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8의 실내극

다른 손(hands/guests)

신지원 (신난다)

218호

2022.05.12

2022 [희곡]코너는 ‘다른 손(hands/guests)’, ‘다시 쓰기’, ‘자기만족충만’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됩니다.

‘다른 손(hands/guests)’은 인류세 이후의 연극, 인간중심적 예술의 바깥을 상상합니다. 그동안의 한국 연극이 누락한, 이야기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지위와 존엄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질문합니다. 다른 손으로 보편성을 다시 씁니다.
등장인물
끝까지 무심한 누군가
이불을 돌돌 감고 느리게 움직이는 누군가
실내복을 입은 누군가
옷차림의 상관없이 나와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
만수
26살 된 고양이


2022년의 어느 날 밤

공간
텅 빈 무대에 함께 앉을 수 있는 낡고 편안한 소파 하나와 바깥이 보이는 창문이 있다.
그 앞에 작은 원탁 위 스탠드가 켜져 있다.

*
등장인물 모두 연령과 성별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아주 느리거나 길어지더라도 사이를 충분히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파도소리는 들리는 시점부터 끝까지 들리기를 바란다.
이 극에선 두 가지 버전의 엔딩이 있다.
실연자는 1, 2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잠과 만수, 오롯이 둘만 소파에 앉아 있다.

잘 자.
만수 잠들고, 잠은 살며시 일어나 사라지고 싶은 곳으로 사라진다.
잠시 후 머그잔을 든 나, 들어선다.
자고 있는 만수를 한참을 바라보다 소파에 앉아 머그잔을 호호 분다.
어디선가 밤이 흥얼거리며 등장.
하이 만수!
나는 밤이 오자마자 화가 난 듯 소파에 얼굴을 묻는다.
밤은 기다렸다가 나가 슬며시 고개를 들면
이런, 속았네.
아-
(씨익)
아직도 안 갔어?
저기, 나 방금 왔는데-
아니! 온 지 벌써 30초나 지났어.
있잖아, 내가 정확히 2899번 정도 물어봤지만, 넌 내가 왜 싫어?
2899번이나 대답했잖아. 너만 오면 잠이 안 와.
and?
시끄러워.
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만 하는데?
(말을 가로막으며) 넌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
but 나도 갈 데가 없어 so-
(밤의 말을 자르며) 나 오늘 엄청 치열하고 어렵고 피곤하고 무시당하고 소리치고 싶은데도 몇 번을 참고 참았다고! 한의원 갔다가 예약 다 차서 침도 못 맞고 집까지도 겨우 와서 / 뭐, 몇 번이나 물어봤다고?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점점 울화가 치밀어) 너 오늘 하루 이렇게 피곤했어? 살기 싫어 봤어? 또 미안하다고 하겠지 다음엔 진짜 안 그럴게 하겠지 (격앙되어) 미안하면 반복하지 말고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보내야지, 이제쯤 고개 들어도 되나 싶어도 그럴 자신이 없어야지! 적어도 한동안은 (사이) 그게 미안한 거야.
아까보다 긴 사이.
밤은 마치 사라질 듯하다가 다시 돌아선다.
Hey, 근데 힘든 걸 왜 나한테 그래?
나는 말하려고 할 때 밤이 뚝 하고 끊으며
사람들 다 힘들어. and everybody 다 자고 있는데 니가 제일 시끄럽다고.
지구가 너네 집이야? Look at 만수, 아무 말도 안 하잖아.
만수는 말하고 있어!
(만수 보며) 그냥 자고 있는데?
아니야. 우리가 못 듣는 거야.
anyway 잘 테니까 don’t 신경 me.
밤은 소파에 드러누워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는다.
이어폰을 꽂는 동시에 멀리서 파도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한다.
(씩씩거리며) 세상이 뭔가 잘못됐어. 한참 잘못됐어.
사이.
어느덧 나에게 파도소리가 들린다.
나는 억지로 하품을 하려 한다. 그러나 자꾸만 헛된 하품질로 기침만 켁켁 한다.
만수…
만수, 미동 없다.
나 잠이 안 와…
사이.
파도소리 서서히 커진다.
(겁이 난 듯) 만수야 나 잠이 안 와.
파도 소리 점점 커진다.
나는 누워있는 밤과 만수 사이에서 쭈그려 앉아 운다

그때 너가 어디선가 데굴데굴 굴러오다 소파 앞에서 눈을 번쩍 뜬다.
아- 또, 여기!
너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작게) 안녕…
너는 나의 옆에 앉아 머그잔을 들여다보다 한참을 망설이다 같이 운다.
기척을 느낀 나는 너를 본다.
어? (너에게) 너…?
(엄청 반가운 듯) … 너!
응… 안녕
사이.
(눈치보며) 미안..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내가 미안해…! 지난번에 먼저 자서…
아니야… 못 믿겠지만 정말, 이번에는 진짜 진짜 안 오려고 했는데 또…
사이.
오느라 힘들었겠다!
아니야…
나는 너에게 씩 웃으며 다 식은 차가 담긴 머그잔을 내민다.
다 식었는데… 그래도… 마실래?
어, 국화차다!
응, 잠이 안 와서.
아직도 안 왔어?
잠깐 왔다가 또 갔어.
속상했겠다.
아니야…
내가 와서 그런가…?
무슨 소리! 절대 아니야!
봐, 잠은 올 생각도 안 하는데, 밤은 오고 만수는 자고.
나는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 거야. 그런데 거짓말처럼 너가 나타난 거야, 짠 하고!
… 정말?
다행이다…
사이.
(머그잔을 보며) … 사실 개인적으로 유자차 좋아해. (웃는다)
헐! 나도 유자차 엄청 좋아해.
(뭔가 생각난 듯) 어, 유자차 하니까 갑자기-
너와 나
(동시에) 브로콜리 너마저!
방금 그 생각했어!
잠시만, 너 브로콜리 너마저 좋아해?
당연하지!
나도!
너와 나는 하이파이브 친다.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중에서 유자차 제일 좋아해.
그럼 넌 옛날 버전이 좋아, 지금 버전이 좋아?
지금 버전은 못 들어봤어.
진짜?
사이.
난 둘 다 들어봤는데 옛날 버전이 더 좋아.
그래?
응, 반주도 목소리도 옛날 버전이 훨씬 좋아. 지금 버전은 들을 필요도 없어(웃는다).
궁금하다…
그런데 문제는 옛날 버전은 이제 멜론에 없어.
어, 내 엠피에는 있어! 틀어줄까?
정말?
(엠피쓰리를 꺼내며) 브로콜리 너마저 진짜 좋아해서 1집 다 안에 들어 있어!
엠피쓰리 진심 오랜만, 대체 몇 년도에 머물러 있는 거야 너는?
2014년이랄까?
와, 진짜 옛날 사람이구만!
없어?
있었지! 그런데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어.
(난) 음악 듣는 거 엄청 좋아해서, 무조건 필수야
나도 좋아하는데 요즘엔 핸드폰으로 들어.
핸드폰으로?
응. 스트리밍 하거든.
(곰곰이) 요즘은 그렇구나…
멜론에도 노래가 계속 없어져. 인기가 없는 곡들은 더 빨리, 인디노래는 거의 없고.
세상에.
그래서 유튜브로 들어.
신기해. 노래도 사라질 수가 있어?
나는 엠피쓰리가 더 신기해 너무 오랜만이잖아,
추억 돋는다!
조금만 기다려봐.
너는 『브로콜리 너마저 1집』 - 「유자차(계피ver)」를 튼다.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너와 나는 미친 듯이 무언의 환호를 한다.
한참을 잠자코 듣다가-
너와나
(서로를 보며 동시에) 봄날으로 가자~

미쳤다!
미쳤지!
이 버전을 듣다니! 미쳤어! 진짜 답답한 게 요즘엔 인디노래를 아는 친구가 많이 없어.
야, 노래는 뭐니뭐니 해도 인디노래가 최고지!
맞아!
너와 나는 또 하이파이브.
어느새 노래가 끝났지만 둘은 여운에 젖어있다.

사이.
(조심스럽게) 정말 안 오려고 했는데, 계속 여기로 떠 밀려와서 미안해.
나는 먼저 자서 미안해.
잠이 오면 자야지 그게 왜 미안해.
사이.
너는 주머니에서 미니꽃다발을 꺼낸다.
맞다, 이거 주고 갔더라!
어?
다 알고 있지롱.
어떻게?
엄마가 말해줬어. 왔다 갔다고.
내가…? (생각해보다가) … 언제?
(생각해보다가) 파란 코트, 까만색 목도리랑 노란 팔찌!
파란 코트?
응 백팩 매고 막 길도 몰라서 어리버리하게 둘러보다가 괜히 민지 책상 건드렸잖아-
그래서 의자 부딪히고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막 죄송하다고 그러고(낄낄 웃는다).
헐.
다 알아!
이럴 수가…
예전에 광화문에도 그 차림으로 왔었고 여름에는 쪼리 신고 공연도 보러 와서
엄청 울고 갔잖아. 우리엄마도 울다가 웃었어.
그때도 어머님이 있었어?
당연하지!
아… 인사 드릴 걸…
아니야, 어떻게 알겠어!
그래도… 거기까지 갔는데 어머님한테 인사 못 드렸네.
못 할 수도 있지 뭘.
친구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니까…
사이.
너와 나는 가만히 파도소리를 함께 듣는다.
… 계속 듣다 보면 아무리 파도소리라고 해도 무서울 때가 있어
맞아…
사이.
(갑자기) 잠깐, 감성이 몰려오고 있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훠이 훠이!
다른 노래 들을까? (밤을 바라보며) 아직도 한참 멀었잖아
너가 있잖아.
너는 애써 허공에 손짓하며 무언가를 물리치는 시늉을 한다. 사이.
이게 다 (밤을 보며) 쟤 때문이야.
그러니까!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뭐가?
결국 이놈의 지구 때문이야.
야, 그게 왜 지구 때문이야!
(전혀 듣지 않고) 아주 그냥 확 멸망했으면 좋겠어, 정말!
오- 멸망하면 재미있겠다!
에잇 멸망해라!
(갑자기) 잠깐만, 멸망하면 만수는 어떡해!
만수는 살 걸? 벌써 스물여섯 살이야.
26? 대박! 완전 할머닌데? (어?) 할아버진가?
만수, 할아버지야?
우리 만수는 할머니야.
만수는 어디에서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살 거니까 괜찮을 거야.
그럼 만수할머니는 잘 사실 테니까 만약에 멸망하면 우리 집에 한번 가줄 수 있어?
엄마아빠가 잠귀가 겁나 어두워서 구해줘야 해.
안 그러면 멸망해도 코골면서 잘 걸?
아무리 그래도 멸망하는데, 엄청 시끄러워서 깨시지 않을까?
(엄청 큰 소리로)
콰콰쾅!!!!!!!!!!!!!!!!!!!!!!!!!!!!!!!!!!!!!!!!!!!!!!!!!!!!!!!!!!! 이럴 텐데!
너는 깜짝 놀라 재빨리 숨는다.
(재빨리) 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진짜 미안해!
사이.
(너는 처음으로 나를 보지 않고) 아니야…
괜찮아?
사이.
아… 정말 미안해.
사이.
너는 살짝 고개를 든다.
오버해서 미안.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다음부터 그런 소리 안 내야지.
너와 나는 쾅 이후 살짝 어색해진다.

사이.
… 그래서 (갑작스레) 어딘데?
… 어?
너네 집!
… 우리 집?
응. 만약 지구 멸망하면 구해드리게
음… 경기도 안산시-
너는 갑자기 말을 멈춘다.
아니 근데, (넌) 우리 엄마아빠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 엄마아빠도 (널) 모를 텐데?
그래도-
멸망하면 엄청 바쁠 거고, 너네 부모님 구하러 갈 거고,
아무리 할머니라 그래도 만수도 구해야 하고- 또
그래도 가봐야지.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아니 그래도-
가야 돼.
야야, 부담 갖지마! 우리가 뭐 친하지도 않고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고,
내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아니! 우리 정도면 아는 사이야. 그리고 모른다고 해도-
이름도 모르고 또-
그래도 난 이제 너 알고,
가끔이지만 본 지 꽤 됐고.
알아, 나도 너랑 같은 학교 나온 것도 아니고 뭐 학원도 다르고 동네도 다 다르지만!
그냥 알아, 아니까-
(웃으며) 너무 부담스러운데!
부담스러워도 어쩔 수 없어.
심지어 브로콜리 너마저 1집 좋아하고… 이 정도면…
… 친한 거야!
사이.
아니 근데 갑자기 멸망 얘기가 왜 나온 거지?
우리 분명히 브로콜리 너마저 얘기하고 있었잖아!
이때 잠이 멀리서 조용히 이불을 돌돌 감은 채 살금살금 다가온다.
밤 위에 앉아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면 나는 바로 잠든다.
(어색해서 괜히) 그렇지? 만수?
만수는 브로콜리 중에 어떤 노래 좋아해?
만수는 여전히 자고 있는데,
(너를 보며) 왔네…?
(잠에게) 많이 기다렸어.
밤은?
니 밑에 있어.
이 새끼는 또 이어폰 꽂고 있냐.
그러니까, 답답하게.
(나를 보며) 얘는 항상 말하다가 잔다?
너가 말할 때 갑자기 오니까.
… 타이밍이 그런 거지.
사이.
(나를 보며) … 잘 잤으면 좋겠다.
사이.
잘 잘 수는 없어.
그러면?
그냥 자는 거야, 만수처럼.
왜?
그냥 자면 되잖아.
… 잘 자는 게 힘들 수도 있으니까.
왜?
자야 하는 사람은 많고, 사고는 더 많이 일어나니까.
갈 수가 없어 거기까지.
나도 다 만나서 해결하는 게 벅차.
사이.
… 너한테도 못 갔고
사이.
… 미안해
정말 긴 사이.
괜찮아.
사이.
내가 하나도 안 괜찮아.
사이.
너는 뒤 돌아 바깥이 보이는 창문을 바라본다.
벌써 새벽이네. 오늘도 밤새 버렸어.
조금만 있다가 갈 테니까 나 깰 때까지만 여기 있어줘.
사이.
또 올 거지?
… 모르지.
그걸 왜 몰라?
오고 싶어도 못 올지도 모르고 언제일지도 모르고…
… 지구가 갑자기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갑자기 멸망할 수도 있나?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갑자기 사라지고 나타나는 것처럼.
파도도 그렇고.
잠도 어느새 꾸벅꾸벅 존다.

사이.
… 진짜 멸망해야 하나? …
사이.
그건 조금… 슬프지 않아?
너는 잠과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다가
(혼자) 모르겠다!
멸망은 무슨! 엄마랑 어제 싸웠는데 미안하다고 말도 못했는데,
여기서 멸망하면 진짜 미안해서 미칠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 보고 싶은 사람도 너무 많고,
다들 어디에서 어떻게 뭐하고 사는지도 궁금한데!
심지어 계속 깜깜하면 너무 무섭잖아!
사이.
(여전히 이어폰 꽂고 눈 감은 채) 지금도 그렇잖아.
너는 밤을 보고 밤은 눈을 감고 있다.
지금은 그냥 밤이니까.
밤이면 자야지.
이렇게나 잠이 오는데.(하품)
사이.
아무리 자고 싶어도 나처럼 잠이 안 올 때도 있잖아.
그럼 양을 세든가. 방법은 많아.
나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양뿐이야 넌?
요즘 시대에 누가 양을 세는데 잠이 와!
그럼 넌?
사이.

너는 곰곰이 생각한다.
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게
사이.
해줄 수 있는 게…
사이.
여전히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너는 생각에 잠긴다.
(생각난 듯) 아! 그래도 브로콜리가 있잖아!
(엠피쓰리를 다시 집으며) 1집도 좋은 건 알지만 오늘은 울고 있는 나를 위해서-
파도소리 위로 『브로콜리 너마저』 - 「울지마」가 울려 퍼진다.
(반주 듣자마자) 캬, 이거지!
노랫소리에 만수가 눈을 뜨고 너를 바라본다.
너는 자고 있는 나를 본다.
너는 리듬을 타기 시작하다 입 모양으로 가사를 뻐끔뻐끔 따라 부른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을 먼 바다처럼 바라보다 나와 만수 곁에 기댄다.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 너와 함께,

암전.

막_ver.1

지금부터 쓰인 모든 것들은 괄호 안에 있다. 따라서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 - 「울지마」 노래가 끝나고 난 뒤, 파도소리만 남은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조명은 만수만 비춘다. 마치 이곳에 혼자인 것처럼.


만수,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듣다가
만수
(방백) 이따금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바쁘고 힘들고 아팠다는 변명만 늘어놓는 일상이 저물고 이유도 계획도 없이 깜깜한 밤에 표류된다. 온갖 생각의 파도들이 침대를 덮치려고 할 때, 밤바다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친구들이 있다. 매번 다른 이름으로 나타나도 왠지 알 것만 같은 사이. 알 수도 있는 사이. 그러나 나는 오늘도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할 말이 없다. 언제는 염치없이 울기도 한다. 친구들은 슬퍼할 자격 없는 내가 흘리는 눈물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따지거나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저 함께 울거나 가만히 곁에 머물렀다. 길고 긴 밤에 함께하는 이들에게 이 짧은 말로 전하지 못할 만큼 고마울 때가 있다. 벌써 8년이 흘렀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잠을 이룰 때도, 못 이룰 때도 있다. 어떤 하루는 잘 자고 있는 나를 부끄러워했다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떠올려보지만-
조명 밖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떠올려보다가-
암전.
완전한 암전 속에서
만수
다시 떠올리다가-
너가 등장한다
막_ver.2

기사가 좋았다면 눌러주세요!

좋아요 선택 버튼

신지원(신난다)

신지원(신난다)
여전히 연극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사람인 채로 무언가 연습 중이다. 시시콜콜한 것에 관심이 많다.
여전히 연극도 세상도 진실도 희곡들도 궁금하며
재주는 없지만 희곡을 읽고 또 쓰고 싶을 것 같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nodame1004@hanmail.net / 인스타그램 @nan_nan_da (사실 인스타는 거의 안 해요)

댓글 남기기