’ 단행본도 읽고 1, 2회 차의 걸친 오픈토크에도 참여하며 3~4달간의 스터디도 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이 남았지만 많은 분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참여해 주셔서 앞으로 일정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의 규범 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명확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괜히 ‘청년예술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두 이름 사이에서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역할을 고민합니다. 똑똑한 사람들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서툴러도 좋고, 어설퍼도 좋습니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가 이름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활동을 펼칠 ‘서울청년예술인회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웹페이지 바로가기 >>> https://seoulartis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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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수

장일수
극단 백수광부 소속으로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보다 무대감독 일을 많이 했고, 연출보다 조연출의 경험이 더 많습니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운영단으로 활동하면서 <타격감_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Instagram : cjswosla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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