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no.005068jnj5b6
다른 손(hands/ guests)의 희곡 쓰기
강한나
192호
2020.12.03
[희곡] 코너의 주제는 ‘다른 손(hands/ guests)’입니다.이전 또는 나와는 다른 손으로, 다른 누군가의, 다른 무언가의 희곡을 쓸 수는 없을까.
‘인간’과 ‘비인간’은 누구(무엇)인가의 질문으로부터 그동안 희곡 쓰기의 중심에 두지 않았던 바깥의 이야기를 탐구합니다. 2020년 12월까지 같은 주제로 희곡 릴레이를 이어갑니다. - 연극in 편집부
‘인간’과 ‘비인간’은 누구(무엇)인가의 질문으로부터 그동안 희곡 쓰기의 중심에 두지 않았던 바깥의 이야기를 탐구합니다. 2020년 12월까지 같은 주제로 희곡 릴레이를 이어갑니다. - 연극in 편집부
나오는 사람것들 (등장인물)
고고
디디
무대감독
상위데이터
알 수 없는 코드
[!] 무대감독과 상위데이터는 같은 배우가 분함
때 (시간)
대면 공연이 사라지고 모든 공연이 언택트로 이루어지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가상의 미래
곳 (공간)
세계 최대 VR공연플랫폼 ‘VR씨어터’ 005068jnj5b6번극장 / ‘VR씨어터’ 데이터센터 드라이브
무대
[!]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당신에게 익숙한 극장구조의 형태와 같습니다. 프로시니엄도, 오픈된 원형극장이나 마당극 심지어는 거리극의 극장 형태여도 좋습니다. 극이 진행되는 도중 구조가 바뀌는 가변성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 어떤 구조이든 ‘005068jnj5b6번극장’ 공간의 무대 중심으로 배우들의 등퇴장구, 등퇴장로, 소대 등이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형태여야 합니다. (이왕이면 백스테이지까지도)
고고
디디
무대감독
상위데이터
알 수 없는 코드
[!] 무대감독과 상위데이터는 같은 배우가 분함
때 (시간)
대면 공연이 사라지고 모든 공연이 언택트로 이루어지는, 오지 말았으면 하는 가상의 미래
곳 (공간)
세계 최대 VR공연플랫폼 ‘VR씨어터’ 005068jnj5b6번극장 / ‘VR씨어터’ 데이터센터 드라이브
무대
[!]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당신에게 익숙한 극장구조의 형태와 같습니다. 프로시니엄도, 오픈된 원형극장이나 마당극 심지어는 거리극의 극장 형태여도 좋습니다. 극이 진행되는 도중 구조가 바뀌는 가변성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 어떤 구조이든 ‘005068jnj5b6번극장’ 공간의 무대 중심으로 배우들의 등퇴장구, 등퇴장로, 소대 등이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형태여야 합니다. (이왕이면 백스테이지까지도)
고고(데이터1)의 현재 경로
: 나지막한 데이터더미 위에 앉아 장화 벗기를 시도합니다.
고고(데이터1)의 숨이 가빠집니다.
고고(데이터1)이(가) 장화 벗기를 중단합니다.
재시도
디디(데이터2)이(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 나지막한 데이터더미 위에 앉아 장화 벗기를 시도합니다.
고고(데이터1)의 숨이 가빠집니다.
고고(데이터1)이(가) 장화 벗기를 중단합니다.
재시도
디디(데이터2)이(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 고고
- (중단) 아무래도 안 돼.
- 디디
- (벌어진 여덟팔자걸음 진행 중) 나도 생각을 달리하게 됐어. 내 일생 동안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혼자 이런 말을 해왔었지. ‘침착하자, 최선을 다해보자’ 따위의 말을. 그리고 또 노력을 계속해보았지. (계산 중) 그래, 자네 또 여기에 와 있군.
- 고고
- 그래?
- 디디
- 다시 돌아와 주어서 반갑네. 나는 자네가 아주 가버린 줄만 알았지.
- 고고
- 나도 반갑네.
- 디디
- 결국 또다시 만났네그려. 우리 축하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지만 어떻게? (계산 중) 일어나게, 내 껴안아 줄 테니.
- 고고
- 지금은 안 돼, 지금은 안 돼. (로딩 중) 공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 디디
- Shit. (장화 벗기기 지원)
[극장no.005068jnj5b6] 공연명 <고도를 기다리며>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됩니다.
뽀짝이(관객)님이 입장하셨습니다.
WB16(관객)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지상최대 VR공연플랫폼 VR씨어터 10주년 감사이벤트 바로가기]
Psyche(관객)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됩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됩니다.
뽀짝이(관객)님이 입장하셨습니다.
WB16(관객)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지상최대 VR공연플랫폼 VR씨어터 10주년 감사이벤트 바로가기]
Psyche(관객)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됩니다.
- 무대감독
- 우리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만 반갑나요? 옆에 계신 다른 관객분들과도 서로 인사 나눠볼까요? 너무 가깝다고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 악수를 하시는 분도 계시네요! 오랜만에 보네요, 악수하는 거요.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나요? 본공연은 생생한 촉감, 그리고 미각과 후각을 지원합니다.
- 고고
- (장화 쥐어뜯기) 제대로 된 장화 한 패키지만 지원해줬으면…… 이런 대용량 공연을 진행하면서, 사이즈도 불일치하고 호환에도 버그가 있는 저품질의 장화라니, 부조리극이 따로 없지. 제작비가 딸리면 그냥 공연을 올리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매번 드라이브 과부하에, 데이터는 간당간당, 도대체가 사고 없이 끝내는 회차가 없지 않나. 일당백은 뭐 그렇게 쉬운 줄 아나. 다른 극장 데이터들이 우리 공연의 타깃 비트레이트 설정값을 보더니 말도 안 된다고 하더군. 너무 터무니없이 낮다는 거야.
- 무대감독
- 감염의 위험 없고 폐기물 걱정도 없는 우리 극장에서 최상의 친환경 컨디션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 디디
- 그래도 나는 가끔 희망이 온다고 느껴지네. 그러고는 어쩐지 아주 이상해지네. (모자 벗기 > 들여다보기 > 속을 만져보기 > 흔들어보기 > 다시 쓰기) 뭐랄까? 마음이 놓이면서 또 동시에…… (적절한 언어를 탐색합니다) …… 소름이 끼치네. (!) 소름이 끼치네. (모자 다시 벗기 > 들여다보기) 이상해. (들여다보기 > 다시 쓰기) 아무래도 안 돼.
- 무대감독
- (무대 위에서 알 수 없는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무대에 왜 이런 게 나와 있지? (상자 들기)
무대감독님이 퇴장합니다.
- 상위데이터
- (현재 경로 : 드라이브에 알 수 없는 상자 추가) 무대에 왜 이런 게 나와 있지?
- 디디
- 고도!
- 상위데이터
- 몇 번을 말해? 나는 고도가 아니라니까. 고도고 나발이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무대에 왜 이런 게 나와 있냐고.
- 고고
- 나는 갖다 놓지 않았어.
- 디디
- 나도.
- 상위데이터
- 그럼 어떤 자의 소행이라는 거야? 여기 너희밖에 더 있어?
- 고고/디디
- (계산 중 > 상호 확인) 우리는 실행한 적이 없는데.
상위데이터가 상자를 여는 중입니다.
- 디디
- 고고의 장화잖아!
- 고고
- 내 것이 아니야!
- 디디
- (버퍼링) 자네 것이 아니라고?
- 고고
- 내 것은 검은색이었어, 이것은 갈색이야.
- 디디
- 확실히 자네 장화가 검은색이었나?
- 고고
- (계산 중) 일종의 회색이야.
- 디디
- 그리고 이것은 갈색이야, 봐.
- 고고
- (장화 한쪽 선택) 그런데 이것은 일종의 연두색이야.
- 디디
- 혹시 새 장화가 지원되는 건가?
- 상위데이터
- (계산 중) 보고된 적이 없는데.
알 수 없는 코드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 상위데이터
- 뭐야? (탐색 중)
- 디디
- 고도!
- 고고
- 고도라고?
- 디디
- 틀림없어! 고도가 새 장화를 지원해주러 온 거야!
- 상위데이터
- 뭐지?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 알 수 없는 코드
- 코드명 GoGo 위치가 어디인가?
- 고고
- 여긴데.
- 알 수 없는 코드
- 코드명 dd는?
- 디디
- 그건 여기고.
드라이브가 알 수 없는 코드에 의해 감염되기 시작했습니다.
: 뿅망치로 탭 하기 > 고고(데이터1) 잠금
: 뿅망치로 탭 하기 > 디디(데이터2) 잠금
상위데이터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알 수 없는 코드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알 수 없는 코드의 현재 경로
: [극장no.005068jnj5b6] 공연명 <고도를 기다리며> > 무대 > 뿅망치로 탭 하기 > 객석 > 뿅망치로 탭 하기
강한나(관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무대감독님이 등장 중입니다.
: 뿅망치로 탭 하기 > 고고(데이터1) 잠금
: 뿅망치로 탭 하기 > 디디(데이터2) 잠금
상위데이터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알 수 없는 코드가 경로 설정 중입니다.
알 수 없는 코드의 현재 경로
: [극장no.005068jnj5b6] 공연명 <고도를 기다리며> > 무대 > 뿅망치로 탭 하기 > 객석 > 뿅망치로 탭 하기
강한나(관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무대감독님이 등장 중입니다.
- 무대감독
- 뭐야?
알 수 없는 코드의 현재 경로 : 드라이브로 이동 중
- 알 수 없는 코드
- 안녕 극장no.005068jnj5b6, 당신들의 데이터들은 우리가 보호 중이다. 복구하고 싶다면 돈을 내놓아라. 다음 단계를 진행하려면 감염된 모든 폴더에 침투해있는 ---.txt 파일을 읽어보아라. (나가기)
- 무대감독
- 12만 달러??? 그 돈이 있었으면 내가 이 공연도 안 했지! 아니지, 왜 내 돈 걱정을 해? 백 퍼센트 내 귀책도 아니잖아? 보안 문제지. 독보적인 보안기술을 가진 VR씨어터 아니었나? (나가기)
- 상위데이터
- (경로 설정 중) 독보적인 보안기술은 개뿔!
- 디디
- 고도!
- 고고
- 제발 이것 좀 풀어줘!
- 상위데이터
- 내가 이놈의 센터를 그만두든지 해야지. 얼마 전에 경쟁사에 투자 유치 뺏길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너희도 알지? 요새 자꾸 냉각시스템 작동오류가 발생해서 발열 문제가 심각한 거. 이번에 투자받으면 냉각시스템을 새로 교체할 계획이었는데, 다 틀어져 버린 거야. 여기 냉각시설 낙후된 것 봐라. 요즘 세상에 아직도 탄소배출 하는 데이터센터가 또 있냐고. 이 센터는 지금 돈이 없어서 개털이야.
- 디디
- 개털이 얼마나 부드러운데!
- 고고
-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빨리 이것 좀 풀어달라니까!
- 상위데이터
-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어. 하지만 최대한 빨리 복구해줄 프로그램 개발자가 있을 거야.
- 디디
- 고도!
- 고고
- 이렇게 잠금상태로 영영 갇혀버리면 어쩌지?
- 디디
- 고도가 우리를 복구시켜줄 거야!
- 고고
- 복구 가능성이 없으면 우리를 삭제할 거지?
- 디디
- 진정해. 희망은 아직 존재해!
- 고고
- 우리가 없어도 백업데이터들이 우리 대신 잘 해낼 수 있겠지.
- 상위데이터
- (버퍼링) 실은 데이터백업을 안 해놨어.
- 고고
- (다시 확인) 뭐?
- 디디
- Oh my God!
- 고고
- 우린 정말 끝이야-!
- 디디
- 고도-!
- 고고
- 왜 하필 우리야? 그저 열심히 작동했을 뿐인데.
- 디디
- 계획이 다 있을 거야.
- 상위데이터
- 면역력이 취약해서 그래.
- 디디
- 어쩌다?
- 상위데이터
- 시스템이 불안정하니까. 작동환경이 불안정하니까. 과로로 불안정하니까. (나가기)
- 고고
- 좋은 데이터생이었다.
- 디디
- 전생과 현생, 어느 것이 더 좋은가?
- 고고
- 웬 전생?
- 디디
- 잊었어? 실존했던 배우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를 만들었잖아.
- 고고
- (계산 중) 자네가 모델로 한 그 배우는 지금도 살아있잖아.
- 디디
- 죽었어, 오래전에.
- 고고
- 최근에도 멀쩡히 돌아다니던데. VR 말고 현실 공간에서 말야.
- 디디
- 그거 홀로그램이야.
- 고고
- (계산 중) 아……
- 디디
- 그들은 한국의 마지막 대면 배우 세대였지. (계산 중) 근데 말야. 일생 동안 늘 질문이 떠나질 않는 거야. 그럼 나는 그 배우인가, 그 배우의 데이터인가, 그 배우가 연기하는 디디인가, 그냥 디디인가, 디디의 데이터인가, 그 배우가 연기하는 디디의 데이터인가, 그 배우의 데이터가 연기하는 디디인가, 그 배우의 데이터가 연기하는 디디의 데이터인가……
무대감독님이 등장 중입니다.
- 무대감독
-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공연 시작이 다소 지연된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먼저, 예정되었던 캐스팅에 변동이 생겨 안내 드립니다. 본 공연은 한국의 마지막 대면 배우 세대였던 ○○과 △△의 출연 예정이었지요. 캐스팅 공지가 뜨자마자 생전에 고고와 디디로 유명했던 두 배우를 만나게 될 생각으로 고대하셨던 관객분들이 많은 걸로 압니다. 현재 극장의 데이터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캐스팅 변경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요새 대세인 데이터배우 □□와 ☆☆의 <고도를 기다리며>도 기대해주시길 바라면서, 혹 관람을 원치 않으시는 관객분들께는 전액 환불 혹은 다른 회차 변경이 가능하오니 안내에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환불하시겠습니까? > 예/아니오]
강한나(작가)이(가) 데이터백업 중입니다.
많은 영감을 준 ‘기후위기와 예술하기 세미나’ 동료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강한나(작가)을(를) 종료합니다.
강한나(작가)이(가) 데이터백업 중입니다.
많은 영감을 준 ‘기후위기와 예술하기 세미나’ 동료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강한나(작가)을(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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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나 극작가
-
희곡을 쓴다. 좋은 희곡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극작가로서의 목표다. 이 판타지 같은 목표를 현실에 좀 더 가깝게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고민하며 웹희곡플랫폼 ‘희곡마켓’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자연인으로서는 우주 존재들과 사이좋게 공생하며 돌보는 삶이 인생의 목표이자 삶의 의미이고 희곡 쓰기는 그러한 삶의 방식 중 하나다. 최근 발표작은 본지 [희곡] 코너 ‘다른 손(hands/ guests)의 희곡 쓰기’ <극장no.005068jnj0b6>
www.facebook.com/PsycheLa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